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숙원사업이었던 한반도 대운하가 정치권과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치자, 2008년 6월 19일 대통령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반년도 지나지 않아 MB는 홍수와 가뭄피해의 근본적 해결, 지구촌 물부족 사태를 대비한 물 확보, 수질개선과 생태 복원, 지역주민을 위한 수변공간 조성, 강 중심 지역발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4대강 살리기사업’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MB는 4대강 사업은 운하가 아니라면서 “임기 내에는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간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보 건설은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계획 수립과정에서 준설 수심이 2.5m에서 6m로 변경된 것은 대운하 추진을 위한 전초작업이라 지적해 왔다. 이에 MB정권은 4대강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불순한 외부세력으로 지목하며 적으로 몰아 적극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강을 지키기 위해 몸을 내던진 활동가들,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농민들에게 벌금을 구형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MB정권은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4대강 비판 진영에 대해 철저히 귀를 막고 국가의 모든 권력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여왔다.
그리고 올해 2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민주당 국회 상임위 간사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4대강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항인 만큼 객관적이고 투명하고 철저하게 의혹이 남지 않도록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0일 감사원이 4대강사업이 한반도대운하를 재추진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었다는 문서들을 공개하면서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며 4대강사업의 실체를 비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사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6일 정흥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의 전문가를 배제하고 중립 인사들로 ‘4대강 사업 조사·평가 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22조원의 혈세를 들여 강이 파괴되는 동안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4대강 조사평가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8월 6일부터 9일까지 4대강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낙동강을 중심으로 남한강까지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란 이름으로 민주당 ‘4대강 사업 진상조사위원회’와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창녕함안보에서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조사 4일 전부터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고 있었지만 창원 시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물은 여전히 물감을 풀어놓은 듯 푸르디푸르렀다. 보트를 이용해 정밀 수심 측정을 한 결과 창녕함안보 밑 바닥보호공이 끝나는 부분부터 600m 길이의 세굴(강한 물살에 의해 강 바닥이 파여 나가는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두 달 전 보강공사를 마친 합천보의 파이핑(콘크리트 구조물 밑으로 물이 세는 현상)현상도 여전했다. 수자원공사(이하 ‘수공’)는 산에서 내려온 지하수라 반박했지만 기후나 지형을 따져본다면 이는 파이핑 현상으로 물이 새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 2013.08.06 낙동강 함안보 위에서 상류방향 >
다음날 찾은 강정고령보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기습 폭우에도 물은 여전히 녹색 띠를 두르고 있었다. 물을 가두고 직선화 작업을 했지만 굽이 흐르는 강의 관성에 따라 여기저기 침식이 일어났다. 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던 버드나무들도 계속되는 침식으로 뿌리가 물에 잠겨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 하나 찾지 않는 달성보 인근의 개진생태공원은 그야말로 망초와 무성한 잡초만이 조사단을 반겼다. 이미 성인 허리까지 자란 망초들 때문에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조차 힘겨웠다. 생태공원이라고 하지만 황무지에서 가장 잘 자란다는 노란겹달맞이꽃이 보였다. 그 어느 곳에도 낙동강과 어울리는 생명체는 없었다. 고통 받는 것은 말 못하는 동물과 식물뿐만이 아니었다. 4대강사업으로 높아진 지하수 탓에 칠곡보 근처의 농지는 침수되었다. 조금만 땅을 파 보아도 물이 샘솟는다. 이런 곳에 작물이 버텨낼리 만무하다. 다 썩어버린 작물들을 보며 농민들의 속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 2013.08.07 낙동강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하빈양수장 아래 버드나무 군락 고사 >
조사 3일째 찾은 경북 상주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콘크리트 제방 곳곳의 벌어진 틈에 시멘트를 바르고 철판을 덧댔다. 콘크리트 사이에 균열이 생기고 물이 흐르면 보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해요인이다. 상주보는 좌안으로만 수문이 배치됐는데, 이는 설계 잘못이다. 강한 물살에 의해 상주보 하루 제방이 유실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10년 빈도의 가우에 하류 제방이 무너진 적도 있다. 다음으로는 모래가 흐르는 강이었던 내성천을 찾았다. 마지막 4대강 사업현장인 영주댐 건설로 댐 건설현장 바로 아래 미림 강변은 쓸려간 모래만큼 다시 모래가 공급되지 않아서 거친 돌들이 광범위하게 드러나는 장갑화 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미림의 강변은 더 이상 모래강이 아니었고 이런 현상은 앞으로 내성천 전체수계로 점점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낙동강 중하류 수질개선의 편익이 86%, 홍수조절의 편익이 0.2%로 나와 있다. 댐이 없어도 잘 흐르는 물을 가둬놓고 그 물을 흘려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불행히도 정권이 바뀌고 4대강의 참상을 매일같이 겪고 있지만 아직도 공사는 진행 중이다.
마지막 날은 남한강으로 이동했다. 4대강사업 이후 여주에서만 신진교, 용머리교, 세월교, 전북교, 복대3리교 등 5개의 교량의 기둥이 사라지거나 아예 내려앉았고 옥촌저수지 제방은 붕괴되었다. 폭격을 맞은 듯한 현장들은 아직도 위험하게 방치되어있다.
< 2013.08.09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 복대리 복대3리교 붕괴현장 >
조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날, 4대강 보 건설과 녹조 확산은 개연성이 있다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발표가 들려왔다. MB정권의 이만의 전 장관은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했고, 이어 취임한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역시 “현실상황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은 기후변화 적응 프로젝트로 필요한 사업이었다. 몇 년 뒤를 상상해보면 4대강 주변은 친수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경부 장관으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MB정권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환경부가 드디어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는가 싶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의 공로로 환경부 관료 36명이 훈·포장을 받았고 여전히 4대강 찬동인사들은 환경부 내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강이 파괴되는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환경부의 반성이 와 닿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4대강 반대가 정치적 반대라는 누명을 쓰고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것이 환경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싸워야 하느냐고 묻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환경단체는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환경단체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본연의 업무를 다해야 한다. 무조건 짓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22조원의 세금을 쏟아 붓고 매년 천문학적인 보수·보강 비용이 들어가는 4대강 공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언론이 귀를 막고 입을 닫아버린 순간에도 끊임없이 4대강사업에 문제제기를 해왔던 환경운동연합은 지금이라도 수문을 개방해 강이 흐를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말해왔다. 자연은 잠시 빌려 쓰는 후대의 자산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건 보에 갇혀버린 물이 아니라 강 본연의 모습으로 반짝이며 흐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