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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접근성 인증, 국가가 관리해야 하는가? 김종욱 (사회적기업 웹와치 이사)

 국가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의 국회통과 후,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 홈페이지(www.msip.go.kr)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예고 되면서 개정 법률의 실제적인 시행이 가까워졌다. 개정 시행령의 내용 중에, 법률 개정 시 도입된 웹 접근성 관련한 인증기관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시행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웹접근성 품질인증기관의 지정 기준 및 신청, 지정절차, 인증기관 지정서의 발급 및 유효기간, 재지정 절차, 지정취소 및 업무정지 기준, 지정취소 절차, 의무 등(안 제31조의2부터 제31조의4까지, 제31조의8 신설)
- 웹접근성 품질인증의 기준 및 신청, 절차, 인증서의 발급 및 유효기간, 인증의 표시 및 홍보 등(안 제31조의5부터 제31조의7까지 신설)
- 웹접근성 품질인증 심사에 소요되는 수수료(안 제46조 신설)

 국가정보화기본법의 개정에서 웹 접근성 인증기관 지정 논의는 2011년부터 언급되어 왔던 내용으로 새삼스럽지는 않다. 문제는 법률 개정안 최초 제출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웹 접근성 인증 시장 간의 환경이 많이 달라져 있어 시행 환경에 대한 일부 우려와 구체적인 인증기관 지정, 운영 방안을 담을 고시 내용은 아직 나와 있지 않아 많은 궁금증과 답답함을 낳고 있다.

2011년 웹 접근성 인증기관 지정에 관한 입법의 배경에는

 첫째, 장차법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대상 범위 확대로 웹 접근성 인증 수요의 증대 예상 둘째, 행안부에서 인증하던 품질마크의 법적 근거의 마련 셋째, 민간인증기관의 인증제도와 정보화진흥원 인증제도간의 국가지침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있어서의 이견과 인증 기준 편차의 정리 필요성 넷째. 그에 따른 민간 IT업체 및 장차법 적용 대상 웹사이트 운영 회사 등의 시장에서의 혼선에 대한 불만에 대응

등이 법률개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법률적 정비와 대응에 나선 것은 당연하면서도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입법 당시 위의 문제들의 해결방안으로 인증제도 통폐합 내용으로 개정하고자 한 의도는 좋았으나, 2년여가 지나 이미 웹 접근성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와 그 산하의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관련 기업의 입장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철학적으로 웹 접근성을 인증 제도를 다루는데 있어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 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이미 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입법 예고된 마당에, 뒤늦은 군소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웹 접근성 인증제도 시행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 질문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식품 같은 국민의 먹을거리나 국가 안보의 경우처럼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의 인증제도 수립은 국가운영과 국민 생활에 매우 민감한 사항으로 국가의 통합 인증제도 도입을 통한 시장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통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국민들이 동의하는 일이다.

 그러나 웹 접근성의 인증마크 제도를 통합 하고 지정기관을 통해 운영 한다는 것이, 위에서 지적한대로 국가운영의 심각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것은 정보접근권이 식품이나 국가안보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굳이 이것을 시장의 자율 경쟁이 아닌 국가가 단일한 마크로 통합해야 하는 것이 궁극적인 입법취지와 방향에 맞느냐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다양성을 보장하고 자율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와 제품이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장원리이기 때문에 민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검증받고 성장하도록 인증 제도를 유도 하는 것이 보다 낳지 않을까 싶은 것이고, 현재 인증시장 역시 그와 같이 긍정적으로 조정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법률에서 나타난 다양한 입법의 취지는 담당 주무부처가 민간인증기관과의 협력과 대화를 통하여 ― 인증기준에 대한 통일성 강화, 최신 웹 기술에 대한 웹 접근성 연구와 지도 편달, 시장의 다양한 형태의 접근성 영역과 경험의 공유 ― 등을 주도함으로써 대부분 풀릴 수 있는 문제점들이다.

