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대부분 어깨에 멋진 배낭 하나 매고 두발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비장애인을 떠올릴 것이다. 여기에다 여행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더 더욱 그리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벗어 버리고 여행을 즐기며 장애인 여행 작가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두발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닌 네 바퀴 플러스 두발로 떠나는 동반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중증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활동보조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루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활동보조인과 함께하는 동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일반적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닌 휠체어의 네 바퀴와 활동보조인의 두발이 함께 떠나는 동반 여행이 되었다.
동반 여행을 시작한지 어느새 2년, 처음 여행을 떠날 때는 ‘과연 내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 두려움 등 여러 마음이 교차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서울 시내부터 한곳한곳 여행을 시작하면서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사라져갔다.
나의 새로운 목표는 여행지를 소개해주는 여행 작가, 그냥 여행 작가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편하게 여행을 즐기도록 여행지를 찾아 소개하는 장애인 여행 작가이다. 그리고 그 목표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도 즐겁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 한곳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져 있는 서서울 호수공원양천구 신월동에 위치한 서서울 호수공원은 옛 신월정수장을 주위의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 놓은 친환경적 생태 공원이다. 넓은 공원 안에는 작고 고운 수십 종의 야생화 꽃향기와 은은한 풀냄새가 가득하다. 벤치에 앉으면 확 트인 시야 사이로 청록색의 크고 작은 나무들이 햇살을 가득 받으며 무성한 가지와 잎들을 뽐내며 오가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산책로가 이정표와 함께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면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호수가 나온다. 이 호수는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식 의자가 특징이다. 의자는 호수 아래쪽까지 설치되어 있고 그 양 쪽 끝으로 경사로가 있다. 이 때문에 호수 앞까지 휠체어가 내려갈 수 있어 휠체어 이용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그만이다.
또 호수 중앙에는 소리분수가 설치되어 있는데 공원 가까이 위치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그 소음을 분수가 감지하여 비행기 소리에 맞춰 41개의 물줄기가 하늘을 시원하게 수놓는다. 비행기 소음을 예술적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강열한 빨간색 100인의 식탁이 자리 잡고 있다. 100인의 식탁은 간단한 간식이나 도시락을 싸와서 이웃끼리 나누어 먹으며 정다운 담소를 나누는 곳이다. 100인의 식탁 뒤편으로는 이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고 쉴 수도 있는 열린 풀밭이 펼쳐져 있다.
< 강열한 빨간색이 인상 깊은 ‘100인의 식탁’ >
넓은 풀밭 안에 다양한 종류의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어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수장 2층과 연결된다. 그곳에는 멋진 등받이 나무 의자가 일렬종대로 호수 쪽을 향하여 길게 뻗어 있어 마치 그 모습이 야외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선탠 하는 모습과 사뭇 흡사하여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 일렬종대로 쭉 뻗은 나무의자 >
등받이 나무 의자 옆쪽으로는 몬드리안 정원이라 불리 우는 생태 정원이 있다. 몬드리안 정원은(어느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구성기법을 도입한 수직, 수평의 선이 조화된 정원) 기존 정수장 침전조를 재활용한 생태수로 수생식물원과 하늘정원이 보기 좋게 조성되어 있다. 또 정수장 침전조를 재활용한 미디어 벽천 ‘수변 태크’는 각종 영상을 볼 수 있는 야외극장으로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다양한 영화와 예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서서울 숲 찾아가는 길]
주소 :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산68-3
문의 : 02-2604-3004
주차 : 유료 10분당 100원
교통 : 지하철 5호선 신정역 => 2번 출구(엘리베이터) => 도보로 25분정도
지하철 2,5호선 까치산역 => 2번 출구(리프트) => 도보로 15분정도
요즘 주변을 살펴보면 장애인들을 위한 대중교통과 편의시설이 많이 활성화되어 마음만 먹으면 전동휠체어로도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여행지를 다니다 길이 좁아져 종종 멀리 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돌부리에 바퀴가 걸려 그 충격으로 도를 닦는 도인이나 한다는 공중부양까지 경험해야 하는데 말이 공중부양이지 정말 아찔한 순간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행에 도전하는 이유는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들이 그 어떤 것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얻는 그 희열감은 여행을 가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인생의 참맛이다. 이 인생의 참맛을 맛보기 위해 조금은 두렵더라도..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여행하기에 좋은 이 계절 ‘혼자만의 여행’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 여행을 즐기는 나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