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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대중과 괴리된 장애운동,
진단과 해법을 묻다.
서울시 장애 당사자 이상호 시의원 인터뷰

 2013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우리는 장애운동의 현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었다. 도가니 사태 등으로 촉발된, 장애운동의 자조 섞인 푸념이 아니라, 또 다른 투쟁의 전선에서 진단하는 현실과 장애 운동의 갈 방향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고 싶었다. 장애 당사자로 서울시의회에서 정책 활동의 전선에 서 있는 이상호 의원과의 인터뷰를 여기에 소개한다.

 이상호 의원과의 인터뷰를 12워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인권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총량을 늘려야 합니다.  
인터뷰어 :
임기중 서울시에서 발생한 사건 중, 장애 당사자로서 당사자 의원으로서 가장 분노했던 인권침해 사건이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이상호 :
시설문제는 지난 1980년대부터 시사프로그램에서 주요하게 다뤄져 왔잖아요. 솔직하게 말하면 침해 안 당하는 데가 없고, 그렇게 문제가 많아서 여러 가지 시도들과 개선책을 냈었던 시설에서 여전히 장애아동의 폭행정황이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공무원들이 감싸 안으려고 하고 이런 문제들이 있었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시설 하나를 없애는게 대안인가. 본질적으로는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총량, 파이를 늘려서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을 해야 된다 라고 해서 그쪽으로 강하게 활동을 했었고 그리고 프레임 전쟁에서 누가 프레임을 먼저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를테면 해당시설을 하나 없앤다는 거는 각론이지, 총론은 아니라고 보는 거죠. 총론에 있어서 지역사회 자립생활의 총량을 늘려나가는 것. 그래서 당사자 조직을 지원하고 활동보조인, 주택, 장애인 콜택시, 버스 이런 것들을 지원해 나가고 확대해 나가는 게 맞다 라고 생각을 해서 프레임 전쟁에서 일정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을 해요. 그것은 진보가 집권하던, 보수가 집권하던 그렇게 갈 수 있도록 해 나가는 거고,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서울시 인권기본계획에 시설생활인 600명 탈출계획이 있어요. 이것은 완전히 혁명적인 거죠. 대한민국 정부 역사상 탈시설 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쓴 게 최초고 그동안에는 다 수사였잖아요. 노력하겠다 이런 거였는데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힌 거는 최초죠. 그거를 실효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시설하나를 문 닫게 하고 그런게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닌가 생각하죠.
 
인터뷰어 :
앞서 말씀하신 것 같은 다양한 활동의 계기가 된 구체적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상호 :
보수나 진보나 구분없이 상시적으로 경계하는 것이 도덕적 누수에요. 대표적인 도덕적 누수가 장애인 문제였고, 그런 것들이 “도가니”를 비롯한 “김주영 열사” 이런 문제들과 시사적으로 맞닿으면서 아까 프레임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장애등급제 폐지라고 하는 것도 한국의 장애운동 역사에서 전기를 마련했다 라고 보여지죠. 그래서 프레임 전쟁에서 주류사회는 승기를 놓쳤다고 봐요. 장애계가 승기를 잡고 있는 거죠. 그런데 자꾸 총론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각론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 운동도 인간의 삶처럼 주기적인 쇠락이 있어요. 항상 고양된 상태일 수는 없는 거죠.  
인터뷰어 :
말씀하셨던 “도가니” 사태를 겪으면서 장애운동의 영향력에 대한 자성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부족한 장애인 운동과 그에 대한 자성론.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의원님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이상호 :
정세는 고양되어 있는데, 대중운동은 위축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해 보면 분위기는 떳는데 뒷심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분위기 떳으면 그에 상응하는 후속조치들을 해야되는 거죠. 지금이 19대죠. 그러니까 17대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탈시설이 정책적으로 채택이 됐고, 18대는 시설 전수조사를 통해서 꽤 많은 시설의 인권문제들이 드러났고, 19대 에서는 “도가니”를 통해서 대국민 정서상 탈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운동, 대중운동은 위축되고 그 실효적 방향성 이런 것들을 설정하지 못했다.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이렇게 숙성이 됐는데, 마치 87년도 서울역회군 했던 것처럼 분위기는 떳는데 막상 주체들은 회군해 버리는 이런건가... 회군? 회군도 아니죠. 사실 치고 나가지도 못했던 거죠. 상당히 좀 안타깝죠. 마음이 아프죠.

