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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의 사회적 의의                            류승준(최재천 의원실 보좌관)


1)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 사업의 세 가지 차원

“오늘날 우리는 모두 사이보그들이다.” 이 말은 비장애인이나 장애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도구’를 통해 외계와의 소통을 확장해 온 바, 이제 ‘전자적 장치’로서 세계를 느끼고, 이해하며,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윌리엄 미첼은 이렇게 선언한다. “주위를 둘러보라, 낡은 육체 시동장치 -원숭이2.0 - 는 더 이상 필요한 것을 산출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계속 장치를 향상시키고 있다.” 미첼의 ‘인간의 확장’이라는 개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인식을 크게 뒤흔든다. 특히, 그가 스티븐 호킹 박사를 예로 들 때 그러하다. “사이보그인 스티븐 호킹(Stephen Howking)이 말을 한다… 손과 휠체어에 설치된 볼트랙스 이음(異音) 발성기(Voltrax allophone generator)가 함께 작동하여 전자적으로 매개된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전통적으로 구성된 신체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전자 신체 구조가 구상과 실행의 장소가 된다.” 휴대폰으로 통화하고(더 직접적으로는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고), DMB를 시청하는 일이 일상화된 현재, 사람들은 그것이 전자적 신호와 기계 장치를 통한 외계와의 접촉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요컨대 커뮤니케이션 확장을 위한 기계의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인류 모두는 ‘사이보그’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시각 정보를 얻기 위해 ‘안경’을 쓴 채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라. ‘사이보그’들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은 ‘장치의 개수’나 혹은 ‘장치의 복잡함’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 차이는 없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단 문제와 커뮤니케이션의 내용 문제는 개념상 분리된다. ‘장애인’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단 문제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는 사회적 구분,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권력관계는 개념상 다르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권력 관계는 사회적 구분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배분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세 가지 개념은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기계 장치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확장’을 보편적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권력 관계’를 조정하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비장애인’으로 구획된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불 능력에 따라, 혹은 기계 장치의 활용 능력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정보 격차, 요사이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고 불리는 내용이 그것이다. 물론 국가는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과 정보 활용에 있어 가장 심한 격차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장애인 사회’라는 점에서 ‘권력 관계’의 조정이 가장 절실한 곳은 ‘장애인 사회’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권력 관계’ 조정은 여러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법과 제도 차원에서 법개정 및 제도 개선을 둘러싼 문제 제기,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사회적 인식과 문화를 둘러싼 문제 제기, 경제적 차원에서 자원 배분을 둘러싼 문제제기 등이 그것이다.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 사업’은 세 가지 차원에 모두 걸쳐있는 ‘권력 관계 조정 사업’이며, 또한 온전하게 걸쳐있어야 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2) 권력 관계 조정의 근거, 시민적 권리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 사업이 갖는 세 가지 차원의 의의를 살펴보기에 앞서 권력 관계가 조정되어야 하는 ‘정당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대사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권’의 개념은 대략 세 개의 세대에 걸쳐 발전되어 왔다. 제1세대를 정치적 권리라고 한다면, 제2세대는 경제적, 사회적 권리이며, 제3세대는 집단의 권리라 불린다. 제1세대 인권은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공고화된 자연법사상에 직접적인 결과물로서, 이 시기에 들어 국민은 더 이상 구체제 속의 지배대상이 아니라 국가권력의 원천으로 생각됐다. 이로 인해 정치적 평등이 정착됐다.

제2세대 인권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말하는데, 이른바 ‘사회권’이라 부르는 영역이다. 이 권리는 시장에 대한 국가의 방임이 초래한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사회권’은 분배의 정의를 이루기 위한 국가의 개입을 촉구하는 개념이다. 제3세대 인권은 제3세계 운동, 흑인민권운동, 페미니즘 운동 등 비주류 집단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승인 받고 보편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운동에서 촉발됐으며, 흔히 ‘집단권’이라고 일컬어진다. 인권의 세대별 중요 권리를 열거하면 「표1」과 같다.

