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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리포트 : 투표시간 연장 논란을 통해 본 참정권의 이면


투표시간 연장 논란을 통해 본 참정권의 이면 양재일 대표(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나날이 낮아지고 있는 투표율 제고를 위해서, 그리고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는 투표시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과거 41년간 투표 의지만 있다면 문제없이 현행 투표시간 안에 충분히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투표율과 관련된 유불리를 따져서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 반대하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투표시간 연장은 투표율 상승과 연관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낮아진 투표율을 끌어올리고자 기존 투표마감 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2시간을 연장하자 투표율이 약 10%정도 증가했다1).

 투표율이 낮아지면 대의 민주주의 대표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의 정당성과 권위가 낮은 투표율만큼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국의 선거관리위원회는 ‘낮은 투표율의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있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에서 매우 중요하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 투표시간 연장이 가장 현실적으로 쉽고 신속히 시행할 수 있어서 바람직한 방법으로 제시되었지만 왜 하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시행하려는가에 대한 논란으로 논점이 흐려져 당리당략차원의 문제로 치부되고 정당 지지층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있다.

 선거일이 법정공휴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투표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정공휴일은 관공서 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공무원의 휴일을 의미하며 사기업체 노동자의 경우 그 규정을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고용계약 단서 조항이 없으면 선거일은 통상 근무일로 간주하게 된다. 따라서 선거일에 일반기업체들이 정상적인 근무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근로기준법에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으나 사용자를 처벌하려면 투표를 하지 못한 당사자가 사후에 사용자를 고발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어서 실효성이 거의 없다.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정부나 제 3 자가 사용자를 고발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투표시간 연장이 단순히 투표율 제고를 위한 것만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경기 침체로 빠듯한 살림살이에 몇 푼이라도 더 보태고자 일용직 아르바이트 종사자가 늘고 있고, 비정규직 증가, 업종별 특수성으로 인해 직업군에 따라 늘어나는 ‘참정권 소외계층’에게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점 논의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 그림1 - 투표시간 연장 캠페인에 동참한 시민 활동가 ]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하여 사회 이슈가 되자 언론들도 많은 기사를 내보냈다. 몇몇 기사를 보면서 투표권이 있어도 여건상 선거일에 투표를 하기 힘든 소외계층을 보게 되었다.
어느 백화점 화장품판매 종사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젊은 시절 투표권이 처음 생겼을 때는 그냥 무심코 투표하는 것을 지나쳤는데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 교육과 관련된 사회의 여러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싶은 심정에 투표를 해야겠다는 마음 갖게 되었지만 막상 투표를 하고 싶어도 선거일에도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투표를 못할 처지에 놓였다는 사연이 안타까웠다.

 또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캠페인에 동참했던 시민 활동가가 들려준 일화가 생각난다.
19대 국회의원 선거 4.11 총선 때 투표에 참여하자는 투표 독려 운동을 했는데 어느 아줌마가 ‘제가 투표를 하고 싶어도 일 때문에 투표를 못하니 저에게 그런 얘기는 소용이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활동가는 그 분께 투표 독려를 더 이상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투표를 못하게 되니 투표하는 것이 남의 이야기가 되고 점점 더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것은 마치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처럼 여겨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왜 진작 참정권 소외계층에 대해 공론화하지 못했냐이다.

 사실 투표시간 연장과 관련하여 2009년 4월 24일 친박연대 소속 국회의원들이 0시부터 24시까지 투표시간을 연장하자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었다.
발의 취지는 ‘생업에 종사하는 선거인이 본의 아니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는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상임위 차원에서 발이 묶였고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투표시간 연장 사안을 꾸준하게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공론화했어야 하는데 2010년 6.2 지방선거, 2012년 4.11 총선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은 시민사회단체에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선거철에는 비교적 말을 잘 듣는 국회의원들에게 투표시간 연장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선거일에 투표를 못하는 참정권 소외계층의 주권에 대해 그만큼 무심했던 것이다.


[ 그림2 - 각 나라별 투표시간 및 평균 투표율 ]


 투표시간 연장은 단순히 투표율의 양적 증가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투표시간 연장이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참정권 내용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
투표율도 투표율이지만 질적인 개념에서 특정계층의 투표율이 심각하게 낮다면 외형적으로 높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뢰로 2011년 한국정치학회가 투표를 하지 못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표 불참 사유에 대해 ‘근무 등의 문제로 참여가 불가능했다’고 답한 비정규직이 64%에 달했다고 한다.
반면 타워팰리스에 설치된 투표소의 투표율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휠씬 높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회적 양극화의 단면이 참정권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투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참정권 소외계층이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면 투표율의 의미가 퇴색된다. 그렇게 되면 대의 정치인들이 그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지속된다면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권리와 주장이 반영되지 못하고 특정 계층의 권익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투표 시간이 연장되지 않는 한 투표하기 어려운 사람은 여러 직종에 걸쳐 수없이 많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건설 노동자들, 백화점, 대형마트 종사자들, 아르바이트 학생들 등등 참정권 소외계층 대상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우리가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본받아서 사회의 소외계층 복지를 위해 노력한다. 보편적 복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복지 안전망에서 인격적 대우가 보장되듯이 민주주의가 발달한 선진국들이 참정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투표정책을 입안해서 적용하는지 살펴보고 그들의 참정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해야 한다. 투표시간 연장은 과거와 달라진 근무 패턴과 참정권에서 소외되는 유권자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시민단체에서는 지난 11월 8,9,22일에 ‘투표시간 오후 9시까지 연장에 관하여 찬성/반대 시민투표’를 전국적으로 20여곳에서 개최하였다. 오후 6시부터 우리들이 요구하는 투표 연장시간인 오후 9시까지 시민투표소를 열었다. 일종의 오프라인 여론 조사였는데 투표 형식을 빌어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면서 ‘투표시간 연장은 당연하다’는 것에 94%라는 절대 다수가 공감했다. 정치권에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요지부동이라면 결국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국민들이 나서서 요구해야 한다.

 일단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공론화를 했으니 이번에 못하더라도 반드시 다음 선거에서는 연장될 수 있도록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당위성을 꾸준히 홍보하고 선거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압박해야 한다. 아울러 선거일에 기업들이 유급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선거일이 휴무일 아니라 근무를 할 수밖에 없어서 현행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참정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 일본은 신체장애로 인해 투표소 접근에 불편한 유권자들이 자택에서 우편투표가 가능하게 하여 부재자 투표를 확대한 것이라든가, 해상투표, 해외부재자투표 도입, 기일 전 투표제도, 투표소 증가 등등 투표율 증가에 복합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투표시간 연장으로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투표자의 12%~16% 가량 연장된 투표시간에 투표하여 투표율 증가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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