 
인터뷰어 :
사회운동이 관성화 되고, 관료화 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이 장애운동의 지점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의원님께서는 장애운동이 관료화 되고,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간다는 비판에 대해 그것이 타당한지, 이런 비판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상호 :
어렵네요. 쉬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이건 저 하나 인터뷰한다고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고 전문가들이 숙의를 해도 답이 나올까 말까 한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말씀을 드려보면 그러니까 운동도 인간의 삶처럼 주기적인 쇠락이 있어요. 항상 고양된 상태일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수세인게 아니라 수세에 빠졌을 때, 대응하는 전략의 문제라고 봐요. 예를 들어서 지금 보면 계층 이기주의도 조금 보이는 것 같고, 보편타당한 인권 가치를 찾는 러프한 장애운동도 있는 것 같고, 장애 민중주의라고 해서 극좌 운동도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주체를 중심으로 한 장애인 당사자주의 이런 것들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을 포괄 협력해 나가는 논의 테이블이 없다는 거고요. 그 논의를 함에 있어서 예를 들어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떤 문제가 있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고,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이냐 라고 하는 큰 덩어리의 총론의 논의가 없다는 게 문제인 거고요. 그럼으로 인해서 좌표의 분열. 조금 더 심하게 얘기하면 좌표의 분리가 문제인 거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 하는 거는 사업성과 운동성이 공존하면서 고려되어야 하는데, 그것들이 편향적으로 분리된 채, 전략적 합의 과정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업성에 준해서 장애 대중들과 접촉면을 넓혀 나가고 인자들을 발굴해서 거기고 이른바 지속적인 활동가 를 발굴해 나가는 재생산의 구조 이런게 없다 라는 거죠. 제가 보기에 주류사회는 대단히 우호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아까 이야기했던 “도가니”를 비롯한 대국민 정서상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커다란 프레임이 있었던 거고 또 하나는 전통적인 운동 방식. 노동자, 농민, 학생의 3대 주력운동이 어떻고, 부문계열 운동이 어떻고, 포스트 콘프레이크가 어떻고, 신사회운동이 어떻고 이런게 다 지나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한 마을운동들이 진행이 되고 있는 거죠. 그런데 그 주류의 방향에서 장애운동의 의제가 전혀 작동되고 있지 않잖아요. 지금 현재 주류운동이 그러면 장애운동은 도대체 뭐냐. 내지는 우리가 연대할 곳은 도대체 누구냐. 이러게 묻는다면 없다는 거죠. 계속 기득권 중심의 운동만 있는 거지 풀뿌리 운동이 없는 거에요. 지역 연합이 있다 손 치더라도 거기도 좀 관료화되어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20대 청춘들이 안 보인다는 거에요. 아주 치명적인 거지요. 이런 것 저런 것 다 떠나서 사람이 있어야 운동을 하는 거지요. 사람이 없다는 거는 좌표의 분열, 분리로 인한 재생산구조의 부재 같은 문제가 총체적으로 맞물린 결과라고 봅니다. 한국사회 전반으로 보면 장애운동을 펼쳐나가기 위한 토양이 그 어느 때 보다 고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 이것들을 협력해 나가고, 교류해 나가고, 확대해 나가야 할 장애운동의 주체들은 대단히 질곡에 빠져 있고 재생산에 대한 고민이 없고 이런 것들이 총체적인 난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인터뷰어 :
그렇다면 현재의 장애인 운동이 장애 대중과 괴리되어 있다는 진단에는 동의하시는 건가요?
 
이상호 :
젊은 사람들이 안 보이잖아요. (웃음) 진단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잖아요. 또 유형을 포괄하고 있지도 못 하거든요.

 
인터뷰어 :
장애 운동의 지도자들이 사업성과 운동성을 양립시키기 위한 제대로 된 논의 구조나 협력 구조를 만들고 있지 못하다는 데서 원인을 진단하시는 건가요?
 