「표1 : 인권이 세대 구분과 주요 내용」
세대 구분 대표 명칭 주요 내용
제1세대 자유권 -생명, 자유, 안전에 대한 권리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정부에 참여할 권리
제2세대 사회권 -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 노동할 수 있는 권리
- 의식주와 의료 등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 교육에 대한 권리
- 문화에 대한 권리
제3세대 집단권 - 자결권
- 평화에 대한 권리
- 인도주의적 재난구제를 받을 권리
- 다를 수 있는 권리
-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


‘시민적 권리’를 바탕으로 둘 때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은 ‘사회권’과 ‘집단권’에 천착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재는 ‘교육에 대한 권리’와 ‘문화에 대한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제2세대 인권, 즉 ‘사회권’에 큰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의 내용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를 수 있는 권리, 즉 ‘장애인 문화’에 대한 권리주장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권력조정’이 갖는 사회적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문화가 ‘하나의 전 사회적 과정’이라고 할 때, ‘다를 수 있는 권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 생산하는 문화적 산물이 억압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11월 14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있었던 ‘TV 속 장애와 인권을 말하다’라는 토론회에서 발표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방송에서의 장애인 묘사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54.4%인 272명이 ‘편견이 포함돼 있다’고 답변해 방송 프로그램 속 장애인의 묘사방식에 큰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의 삶, 장애인의 문화가 ‘비장애인’의 문화권력 속에서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회정책분야에서 논의되는 권리 개념은 세대구분의 틀로 본 ‘인권’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시민적 권리’라는 개념이 사회정책문헌에 본격적인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1960년대 마샬(T. H. Marshall)의 초기 논문이 출판된 이후인데, 마샬은 ‘시민적 권리’를 ‘공민권’과 ‘정치권’ 그리고 ‘사회적 시민권’으로 구분한다. 그에 의하면 ‘공민권’은 18세기의 산물로서, 인간이 마땅히 향유해야 할 자유권, 재산권 또는 법 앞에서의 평등권을 포함한다. 한편 ‘정치권’은 19세기의 산물로서 선거권, 피선거권 등 정치적 권력의 행사에 관련된 제반 권리를 포함하며, 끝으로 ‘사회적 시민권’은 근대적 시민권의 핵심요소로서 기본적 경제적 보장을 포함하여 문명된 유산으로서 모든 사회가 향유하는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마샬은 이 세 가지의 권리가 보장돼야 완전한 ‘시민적 권리’가 보장된다고 본다. 장애인의 시각에서 마샬의 ‘사회적 시민권’은 삶의 질 향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회입법, 복지제도를 포함하게 된다. 국가가 완전한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려면 장애인의 ‘사회적 시민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3) 커뮤니케이션 권력 관계 조정의 근거,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의 사회권 확장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권고되고 있는 사안이다. 2003년 미국 뉴욕의 UN 본부에서 개최되었던, ‘제2차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한 통합적이고도 광범위한 국제협약 관련 특별위원회’는 메시지를 통해 “(장애인이) 사회 생활과 개발의 전 영역에서 평등에 기반한 완전한 참여 권리를 가지는 독립된 인격체로 보장받고 각 개별 국가의 의무를 확인하는,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국제협약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작년 12월 14일 제61차 UN총회에서 채택된 ‘장애인권리협약’이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완전하고, 실질적인 사회참여와 사회통합”(제3조 c호)을 제반 원리로서 취하고 있는 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조항은 다음과 같다.

「표2 : 장애인권리협약 중 커뮤니케이션 관련 조항」
제9조
(접근성)
1항
당사국은 장애인인 자립생활을 하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완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장애인이 물리적 환경, 교통, 정보통신 기술과 시스템을 포함한 정보통신 그리고 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대중에게 개방되고 제공되는 시설이나 서비스에 타인과 동등하게 접근하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2항
당사국은 또한 다음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f)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적절한 형태의 도움과 지원의 장려
(g) 인터넷을 포함한 신규 정보통신 기술과 체계가 장애인들에게 접근 가능하도록 장려
(h) 최소의 비용으로 기술에 접근 가능하도록, 초기 단계에서 접근 가능한 정보통신 기술과 시스템의 설계, 개발, 생산 및 유통 장려
제21조
(표현과 의견 및 정보접근의 자유
당사국은 수화, 점자 및 대안적인 의사소통 수단과 이들이 선택한 모든 다른 접근 가능한 의사소통 수단, 방법 그리고 형태를 통하여 장애인이, 타인과 동등하게 정보와 사상의 탐구, 수용, 전달의 자유를 포함한, 그들의 표현과 견해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다음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a) 대중을 위한 정보를 다양한 장애 유형에 적합한 접근 가능한 형태와 기술을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비용 없이 장애인에게 제공
(b) 인터넷을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기관이 장애인을 위해 접근 가능하고 사용가능한 형태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권고하는 것
제30조
(문화적 삶과 레크리에이션, 여가 및 스포츠에 대한 참여)
1항
당사국은 타인과 동등하게 문화적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다음과 같은 것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
(b) 모든 접근 가능한 형태로 된 텔레비전 프로그램, 영화, 연극 그리고 문화적 활동 등의 접근을 향유한다.