 두 번째로, 민원성 전화로 이어졌을 시장에서의 혼선과 불만제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 해소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장애계 인증기관들의 인증심사 기준이 웹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의 제고와 인력의 확충, 심사 경험의 증대로 인해 보다 합리적이고 누구나 수긍 가능한 심사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개발사들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를 넓이고 있고, 웹 접근성을 만족하는 개발 습관(?)과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으며, 몇몇 기업은 기업 웹사이트의 정보접근권을 상시 확보하기 위해 관련 장애인 IT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정보화진흥원의 품질마크 기준과 민간의 심사기준의 차이 등에 따른 혼란과 불만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 수준으로 신뢰성이 없다는 결론에 따라 국가가 통폐합을 할 정도라는 2011년의 관점은 사실상 이제는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그동안 시장에서의 혼란의 일면에는 지침 해석의 모호성과 진흥원 품질마크 심사 기준에 대한 심사원들의 적용에서의 편차, 또는 깊이 있는 심사가 되지 못하는 심사 프로세스, 기술적 내용 기술이 부족했던 보고서에 기인했던 점도 일부 있었음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민간인증기관들의 인증제도 역시, 우리나라의 접근성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고, 장애인 IT인력의 육성과 고용 창출 등,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시장의 확대에 따른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 기업들의 고유한 인증 제도를 국가가 통합함으로써, 각 기업의 자율적인 기업 성장과 노력이 자칫 위태해 질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수십만 개로 추정되는 웹사이트 인증 시장이 있다고는 하지만, 웹 접근성 인증이 의무사항이 아닌바, 각 민간 인증기관들이 국가가 정해 놓은 인증심사비 수입만으로 기업으로서 생존할 수 있게 보장할 수 있는가?는 정말 정밀하게 따져봐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민간분야까지 웹 접근성이 의무화되었고, 정보화진흥원이 민간에 대한 심사 신청을 받고 있음에도 2013년 정보화진흥원의 품질마크 신청 건수가 10년의 최고치였던 약 660건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증시장의 수요가 최소 어느 정도는 되어야 국가를 대신하는 인증기관이 안정적인 인력운영과 심사가 가능 할 텐데, 얼마나 수요가 있고 늘어날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인증 제도의 후발주자인 장애계 산하의 민간 심사기관들의 재정적 취약성과 고용된 인력에 대한 책임이, 국가 인증 수요의 침체나 부침과 맞물릴 경우, 국가인증기관이라는 영광은 있으나, 기업으로서의 생존이 우려되기 때문에, 인증기관 지정과 운영에 있어서 업무의 범위, 심사비용, 심사건의 배분 안 등이 적어도 인증기관들이 생존을 보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이번 제도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인증 제도를 국가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테스트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인증심사 제도를 테스트로만 설계하고 이해하게 된다면,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한 기술 습득과,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접근성이 좋은 사이트가 더 많아지도록 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에 인증심사 제도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증 심사 시 인증에 탈락하는 사이트에 그냥 탈락 보고서만 보내는 것과 심사 과정에서 인증기관이 컨설팅이나 기술 조언을 통해 웹 접근성이 인증 수준에 도달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인증 심사를 테스트이지만 빨간펜 선생님처럼 친절한 기술지도가 결합된 지원의 성격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웹 접근성이 확보된 사이트가 하나 더 탄생 할 수 있도록 인증제도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대한민국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해 옳은 방향이 아닌지 두 번 세 번 고민해봐야 한다.

접근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업체와 IT 인력들에게 인증심사가 엄격한 테스트만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국가지침에 대한 잘못된 이해나 실수에 의한 탈락 위험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접근성 관련 기술습득을 향상시키는 계기로서 포지티브하게 운영 된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인증기관이던, 개발기업이던, 심사를 받는 웹사이트 운영기관이던 모두 보람 있고 만족하며 시장 확대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문제의식인 것이다.

