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포럼칼럼 : 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를 위한 경제민주화


더불어 사는 행복한 경제를 위한 경제민주화 이현숙 소장(한겨레경제연구소)


 최근 영화 <남영동 1985>가 화제 속에 상영되고 있다. 영화는 국민의 숨소리까지 검열하던 군부독재 시절, 한 민주운동가의 참혹한 고문현장을 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이야기처럼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여정은 힘들고 험난했다. 결국 우리는 독재 권력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일궈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을 하며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게 되었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나라를 만들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제는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로부터 27년이 지난 2012년 대한민국, 다시 민주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에는 민주화 앞에 ‘경제’란 말이 붙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루면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민주주의를 이뤘는데 먹고 살기가 더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 그림1 - 영화 ‘남영동 1985’ 민주운동가의 고문 장면 ]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간 많은 이익을 냈다. 경영을 열심히 했고 운도 좋았다. 이웃나라 일본 기업들보다 물건을 싸게 잘 만들어 수출도 잘했다. 그런데 대기업과 함께 했던 중소기업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대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 중소기업은 제값을 받지 못하더라도 물건을 내줘야 했다.
 돈을 많이 번 대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렸다. 작은 회사나 개인이 하는 사업 부문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기업들이 뿌려 대는 돈을 감당하지 못한 작은 기업이나 개인사업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통업에서 대기업의 위력은 컸다. 엄청난 규모의 현대식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인근의 재래시장 가게나 동네 가게들은 버텨 내기 어려웠다. 대기업은 회사에 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경기가 어렵다며 직원들을 해고했다. 신규채용도 줄였다. 그리고 사람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똑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절반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았다. ‘청년백수’ 100만과 비정규직 600만에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에 사회복지 지출 비율은 꼴찌 수준이고, 노동시간과 산재사망률은 모두 1위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걸까?


[ 그림2 - 각 나라별 공공복지 지출 현황 ]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는 최우선의 공약이 되었다. 경제민주화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공약의 제일 앞자리에 자리매김했다.
경제민주화 문제의 한가운데 재벌이 있다. 이 때문에, 경제 민주화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출총제)’, ‘부당내부거래분리’ 등의 구호가 나온다. 요지는 “개인들도 장사해 먹고 살 수 있도록 대기업이 너무 이것저것 막 하지마라”, “하청회사들에게는 물건 값을 터무니없이 깎지 말라”, “재벌 대기업들이 총수 가족이 하는 회사에 막 퍼주는 일을 하지마라”는 것이다. 그리고 재벌들에게 ‘지배경영체제 투명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한다. 재벌총수들이 마음대로 회사를 휘두르지 말고, 기업들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행동을 하지마라는 뜻이다.

 여야 후보의 경제민주화 내용을 따져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눈에 띈다. 골목상권 보호, 일감 몰아주기, 경제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계열분리명령제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해법은 차이가 난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방법에서 여당은 출총제 부활보단 공정거래법 강화를 꼽는다. 대기업 총수 가족의 소유 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고쳐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은 재벌의 순환출자 금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를 통해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며 계열 기업을 확장하는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양편 모두에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최근 여당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대선 출마선언 당시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규뿐만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중요 경제범죄 재판에 대한 국민 참여 등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안한 주요 경제민주화 방안을 채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의 재벌규제 방안은 실현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출자총액제한제를 비롯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부터 실효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규제들을 과연 사회적 갈등 없이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119조 2항에 경제민주화가 담겨져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헌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새로 들어간 조항이다. 헌법 1조가 정치 민주화를 말했다면, 119조는 1항에서 ‘경제상 자유와 창의성을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정하여 자유시장 경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2항에서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함께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이를 위해 ‘시장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경제민주화는 다양한 경제 주체 및 지역 간에 균형 있는 성장과 소득 재분배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제민주화 담론은 재벌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 물론 재벌 개혁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좀 더 다층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재벌문제 해결의 실효성을 차치하고라도 한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조화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경쟁과 효율만이 아닌 협동과 신뢰의 ‘사회적 경제’도 함께 해야 한다. 그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는 대안경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왔다. 사회적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서, 사회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삼는 조직이다. 협동조합은 주주가 아닌 구성원이 참여하는 민주적 지배구조를 조직 운영의 핵심으로 삼는다. 사회적 경제 분야의 다양한 주체들은 이웃과 더불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적 이익이 지역사회의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들의 노력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줄 때 경제민주화의 실현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 표1 - 대선 후보별 경제민주화 정책 비교 ](자료: <한겨레21> 933호 2012.10.29)


대선 후보별 경제민주화 정책 비교
대선 후보별 경제민주화 정책 비교
정책 박근혜 문재인
일감 몰아주기 정기 실태조사와 직권조사 과징금 부과, 과세강화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 현행 9%) 추후 발표 4%로 강화(2009년 이전 환원)
순환출자 금지 신규 출자 금지
기존 출자에 대해 의결권제한 검토 중
신규출자 금지
기존 출자는 3년 내 해소
출자총액
제한제도
없음 10대 대기업 집단에 재도입
(순자산 30%만 출자)
지주회사
규제 강화
없음 2007년 이전으로 환원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상한 200%→100%)
지배구조 개선 없음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기업 총수 횡령ㆍ배임에 대한 집행유예 방지 유죄판결 때 경영 배제
불법행위 대기업 총수의 사면 제한 기업범죄의 사면 제한
기타 추후 발표 중소기업부 신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