이상의 내용은 장애인이 사회와 접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매체를 이용 가능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협약’의 기본 정신에서 도출됐다. ‘협약’의 ‘전문’ 중 c)항은 “장애는 진화하는 개념이고, 또 장애는, 타인과 동등하게 완전하고 실질적인 사회참여를 방해하는 태도 및 환경적인 장벽과 장애인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야기된다는 것”으로 인정했다. 즉 장애는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적인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른 한편, ‘협약’의 ‘전문’ 중 g)항은 “장애인들의 보다 많은 다양성을 인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의무적인 활동 내용이 장애의 종류, 장애의 정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 3월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국제협약’에 서명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비준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월 2일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및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가입 권고문’을 보내기도 했다.

4) 방송 접근권을 위한 법 제도 개선 문제
앞서 얘기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문’은 현재 재정되어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거의 장애인권리협약과 중첩되어 있거나 더욱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장애인권리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으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몇몇 조항들은 사회권과 관련된 국가의 점진적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장애인정책의 방향제시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장애인 인권의 증진에 그 역할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국내적으로 거의 수용되어 국제법제와 충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방송 접근권만을 놓고 본다면, 현재의 법 제도는 개선이 시급한 상태이다. 국내 법률 중에서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명시한 조항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방송법」 - 제33조(심의규정)
  제2항 제7호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에는) 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의 권익증진에 관한 사
  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 제38조(기금의 용도)
  제1항 제8호 (방송발전기금은) 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의 방송접근을 위한 지원에 사용된다.
- 제69조(방송프로그램 편성 등)
  제8항 “방송사업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장애인의 시청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
  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 방송위원회의 기금에서 그 일부의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방송법 시행령」 - 제44조(수신료면제)
   제1항 제9호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시각·청각 장애인이 생활하는 가정의 수상기에 대해 수신
  료를 면제한다.
- 제52조 (장애인의 시청지원)
   법 제69조제8항에 따라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의 시청을 돕기 위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하여는 수화·폐쇄자막·화면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1. 법 제75조의 규정에 의한 재난방송프로그램
   2.「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14조 각 호에 따른 방송프로그램
   3. 장애인의 방송 시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방송위원회규칙으로 정한 방송프로그램
   4. 기타 장애인의 복지를 목적으로 편성된 방송프로그램


「장애인복지법」 - 제22조 (정보의 접근)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정보에 원활하게 접근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
      도록 전기통신·방송시설 등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방송국의 장 등 민간 사업자에게 뉴스와 국가적 주요 사항의 중
      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또는 폐쇄자막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또는 자막해설 등을 방영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

   ③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적인 행사, 그 밖의 교육·집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사
      를 개최하는 경우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자료 등을
      제공하여야 하며 민간이 주최하는 행사의 경우에는 수화통역 및 점자자료 등을 제공하도
      록 요청할 수 있다.

   ④ 제2항과 제3항의 요청을 받은 방송국의 장 등 민간 사업자와 민간 행사 주최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 제14조(수화ㆍ폐쇄자막 및 화면해설방영 방송프로그램의 범위)
   법 제22조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
   하는방송프로그램을 말한다.
   1. 「방송법 시행령」 제50조 제2항에 따른 보도에 관한 방송프로그램
   2. 「공직선거법」 제70조부터 제74조까지, 제82조 및 제82조의2에 따른 선거에 관한 방송
       프로그램
   3.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경일 및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기념
       일의 의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의 중계방송
   4. 그 밖에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보건
       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송