이상호 :
아주 간단히 이야기해 보면 장애 당사자주의를 주장하는 메이저 조직들이 사회모델이 어쩌니 장애학이 어쩌니 하면서 어필은 하고 있으나 의료모델의 성지인 “복지관”을 수탁 받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잖아요. 내지는 유지 강화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자신들의 영역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는 사회운동이 사회의 주류에 영역을 만들 수 없는거죠. 한국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는 거죠.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복지관 무용론을 이야기하고, 복지관 폐쇄론을 이야기해야 되지 않나요? 탈시설을 이야기했는데, 지역사회에서 탈시설을 이루기 위한 운동을 작동시키고 있냐는 거죠. 그러면 내부의 자정의지에 대해서 안되겠다고 하면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모자랄판에 오히려 거기에 포섭되고 투항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조금 심하게 이야기해서 장애인 당사자주의라는 깃발을 내리라는 거에요. 어떻게 보면 대 장애대중사기극 아니냐는 거죠. 복지관이나 시설은 둘째 치고, 오히려 포섭당하고 투항하는 장애 운동 내부의 사람들이 복지관이나 시설에 항복을 하던가, 아니면 운동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지 말던가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말하지 말던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장애 운동이라고 하는 걸 생각해보면 그 사람들을 솎아내야 하는 건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의식있는 장애 운동가들이 복지관을 수탁하고, 그들에 투항한 연합조직을 점거하고, 항복문서를 받아내야 한다고 봐요. 우리의 주장을 확실히 하고, 전선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 아닐까요? 이런게 정리되지 않다보니, 장애인 당사자주의 이야기하면서도 별로 떳떳하지 않고, 탈시설 이야기하면서도 떳떳하지 않은 거죠. 복지관과 대충 정서적 연대를 하려고 하고, 복지부 관료들과의 관계를 들먹이면서, 그런게 마치 자신이 가진 권력의 가늠자인냥 얘기를 하고 하는 내부의 변질이 있다고 봅니다. 복지부 공무원 만나는 게 장애 운동가의 프라이드인가요? 오히려 복지부에 강하게 부딪혀서 장애운동 내부의 요구를 전달하고, 우리가 활동하는 영역으로 만들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너무 냉소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현재 상황이 화가 나는 상황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 복지관 무용론과 폐쇄론을 장애계가 주장해야 된다고 봐요.  
인터뷰어 :
진단하고 계신 장애 운동의 현실에 대해서 조금 더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호 :
여러 가지 진단이 나올 수 있는데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비난이 있죠. 운동 안하고 사업만 한다. 그럼 자립생활센터는 기성조직인가? 아니면 신생조직인가? 신생조직 이잖아요. 신생조직이 그런 오류를 범했다는 것은 기성조직의 지휘책임의 문제가 오히려 1차적인 문제인 거에요. 잘못했는데, 그럼 대안이 뭐냐는 거에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장차법을 법무부로 보내는 문제라던가 복지부의 재단법인을 기재부로 보낸다던가 좀더 빅사이즈로 만들기 위한 그림들을 그리고 거기서 운동을 하냐 안하냐를 얘기들을 해야지. 전망을 주지 못하면서 싸움만 해라? 싸움을 한다고 했을 때, 기성조직들이 동참하느냐와 같은 신뢰가 없는 거죠. 솔직히 그렇잖아요. 그리고 복지관 무용론이나 복지관 폐쇄론을 주의 주장해서 장애계 전반적인 프레임 전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승기를 잡고 승리의 신심들을 안을 수 있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냐를 생각하면, (IL 센터를) 비난하는데, (기성조직들은) 비난에서 자유롭냐 이런 거죠. 더 자유롭지 않죠. 장애인 당사자 조직들이 복지관을 수탁하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자립작업장을 한단 말이에요. 나는 자립생활센터가 아무리 천박해도 자립작업장 보다는 1,000배는 월등하다고 봐요. 정책의 주도권 쥐겠다고 공청회 같은 것을 해도 복지관이 나오나요? 아니면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정책의 주도권을 쥐는 흐름에 동참시키기 위해서 그들을 추동하느냐. 안 하잖아요. 그런데 자립생활센터는 (그런 일들을) 하기는 한다는 말이에요. 못하는 쪽에는 아무런 비판도 못 하면서, 왜 어떻게든 하려는 쪽을 자꾸 흔들고 비난하냐 이런 거죠. 항상 가르치려고 하는 안 좋은 버릇이 있죠. 가르치려는 사람을 동지로 생각할 수 없잖아요. 전세계 모든 사회운동에서 그래요. 그래서 저는 복지관 무용론과 폐쇄론을 장애계가 주장해야 된다고 봐요. 장애학이나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이야기 하는게 궁극적으로는 의료모델에 대한 폐쇄, 무용론 아닌가요? 대한민국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의료모델의 성지에 대해서 커다란 성벽이 쌓여 있는데, 성 밖에서 우리끼리 땅따먹기 하는 거로 밖에 안 보이죠. (기성조직들이) 투항하고 포섭되어 성 밖에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냐고요. 제가 현장에 계속 있었다면 선배들하고 싸웠을 것 같아요.

