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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호의 장애학 : 미국장애운동사, 제7장 일자리 및 보건 접근권(2)


미국 장애 운동사 번역 : 윤삼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제7장 일자리 및 보건 접근권(2)

정신장애인의 범죄화

 1960년대부터 정신장애인 집단수용병원이 대거 폐쇄되면서 -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새로운 항정신병 약물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 이제 교도소가 정신장애인 병원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정신장애인들의 친지와 친구들이 결성한 권익옹호 단체인 전국정신병연맹(National Alliance for the Mentally Ill)의 사무총장 로리 M. 플린은 이렇게 강조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정신병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신병 수감자들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교도관들과 가족들이 이들이 야기한 문제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정신병의 범죄화가 바야흐로 쟁점으로 떠올랐다.”
1997년 가을, 미국 법무부는 정신장애인의 수감이 헌법 위반임에도 정신병의 범죄화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전체 수감자의 10%가 넘는 하루 약20명의 수감자들이 3대 중증 정신병이라고 하는 정신분열증, 조울증, 주요 우울증으로 시달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수가, 특히 청소년층에서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경찰집무집행리더십프로그램 책임자인 셀던 그린버그는 경찰이 좀처럼 맞닥뜨리기 어려운 인질, 테러, 폭동 상황에 대한 직무집행 훈련은 많이 하면서 자주 만나는 정신장애인들을 다루는 기술적 훈련에는 소홀하다고 주장한다.
정신장애인 권익운동가들은 1960년대 이후 정신장애인의 범죄화를 19세기 때 벌어졌던 정신장애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에 비유한다. <뉴욕타임즈> 기사에도 나왔듯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질환자 수용소는 보스턴의 개혁가였던 도로시 딕스에 의해 개혁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딕스는 ‘광인들’이 ‘벌거벗은 채로 묶여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몽둥이와 채찍으로 얻어맞으면서 닭장, 창고, 지하실, 마구간, 우리’에 감금되어 있다고 위급한 상황을 알렸다.”

 그런데 정신장애인들을 병원에서 해방시킨 것이 오히려 재앙을 초래했다.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애초 설계한 대로 계획이 수행되지 않았던 탓이다. 1960년대 정신질환자 시설 폐쇄 계획 입안자 가운데 한 사람인 리처드 램 박사는 지방정부들이 해방된 환자들이 약물과 치료를 비롯하여 적절한 조치를 계속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기반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로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램 박사는 말한다. 하지만 정신병원이나 교도소가 아니라 지역사회 클리닉과 상담사가 상주하는 그룹홈이 정신장애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자 가장 경제적인 방식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1998년 7월 24일 워싱턴 D.C.에서 국회의사당 경비 경찰관 두 명이 편집증적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자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프랭크 리치는 이렇게 주장했다.

아무도 명백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범인 러셀 웨스튼 주니어가 가장 확실하게 역사와 접목시켜 준 것은 다름 아닌 미국 정신보건의 결함이다. ... 치료를 거부하는 다 큰 아이들〔즉, 정신질환자들-역자주〕의 부모들에 대한 지원을 비롯한 포괄적인 정신보건 서비스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그런 게 있었더라면 웨스튼의 부모는 아들을 구하는데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1998년 6월에 약혼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예일대 로스쿨의 천재 마이클 로더의 사랑스러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중증인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1998년에 미국 정부가 지출한 예산은 1950년대 지출한 액수보다 1/3이나 줄었고, 정신과 시설에 있는 정신장애인들보다 교도소에 수감된 정신장애인들의 수가 3배 이상이다. “교도소는 신체적 질병보다 정신적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과학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켄드라 웹데일을 지하철 승강장에서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되어 결국 유죄판결을 받은 앤드류 골드스타인 사건처럼 “끔찍한 머리기사의 맥락으로” 270만명에 달하는 정신분열증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대다수 정신장애인들은 폭력적이지 않다.
골드스타인 사건만 하더라도 그의 행동은 중증 정신장애인의 재시설화(reinstitutionalization)와 이들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가 문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골드스타인이 간절하게 애원했던 치료가 너무 불충분하였고 그가 그토록 목말라했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더욱이 국회의사당 사건의 범인인 러셀 웨스튼 주니어의 기괴한 증상들 가운데 상당수는 “프린스튼대학교의 수학 천재 존 내쉬의 편집증적 정신분열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비아 네이사는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내쉬의 이야기를 ≪뷰티풀 마인드≫라는 제목의 책으로 냈다.

