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를 태울 비행기가 도착했다. 기내에 들어오자 끝도 없이 사람들이 들어온다. 수백 명을 태우고 하늘 위를 날을 수 있을까? 어떤 기분일까? 모든 초조함을 무시 한 채 비행기는 당당하게 독수리처럼 굉음을 내며 힘차게 치고 하늘위로 올라갔다. 전에 롯데월드에 가서 모르고 탔던 놀이기구를 타면서 느꼈던 심장이 이등분 되는 것 같았던 약간은 그 기분이랄까? 그러나 제 높이에 오르자 독수리가 날개를 수평이 되게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여유로움을 즐기듯 비행기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 평온하였다. 아들은 엄마 손을 놓치면 떨어지기라도 할세라 목숨이라도 걸었듯이 힘주어 꼭 잡았다. 잡은 손에서 땀이 날 정도였다.
잠시 후 우리나라 땅이면서도 이국적 향취가 물신 풍기는 제주도 숙소에 들어서자 중동지역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우뚝 솟은 종려나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저녁엔 비누 체험과 레크레이션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서로 안아주며 하며 친해질 수 있었다. 처음엔 건강한 사람들만 자리 옮기기를 했지만 점차 휠체어 탄 사람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서로 도와가며 게임을 하다 보니 더욱더 친숙해졌고 쑥스러워하며 긴장된 아들도 한층 밝아졌다.
처음으로 하게 된 아들과의 2박3일의 여행이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편지도 쓰면서 거의 잠을 설쳤지만 다음날 아침 일정대로 일어나 제주도에 한 대 밖에 없는 리프트 버스를 으스대며 타고 서커스월드에 도착했다. 기사님이 많이 고생하셨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데 지구본 같은 원통 안에 오토바이를 타고 돌았다.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처음엔 한사람 조금 있다 두 사람 조금 후에 네 사람 아슬아슬 조마조마 사고가 나면 어쩌지? 그런데 또 들어간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저렇게까지 묘기를 해야 하나? 조금만 속도가 안 맞으면 대형사고 일텐데... 그러나 끝이 나고 그 스릴 속에 사고 없음을 감사하였다. 긴장이 풀리면서 나오는 쾌감, 감격, 훈련, 인내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하였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살아있음에 감사하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국제평화 박물관’에 도착하였다. 태풍권 안에 들어있던 제주 날씨가 억수같은 비와 바람으로 다른 추억을 선물하였다. 5분을 걸어야 하는데…….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다 갔다. 우린 휠체어를 끌고 가야하고 비옷을 입어도 다 날아가서 옷이 모두 젖을 텐데... 보는 눈도 있는데 그래도 갈 겁니까? 라고 묻는 것 같았다. 그만둘까? 고민하는데 가이드 선생님께서 더 보여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통했는지 여기까지 왔는데 또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머님이 조금 힘드시더라도 ‘꼭! 꼭 보고 갔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그 순간 염려 근심은 사라지고 그 분 마음속에 담겨진 엄마의 마음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분의 절절한 마음이 나를 적시듯 힘든 마음이 녹아내린다. 고맙다는 말도 못 드렸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정말 고맙습니다. 또 감사합니다!! 이런 분이 가이드 선생님이셔서 정말 행복하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발걸음이 조금은 당당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비바람을 뚫고 박물관에 들어가자 실물과 똑같은 TV에서 많이 뵌 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 계셨다. 세계에서 평화를 외치던 분들이 한자리에 다 모이셨다. 연예인, 성악인 등등...
일과가 끝나고 한가한 저녁시간이 되면 ‘박물관이 살아있다’처럼 피곤한 다리를 서로 주물러주며 노래도 하고 정치이야기로 꽂을 피웠다. 마치 전쟁도 없고 피 흘림도 없고 가난함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즐거운 파티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 같은 생각을 하며 무엇보다 후회를 남기지 않아서 더 기쁘고 행복하였다. 우리예진이 고1때 제주도 수학여행 못 갔는데 고3때 친구들은 아니지만 가게 되어 기쁘고 자원봉사 형들이 있어서 더 좋았다.
그 후 여미지 식물원과 에코랜드 증기기관차도 타고 (정말 힘들었지만) 일출랜도 관람 후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구름이 많아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쉬운 제주공항을 뒤로한 채 비행기는 잘도 올라갔다. 그러자 그 위 하늘은 정말 맑았다. 비행기 위에서 내려다 본 하늘은 백설 같은 눈으로 덮인 것 같고 하얀 구름이 북극 얼음산 같다. 아름다운 장관이다. 황홀하다. 그렇다 우리 삶 속에서 보이는 것만 보고 두려워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더 높은 하늘에 “맑음”이 있듯이 더 열린 눈으로 보이지 않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강릉까지 갈려면 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이 또 걱정이었지만 담당자분들이 끝까지 도와주셨다. 그래서 다칠 뻔도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엄마와 아들이 아슬아슬한 모험을 경험한 멋지고 아름다운 여행이었다. 다음 번 행복 투 플러스도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