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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영화 부스러기
영화 부스러기                                   함철훈(독립 영화감독. 무술감독, 스턴트 코디네이터)


요즘은 참으로 많은 작품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아주 짧은 시간 걸렸다 조용히 사라진다. 이 전처럼 비디오시장(디브이디)이 활성화 되어있는 것도 아니어서 투자사의 자금 회전 문제도 그렇고 관객의 입장에서도 좋은 영화를 논하고 음미할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물론 디브이디로 출시된 뒤에는 와래즈 사이트에서 해킹된 뒤 컨버팅되어 디빅 파일로 인터넷에 나돌지만 불법이라는 점을 떠나서도 소비자들 입장에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손쉽게 구하고 또 언제든지 볼 수있다는 점 때문에 수많은 영화를 다운받아놓고 한 작품 한 작품 쌓여가다가 결국 한 편도 진지하게 관람을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비디오 대여점이 활성화 되어있던 시절에는 대여기일이 정해져 있어 돈이 아까워서라도 시간을 내 영화를 봐야하는 구속력이 있었다. 극장 보다는 덜하지만 이정도만 되어도 최소한 만든이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을 기회가 조금이나마 넓어진다.
디브이디의 장점이 상영시간및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편집되었던 장면을 감독판, 또는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볼기회가 생긴다는 것과 기타 메이킹현장및 제작과정 등의 서비스 화면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 마저도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나 투자가 이루어져 성의있게 제작되며 모든 영화에 똑같이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영화 구타유발자 장면들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주연의 '구타유발자' 역시 같은 맥락으로 막을 내린 아쉬운 영화중 하나이다. 감독이자 원작자인 원신연감독은 이제는 '세븐데이즈'의 흥행 성공 및 평론의 긍정적인 평가로 인정받는 감독 반열에 올라있지만 당시만 해도 한편(가발)의 장편을 완성시킨 신인감독이었다.구타유발자는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에서 심사위원들 만장일치로 당선된 작품이고 제작 이전에 영화인들에게도 꽤나 회자되었던 작품이었다.
원작자의 저작 의도 및 배경을 미리 연구하거나 분석하고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것이다. 이후에 배경을 알게 되면 그때 상황이 그런 뜻으로 써졌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 정도일 텐데 필자의 경우 게을러서 이후에 그 분석이 원작자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는지 검증을 하지도 않는다. 순수하게 내 수준으로 영화를 평가하고 판단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별하게도 제작되기 오래전에 대본을 읽고 사전분석을 이미 거친 상태였다. 독립영화를 할 때부터 알고 지내던 원신연감독과의 친분 관계로 초고부터 대본을 읽은 상황이었고 필자 역시 스텝으로 참여를 했던 작품이었던 관계로 일반인들과 다른 접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같은 이유로 아래 나열한 판단과 상황역시 영화참여자로써 개인적인 사견이 일부 들어가 있음을 밝힌다.


'구타유발자들' 시나리오를 읽을 때 떠오르는 영상은 건 이문열의 원작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었다. (앞서 밝혔듯이 원작자의 의도와 상관없는 개인적인 연상이다) -주인공 한병태는 세월이 지나 찾아간 초등학교 시절 스승이었던 최선생 상가집에서 당시 막강 권세(?)를 누리던 석대가 나타날 것만 같은 문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중에서... 폭력의 악순환.. 희생양이었던 이들이 그 폭력에 적응하고 또 그 폭력을 전이해가는 과정을 다룬 '구타유발자들'라는 영화가 새로운 한해가 오고 정권도 바뀌는 이 시점에 음미해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일차 편집본이 세시간 가량 나왔고 (현실적으로 '킹콩'이나 '벤허'같은 대작이 아닌 이상 세시간짜리 영화를 부담 안주고 쉽게 올려주는 극장은 드물다)이후에 두 시간 삼십 여분으로 줄인것도 그런데로 괜찮아 보였다. 어느 분이 초반이 너무 지루하지 않냐고 하는데 드라마 부분이 많이 빠지면서 역효과가 난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승전결이 꽉 짜여져서 뺄 수가 없는 드라마 부분을 최종 한 시간 오 십 여분으로 줄여갈 수밖에 없었던 감독의 고민이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안타깝게 와 닿았다.

영화 구타유발자 장면들

편집된 부분

1. 초반부 교수와 차예련과의 프롤로그 부분, 옥신각신하는 대사, 교수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
2. 양아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기 전 오근(오달수분)과 교수와의 대치상황 일부.
3. 모닥불 앞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서로의 성격을 표현하는 심리장면들.
4. 강에서 목욕을 하는 봉연(이문식분)이 애국가를 1절부터 4절 전곡을 부르며 이루어지는 개싸움장면. 특히
   배우들이 수개월간 연습해서 일부러 서툴게 만들었던 개싸움..몸을 안 사리고 대역 없이 시도했던 많은
   부분들.
5. 현재(김시후)가 4명의 양아치들을 휘발유를 부어 태워죽이려할때 말리면서 인정(차예련) 이와 나누던 대사.
   많은 분들이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만 영화에서 다루었다,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건 인정이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하소연을 하면서 현재를 설득하 는 대사가 모두 빠졌기 때문-
6. 쥐를 뜯어먹는 장면. 넣었다면 비호감을 살리는 데 더 성공적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7. 모두가 떠나고 영선과 인정이 나누는 대사+인정이 남은 부숴진 벤츠 옆에서 눈물 흘리 는 장면.
8. 영선이 죽는 장면.


구타유발자들... 의도했던 바를 많은 부분 포기했지만 시나리오가 튼튼해서 그래도 기대를 했던 영화였으나 아시는 바와 같이 흥행은 물론 일부 평론에서 조차 평가를 받지 못한 이면에 위와 같은 상황들이 있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흐름상 빠지면 안되는 장면조차 생략되면서 끊기는 느낌의 영화가 되었고 '구타유발자들'에서는 독이 되었던 이런 편집방식이 같은 방식으로 편집된 '세븐데이즈'에서는 약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돈 벌면 자비로라도 재편집을 하겠다던 원신연감독.. 어느 술자리에서 외쳤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지... 지나간 영화를 되돌아 볼 시간에 더 좋은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지.. 필자도 판단이 안 선다.


연극이 끝난 뒤 막 내린 무대 뒤는 언제나 쓸쓸하다. 흥행 못한 작품이라면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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