정신장애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들

 정신보건 소비자 운동은 이미 1908년 코네티컷주 정신위생협회(Connecticut Society for Mental Hygiene) - 이 협회는 1909년에 전국정신위생위원회(National Committee for Mental Hygiene)로 이름이 바뀌었다 - 가 설립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단체 설립자 클리포드 W. 비어즈는 끔찍했던 정신질환자 시설 경험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자서전: 저절로 발견된 정신 Mind That Found Itself: Autobiography≫(1908년)을 썼다. 1923년 연방 통계청은 비어즈와 그의 동료들에게 다양한 주립 정신질환자 시설들에 관한 자료를 모아달라는 요청했다. 게다가 전국정신위생위원회는 1920년대 몇몇 주가 채택한 “모범적인 시행 법률들”을 개선할 목적으로 정신장애인 치료법을 바꾸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1950년대에는 전국정신보건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Mental Health), 전국정신보건재단(National Mental Health Foundation), 정신의학재단(Psychiatric Foundation) 세 단체가 통합되어 전국정신위생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Mental Hygiene)로 발족되었다.

 전국정신보건재단은 1940년대 초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주자들이 설립한 단체였다. 이들은 군복무 대신 정신병원에서 대체 복무를 했는데, 그곳의 비인간적인 환경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전국정신보건협회는 1980년에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의 발전을 촉진시킨 정신보건제도법(Mental Health System Act),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 1996년 정신보건균형법(Mental Health Parity Act) 제정에 도움을 주었다. 이 협회는 정신보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질이 개선되면 의료적 돌봄, 복지, 주거, 교도소, 학교와 일터에서의 인간 잠재력의 저하 같은 사회적 비용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1970년대 초, 신체적 장애인들의 권리운동이 등장하던 그 시점에 정신장애인 권리운동은 뉴욕, 보스턴, 밴쿠버 같은 도시들에서 조직적인 소비자 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순종을 강요당하는 수많은 정신장애인 소비자들은 정신병원 폐쇄이 되고 항정신성 약물에 의존할 뿐 의지할 데가 없는데도 정신보건제도는 여기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예전의 정신과 환자들이었던 정신 장애인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장애운동에서도 홀대를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권리 문제를 중심으로 조직화되었다.
이들은 상호지원과 자조를 통해 다른 소비자의 일상생활 및 권한강화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이 경험한 보건체계의 문제점들을 적극 활용했다. 뉴욕시에서 활동하던 정신질환자 자조모임이 1970년대에 와서 정신질환자해방프로젝트(Mental Patients Liberation Project)가 되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와 비슷한 단체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했는데, 이들은 정신질환자 당사자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제 시설수용, 약물 투여, 전기충격 등 당사자의 의지와 상반된 행위를 일삼는 지원 체계”에 맞서 투쟁하였다.
예전의 정신질환자들은 부정적인 고정관념, 낙인화, 차별 때문에 자신의 손상을 숨기기에 급급했으며, 따라서 이들에게 동료지원(peer support)과 합리적 편의는 언감생심이었다. 정신 장애인 당사자인 쥬디 챔벌린은 자기 같은 사람들을 “정신과 생존자들(psychiatric survivors)”이라고 부르며, 이렇게 주장한다. “고정관념은 당연히 사실(facts)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대다수 정신 장애인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직장을 가지고, 학교에 다니고, 전체적으로 볼 때 성공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잘 살고 있다.”
1998년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발간하는 ≪일반정신의학 아카이브즈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정신병원을 퇴원한 정신 질환자들 대부분은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들보다 지역사회에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절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연구는 우울증, 정신분열, 조울증 등이 있는 정신 장애인 등을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이들이 알코올이나 약물을 남용했는지 여부에 달렸지 정신장애 그 자체와는 무관하다.
자신들이 ADA나 다른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정신과 생존자들”도 있지만 정신장애인들을 배제함으로써 ADA을 약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장애운동가들의 확고한 자세에 고취된 생존자들도 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 “정신과 생존자들”은 신체적 장애인과 정신 장애인의 보험 “균형(parity)”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문을 제시했다. 챔벌린이 주장하듯이 “권리 측면의 균형이 아닌 보험금 지불 측면의 균형은 당사자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치료를 강요당하는 사람들을 양산할 수 있다. 정신 장애인들이 권리를 가진다면 이들이 투쟁으로 요구하는 모든 것들이 뒤따라 올 것이다.”

