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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호의 장애학 이야기
장애학 논문소개 안락사와 새로운 우생학
안락사와 새로운 우생학                                                   윤 삼 호 (한국DPI 정책팀장)

※ 이 글은 제5장을 요약하여 번역한 것입니다.


머리말

우생학은 19C 후반에 과학의 한 분야로 등장했지만, 그 보다 더 오래전부터 태동하고 있었다. 21C에 접어들면서, 우생학 이슈는 유전형질이라는 협소한 정의에서 벗어나 이제 임신, 유산, 안락사 그리고 유전공학과 관련된 문제로까지 확산되었다. 이 장의 목적은 우생학을 단지 위험한 과학으로만 정의한데 그치지 않고 논쟁을 더 확장하고, 효과적인 치료 전략과 개인적 선택이라는 차원에서 유전 공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오로지 유전적 형질만이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유전자형에 따른 생물학적 욕구 체계와 기능 체계가 개념 형성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사람들이 여러 측면에서 다른 모든 생물체들과 관련을 맺도록 한다. 환경적 요소가 어느 정도로 개인의 지적 능력을 결정하는가, 한 개인의 유전적 구성이 어느 정도로 개인의 능력을 미리 결정하는가의 문제는 장애학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들 가운데 하나이다. 유전형질이 어떤 사람이 지적 능력에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면, 환경은 어떤 사람이 자기 안에 있는 잠재력을 얼마나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과 유전학의 관계를 파악하려면 돌연변이 법칙의 변덕스러운 작용들과 유전질, 우성과 열성 유전자 법칙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범죄적 그리고/혹은 도덕적 일탈과 학습지체 및 정신지체 사이의 선천적 관계가 실재한다는 것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특히, 20세기 초에 이런 일이 성행했다. 고더드(Goddard)는 한쪽은 정상적이고 다른 한쪽은 정신지체가 있는 마틴 캘리캑의 두 가계를 세심하게, 그러나 사실은 선택적으로 연구하였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캘리캑은 미국 남북전쟁 때 군인이었는데 캘리캑이라는 이름은 고더드가 그 집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리어스어 Kallos(美)와 kakos(惡)를 합성하여 만든 가명이었던 것 같다. 마틴 캘리캑이 적출 자식들과 여관 주인의 딸 혹은 술집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아들 하나를 두면서부터 두 혈통이 시작되었다. 그의 정식 가족들은 정신적으로 정상으로 판결 받았지만, 술집 여자의 집안은 정신적 결함이 있는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와 비슷한 연구로는 쥬크 가계에 대한 조사가 있다. 덕데일은 뉴욕주 오지 출신의 주정뱅이 떠돌이로 기록되어 있는 맥스 쥬크 집안의 후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915년까지, 그 집안 사람들은 모두 2,094명이었는데, 그들 가운데 140명은 범죄자(그 가운데 7명은 살인자), 300명은 매춘부, 310명은 거지, 그리고 600명은 크레틴병 환자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강제 불임시술에 대한 역사적 반향이 다시 제기되었다. 가령, 헌스타인과 머레이는 자극적인 IQ 분산 계산을 통해 유전적 특성 때문에 흑인은 백인에 비해 지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종주의적 주장을 제기하였다. 1934~76년까지 시행된 북유럽의 발달장애인 강제 불임시술 정책은 사람들의 관심과 비판을 받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집단적 인간 정신의 표면 바로 밑에 인종적 순결함에 대한 환상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유전학 연구가 복잡한 것은 비논리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판단들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장애인 가족들과 관련하여 더 중요한 수많은 도덕적, 실천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가 지적하듯이, ‘유전학은 대체로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한다. 특히,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그렇다.’ 무엇보다 유전학자들은 인간 피실험자들에게 직접 실험할 수 없어서, 주로 수명은 짧지만 새끼를 많이 낳고 이용하기 쉬운 과일 파리로 유전학을 연구한다. 그리고 유전자 구성에 관한 연구도 인간종 유전자 구조의 완전한 복잡성 때문에 난관에 봉착해 있다. 아직 연구 중에 있는 복잡한 유전자의 수는 수만개나 되는데, 이것은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조합들은 계산에 넣지 않은 수치이다.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는 특성들로 완전하게 분류하여 지도로 만들어 분석하는 것이 바로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모든 인간의 유전적 구조와 다양성을 추적하고 지도로 그리기 위해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이 계획은 2003년에 완성할 예정이다. 요컨대, 인간 생물학을 구성하는 구조들을 지도로 만드는 이 국제 이벤트는 의학을 단순한 질병 관리가 아닌 개인의 위험을 예방하는 것으로 바꿀 임무를 띠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생물학적 치료와 유전 물질의 구축에 관한 개선된 이해를 통하여 손상과 장애를 예측하여 근절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정상적인 인간 세포핵은 모두 46개인 염색체를 만드는 23쌍의 염색체들을 가지고 있고, 잘 알려진 것처럼 한 인간은 이러한 23쌍 염색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염색체들은 핵심적인 유전 물질, 즉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22쌍의 염색체들 안에 있는 각각의 유전자는 ‘짝이 맞는’ 염색체 안에서 한 쌍의 유전자를 가진다; 23번째 쌍은 성별과 관련된 것이고, 그것의 유전자들은 동일 할 수도 있고 (여자의 경우 XX) 다를 수도 (남자의 경우 XY) 있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이러한 염색체들이 한 사람에게 약80,000개의 유전자들을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한 유전자는 2,000개의 염기쌍을 가지는데, 80,000개로 추정되는 유전자들 가운데 6,000개 즉, 10% 미만만 알려져 있다.  

