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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자!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박윤영(동료상담가,여행작가)
-초보 여행자마저 상냥하게 감싸주는 가을이 왔다.-

 대지를 맹렬히 달구던 열기가 어제보다 덜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하늘은 높아졌고 들큼한 단풍잎 향이 코끝에 닿을 것만 같아 괜히 창밖만 바라본다. 23년 동안 집안 세계가 전부였던 내가 우연한 계기로 <MBC 함께 사는 세상>에 출연해 전국에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도 2011년 가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집 밖을 나서 첫 여행을 나서던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눈부시게 새파란 하늘이 불안한 마음을 토닥여 주었고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들이 온몸을 흔들어 나의 첫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나니 드디어 낯선 공간으로 탈출했다는 해방감이 온몸을 전율시켰다. 콧노래가 절로 났다. 누구에게나 가을은 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그중 장애인이 특히 그렇다. “여름은 더워서 어떡해?”, “겨울은 추워서 어떡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애써 내봤던 용기도 사라졌지만, 이 계절이야말로 주위의 친절한 걱정들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기에 용기 내 볼만 하다.
- 서울에서 2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 가을맞이 하러 경기도 남양주에 가자. -

   

 경기도 남양주시는 서울에서 멀지 않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지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더없이 가까운 거리지만 중앙선만 타고서도 휠체어 장애인이 여행할 곳이 많다. 그중 팔당댐에서 다산유적지를 경유하여 능내역으로 향하는 코스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 휠체어를 타고도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팔당역과 능내역 곳곳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행하였다면 자전거를 타고 같은 속도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신나게 달려볼 수 도 있다.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능내역 추억여행 -

 능내역은 팔당역에서 출발하면 6.4km. 자가용은 20분, 도보로는 1시간 반 남짓 걸리는 곳 이다. 자가용 이용객은 능내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능내역 주변을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으며 휠체어 도보객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팔당역에서 능내역까지 걸어볼 만 하다. 옛 중앙선 기차가 달리던 자리에 곧게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놓였기 때문이다. 자전거가 시원스럽게 달릴 정도이니 휠체어로도 가볼 만 하다. 능내역으로 향하는 내내 가을 물빛으로 반짝이는 남한강이 한편에 펼쳐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있노라면 저 멀리 샛노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어느새 능내역에 다다른 것이다. 나무 아래 벤치는 가는 가을도 아쉬워 오래도록 쉬어갈 것만 같고 언젠가 수화기 넘어 사랑을 노래했을 것만 같은 빨간 공중전화 박스는 노란 은행나무와 어울려 참 멋스럽다. 능내역은 2008년 새 중앙선이 놓이면서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은 폐역이 되었지만, 빛 바라지 않은 추억을 여전히 만들어 내고 있다. 나란히 철로를 따라 걷는 연인들, 함께 라이딩을 즐기는 친구들, 가족 나들이객들이 여전히 추억을 만들고 있다.
또한 능내역은 아기자기 꾸며진 마을 사진관이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역 외관부터 내부까지 수많은 사진이 걸려있다. 대부분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옛 교복을 입고 찍은 것인데 그들의 티 없던 시절을 엿 보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맴돈다. 능내역은 과거와 현재의 추억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 장소로 자리매김하였다.

 반면,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은 탓인지 정문 입구에 자전거 슬로프가 마련되어 있으나 휠체어를 위한 슬로프계단은 없다. 휠체어 이용객들은 정문입구가 아닌 능내역 주차장을 통하여 역 뒤편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자전거 길을 따라 주변에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은데 기차 형태로 꾸며진 카페는 휠체어 접근이 어려우므로 단독건물형태의 식당이나 카페를 고르는 편이 좋다.

 *Tip: 전거 대여료 1시간 3,000원/ 4시간 10,000원
신분증 필요.

 *Tip
능내역 대합실 내부 "고향 사진관"에서는 옛 교복을 입고 자유롭게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역장 관리 하에 운영되던 것이 올해 4월부터는 무임으로 바뀌었다.
- 백성과 한강을 사랑한 다산 정약용의 숨결을 느껴보자! 다산기념관 -

 능내역 추억여행만으로는 아쉽다면 능내역에서 1.5km. 차로는 7분 도보로는 20분 남짓 더 달려보자.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기념관이 나온다. 강진에서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배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다산의 고향을 강진이라 알고 있으나 정약용 선생은 이곳 남양주에서 태어나고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생가가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1990년 세워졌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입구를 따라 서 있는 나무기둥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여기에는 백성을 위한 관리들의 도리를 제시한 목민심서의 구절이 새겨져 있다. 실학자로서 어떻게 하면 백성의 고된 삶을 덜어줄 수 있을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실천하였던 그의 의지를 잘 살린 것이다.


 관람은 다산문화관-다산기념관-정약용 생가 순으로 할 수 있다. 문화관에서는 다산이 설계한 배다리를 이용해 정조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참배하러 갈 때의 모습을 그린 능행도와 500여 권의 저술 서를 살펴볼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다산의 일생을 소개하는 약 25분 분량의 영상물이 자동으로 상영되고 있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다산기념관에는 다산의 친필 서한 간찰(簡札) · 산수도 등과 대표적 경세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사본이 전시되어 있으며 기념관 외부에는 수원화성의 건설을 7년이나 단축하게 하였다는 거중기가 4분의 1크기로 축소 전시 되어 있다. 이것은 역학적인 원리를 이용하여 무거운 벽돌 등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것인데 그 시절 다산이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또 다른 발명품이 나오지는 않았을지 관람 내내 상상력을 자극하게 한다.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배를 이어 만든 배다리를 건너면 다산의 생가 여유당이 나온다. 이곳은 건축물의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 나무데크가 휠체어의 접근을 돕는다. 여러 문화유산 및 유적지를 방문하다 보면 가끔 그곳의 정취와 어울리지 않아 옥의 티와 같은 편의시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곳 에서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끝까지 불편한 마음으로 관람하게 되는데 여유당은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이렇게 다산기념관 곳곳에는 슬로프와 장애인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나 아쉽게도 다산의 묘지는 접근이 불가능 하다. 생가 뒤 나지막한 언덕 위에 다산선생과 부인(풍산 홍씨)의 합장묘가 있지만 이 곳은 계단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으나 아쉬움은 다른 즐거움으로 채워보자. 다산기념관의 또 다른 즐길 거리는 “다산 문화제”이다. 남양주시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매년 이곳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9월 5일(목)~9월 8일(일)까지 27회를 맞이한 다산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취타대’, ‘어사행렬’ 등 화려한 포퍼먼스와 차와 풍류를 체험하는 ‘헌화’, ‘헌다례’ 등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매년 축제 정보를 미리 확인하여 특별한 추억을 남겨보아도 좋겠다.

 *Tip:다산문화제: http://www.nyjdasan.or.kr/


 여행지에서 맞는 두 번째 가을이다. 처음 느꼈던 여행의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남양주의 가을 정취가 여행의 설렘을 여전하게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한강은 특별하다. 소박하지만 자연을 닮아 아름답다. 탁 트인 자전거 길을 거닐다 보면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와 묵직한 내 마음을 가볍게 한다. 언제까지 가만히 앉아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릴 텐가. 당장 이번 주말 경기도 남양주로 가을맞이 떠나보자.

 Info:)
-팔당역: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 349/ 전화 1544-7788
중앙선이용 시, 용산역-팔당역/ 청량리역-팔당역
-능내역: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124-5
-다산유적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산85-2 /전화 031) 590-2481, 2837/ 입장료 무료/
http://www.nyj.go.kr/dasan/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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