 그러나 버지니아주정신질환자연맹(Virginia Alliance for the Mentally Ill) 회장 리처드 그리어는 챔벌린이 쓰는 용어와 달리 자신의 아들을 “정신질환자(mentally ill)”라고 부르고, 스스로를 “정신과 생존자”라고 부르는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정신장애 문제에 접근한다. 1979년 전국정신질환자연맹(National Alliance for the Mentally Ill)이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사무실을 개소했다. 1990년대 이 단체는 미국 각 주에 지부를 만들고 지원활동을 시작했다. “정신과 생존자들”은 전국정신질환자연맹이 생물학적 정신장애를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리어는 자기 단체가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유용한 뇌 연구를 촉진한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한다. 한편, 전국정신건강협회(National Mental Health Association)는 사회-생물학적 정신의학 접근법으로 정신장애에 대처함으로써 개인의 특정 욕구에 맞는 “소비자-중심” 전략을 추구한다.

 전국정신질환자연맹은 다수의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외래환자를 억지로 병원으로 데려가게 하는” 법률을 대체로 지지하는 반면, 전국정신건강협회와 “정신과 생존자들”은 그런 법을 격렬하게 반대한다. 이 세 단체가 근본적인 가정부터 차이이가 나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회원 구성 때문일 것이다. 전국정신질환자연맹은 주로 “정신질환자”의 친척, 가족,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과 생존자들”은 정신장애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국정신건강협회는 정신장애 청소년의 부모들을 비롯한 지원활동가, 소비자, 서비스 제공자들과 연결된 우산조직이다.
15년 이상 정신건강운동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조지프 로저스는 주거, 취업 같은 다양한 생활 지원방안들이 결합되어 있는 자립(self-help), 즉 자가 치료법(their own treatment)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운영하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이 정신장애인들에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1994년부터 시작된 정신건강투표자권한강화프로젝트(Mental health Voter Empowerment Project)는 소비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젝트의 설립자 켄 스틸은 약물로 자신의 정신분열증을 통제하다가 나중에는 권익옹호(advocacy)를 통한 자가 치료법을 고안하였다. 1999이 되자 스틸의 프로젝트에 자원활동가 70명이 참여하였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일원에서만 “정신건강 소비자” 35,000명이 회원으로 등록하였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분야는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인 4,400백만 명을 중요한 유권자 블록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전국정신건강협회의 지원을 받았다. 전국정신건강협회는 스틸의 시도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렇지만 이 세 단체가 이구동성으로 동의하는 중요한 쟁점들이 있다. 전국정신건강협회, “정신과 생존자들”, 전국정신질환자연맹 모두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을 없애려고 노력한다. 또 이들 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자원 재조정을 통한 탈시설화를 위해 노력한다. 그리어가 지적하듯이 뉴햄프셔주 등 몇몇 주는 다른 주들보다 앞서 이런 모형을 추구하고 있다. 1988년 수정공정주택법(Fair Housing Amendments Act)에 대한 위협이 그룹홈을 위험에 빠뜨릴까봐 모두들 걱정하고 있다.
이 세 단체는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시설 환경에서 빠져나와 15명 이하가 거주하는 그룹홈이나 독신 주택으로 이주하는데 성공했음에도 정신장애인들의 탈시설화는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세 단체 회원들은 정신 장애인 고용의 걸림돌을 제거하려면 정신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들이 합당한 소득(reasonable incomes)을 벌어들이고 있는 동안에도 사회보장 급부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 관련 법률들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약하자면, 전국정신건강협회, “정신과 생존자들”, 전국정신질환자연맹은 관리의료(managed care) 회사들이 비효율적으로 정신 장애인들을 다루고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엉망 의료(mangled care)