불과 5%의 인간 게놈이 현재 조사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아마도 이 프로젝트의 전체 규모를 더 잘 이해할 것이다. 나머지 95%의 인간 게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게놈 프로젝트 초기에 분자유전학자들은 주로 단순한 유전병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테면, 초창기 위치 클로닝(유전자들을 특성에 연결시키는데 많이 사용되는 과정)의 중요한 성과들 가운데 하나는, 1983년에 연구자들이 1983년에 헌팅던병에 관련된 4번 염색체의 위치를 알아낸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하나, 즉 한 개의 질병 공식만 알게 되면 비교적 손쉽게 유전병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장밋빛 꿈을 꾼 것이다’(Allen 1997: 34).   〔하지만〕이러한 낙관주의는 헛된 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뒤로도 여러차례〔유전자와 질병의〕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주장들이 나왔지만〔얼마뒤〕아닌 것으로 판명되거나 조용하게 잊혀졌다. 1993년 동성애자 유전자 ‘발견’ 논란이 확실한 사례이다. 헌팅던병과 겸상적혈구빈혈증과 같은 일부 질병들은 비교적 쉽게 설명될지 몰라도, 유전자 돌연변이의 규모가 예상 밖으로 클 수도 있으며,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수많은 변이와 조합들이 존재한다. 비교적 간단한 유전적 결정론이라는 유령이 과학계에서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전자가 장애를 유발하는 수많은 질병의 유전적 기초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집단적 정신 이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중에 영합하는 유전적 결정론은 장애화(disablement), 혐오증, 신경증, 그리고 통제 욕망과 연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격세유전적(atavistic)으로 판단하도록 만들었다.




장애와 우생학 이론의 관계


역사적으로, 우생학은 원치 않는 손상을 다루기 위한 정교한 응답으로서 고대 그리스인들과 그들의 신화를 통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육체적 완벽함, 실용적 예술, 그리고 지적 우수성을 겸비한 신들과 지상의 인간들 사이에 태어난 자식에 얽힌 예술적 묘사들이 미술관과 문학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육체적 완벽함에 미쳐 있었던 고대 그리스 시민들은 손상을 가진 것으로 판정된 간난 아기들을〔야산에〕내다버림으로써, 유기와 죽임의 실천을 정당화하는데 기여하였다. 이처럼 근원적인 장애인 경시 풍조는, 희석되긴 했지만, 오늘날에도 다양한 모습의 편견으로 남아 있다.

바커(Barker)는 우생학 이론 밑바닥에 깔려 있는 신념 체계를 빼어나게 분석하였다. 요약하자면, 그는 명제 도출을 위해 세 가지 가정을 제시한다.

