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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시대의 음울한 상상 - 일상화된 감시의 사회 강영재 (팝콘 크리에이티브 대표)

 최근 몇 년간 IT업계의 가장 핫한 이슈는 소위 “빅데이터”다. 관련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2015년 빅데이터 관련 시장 규모는 169억 달러로 예측되었다. IT 기술의 발달로 시대는 현실 세계와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나의 현실은 디지털 신호를 타고 SNS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공유된다. 내가 오늘 아침에 어디에 있었는지, 오후에는 어디로 이동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안의 “정보혁명” 스마트폰이 기록해 두고 불명의 프로그램은 그 정보를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나의 정보가 기업의 홍보활동과 상업활동에 활용되고, 나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가는 곳 마다 프로그래밍 된 광고가 나의 스마트폰에 흘러든다. 더 효율적인 경제활동의 기재로 우리는 지금 “빅데이터”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란 무엇인가?

 빅데이터란 기존의 분석도구 및 관리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말한다. 단순히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빅데이터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는 패턴을 분석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말한다.

 조금 쉽게 예를 들어보자. 당신의 1년치 위치정보를 분석해 보면 어떤 패턴과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적어도 시간대 별로 패턴화된 위치정보와 해당 위치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분석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IT업체들은 이를 바탕으로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그 시간대에 당신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에 대한 광고를 당신에게 보낼 수 있다.

 빅 데이터의 용량은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페이스 북과 트위터만 예를 들어보면 페이스 북의 하루 평균 업로드 건수는 약 30억건, 트위터의 하루 평균 멘션은 약 1억 건 가량이 나 된다. 용량도 용량이지만, 빅 데이터는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한다는 것은 기존의 알고리즘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때문에 빅 데이터의 특징을 1) 데이터의 크기, 2) 데이터 생성 속도, 3) 데이터의 다양성 4) 분석을 통한 가치로 구분한다.

빅데이터(BIG DATA)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가?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은 가고자 하는 지점까지 운전자를 안내해 준다. 요즘 내비게이션들은 그에 더해 교통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해 준다. 또 지능형 내비게이션들은 운전자의 패턴을 파악해 교통정보와 운전자의 개인적 패턴을 결합해 조금 더 복합적인 최적경로를 안내해 준다. 그 과정에서 지점마다 필요한 광고들이 노출된다. 이렇게 IT 기술과 빅데이터는 사용자에게는 사용자 경험에 근거한 편리와 기업에는 새로운 마케팅 환경을 제공해 준다.

 빅데이터는 범죄 수사나 용의자 체포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올 4월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 결승점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의 범인을 잡는데도 빅 데이터가 활용된 바 있다. 당시 FBI는 근처 상점, 주유소, 아웃렛 등에 설치된 CCTV 600여대에서 수집한 정보, 관람객들의 핸드폰 사진과 동영상, 중계 방송사들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 정보를 제공 받아 10테라바이트(영화 1만편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용의자를 잡아낼 수 있었다.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정보환경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이 생소함이야말로, 빅데이터 시대의 장밋빛 환상을 확산시키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빅데이터(BIG DATA) 시대의 음울한 상상이 시작되다.

 지난 6월 미국의 전직 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정보국(NSA)의 무차별적인 도?감청을 폭로했다. 그가 폭로했던 것은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개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정보수집의 관행이었다. “자신이 말한 모든 것이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는 스노든의 외침은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NSA의 도?감청 대상에 한국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 사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폭로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스노든의 폭로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세상을 방황하고 있다.

 스노든의 폭로로 인해 전 세계 시민사회는 물론,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국가기관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유럽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최대 2년까지 고객의 통신서비스 이용 내역을 보관토록 한 ‘데이터유지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라는 여론이 최근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스노든의 폭로는 IT 시대의 음울한 상상력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텔레스크린”이 지배하는 일상화된 감시의 사회가 오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는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저장의 관행에 관한 것이었지만, 민간 기업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의구심도 비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IT기업들이 NSA의 감시체계 개혁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들 역시도 무차별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 기업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침해 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개인의 일상을 점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빅데이터(BIG DATA) 시대는 빅브라더의 시대로 가는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세계는 권력에 의한 감시가 일상화된 세계다. 일기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사회 속에서 구성원들은 빅브라더의 통제 속에서 단결과 증오를 외치며, 거대한 감시시스템의 파편이 되어간다.

 우리가 어디서 카드를 쓰는지, 봤던 책이 무엇인지, 다녀온 여행지는 어디인지 등 나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정보가 정리되고 있다. 최근 한 카드사는 주거지역과 소득수준, 카드사용액 등을 데이터로 소비자들을 세분화시켜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만 본다면 마케팅 대상이 세분화되는 것만큼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속에서 빅브라더는 정부가 운용하는 전화기와 카메라가 결합된 감시장치였지만, 새로운 시대의 빅브라더는 스마트폰과 SNS의 형태를 띄고, 우리의 일상생활을 감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권력구조에 있어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견제의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거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는 관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권력이 정치권력과 융합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빅데이터를 가진 기업은 새로운 시대의 빅브라더가 되기에 충분하다.

정보화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개인정보가 기술을 통해 수집되고 있다. 나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기업들은 그 데이터를 통해 나도 모르는 나를 파악하고 있다. 왜 기업들은 우리의 정보를 원하는가? 기업들은 내가 필요를 인지하기 전에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올리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당연한 기술 발달의 결과라거나 혹은 비람직한 변화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특히, IT업체나 정보유통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더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어제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식의 추적과 감시를 몸으로 체험한다면 IT기술에 대한 이와 같은 막연한 환상은 공포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개인의 영역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공유를 추구하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개인화를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업적 이익의 극대화라는 논리에서만 존재하는 빅데이터에 대한 피상적 이해는 결과적으로 거대 기업에 의해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관리되고 분석되는 세상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가 동의한 정보제공의 틀 속에서 말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유재산을 통해 이뤄낸 문명의 성취는 우리의 개인정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통제되지 않는 기업의 탐욕이 우리의 정보를 이용해 우리에게 어떤 사회를 가져다 줄지는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페이스북, 구글 글래스 등의 새로운 정보 아이템으로 촉발되고 있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기대 생각하면, 빅데이터를 통한 빅브라더의 등장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기는 현실인 것이다.

 우리는 빅데이터의 순기능만을 취할 수 있을까? 일상이 된 감시의 사회에서 살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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