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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의 눈물 김태흥 소장 (감정노동연구소)

 요즘 감정노동자의 문제가 연일 뉴스를 장식 하고 있다. 이러한 뉴스 속 감정노동자의 문제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
홈쇼핑 광고에 여성 속옷 광고가 나가면 홈쇼핑 콜센터로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의 전화들이 끊임없이 걸려온다. 하지만 그런 전화를 받고 있는 상담원들은 전화를 먼저 끊을 권리가 없어 상대방이 먼저 끊을 때까지 하염없이 듣고 있어야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구입한지 1년이 넘은 상품을 교환해 달라는 손님부터 욕설은 물론 폭력까지 행사하는 손님까지……. 가지각색의 손님들이 드나들지만 직원들은 먼저 사과를 해야 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응대해야만 한다.

하늘위의 진상

 지난 4월 미국행 비행기에서 일어나 세간이 떠들썩한 사건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자마자부터 시작된 욕설과 12시간 동안 기내식을 3번 바꾸고 밥이 설익었다며 기내식을 내던지고 급기야는 라면 문제로 비치되어 있던 잡지로 여승무원의 안면을 가격한 사건.

 이 사건의 감정노동의 핵심은 12시간동안 승무원이 웃음과 친절로서 그 승객을 접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감정노동의 일반적 정의는 “고객을 위해서 나의 감정을 고양시키거나 억누르는 노동”을 말하지만 대한민국에서의 그 정의는“고객의 무리한 요구와 욕설 협박, 성희롱 등에도 웃음과 친절로서 응대해야 하는 노동”으로 바뀌어야 지금의 현실에 더 잘 맞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의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참을 인(忍)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다산콜센터 텔레마케터의 모니터에 붙어 있는 글귀다.
“참을 인(忍) 자 세 번이면 도를 통한다.”
재미있는 것은 참을 인(忍)자의 구성인데, 이것을 보면 참는 것이 얼마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지 알 수 있다. 참을 인(忍)자는 마음 심(心) 위에 칼질한다는 뜻의 칼날 인(刃)자를 얹은 모양새로 되어 있다. 칼날 인(刃)자는 더욱 끔찍하다. 칼도(刀)자에 점이 하나 찍혀 있는데 마치 칼질하다 묻은 피를 연상시킨다. 내 마음을 칼로 찢어내 피를 토하듯 마음이 아픈 것이 바로 참는다는 것이다. 무조건 참다가는 마음에 칼질을 당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얻을 것이라고 글자는 알려주고 있다.

마음 심(心) 위에 있는 칼날인(刃)자가
칼도(刀)에 있는 점이 피 묻은 칼을 연상시켜 섬뜩하다.

 서비스업에 근무 하는 종사자 중 49%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그중 11.9%는 자살이 우려 되는 심각한 고도 우울증으로 밝혀졌다. 특별한 이유 없이 공포심을 동반한 발작이 일어나는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서비스직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도 각 기업체에서는 마땅한 해결책은커녕 고객에게 정성과 최선을 다하라고 더욱 강요하고 있다.

감정노동자에게도 방어할 권리가 있다.

 감정노동 방어권은 무자비한 진상손님이나 도저히 대화가 안 되는 고객과 마주쳤을 때 지속적으로 고객을 응대하지 않고 그 자리를 피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일방적으로 사과하지 않을 권리이다. 또한 콜센타의 경우 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매장에서 어려운 손님과 종업원과의 실랑이가 벌어지면 그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되는 게 현실이다.


< 손님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감정노동자들은 먼저 사과를 해야 하고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응대해야만 한다. >

 어떤 대형마트의 시식코너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고기에 침을 뱉은 손님이 있었다고 한다. 종업원이 치욕스럽고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는데 그 손님은 다짜고짜 고기가 질기고 맛이 없다며 매장을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다. 이런 경우도 그 종업원은 “죄송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며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지만 막무가내의 손님에겐 역부족일 뿐이었다. 더군다나 관리자에게 일방적인 사과를 강요당해 고기를 잘못 구운 것에 대해 굴욕적인 사과를 해야만 했다.
도대체 그 종업원은 무슨 잘못을 했는가? 결국 그 종업원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텔레마케터의 경우 성희롱을 하고 욕을 해도 절대 전화를 먼저 끊어서는 안 되는 게 고객만족시스템이다. 그러나 감정노동 방어권이라는 개념이 정착된다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것이 정당한 노동자의 권리로 정착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감정노동 방어권이 포함하고 있는 권리이다. 고객의 잘못이 명백한데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하며 사과하는 것은 인격살인이나 다름없다.


<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손꼽히는 콜센터 전화상담원 >
감정노동자 그들도‘소중한 사람’

 고객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기업들은 그러한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직원들에게 좀 더 강도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부담과 스트레스도 고객들의 욕구와 함께 상승곡선을 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과 사회적 보호장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전 세계적으로 감정노동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가장 심각한 산업안전 문제로 이슈화돼 있는 반면 한국은 감정노동이 무엇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주와 소비자들에게 감정노동의 문제를 인식하게 만들기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가 가장 중요하겠고 앞서 말한 감정노동자들의 감정노동권 방어권리가 정착되어져야 한다.

 또 사회와 기업체는 이러한 현안을 민감하게 반응하여 감정노동자들의 인격 존중 분위기 조성 및 정신건강 유지를 위한 주기적인 전문가 상담 기회를 제공하여 더 이상의 감정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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