- 인간 특성은 인지할 수 있는 법칙에 따른 유전적 속성에 의해 결정된다.

- ‘바람직한’ 인간 특성과 ‘바람직하지 않은’ 인간 특성을 구별할 수 있다.

- 사회 정책은 ‘바람직한’ 특성을 가진 인간의 번식을 장려하여야 한다.


육체적 완전함으로서의 바람직함은 역사적으로 남성다움과 남성 지배의 이미지 속에 남아있다. 강하고, 마르고, 활동적인 남성의 육체는 전통적이고 판에 박힌 듯이 수동적인 여성의 육체와 대조를 이룬다. 여성은 인형 같고,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옷이 입혀지기도 하고 벗겨지기도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육체를 조종하려는 이런 욕망은 패션ㆍ건강ㆍ포르노 산업의 제도화된 모티브 속에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제도화된 기준과 편견이 판치는 잔인한 현실에서 살고 있는 수 천 장애인들의 삶 속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간게놈프로젝트의 함의들이 더욱 폭넓게 고려되고 이해되면서, 장애인들의 ‘살 권리’가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어떤 비평가들은 이 프로젝트를 유전자 치료의 돌파구로 바라보는 반면, 장애인계의 다른 비평가들은 그것이 생물학적 결정론의 요구에 큰 힘과 새로운 수사적 무게를 실어 줄까봐 걱정한다.

장애인 억압은 다른 문화 집단들에서도 발견되는데,〔이 때 그 억압은〕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인종주의는 편견에 기초하고 또 그에 따라 형성된 고정관념과 차별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사례이다. 흑인들의 제도적 억압을 합리화하는데 이용된 인종주의라는 사이비 과학적 이데올로기는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명백한 착취를 합리화하는 우생학의 권력과 편견에 필적한다. 20세기에 와서 측정 과학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지능에 관한 유전적 기초를 만들었고, 인간 잠재성은 많은 장애인 역사를 만들었다. 통계학과 우생학의 관계는 통계학자 프란시스 골튼과 그의 사촌 찰스 다윈과 연결된다. - 다윈의 적자생존 개념은 우생학의 기초가 되었다. 종교적 개입을 대신하여 지능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 함으로써 차이의 측정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골튼은 ‘저명한 아버지를 둔 자식이 저명인사가 될 유전적 가능성은 24배나 더 높다’고 굳게 믿었다. 또한, 그는 하나의 유전자가 지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고, ‘적자생존은 사회에서 ‘결함 있는 인종’의 제거를 요구한다’고 믿었다.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장애인 거부를 극적으로 지지했다. ‘완벽한’ 인간에 대한 파시즘적 찬사는 히틀러 정권 아래에서 ‘유전적 흐름을 오염시키는 불완전한 존재’인 장애인을 제거하려는 계획적인 시도로 이어졌다. 장애인은 사회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자원만 낭비시킨다는 근거로 장애인 제거를 정당화한 것이 바로 나찌 정권의 안락사 프로그램이었다. 말하자면, 장애인은 인류에 기여할 자본은 없으면서 자원을 먹어치우는 ‘쓸모없는 식충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나찌와 우생학자들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라도, 새로운 사회적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적자만이 실질적인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을 계속 온존시키고 있다.



유전자 진단에 대한 반대



전통적으로 낙태 반대자들은 태아의 지위(status)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낙태는 유전자 검사와 출산 기술 아젠다의 일부가 된 것이다. 장애인권 관점에서 사회 속 장애인의 지위를 둘러싼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애인권 아젠다는 유전자 진단이 장애인의 삶을 가치절하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것을 반대한다. 이미 알려진 손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보다 그런 손상이 없는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더 낫다는 결정과 관련된 가치 판단이 분명 존재한다. 태아 선별과 같은 유전자 검사는 이미 알려진 손상이나 유전병을 가진 아이를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을 그 가족들에게 부여한다.