 
인터뷰어 :
의원으로서는 서로 융합되지 못하는 기성조직과 신생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 오셨나요?
 
이상호 :
당사자 진영을 강화했죠. 종국적으로 의료모델과의 접점에서 실효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탈시설에 대한 주장만 했지.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들을 풀어내지 못했단 말이죠. 그리고 시설에 자립생활센터, 또는 장애인당사자를 봤을 때 그동안 어땠나요? (시설에 당사자들이) 들어갈 수나 있었나요? 하긴 들어가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시설에 대한 자립생활지원사업을 통해서 복지관을 탈시설을 추동하도록 강제를 했고, 자립생활센터나 당사자들이 센터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죠. 그 사업이 종국적으로는 600명 탈출 계획으로 구체화된 거죠. 수사적으로만 탈시설이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인 수치로 이야기하자는 구조는 만들어놨다는 것이 성과죠.
 
인터뷰어 :
그렇다면 각론으로 어떻습니까. 600명 탈출 계획이라는 프레임에 대상자라던가 구체적인 그림은 어떻게 되어 있다는 겁니까?
 
이상호 :
그것은 장애계의 몫이라고 봐요. 예를 들어 여성운동의 성과를 위해, 이런 저런 예산을 만들어 놓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여성 운동의 몫이죠. 아이템은 다 나와 있잖아요. 동료상담이라던가 전세주택 지원이라던가, 틀은 있잖아요. 양의 문제가 있지만, 그런데 이 총량을 두배, 세배 작동시키려고 하면 실제로 탈출의 성과가 나와야 작동이 되는 거죠. 예를 들어 600명이 탈출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600명이 탈출할 걸로 추정을 해서 예산의 틀을 만들겠어요. 실제로 가능하겠다 라는 조짐을 보여야 그런 프레임이 구체화되고 작동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일부를 제외하면 이런 문제에 대한 인지나 중앙 정부를 추동하기 위한 협력의 문제나 현실화시키기 위한 주도권 싸움의 문제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이제 장애계의 몫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할 일 누가 대신해주지 않잖아요.
 