이상 「방송법」, 「방송법 시행령」,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의 내용을 교차해서 보면, 현행 법령에서 보장하는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은 아직까지 인권 측면에서 ‘제1세대’인 자유권, 마샬의 논의대로라면 ‘참정권’ 수준만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외의 권리는 ‘임의조항’으로만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현재 국회에는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관련하여 세 건의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첫 번째 법안은 2005년 3월 15일 장향숙 의원이 대표 발의를 한 개정안으로써 「방송법시행령」에서 재난방송 프로그램, 보도방송, 선거방송, 국경일과 기념일 의식의 중계 방송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수화ㆍ폐쇄자막ㆍ화면해설을 이용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방송법」으로 올려 명시하고, 이에 소요되는 방송사업자의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내용이다. 두 번째 개정안은 2005년 8월 12일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으로, 장향숙 의원의 안과 대동소이하다. 세 번째 개정안은 2005년 12월 7일 정화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으로, △방송사업자의 장애인방송시청 지원을 의무화하고 △방송사업자에게 장애인의 방송시청을 위하여 화면해설ㆍ자막ㆍ수화통역ㆍ우리말 녹음 등을 방영하도록 하며, 텔레비전수상기 제조업자는 자막방송과 수화통역방송 폐쇄송출이 가능하도록 수상기 제조시 관련 기술을 내장하도록 하며 △방송사업자의 장애인시청지원 범위와 텔레비전수상기 제조업자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안이다. 문제는 이런 개정안 모두 2005년부터 현재까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상태라는 점이다. 세 개정안의 내용이 크게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방송법」의 다른 내용들을 고치는 개정안들은 한 데 묶어 ‘대안’으로 처리했으면서도, 유독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관련한 개정안들은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법안 내용이 실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분명 심사는 필요하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의 예를 보면, 자막방송과 같은 경우는 ‘권고’보다 ‘의무’로서 강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와 비교하더라도 법개정의 필요성은 있다 하겠다.

「표3 : 주요국의 장애인 시청지원 방송 의무화 현황」
※ ( ) 안은 주요방송사들의 자막ㆍ화면해설ㆍ수화방송 편성비율
국가명 자막방송 화면해설방송 수화방송
한국 권고(28.5) 권고(2.7) 권고(0.8)
미국 의무('06년부터 100) 권고 권고
영국 권고(60.0) 권고(10.0) 권고(3.0)
프랑스 의무 권고 권고
일본 권고(24.8) 권고(1.7) 권고(0.4)
캐나다 의무(90.0) 권고 권고
호주 의무(39.6) 권고 권고


* 미국, 호주는 TV수상기에 자막방송수신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음.
* 주요 선진국(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의 경우, 방송사업자 재허가 및 신규사업자 선정시 장애인 시청취 지원 방송의 편성 비율을 의무화함. 현재는 장애인의 방송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한 「방송법」개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은 ‘법개정 및 제도개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 자막방송ㆍ화면해설방송ㆍ수화방송 시간 및 프로그램의 종류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5) 방송접근권을 위한 사회문화적 차원의 방송 모니터링

문화적 의미에서 ‘소수’란 ‘비주류’를 의미한다. 문화적 의미에서 본다면 ‘장애인’은 ‘소수’에 속할 것이다. 매스미디어 연구에서 ‘소수집단’의 수용과 활용에 대해 말할 때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매스미디어에서의 소수집단에 관한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소수집단 묘사에 대한 기술과 그것이 수용자에 미치는 효과로 나뉘는데, 소수집단을 어떻게 묘사하는가를 알기 위해 장르를 중심으로 ‘오락물’, ‘뉴스’, ‘광고’,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그 중 중요하게 봐야 할 장르가 ‘오락물’이다. 오락물에 나타난 소수집단의 묘사를 살펴보는 방법으로서 ‘머리수 헤아리기’, ‘중요성 평가’, ‘다른 집단과의 유사점, 차이점, 상호작용’을 살펴보는데,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에서 ‘머리수 헤아리기’는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장애인의 비율이 정부통계인 3.6%보다 많은가 적은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한편, 장애의 정도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하는데, 독일의 경우 전체 국민 대비 장애인의 비율을8.4% 정도로 잡고 있으며, 호주의 경우는 15.6%, WHO의 경우는 평균 10.0%로 잡고 있는 형편에서 지나치게 낮은 장애인 비율이, 현실과 오락물에 등장한 장애인의 왜곡된 비율을 정당화시켜줄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성 평가’는 장애인이 오락물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나 살펴보는 것이다. 비중과 함께 장애의 종류와 경중을 함께 보아야 한다. 예컨대, ‘기억상실증’과 같은 장애는 로맨스 드라마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육체적 장애는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모니터링은 장애에 대한 묘사가 낳는 효과를 살펴보는 데 유효하다. ‘다른 집단과의 유사점, 차이점, 상호작용’은 장애인 ‘정체성’의 묘사 혹은 ‘사회적 이미지’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오락물에서 장애인이 다른 사람에게 심하게 의존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가부터 시작해서, 전체 사회와 맺는 관계의 모습을 모니터링 하는 것인데, 이것은 앞서 기술한 방송에서의 장애인 묘사 왜곡 여론에서 보듯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매체는 무의식에 작용하는 힘이 크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단순히 방송을 시청하는 권리만을 말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은 장애인이 왜곡되지 않은 모습으로, 사회에서 기능하는(할 수 있는) 비중만큼 방송의 형식과 내용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처럼, “장애는 진화하는 개념”이라는 판단 속에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이해해야 하고,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왜곡된 이미지를 통해 형성한 심리적 벽을 허물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6) 사회적 자원배분을 위한 모니터링 제안

