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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장애인의 날’ 이영석 사무총장 (한국DPI )

 해마다 4월 셋째 혹은 넷째 주를 전후로 많은 장애관련 행사들이 진행된다. 대부분 장애인의 날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하는 행사들이다. 이런 행사는 늘 두 가지의 성격의 양면성이 확연하게 대비되는데 한쪽에서는 축제라는 이름을 빌려 동정과 시혜, 연민으로 가득 차 있는 전시성 행사가, 또 다른 쪽에서는 장애인의 인권,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과 집회가 항상 열리고 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그러하였다.


< 두가지의 장애인의 날 모습 >

 40년을 넘게 장애인으로 살아온 나지만 특정한 날을 정해 호들갑을 떠는 것 자체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 장애계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어떤 성격의 행사든 장애인의 날에 열리는 행사에 참석을 하게 된다.
누구를 위한 장애인의 날인가!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 여지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진정한 장애인의 날의 의미는 어떠해야하는가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결론을 이야기 한다면 우리나라 장애인의 날은 그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로 정해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게 되면, 1981년 한국재활협회는 국제재활협회(RI)의 회원국으로서 당시에는 국제적 장애인 조직이 재활협회 뿐이었다. 항상 국제적 정보를 독점하면서 재활협회의 발전과 고유사업 개발, 정부 예산증액의 수단으로 활용하였으며, 당시 장애인의 유일한 대표단체로서 대변인 역할과 관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거나 그 당시 정부의 장애인종합발전 계획을 제시하거나 정당에 공약을 제시하는 등 연구와 신규 사업, 새로운 사업의 시도 등을 재활협회가 하였다.

 1954년에 설립된 재활협회는 제2회 행사부터 주관단체로 등장하게 되었고, 1972년부터 이사회와 총회의 결의로 재활협회 창립기념 행사로 치루어지던 ‘재활의 날’이 ‘장애인재활대회’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장애인의 날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1991년 정부는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제·개정하였는데, 장애인복지법 제 43조의 규정에 "국가는 국민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하여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주간을 설정한다."고 명시함으로써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4월 셋째주가 장애인 주간이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행법은 제14조에서 장애인의 날을 정하고 있으며, 장애인 주간은 장애인의 날로부터 1주일로 하고 있다. 행사 주관은 재활협회와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현행 장애인개발원)였으나, 장애인단체의 행사 협력과 인원동원을 위하여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가 만들어졌으며, 이 단체는 장애인의 날 행사준비위원회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여러 장애인단체가 모여 행사 준비를 하지만, 회의의 주최는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가 맡았다. 이 회의에서 자연적으로 장애인의 날 행사 주관이 재활협회에서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로 넘어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즈음하여 언론에서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을 위해 희생된 삶의 미담이나 장애 극복을 미화하고 동상화하는 잘못된 보도도 문제지만 겉과 속이 다른 정부의 행사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2년 전 청와대 초청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활동가가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면 2011년 4월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장애인, 장애인단체장 및 시설 관계자 등 170여명이 청와대 초청 오찬에 참석했는데, 정부 행사 순서대로 영부인 인사말과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말이 이어졌고 축하 공연이 벌어졌다. 그런데 초대가수로 나온 가수가 말하길 본인은 노래를 부를 때 무대에만 있지 않고 관객석을 돌아다니며 부르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무대에서만 부르라는 얘기을 들었다면서 3곡을 부르는 동안 좁은 무대에서만 노래를 부르고 갔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가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할 장애인을 선정하면서, 1급 지적장애인은 참석하지 못하게 했던 것도 이후 언론을 통해 보도 되었다
물론 지적장애인의 특성 상 장시간 동안 조용히 있지 못 할 수는 있으나, 소란을 피우면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명단에서 조차 제외시킨 것은 어느 때 보다 통합과 화합에 앞장서야 할 장애인의 날 행사에 배제와 분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 준 사례가 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국가이다. OECD국가가 되면 뭐하겠는가? 장애인 문제의 해결은 장애인을 한 곳에 모아놓고 먹이고 입히고 재워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것이 장애인복지라고 생각하는 사회와 나라는 결코 문명사회, 선진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 측의 행사에는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뿐만 아니라 편견과 선입견, 분리와 배제까지 장애인에게 갖지 말아야 할 인식과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인해 두 얼굴의 장애인 행사가 치루어 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장애인의 날을 제정하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의 해' 선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세계 장애인의 해 한국 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각종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건사회부가 4월 20일 '제1회 장애인의 날' 행사를 주최하였다.

 즉 장애인의 날은 그 목적이 장애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할 권리보장과 사회적 장벽제거, 자립을 위한 사회적 지지 등의 이념이 반영 되어야 하는 것이지 장애인인식개선과 재활·극복, 동정과 시혜, 연민으로 가득 차 있는 전시성 행사를 하기 위한 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유엔에서는 1992년부터 매년 12월 3일을 세계장애인의 날로 지키고 있고, 일본은 국제장애인 권리선언을 선포한 1975년 12월 9일을 ‘장해자(障害者)의 날’로, 중국은 장애인보장법이 공포된 5월 15일을 그들이 말하는 ‘잔질인(殘疾人)의 날’로 지키고 있다

 이 땅에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감안 할 때 그저 밥 한끼 먹이고 온갖 생색을 내는 가식적인 행사는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필요 할 것이다.

 참된 세계화와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은 이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모여 사는 것이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사회가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끝으로 진정한 장애인의 날에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장애인들이 공감하고 참여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날이 되기를 바라며, 장애인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 노력하며, 풀어야만 하는 과제일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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