인터뷰어 :
서울을 봤을 때, 자치구마다 IL센터가 있고, 인권센터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한 정책적 도구들이 생긴 것도 있고, 생길 것도 있는데 그것을 외적인 성장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이것이 단순한 직업창출이 아니기 위해서는 내실의 성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의원님께서 현실을 보시는 방향은 어떠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소통과 협력이라고 하는게 지도그룹이 먼저 아래를 봐 줘야합니다.  
이상호 :
제가 문제 제기하고 싶은게, 뭐가 성장을 했다는 건가요? 장애인복지법에 자립생활시설로 들어와 있짆아요. 센터가. 그런데 지역사회 재활시설과 대등한 지원을 받고 있나요? 아니잖아요. 그럼 외적 성장을 했다고 평가를 하려면 기존의 지역사회 재활시설과 대등한 권력? 그보다 앞선 주도권? 이런 것들을 가져야 외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거죠. 저는 평가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거에요. 센터가 배 불렀다. 사업에 매몰됐다. 알고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공무원들이 자립생활센터에 대해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불신이 뭔지 아세요? 바로 행정?회계를 못한다는 거에요. 복지관은 총무팀이 있잖아요. 사업팀에서 총무팀으로 넘어가면 총무팀에서 해결을 해 줘요. 그런데 자립생활센터에는 없잖아요. 그럼 도대체 뭘 가지고 외적성장을 했다고 이야기 하냐는 거에요. 지원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사업성과 운동성을 담보하려다 보니 오히려 기회적평등? 장애인 당사자 조직이어서 다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오히려 열등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사업하려 운동하랴 지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민과 대안 이런 걸 내지 못하고 표피적인 것만 보고 감놔라 배놔라하고 있다는 거죠. 오히려 주류사회의 그런 평가들에 함께 저항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내부에서 그런 비판적 평가에 동조하는 것은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장애계에서 평가되고 있는 대략의 이야기들은 그런 것 아니에요? 컸다. 배불렀다. 이제 운동 안 하냐?이런 거죠. 그러면 기성조직은 어떠냐? 전망을 제시했냐? 비전을 주고 있냐? 자립생활센터가 지역 재활시설과 동등한 지원을 받고 있냐? 이런 식의 평가는 왜 안 하고 있냐는 거죠. 현실과 표피만 보고 비난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비판이라고 말은 하는데 비판은 아니죠. 대안을 주면 비판이 되고 대안이 없으면 비난이 되잖아요. 깊은 논의도 필요 없다고 봐요. 기성조직 내에 대안을 주면서 자립생활센터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냐고 보면 없다는 거죠. 장애계가 그러니까 학계에서도 자립생활센터에 대해 모럴 해저드를 지적하는 것 아닌가요? 그야말로 부화뇌동으로 보이는 상황이에요. 더 성장시키고 더 기회를 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인터뷰어 :
기성조직과 신생조직의 소통과 협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시는 듯 합니다. 그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상호 :
소통과 협력이라고 하는게 지도그룹이 먼저 아래를 봐 줘야지. 아래쪽에서 지도그룹을 바라보고 쫓아다닐 수 있나요? 장애운동의 주기로 봤을 때, 전통적인 장애운동 조직이 있는 거고, 자립생활센터는 누가 봐도 신생조직이라고 평가를 한단 말이죠. 그렇다면 정서적으로 선배들이 먼저 후배들을 찾아가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게 없는데 교류 협력이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는 거죠. 저는 그게 1차적 문제라고 봐요. 그래서 저는 장애운동이 대정부 투쟁 이전에 대내적인 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아까 이야기 했던 투항과 포섭을 일삼고, 비판이 아닌 비난을 일삼는 기성조직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자립생활센터 내지는 자립생활운동도 그 부분에 대한 반성이 있죠. 한 식구라고 생각해서 그냥 대충 넘어가는 측면이 있는 거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대정부 투쟁은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봐요. 내부의 오염을 제거하지 않고, 전선에서 승리한다? 말이 안되는 이야기죠. 배수의 진 쳤는데, 앞에서 투항하면 싸움이 되겠어요? 그런면에서 현재 정치적 전선의 최전방에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자유롭지 못하겠죠.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해 평가가 있어야죠. 예를 들어 “이상호”가 잘 했나 못했나. 이상호가 혼자 잘나서 비례대표가 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장애인 조직들이 먼저 “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에요. 이거 이상한 거죠. 장애운동의 자산, 역사 이것 때문에 이상호가 뱃지를 단 거잖아요. 그럼 장애운동이 “갑”이어야 하는데 거꾸로 되어 있는 거에요. 그렇다면 갑에게 포섭당하고 투항하는 내부에 대한 투쟁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거에요. 장애계가 비례대표를 정치 영역에 보냈는데 잘했는지 못했는지 평가를 해야 될 것 아니에요? 그런데 아무도 안 하고 있잖아요. 열악한 상황에서 성과적 성장을 위한 1차적 책임은 비례대표로 정치에 진출한 사람들한테 있다고 봐요. 그런게 안되면 왜 비례대표를 진출시켰냐는 거에요. 장애계를 위한 성과를 내고 자산을 만들라고 보낸 거 아니에요? 그런데 “갑”이라고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단 말이에요. 마음대로 “갑질”하게 내버려두고 있는 거죠.
 
