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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도와 장애인인권 권오용 (한국정신장애연대 사무총장, 변호사/MSW)
1. 장애인권리협약과 성년후견제도

 장애인권리협약 제1조에 의하면 장애인은 “완전하고 실질적인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하므로 “장기간의 정신적 손상”을 입은 정신장애인이나 지적 장애인, 고령과 치매로 인한 장애인도 동등하고 차별 없이 협약에 의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도 완전하고 동등하게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도록 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 받도록 하기 위하여 1)장애인 본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 2)차별금지, 3)사회의 모든 분야에 효과적인 참여와 통합의 원칙들을 천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장애인 권리협약 제12조 “장애인의 법 앞에서의 평등(Equal recognition before the law)”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통합에 관한 조항인 제19조와 함께 위 장애인권리협약의 원칙에 따른 핵심조항으로서 장애인의 법적 능력(legal capacity)에 관한 조항이다.

 협약 제12조에 의하면 장애인도 자신의 의사와 선호에 따라 법적 능력의 행사에 있어서 동등하게 존중을 받아야 하고 당사국은 장애인의 법적 능력의 행사와 관련이 있는 모든 입법 또는 기타 조치들이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성년후견은 영미국가에서 Common Law(보통[관습]법)에 의하여 오랫동안 시행되어 온 제도이지만 위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 장애인의 법적 능력을 인정하는 “법 앞에서의 평등조항”에 반한다. 미성년자는 판단능력에 있어서 미숙하고 보호가 필요하므로 성년이 될 때까지는 부모 또는 후견인이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거나 미성년자가 임의로 행한 법률행위를 취소할 권한을 보유하도록 하는 것이지만 성년으로서 자신의 권리와 삶에 대하여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자기결정권은 장애가 있거나 그로 인한 제약으로 인하여 제한되거나 본인이 행사하지 아니하고 후견인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의 법적 평등 조항에 반하는 것이다. 장애로 인하여 법적 능력의 행사에 제약이 있을 경우 국가는 장애인이 법적 능력의 행사를 본인의 의지와 선호에 따라 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장치를 제공하여야 하는 것이다.

 UN장애인위원회는 2012년 9월 27일 중국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의 의사결정을 대체하는(substituted decision making) 기존의 성년후견제도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제도(supported decision making)로 고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고 권고한 것을 비롯하여 그 동안 각국 정부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보고서에 대하여 예외 없이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에 위배되는 의사결정의 대체제도이므로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폐지하고 의사결정을 조력하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제장애기구의 제12조에 대한 해석에 의할 때도 성년후견제도가 협약에 위배된다는 점은 명백하다. 즉, IDA(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 국제장애기구)는 협약 제12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의 핵심조항인 제12조는 대체의사결정제도(후견제도와 무능력제도)를 의사결정을 조력하는 제도(장애인의 법적 능력을 완전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제도)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을 완전히 실행하기 위하여 각국은 민법 또는 유사한 법제에 대한 개정을 할 필요가 있다. 각국은 의사결정능력에 결함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강제적인 정신치료를 허용하거나 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정문제를 처리하도록 다른 사람을 지명하는 등의 법률과 같은 무능력제도, 후견제도, 기타 장애인 본인이 자신을 위하여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 권리를 없애는 법률들은 폐지하여야 한다. 의사결정의 조력에 관한 대안들은 의사결정에 관하여 조력이 필요한 개인들의 개별적인 상황에 맞추어 계획되고 적용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장애인 본인과 그 주변과의 소통이 거의 없는 심한 지적 장애자들을 위한 의사결정의 조력제도를 찾는 것은 매우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장애인권리협약의 규정들이 전적으로 존중되는 조건하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결정의 조력 제도를 시행할 때는 장애인 개인의 의지와 선호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도록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조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법원이 더 이상 장애인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조력을 받도록 명령하는 것과 같은 사법기관의 역할은 크게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IDA’s guidance document, 2010. 5.)

예를 들면 우리나라 정신보건법 제24조, 제25조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정신장애인 본인의 자유로운 동의가 없음에도 후견인인 가족보호자 2인의 동의로 비자의 입원 시키거나 보호의무자가 없는 정신장애인을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신과의사의 진단을 받아 비자의 입원시켜 치료받게 하는 절차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2. 개정민법의 성년후견제도

 개정민법에 의한 성년후견제도의 본질은 법원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의 결정을 하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거나” 가정법원이 “피성년후견인이 할 수 있는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서 법원의 판단으로 “의사무능력자” 또는 “의사능력제한자”에 대하여 심판하고 그렇게 심판된 의사무능력 또는 제한능력자에 대하여는 법적인 의사결정 또는 법률행위를 성년후견인이 대리하게 하는 의사결정의 대체제도(substituted decision-making system)이다.

