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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이야기 바람부는 날엔 휠체어를 타고 홍대 앞으로 가자!! -극동방송 삼거리 파스타 집
바람부는 날엔 휠체어를 타고 홍대 앞으로 가자!! -극동방송 삼거리 파스타 집

최 숭 원(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중앙사무국장)


홍대 앞은 나를 설레게 한다. 역에서 내려 작은 파스타 집 딴또딴또(Tanto-Tanto)를 찾아가는 언덕길과 내리막길을 지나가면서 마치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 울렁인다. 꾸불꾸불한 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홍대 앞’으로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린 아이처럼 마음이 들뜨는 것이다. 홍대 앞은 젊음의 기호이다. 온갖 젊음의 이미지가 홍대 앞에는 다 모여 있는 듯하다. 라이브 클럽, 밴드들, 카페, 젊음 이들을 위한 작은 바(bar),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액세서리 가게들, 그리고 홍익대학교……. 물론 신촌이나 대학로, 압구정동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는 거리의 풍경이지만 홍대 앞만큼은 가게 하나하나 간판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머리를 길게 길러 뒤로 질끈 동여매고 커다란 목도리로 온몸을 칭칭 감고 지나가는 청년 또한 머지않아 어느 라이브 클럽에서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다가온다.

오늘은 친구가 맛있다고 추천한 꽤 오래된 파스타 집 딴또딴또를 찾아가야 한다. 피카소 거리를 지나치며 대한민국 최고의 노래방(거의 모든 룸의 모니터가 천만 원을 넘어가는 PDP를 장식했다고 한다)이라는 럭셔리(?)

라이브 클럽의 간판 사진 秀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여학생들의 화려한 모션을 유리창을 통해 훔쳐보다가(몰래 훔쳐본 게 아니라 수노래방은 밖에서도 내부가 훤히 보인다.^^) ‘상상마당’이라는 재미있는 건물 앞에 서서 전화를 걸었다. 종업원은 상냥한 목소리로 극동방송국 전에 있는 삼거리에 오면 바로 보인다고 알려준다. 그러나 삼거리를 지났지만 딴또딴또는 보이지 않고, 예쁜 이름의 라이브 클럽의 간판만 눈에 크게 들어온다. 저 곳에서 정말 신나게 몸을 흔들며 락 음악에 취하고 싶지만, 눈앞에 나타난 것은 계단이다. 휠체어로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갈 수 없는 나라. 갈 수 없는 클럽. 타타타.

이쯤 되면 중간에 새지 말고 오래된 파스타 집 딴또딴또로 빨리 가야한다. 다시 전화를 걸어 위치를 정확히 물었다. 휘황찬란한 간판들 사이에서 아주 어렵게 찾은 딴또딴또라는 작은 간판 옆에는 'Pasta Gallery'라고 적혀 있다. 음식점이 무슨 갤러리야?

딴또딴또 진열품 사진
작은 간판과는 달리 통유리로 만들어진 문은 휠체어로 들어가기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넓고 턱이 없어서 별 어려움 없이 가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구의 여러 가지 물품으로 장식된 홀 입구에서 종업원은 15분 정도 기다려야 자리가 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홀 안은 스파게티를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유명한 파스타 집이 맞긴 맞는 모양!

입구에는 정말 여러 가지의 이국적인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구두의 모양을 만드는 구형 라스트 틀에서부터 전통적인 인형 의상을 만드는 인형 틀, 나무장식조각, 고풍스런 촛대 등 다양했다.
이런 서구적이고 오래된 장식품들 속에서 잠시 시간을 잊고 자리 나기를 기다려 달라는 주인의 뜻일까?

딴또딴또 식당 모습 볼수록 정겨운 그 물품들을 보면서 나는 잠시 유럽으로 어딘가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보니 스파게티를 먹기 위해 골동품 속에 앉아있는 사람이 열 명 정도로 늘어나 휠체어를 탄 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드디어 이름을 부르는 종업원을 따라 구석에 있는 빈자리로 들여가려 했지만 양쪽에 놓인 의자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는 그곳 에 다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뒤늦게 문제점을 알아차린 친절한(?) 종업원이 비교적 공간이 넓은 홀 앞 쪽에 앉아 주문을 하려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서로 바꾸었다.