 관리의료의 혜택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이 1억4천만 명이 넘는 현실에서,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회장 해럴드 아이스트는 정신장애와 관련된 관리의료를 둘러싸고 보험회사 간부와 말싸움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물었어요. “당신〔보험회사 간부〕은 왜 정신질환자들을 이용하고 있나요?” 그가 말했어요. “그들이 취약계층이기 때문에요.” 정신질환자들에게 방해가 되는 장해물을 가져다 놓으면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런 것에 맞서 싸우는 것을 더 어려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 나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례들을 수 백 번, 수 천 번씩이나 계속 들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재앙과도 같은 이놈의 관리의료에 맞서 더 열심히 투쟁해야겠다고 맹세해요. 그건 관리의료가 아니라 관리비용이에요. 누군가가 말했듯이 “〔관리의료( managed care)가 아니라-역자주〕엉망 의료(mangled care)”일 뿐이죠. ... 그들은 의료 접근성을 유예했어요. 충분한 의료를 제공하지도 않아요. 그들은 아직도 너무 너무 아픈 사람들을 너무 너무 빨리 병원 밖으로 내던졌어요. 그렇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처럼 어떻게 사람들을 더 빨리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들이 하려는 일은 반창고나 붙여 주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람들을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비스타행동보건제도(Vista Behavioral Health Plans)의 CEO 케이스 딕슨은 민간 관리의료 회사들이 필요한 자본과 전문가들을 비관리의료라는 “난장판” - “공적으로 세금을 지원하는 정신보건체계” - 에 공급한다고 주장한다. “정신보건제도” 평가 사업을 하는 컨설턴트인 제임스 리치는 말을 들어보면,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관리의료 회사들은 신체건강의료보다 “정신건강의료”에서 훨씬 더 많은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심한 우울증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즉각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을 뿐더러 우여곡절 끝에 한참 뒤에 받은 치료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그 당시 모든 지역에서 20~30% 정도는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아예 받지 못했거나, 설령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받았다손 치더라도 문제에 대처하기에는 치료 시간이 너무 짧았다.”

이중 보건의료체계

 관리의료 기관들은 장애인, 저소득층, 더 많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의 욕구에 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애인들의 경우는 보건서비스를 더 자주 사용하는 편이고 전문 치료와 장기 치료를 더 많이 요구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환자들에게 맞춰 설계한 “할당 지불제(capitation payment)”〔사람의 수에 따라 의료 급여를 지불하는 제도-역자주〕 구조가 잘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미국의학협회저널>은 “노인층과 만성질환을 가진 빈민층은 무료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메디케어(Meidcare) 같은 건강관리기관(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에 의존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고” 보도했다.

 1998년 가을부터 메디케어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과 노인은 새로 생긴 다양한 서비스 방식들, 가령 전통적인 메디케어, 건강관리기관(HMO), 의료저축계좌(Medical Savings Account) 등 여러 보건제도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노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비싼 보건의료 서비스가 많이 필요한 만성질환 수급자들은 의료저축계좌 탓에 상처를 받곤 했다. 의료저축계좌의 공제 한도 안에서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보건제도들 - 이 제도들은 메디케어 플러스 초이스(Medicare Plus Choice) 조항에 모두 들어 있다 - 은 모두 민간에서 운영된다. 그래서 이 정책에는 돌봄 서비스를 줄이기 위한 재정적 유인들(incentives)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고, 이 때문에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수정된 보건체계는 메디케어에 대한 연방 지출을 축소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 주는 쪽으로 설계되었지만, 보험회사들이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불안하게 시작되었고, 정부는 엄청난 업무 - 3,900만 명이나 되는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복잡한 선택 방법을 교육시키는 일 - 를 수행하려고 했다. 연방 지출을 줄이기는커녕 종류가 점점 더 많아지는 메디케어 제도들 때문에 연방 지출이 오히려 더 늘어났고, 수혜자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게다가 1998년에는 메디케어 수혜자 40만 명이 건강관리기관(HMO) 서비스 수급권을 박탈당했다. 메디케어의 미래를 논의하는 연방양당협의회(National Bipartisan Commission on the Future of Medicare) 회의 때, 그레이 팬더스(Gray Panthers) 회원 수 십 명이 몰려와 노인들은 전통적인 메디케어 체계가 위협당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시위를 벌였다. 노인들은 양당협의회가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면서 “메디케어 축소 반대”라는 피켓을 치켜들었다.