인터뷰어 :
의원님께서는 소위 기성조직이라고 하는 조직과 사람들이 신생조직이라고 할 수있는 IL센터에 다가서서 비전을 제시하고 협력하는 것이 한국 장애인 운동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이상호 :
한국 장애운동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기대가 있다면 장애운동이 싫든 좋든 의회민주주의를 인정하고 비례대표를 진출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되는 거고요. 예를 들면 가칭 “장애정책의정지원센터”. 아니면 “장애정책지원 협동조합” 이런 걸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건데요. 후자라면 지금이라도 만들어 볼 수 있겠지요.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봐요. 그러니까 우리의 대표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야죠. 현재로 보면 우리는 현장에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 올라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1-2년은 배우다가, 3년차 되면 다음 선거에 끼어들었다가 활동을 접게 되는 거죠. 더군다나 그런 식으로 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장애계의 자산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화 돼서 사라져 버리는 거잖아요. 이런 구조적인 모순에 대해서 장애계가 진단하고 조금 더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되는 거죠.

또 하나 생각해 보면요. 저는 앞으로 세개의 길에 대응해야 된다고 보는데요. 하나는이미 이야기한 정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길이고, 또 하나는 정신적 장애인의 문제에 대한 대응. 저는 향후 5년 내에 정신장애인의 문제가 주도적 의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 과정은 아주 흥미진진하겠지요. 정신장애인은 의료권력과 바로 맞부딪히는 싸움을 하게 될 거에요. 의사들은 병원으로 가자고 할 거고, 우리는 지역사회로 가야 한다고 주장할 거라는 거죠. 신체장애인들은 시설과 복지관이라는 틀이 있었는데, 정신장애인은 의료적 모델과 맞닿아 있잖아요. 마지막으로는 복지관 무용론, 폐쇄론을 주장하는 문제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장애민중주의 입장에서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을 해고 시키자는 이야기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복지관을 하나 짓는데 200억에서 250억 가량이 들고 예산이 1년에 20억에서 25억이 들거든요. 이거를 5개로만 분할해도 지금 복지관 현장에서 이야기 하는 문제들을 꽤 많이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어느 날 갑자기 공무원들이 책임자로 내려온 다던가, 그런데 5개로 나눠버리면 5개에 모두 같은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죠. 그리고 지금 서울시는 시민참여형 복지모델을 고민하고 있어요. 전통적으로는 사회복지법인 같은 것들이 복지관을 수탁받아 왔는데 앞으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수탁받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럼 장애부모? 당사자? 이런 사람들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복지관은 세계적 추세로 봐도 퇴행하는 모델이에요. 한국하고 일본 밖에 없거든요. 건물하나 지어놓고 다 해결해라 이거 아니에요? 이거는 전국민적인 통합이라는 정서에도 위배되는 거고요. 그럼 장애운동이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봐요. 이기고 지고의 문제는 차지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 엄청난 프레임을 작동시키게 될 것이라 보는 거에요. 개인적으로 현재의 장애인 당사자주의라는 것에 불만이 많지만 장애인 당사자주의가 기본적으로 하는 진단은 양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가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의식인 거잖아요. 그러면 주도권을 대표적으로 잡고 있는 게 누구냐는 거에요. 전체적 총량을 100으로 보면 장애인 단체? 5%로 안되요. 나머지 95% 이상은 시설과 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거에요. 이제 지역사회 운동이 장애인 운동의 전망이 될 건데, 풀뿌리를 견인하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과의 헤게모니, 정책과 예산 등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거죠. 조금 과장하자면 저는 이게 없으면 장애운동의 미래도 없을 것이 라고 봐요. 정리하자면, 정치자원을 활용해서 장애정책지원센터, 내지는 장애정책지원협동조합과 같은 영역에서 성과를 가져가는 문제, 정신장애인의 영역에서 의료권력과 투쟁하는 문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복지권력을 가지고 있는 복지관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를 장애운동에 던지는 것이 비전이 될 것이라고 보는 거에요. 그것을 하던지 말던지 말이죠. 시설을 분사하고, 지역사회로 보냈듯이, 복지관도 그렇게 하자는 거에요. 장애계가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도록 세팅을 해 보자는 거죠. 생각해 보면 이 싸움에 최초로 실패한 것이 “장애인 개발원” 싸움이라고 보는데, 장애판정을 국민연금에 뺏겼잖아요. 망신스러운 일이죠. 장애판정을 개발원이 취했다면 그것이 장애계의 영향력 안에 있었을 거에요. 빼앗기고 나니 주도권을 상실하고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읍소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된 거에요. 장애운동의 성과가 퇴행해 버린 거죠.
 