‘권력 조정’을 위한 세 가지 차원의 문제제기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면, 방송접근권을 위해서 꼭 제기해야 하는 의제가 있다. 바로 디지털방송 문제다. 디지털 방송의 실시는 고가의 디지털 TV수상기와 추가 서비스 비용의 지출을 요구한다. TV를 시청하는데 계층 간의 격차가 심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장애인의 방송접근 기회 및 활용능력이 취약해질 것이 우려된다.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은 ‘전파’라는 사회적 공기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진행되는 흐름이다. 쉽게 말해서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은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남는 일이다. 문제는 그 이익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다. 디지털 전환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위한 ‘사회적 자원배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영국과 같은 경우는 2005년 ‘영국 전역에서의 디지털 TV로의 전진’(the go ahead for the switch digital only TV in the UK)이라는 포고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분명 디지털텔레비전에 혼란스러워하고 새로운 기술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에 덧붙이자면, 사회적으로 지역 사회와 가족의 지원, 그리고 정보 네트워크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있을 것이며, 또한 디지털 전환 과정의 실제적인 것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성명서에서 ‘노인들과 기타 취약한 상황에 놓인 집단들의 이익이 보호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정보는 디지털 전환 과정의 일부로 노인과 취약 계층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실제로 영국은 75세 이상의 노인들과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TV 수신에 필요한 장비 및 설치, 그리고 후속 지원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1인 포함된 세대에는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데, 즉 디지털 기술에 의해 제공되는 음성 기술(audio description) 장치가 지원되는 것이다. 기존 자막수신기의 보급을 더욱 넓혀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디지털TV로의 전환이라는 상황을 맞아, 시범실시부터 장애인의 접근권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이 있어야 한다.


7) 다양성과 혼종으로 무너뜨려야 할 사회적 장벽

고종욱 작가는 한 칼럼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대표적인 신화의 주인공, 루즈벨트는 장애를 극복한 것이 아니라 장애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살았을 뿐이라며, “장애인들이 한 주체와 자아로 우뚝 서지 못하는 것은 바로 사회가 만든 장벽 때문이고 그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진정한 복지의 시작임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여기에 하다 덧붙일 것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복지’의 차원과 함께 사회의 다양성이 커지고, 혼종의 문화가 많아지는 ‘강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이다. 그 다양성과 혼종의 문화를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방송이다. 장애인 방송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또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 석

윌리엄 미첼, 「사이보그 시민」, 홍성태 엮음『사이보그, 사이버컬처』문화과학사, 1997, 243쪽
윌리엄 미첼, 「사이보그 시민」, 홍성태 엮음『사이보그, 사이버컬처』문화과학사, 1997, 241~242쪽
윌리엄 미첼, 「사이보그 시민」, 홍성태 엮음『사이보그, 사이버컬처』문화과학사, 1997, 242쪽
전진호, 〈47.3% “장애인 혐오스럽게 그려”」, 『함께걸음』, 2007년 11월 14일
김형식, 「시민적 권리의 관점에서 본 장애인의 사회통합」, 『재활복지』, 2004년 12월, 3쪽
『장애인권리협약 관련 UN 제2차 Ad-hoc committee 참가결과 보고서』, 보건복지부, 2003년 7월
「방송법 검토의견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제닝스 브라이언트ㆍ수잔 톰슨 지음, 배현석 옮김, 『미디어효과의 기초』, 한울아카데미, 2005년,
 447~4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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