 장애운동가들은 수혜자의 경제적 수준에 기초한 이중 보건의료체계(two-tier health care system)가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농후해 졌다며,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였다. 예를 들면, 1997년 제출된 카일 수정법안(Kyl Amendment)은 보험시장이 견뎌내든 말든 의사들이 메디케어 수가보다 더 많은 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카일 수정법이 나오기 전에는, 메디케어 수가를 수용하지 않는 의사들은 메디케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었다. 보험 수가 보다 많은 돈을 받는 의사들은 2년 동안 메디케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된다. 약96%의 의사들이 메디케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의사들은 메디케어 환자들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듯 더 높은 수가를 지불하면 메디케어 수가로만 치료받는 환자들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생겨 이른바 이중 시스템이 확립될 것이다. 뉴욕주노인행동위원회(New York StateWide Senior Action Council) 협동집행위원장 라니 생젝은 이렇게 질문한다. “이중 시스템이 도입되면 보통 사람들은 더 나은 기술과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특별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 가령, 장애인들, 가난한 자들도 이런 혜택을 받을 있겠는가?”

 내구재 의료장비, 보조공학, 활동보조 등 건강보험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요구사항들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미국에서 의료시책으로 추진된 관리의료는 그 대안이 아닌 게 확실하다. 이 같은 보건의료체계는 만성적 건강 문제가 아니라 중증 건강 문제에 대처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장기 서비스와 지원이 제공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를 테면, 테네시주가 1993년 갑자기 주내 모든 메디케이드 수급자들을 관리의료체계에 편입시키자, 다른 주들은 이 졸속 실험을 따라 배웠다. 이 제도 덕분에 전에는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의사와 서비스가 결합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 장애인과 노인들 - 은 혼란스러워했다.

 건강관리 기관들이 비싼 의료 서비스를 자주 사용할까봐 장애인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부터 주요 의료 조치 급여를 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상당수는 예전에 건강 상태가 양호한 사람들이었는데 건강관리 기관을 이용한 이후에 심하게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생긴 사람들이었다. 생젝은 건강관리 기관들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메디케어 이용자들, 즉 가시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을 “엄선하기”위해 종종 사용하는 환자 모집 전략 하나를 소개한다.

건강관리 기관들은 잠재적 이용자들을 호텔의 아침 식사에 초대한다. 기관의 대표는 메디케어 수혜자들에게 자기 기관에 참여하라고 능란한 말로 꼬드긴 다음, 회원으로 참가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걸어서 2층으로 올라가 서명을 하도록 한다. 건강관리 기관은 이런 식으로 집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사람들, 차를 타고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 또는 계단을 오르기 어려운 사람들을 배제시킨다. 건강관리 기관들은 잠정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의뢰인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이렇게 제거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건강관리 기관들은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 요건에 맞는 보험제도에 참여하라고 사람들에게 조언한다. 그러나 연령은 바뀌기 마련이어서 모든 연령에 맞는 의료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처음에 적절한 것으로 보이는 보건제도가 의뢰인들이 치명적인 질병이나 사고를 당한 뒤에는 완전히 부적절한 것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예상치 못한 의료 상황에도 적용되는 생애주기별 급여를 요구한다. 건강관리 기관의 의료 책임자였던 린다 피노 박사는 의사들의 뇌간(brain stem) 발작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말을 할 수 없는 젊은 여성을 위한 컴퓨터 음성합성기 요청을 거절하는 기관들의 논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 여성은 폭스바겐 같은 보건제도를 구매해 놓고 캐딜락 같은 의료를 원한다.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것〔건강관리 기관이 분류해 놓은 것〕에 맞게 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장애의 종류가 무수하고 최첨단 치료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관리의료 기관들은 필요한 모든 서비스들을 다 갖추려고 하지 않는다. 특별한 전문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결정하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는 개업의사나 내과 전문의인 경우가 보통인데, 이들은 특정 장애를 다룬 경험이 없거나 누가 적절한 전문의인지조차 모를 때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 의료센터의 스튜어트 재미슨 박사는 이렇게 관측한다. 환자가 전문의에게 배정되더라도 건강관리 기관은 “의사 한 사람이 다른 의사를 능가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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