개정민법의 성년후견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9조(성년후견개시의 심판) ① 가정법원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한정후견인, 한정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한다. ② 가정법원은 성년후견개시의 심판을 할 때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여야 한다. 제10조(피성년후견인의 행위와 취소) ①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③ 가정법원은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에 의하여 제2항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 ④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할 수 없다.

 개정민법은 의사결정권을 후견인에게 전적으로 대리하게 하는 성년후견제도 외에 법률행위를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한정후견, 일시적으로 또는 특정한 행위에 대하여만 후견인의 후원을 받도록 하는 특정후견과 계약에 의하여 후견인을 선임하는 임의후견에 관한 제도도 신설하였다. 그러나 한정후견제도도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하여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미성년후견인, 미성년후견감독인, 성년후견인, 성년후견감독인, 특정후견인, 특정후견감독인,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의사능력이 부족한 “장애인” 등에 대하여 한정후견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한정후견은 본인이 법적인 행위를 할 때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유효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는 무능력제도이며 의사결정의 대체제도이다. 그러나, 특정후견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할 수 없도록 하고, 임의후견은 본인 의사에 의한 계약에 의한 것이므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지만 무능력제도와 후견에 관한 연장선상에서 규정된 것이므로 의사결정의 대체제도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의 조력제도를 마련하도록 하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성년후견에 의한 장애인 등의 권리행사 제한은 매우 광범위하다. 성년후견이 결정되고 후견인이 지정된 정신적 장애인 등은 “일용품의 구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아니한 법률행위”만 제외하고 기타 재산을 매매하거나 시설을 이용하는 등 모든 법적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법률행위를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없게 된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받는 장애인 등의 상대방은 후견인이 법률행위를 사후에라도 추인하지 않을 경우 그 계약 등을 철회하거나 거절할 수 있고, 후견을 받는 장애인이 스스로 선임한 대리인에 대한 위임계약도 종료되고 후견인이 대리권을 갖게 된다.(민법 제690조) 성년후견을 받는 피후견인은 부모나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약혼할 수 있고(제802조), 약혼을 한 후에 성년후견, 한정후견이 결정되면 상대방은 약혼을 파기할 수 있다(제804조). 심지어 결혼도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 수 있고 이에 위반하면 그 혼인을 후견인 또는 상대방이 취소할 수 있다. 성년후견을 받는 장애인 등은 이혼도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제835조), 배우자가 외도하여 낳은 자식에 대한 친생부인의 소도 후견인만이 제기할 수 있다.(제848조) 성년후견인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낳은 자식에 대하여도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인지하여 자식으로 입적할 수 있다.(856조) 입양에 있어서도 후견인이 승낙을 하고(869조), 입양을 하거나 입양을 받는 것도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873조)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은 재산관리 뿐 아니라 입원, 퇴원, 요양원에의 입소나 거주 이전 등 신상에 관하여도 후견인의 간섭을 받고(제947의2), 수술이나 강제입원 등에 있어서 후견인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동의하여 치료나 입원이 강요될 수도 있다.(위 947조의 2) 후견을 받게 되면 의사능력이 회복되어야 유언을 할 수 있고(1063조), 증인이 될 수 없다.(1072조)

 우리나라의 성년후견제도는 성년후견 또는 한정, 특정후견을 받게 되는 무능력자와 후견결정에 대한 판정의 기준에 대하여도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체 시행되고 있다. 우리 민법에 의하여 성년후견결정에 있어서 가정법원판사의 직권과 재량의 폭이 크므로 정신장애인, 지적 장애인, 치매가 있는 노령의 장애인의 많은 숫자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후견이 결정될 경우 장애인권리협약 제12조가 장애인이 본인의 의지와 선호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적 능력을 인정한 취지가 몰각되게 될 것이다. 개정민법의 성년후견제도의 내용은 협약 제12조에서 폐지할 것을 요구한 의사결정의 대체제도로서 전형적인 후견제도이고 유럽이나 미국 등 각 국가의 후견제도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오, 남용될 위험이 많은 제도이므로 이대로 계속 시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장애인권리협약의 취지에 따라 민법의 규정을 폐지 또는 개정하고 현재 각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의사능력의 조력제도를 검토하고 우리실정에 맞는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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