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 마중가던 날
박민경
낯선 바람에
멈칫 움츠리는 가을 속
숨은 클로버 한 잎, 두 잎, 세 입
찾으러 나선 두륜산 마중
발 딛고 땀 흐르는
꿈꾸던 산행이 아니라도
처음 타보는 케이블카와 산을 오른다.
각기 다른 감정들에 잠기는 시간
저마다 표정들이, 들려주는 사연이
즐겁고도 쓸쓸하다.
낄낄대는 웃음꽃 만발함에
동행의 수다가 요란하고
두륜의 품에 안기어
모처럼 달콤한 공기를 맛보고
민감의 길 타래에 엉킨 자신에게
산의 높음과 웅장함을 보인다.
의지의 상징으로 변해
다가온 멋진 만남
갈대와 억새의 숨소리가 울리고
귀가길 마음엔 고운 빛깔로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