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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niversal :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생각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생각 이희주, 채주현(㈜이타기술 이사/t-broad 서비스기획팀 차장)


Digital Divide를 Digital Connect로

뻔한 질문 하나: IT의 발전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모 통신사의 기업PR은 "사람을 향합니다"를 메인 카피로 쓰고 있었고 최근에는 "사람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으로" 라는 카피로 바꾸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이 중심에 있는 정보통신 사회에서 그 초점이 점점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오히려 기술 자체의 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에만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또 다시 뻔한 이야기를 하자면, 컴퓨터, TV, 스마트 폰 및 태블릿 PC 등의 IT기기 사용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 즉 IT 접근성이 약한 사람들은 정보 습득과 처리 그리고 전달이라는 기본적 행위를 수행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면, 손과 팔이 불편한 사용자가 컴퓨터 사용의 기본인 자판과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조작하기란 매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현실인 것이다. 또한, 치솟는 스마트 기기의 가격과 이를 제어하기 위한 세밀한 터치패드의 사용환경은 경제적 빈곤층과 신체적 약자에게는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는 이렇듯 정보 통신 기술 (ICT)의 격차에서 오는 지식의 불평등이 사회적 격차로 전이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디지털' 이라는 용어는 연속적인 정보의 원래 모습을 세밀하게 나누고 각 요소의 근소치를 계산을 통해 1과 0이라는 이진수로 쪼개어 놓은 정보를 일컫는다. 디지털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나눔'의 속성은 정보의 통신과 저장 시 용량과 노이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부드럽고 어설픈 '아날로그'와는 달리 차가울 정도로 또렷하고 냉정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은 조금 낡은 듯 하지만, 아직까지는 친숙한, 그리고 기계의 간섭이 덜 스며있는, 그야말로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아버지의 낡은 태엽 시계가 그렇고, 카세트 테이프와 오렌지색 공중전화가 그렇듯, 무디지만 굴러가고, 긁히거나 다쳐도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IT기기는 디지털의 첨단을 달리지만, 사람은 그대로인 사회에서 IT의 새로운 혁신이 우리에게는 친숙한 아날로그의 성격을 닮아가는 변화를 이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기 자체인 하드웨어의 견고성이 강화되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 가능한 단말기를 양산하는 기업의 철학이 정립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하드웨어는 그 교체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산업의 시장 경제적 논리와 맞물려 더욱 새롭고 특이한 외형을 가진 기기들의 등장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가 특정 하드웨어에 익숙해 지고 이용방식을 숙지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란 앞으로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하드웨어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모든 혁신이 그렇듯, 혁신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하고 새로운 기술이 익숙한 도구가 되었을 때, 우리의 삷의 일부분이 되는 필수 도구로서의 IT기기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묻혀 기능을 발휘하도록 기업과 정책 마련 기관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역할은 하드웨어보다 더욱 중요하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IT 정보 공유의 평등과 디지털 디바이드를 격차 없이 연결해 줄 수 있는 '디지털 코넥트' (Digital Connect)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감'일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공감을 실현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다. 왜냐하면 각각의 통신 시스템과 플랫폼상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정보 처리 기능을 소프트웨어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예를 들어 보자. 사람은 말을 하고 말을 알아듣는다. 입으로 내는 소리의 차이가 A라는 사물, B라는 행동, C라는 시간, D라는 장소를 구분하고 의미한다. 듣는 이는 이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그 의미를 알아듣고 A, B, C, D에 담긴 뜻을 파악한다. 그리고 공감한다. 이제 듣는 이를 IT 단말기로 가정해 보자. 말하는 이가 A, B, C, D를 가장 효과적으로 기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가 이를 이해를 못하거나 오류를 범해 C, D와는 틀린 의미인 E, F로 인식하게 되면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디지털 코넥트는 이러한 잠재적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완성도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위치정보, 음성인식, 동작인식, 뇌파측정 등과 같이 일상적인 소통 정보와 상태 정보를 혼합 처리하여 그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해독하고 전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생성되어야 한다. 현재의 IT 기술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과 바탕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하고 언제 어디서 누구부터 그 대상으로서 제공받게 할 지를 정하고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일만이 남았다.

 신체적 약자가 정보를 전달 받고 정보를 입력하여 전송하기 위해 사용하는 IT기기는 더 이상 넘기 힘든 장벽이 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보다 손쉽게 이뤄지는, 가벼운 내리막길과도 같은 프로세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다면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다각도로 정보의 입력을 가능하게 하여 사용자의 의지만이 아니라 감성까지도 감지할 수 있는 센서와 간편한 사용성을 앞세운 이용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 할 것이다.



 '사람의 친구'인 개는 주인의 목소리 톤만을 듣고도 기쁨, 슬픔, 분노, 피로 등을 감지한다. 주인이 눈을 마주치면 그 눈빛을 보고 꼬리를 흔들지 내릴지 판단한다.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서가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주인의 의사표현 데이터와 이를 육감적으로 감지하여 반사적으로 나오는 동물적 감각이 어떤 반응을 취해야 할 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디지털 코넥트는 이러한 인간의 수많은 표현 데이터를 컴퓨팅 시스템으로 번역하여 판독하는 기술에 기반하여야 할 것이다. 눈빛, 손동작, 얼굴표정, 몸짓, 체온 등의 데이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표현해 줄 때에, 그리고 청각과 시각뿐만이 아닌 촉각과 후각 등을 통해 정보 전달이 다양화 될 때에 비로소 기술이 투명해지고 정보가 확실해 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기술이 사람을 향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발전하는 것이라면, 기술로 인한 디지털 디바이드는 이제 디지털 코넥트로 전환되어야 할 때이다. 이것은 단지 신체적 약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향후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정보 수집과 소통 수단을 '인간적인' 표현만으로도 가능하게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산업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디지털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는 아날로그가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과 같은 부드러움과 익숙함이 있는, 그러나 옛 아날로그의 허술함을 완벽히 보완한 디지털을 근간으로 하는 아날로그의 세계, 그 안에서 기술은 단순 도구가 되고 디지털 격차는 줄어들고 진정 사람이 중심이 되는 세상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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