인터뷰어 :
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내용을 정리하자면 기성조직이 비전을 가지고, 신생조직을 추동해 함께 싸워 나가야 장애운동의 성과를 집약해 나갈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이상호 :
(웃음) 제가 대단히 학식이 있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제 식으로 정리해 보면 이런 거에요. 식당이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이 식당에 먹을 게 없으면 안 가죠. 첫 번째로 식당이라는 틀도 없어요. 두 번째로 맛 있는 음식도 없어요. 그러면 안 가겠죠. 그러면 먼저 틀을 만들고, 진정성과 재미를 가진 반찬을 만들어야죠. 그래야 사람이 모이고, 그 안에서 논의도 하고 논쟁도 하고 그러는 거죠. 제 기억에 장애계가 단결했을 때, 우리는 한번도 밀린 적이 없어요. 장애인 복지법이 그랬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그랬어요. 압도적 명분을 설정했을 때 장애계는 하나가 되었었단 말이죠. 다시 주장하지만 내부 투쟁을 통한 진성과 가성의 나눔, 진정성과 흥행성을 갖춘 의제의 선택, 그것을 통한 장애인 연대의 재건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식당이 맛집이 라고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고객이 필요한 거잖아요. 이런 각각의 프레임이 이를테면 프레임 전쟁에 “예스 프레임”과 “노 프레임”이 있어요. 그런데 지난 시기에 장애계가 예스 프레임을 깔았다 말이죠. 장애인복지법, 장차법과 같은 예스프레임을 깔았는데 지금은 어때요? 끌려다니고 있다는 말이죠. 그러다보니까 정부가 견인하고 우리는 그거 아니라고 노 프레임을 깔고 있는데, 아니라는 이야기는 길게 설명해야 되요. 잘 설득도 안되고요. 전략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거죠. 노 프레임의 구조에서 투항하고 포섭당할 거냐. 아니면 되던지 안되던지 우리가 강하게 예스 프레임을 깔고 주도권을 쥐어 볼 거냐. 이 싸움에서 주류사회는 충분히 우리 프레임에 우호적으로 고양되어 있다 말이죠. 어찌보면 우리보다 더. 도가니 사태나 다양한 의제들을 통해봤을 때는 그렇다고 봐요. 그렇다면 이제 프레임 전쟁에서 어떤 틀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수세에 처할 것이냐 공세에 처할 것이냐가 결정되는 기로에 서 있다고 봐요. 정부가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추울거라는 진단이 있잖아요. 그 진단만 하고 있으면, 계속위축되는 거에요.

 
인터뷰어 :
마지막으로 이제 광역시의원으로 마지막 해를 지내고 현장으로 복귀를 해야 하는입장이신데, 기대하시는 2014년도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이상호 :
장애계의 모습은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 질문은 이제 “당신은 무엇을 할 거냐?”라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농담처럼 이야기해왔던 “정규직 수위자리”? (웃음) 그러니까 현장에서 복무해야 되는 건 맞는데, 과거처럼 현장에서 단식하고, 점거하고 하는 게 맞는 거냐? 오히려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 모레 50이 되는 사람이 또 현장 돌아가서 그런 일을 하는 게 나는 한심하다고 봐요. 저는 의제선정이라던가 의제의 확산과 공론화에 기여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봐요. 그런게 공청회등의 사업이 될 수도 있겠고, 글을 쓸 수도 있겠고, 그런 형태의 진일보한 그런... 어쨌든 저는 최초죠. 맘에 들든 들지 않던 간에 최초의 연합공천으로 들어갔고, 현장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현장으로 돌아간 최초의 비례대표 의원이 될 거거든요. 그러면 좀더 혁신적인 모습들을 보여줘야 되는데 요즘 공부를 좀 해 보니까 어느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을 정리하고 적어 놓으면 언젠가 누가 읽어도 읽더라. 그래서 조금 더 공부하고, 생각을 남기고, 문제의식을 조금 더 날카롭게 하고, 의제를 공론화하고 확산시키는 장에 서 있는 게 맞지. 집회나 투쟁의 현장에 있는 건 오히려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거다. 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어 :
의원님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긴시간 성의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이상호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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