현 민간인증기관들의 웹 접근성 컨설팅 사업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인데, 이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정보접근권의 확대라는 원 사업취지와 인증제도가 서로 맞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탈락의 사유를 아는데, 탈락 결정이전에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인증기관이 알고 있다면, 당연히 제공 되어야 하는 것이다. 컨설팅과 인증을 동시 가능하게 했을 때, 일부에서 제기되는 담합과 부실한 인증에 대한 염려는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를 대신하는 인증기관이 부실한 인증을 했다면, 그것에 대한 엄격한 페널티를 물려 인증기관을 취소하고 필요시 재정적인 과태료를 물린다던지 해서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되는 문제이다. 엉터리 인증을 방지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 그룹(?), 장애인 모니터링단을 통해서 인증기관의 인증 사이트에 대한 정기, 비정기적인 감사 형태의 밀도 있는 점검을 통해 인증기관이 인증 업무를 제대로 하는지는 얼마든지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평가사 제도의 도입 여부, 구체적인 기관 선정 기준 등 준비 할 것이 많아 아직 공청회와 같은 형태의 의견수렴 과정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십분 이해되지만, 적어도 어떤 법이던, 시장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조정하는 일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

법시행이 11월 23일 부터인데, 시행령과 규칙에는 3개월 내에 인증기관 심사 결과를 통보 하도록 되어있다. 인증기관 선정에 3일이 걸릴지 3개월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이 촉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촉박한 시간 때문에 급조된 인증기관 선정이나 제도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공신력을 평가받는 주요 민간인증업체들을 하루라도 빨리 불러 모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각 기관들의 인증심사 프로세스, 인증 관리, 인증제도 시행에 대한 의견, 심사범위와 대상에 대한 기본 협의, 심사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등 무수히 많은 준비가 필요한데 적장 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해당사자인 민간 인증기관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정부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특히, 준비를 밀도 있게 하기 위해서는 바로 시장에서 인증을 하고 있는 현 장애계 민간 인증기관들의 생생한 의견과 정보를 바탕으로 했을 때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안이 나올 것이고, 이러한 과정이야 말로 제대로 된 인증 기관제도와 심사제도의 출발을 보장하는 유력한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현재 입법 예고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인증기관 지정을 원하는 신청기관의 신청에 따라 장관이 이를 검토 지정 또는 반려 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신청 허가제라면, 정부가 역사성이 있는 각 기관의 인증마크를 못 쓰게 하고, 단일한 마크로 통합하기 보다는, 이미 각 민간인증기관의 마크를 사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역사성이 있는 각 인증기관의 마크를 국가인증기관으로 지정되어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관보에 국가 인증기관과 그 기관의 인증마크를 고시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 엄격한 인증기관 지정을 통과 한 인증기관이라면, 마크야 무엇을 쓰던 간에 그리 크게 혼선을 주거나 문제될 일이 아닐 것이고 이미 시장에서는 특별한 혼란 없이 여러 인증기관의 마크가 부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빠르게 변한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게 하면서, 국가를 대신하게 될 인증기관 선정과 운영에서 인증기관의 생존에 대한 책임 부분을 국가가 부담하기 보다는, 원 입법취지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프로세스를 과감히 탈피한 혁신적인 제도로 시행되었으면 한다.

업무를 수행할 기관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 하고, 인증 심사가 제대로 되었는지를 검증하는 방안과, 국가의 웹 접근성 인증 심사 기준을 어떤 웹사이트가 충족하느냐 그렇치 못하느냐의 핵심에 집중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인증기관이 가진 경험과 기술이 시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인증기관 간의 자율 경쟁을 보장함으로써 인증 시장에도 높은 서비스와 합리적 비용으로 생산적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법취지에의 부합, 민간시장 자율성 보장, 시장 확대, 기업성장과 고용창출, 정보접근권 확대라는 국가적 목표를 이루는 데에도 부합하는 최고의 인증 제도로 정착 하려면 이러한 민간의 고민과 의견들이 빠르게 취합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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