유전자 검사 반대자들은 태아 진단과 관련된 부모의 선택권을 특히 문제 삼았다. 그들은 선택은 도덕적 결정이라기보다 진단 과정의 결과이거나 돈으로 산 과학기술의 결과라는 주장하였다. 부모는 사실상 실천하고 있는 우생학자이다. 출산 치료, 태아 수술 그리고 배아 유전자 검사에서 의료 개입의 성과가 탁월할 때,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벡(Beck)은 유전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은 나찌가 실행에 옮긴 것처럼 유전병 환자들에 대한 명백한 우생학적 제거라고 보고 있다. 그는 유전자 검사는 사회가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 현존하고 있는 야만의 형태라고 주장하였다.

장애인 권리에 대한 관심이 낙태와 유전자 검사를 둘러싼 논쟁에 특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날 비평가들은 여성의 낙태권을 계속 지지하고 있다. GIG(genetic interest group)가 지적하였듯이, 장애인 권리에 대한 관심은 현대 유전학이 완전치 못한 모든 것을 참지 못하는 사회를 창조하는 것과 관련된 논쟁에 묻혀버렸다. GI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전병을 가진 첫째 아이를 낳은 뒤에 같은 병을 가진〔둘째〕아이의 출산을 피하기 위해 유전자 진단을 받는 부모들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선택한 결과인 그 아이를 사랑한다.  


안락사


우생학과 안락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계획적인 장애인 학살은 오래된 부끄러운 역사이다. 둘 다 의학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발언권을 강화하며,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반드시 통제되어야 한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우생학 이론은 모든 인간의 사회적 행동은 유전적 기질에서 기인하며 유전된 특징을 보인다는 믿음에서 유래한다. 하지만 안락사는 경제적 이유와 의학적 편의주의로 장애인이나 노인의 조력 살인(assisted murder)을 정당화하려는 더욱 교활한 주의이다. 우생학과 안락사 모두 그 본질에 있어서는 생존에 필요한 건강을 최종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사람들을 고통 속에 살도록 만드는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이 아니라 한 개인의 건강 상태임을 강변하는 사회-생물학적, 의학적, 개인주의적 이론이다.

유전학 분야에서 의료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생명을 살릴 능력과 생명을 죽일 능력 모두를 얻었다. 출생 전에 인간 배아를 낙태하거나 치매 노인의 생명을 거둠으로써 교묘한 살인이 자행된다. 안락사 담론들은 이미 언급한 장애의 개인적 비극 모형을 지속시키거나 확산시킨다.

비록 현행 영국법이 우생학과 안락사 모두를 허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락사와 유아 살해는 ‘삶의 질’ 논쟁을 둘러싼 담론들이 폭넓게 주장하고 있다. 호주의 노던 테리터리에서는 자발적 안락사를 통해 ‘품위 있게 죽을’ 권리가 1996년에 법제화되었으며, 네 사람이 조력 살인으로 죽을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하지만〕불치병에 걸린 호주인들이 알약이나 치명적인 주사로 자살 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법적 권리는 교회, 원주민 그리고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쳐 1년도 채 안된 1997년 3월에 번복되었다. 의사조력자살이라는 법적으로 허용된 형태에 환자가 동의하면 자살을 선택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미국 오리건 주와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다. 엄격한 법 테두리 안에서 안락사가 가능해 졌고, 네덜란드에서는 2001년 봄에 안락사가 기술적으로는 합법화되었다.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하찮은 삶의 질을 유지한다는 가정이 태아 선별과 낙태 조장에 영향을 미쳤다. 양수 검사와 같은 태아 선별을 하는 목적은 손상이 발견되면 낙태를 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낙태법은 아기가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상당한 위험이 있다’면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살 권리’를 보장하는데 드는 금전적 ‘비용’도 문제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 1985년에 하원에서 낙태 논란이 벌어졌는데, 피트 선햄 의원은 ‘장애를 가진 태아를 낙태할 경우 국가는 그 아이가 태어나서 평생 살아가는데 드는 백만 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적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지만, 절대적 비용보다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더 많이 고려한다면 논쟁의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미 지적하였듯이, 태아를 선별한 결과 손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을 경우, 영국인들 가운데 86%는 낙태에 ‘찬성’한다. 자기 자식을〔잘 키우기〕위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선별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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