크림소스에 펜네면,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덮은 파스타를 주문했다. 이 집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라는 파스타를 기다리며 벽에 걸린 여러 가지 그림들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곳이 왜 파스타 갤러리인지 알게 되었다. 각양각색의 재기발랄한 그림들이 벽을 휘돌아가며 걸려있는데 문외한이어서 그림의 가치는 알 수 없었지만 신선했다. 파스타 집에 걸린 추상화! 하지만 굳이 번잡한 음식점에 그 그림들이 걸려있어야 할 운명인지~. 그림도 운명이 있다면 참 ‘기구한 운명이다’라는 생뚱맞은 생각도 들었다.


주문한 파스타 사진 주문했던 파스타는 비교적 빨리 나왔다. 면은 적당하게 익어 너무 퍼지거나하지 않았으며 크림소스 또한 면과 잘 어울려 달콤하게 입을 감돌았다. 모짜렐라 치즈가 추가로 얹어져 있어 약간 느끼하기는 했지만 콜라 한잔을 시켜 곁들이니 조금 나았다. 시장기가 있었는지 한 그릇을 눈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치우고 같이 간 친구의 스파게티 마저 빼앗아 먹으니 비로소 배가 불러왔다. 근래에 꽤 맛있게 먹었던 파스타였다. 한국음식이 입에 베어버린 나는 몇 년 전만 해도 스파게티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삼 년 전인가 집 주위의 대형마트 가는 길에 스파게티 전문점이 생겨 가끔 먹다보니 이제는 별 무리 없이 즐기는 편이다. 가끔 소스가 맛있는 집을 찾기도 한다. 이제 갈비탕과 같이 스파게티도 주 메뉴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그에 덧붙어 맛있는 초밥도 마찬가지…….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홍대 앞으로 가는 오르막길에서부터 기다리고 있던 차가운 바람이 딴또딴또로 밀려 내려왔다. 바람을 가르며 올라오다가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나 작은 카페로 찾아들었다. 작은 카페에 어울리는 폭스바겐 미니버스가 주방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카페였는데 바람을 피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비록 원두커피의 맛은 별로였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무르며 맛 집을 찾아 홍대로 왔던 하루를 마감했다.

서른 살 즈음 찾았던 홍대 앞거리는 내게 조금은 생소한 곳이었다. 대학원에서 그때까지도 늦은 공부를 하던 친구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홍대 앞이었다. 홍대 앞 거리가 번화가로 변한 이후 첫 번째 찾던 발길은 약간 흥분되기도 했던 것 같다.

홍대거리앞에서 그때 이후 이 거리는 내 인생에 간헐적으로 침범해왔다. 락 음악을 많이 들으려 했던 젊은 시절은 이곳이 감정의 해방구였다.비록 장애 때문에 자주 클럽공연을 찾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락 음악에 몸을 맡겼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거나 영화를 하던 사람들과 찾았던 홍대 앞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황신혜 밴드의 리더 김형태의 책 속에서 접한 밴드들의 고향 홍대 앞은 신기한 공간이다. 십년이 지난 2007년 겨울, 다시 찾은 홍대 앞은 여러 가게들로 너무나 번잡하지만 아직도 무시할 수 없는 독특한 기운은 여기 저기 남아있는 듯하다.


그 독특한 기운의 정체는 젊음이라 해도 좋고, 문화라도 해도 좋다. 아니 그 것은 새로움이고 기발함이고 놀라움 일 것이다. 이제 마흔 줄에 접어들면서 기발함을 황당함으로, 새로움은 미숙함으로, 놀라움을 두려움으로 변환하려는 편견이 몸 여기저기에 숙주처럼 자라고 있다. 편견이라는 악성 캔서들이 소리도 없이 전이되고 있는 듯하다. 이럴 때는 방문을 열고 홍대 앞으로 가야 한다. 가서 클럽에 들어가 헤드뱅잉도 하고, 기발하고 황당한 작품들을 전시한 갤러리도 둘러보고, 작은 바에 들어가 맥주도 마시고 싶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이 모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들에게는 있다.
그래! 바람부는 날엔 휠체어를 타고 홍대 앞으로 가자!!


딴또딴또 외부 모습 -상호: 딴또딴또
-전화번호: 3366-992 (일요일은 휴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407-27
-찾아가는길: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으로 내려오시면 삼거리가 나옴 그곳에서
  오른쪽 으로 꺾으면 몽고리언 이라는
  음식점이 있는 데 그곳 맞은편에 위치
-주메뉴: 스파게티/파스타/스테이크
-규모: 20테이블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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