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아시아탐방 :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2


싱가포르를 여행하다.Ⅱ
(편의시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하성준(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국 컨설턴트)


 지난 호에서 우리는 싱가포르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기 전에 싱가포를 창이공항과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살펴 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싱가포르의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몇몇 관광지에 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필자가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도가 넓고 평평하다는 점이었다. 앞서 프리즘 2011년 가을호에 기고한 태국의 인도와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싱가포르의 보행환경은 잘 계획되어 건설된 계획도시라고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인과 함께 걷기에 편리할 뿐만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들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배려한 경사로들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보여준 좋은 인상 중의 하나였다.


[ 그림1 - 누구나 편안하고 쾌적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싱가폴 보도 ]


 싱가포르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여러 가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꼽는 최고의 싱가포르는 바로 길거리이다. 이유는 그곳에 멋진 건축물이 있기 때문도 아니고 조경이 잘되어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누구나 편안하고 쾌적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보도가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조경이 잘된 공원도 아름다운 건축물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모두를 위한 공원, 누구든지 이용하고 감상할 수 있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수한 접근성을 가진 싱가포르의 보행환경은 리틀인디아의 이국적인 건축물 보다, 머라이온 파크 (Merlion Park)의 아늑하고 예쁜 분수 보다 더 인상적으로 나의 마음속에 남아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싱가포르의 대해 알아보자. 우선 대중교통수단의 꽃, “지하철”이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지하철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의 하나이고 서울 지하철과 비교해도 절대 모자라지 않을 만큼 편리하다. 중심가의 지하철역은 쇼핑공간과 직접 연계되어 있고 항만, 공항 등 다른 교통시설과의 연계 또한 뛰어나다. 지하철만 이용하고도 싱가포르의 웬만한 지역은 다 둘러 볼 수 있을 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 싱가포르의 지하철을 “MRT”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영한사전에서 MRT를 찾아 보면 “Mass Rapid Transit (대량 수송 교통 기관)”이라고 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철도를 이용한 대중교통수단을 의미한다. 방콕에서도 지하철은 역시 MRT라고 불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MRT는 서울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노선들이 잘 연계되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일본이나 방콕의 지하철 시스템은 환승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싱가포르에서 필자가 이용한 MRT는 별도의 요금지불 없이 한 번에 모든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서만 지하철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이해를 잘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한다.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생각해 보라.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필자라면 5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서 1호선을 환승할 것이다. 물론 요금은 한번만 지불한다. 반면, 방콕의 경우 지하철을 이용해서 스왈라품 국제공항에서 도심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에어포트링크라는 노성을 타고 오다가 BTS 혹은 MRT라는 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 경우 갈아타기 전에 표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비슷한데 상당수 전철노선은 갈아타기 위해 표를 다시 구입해야 하는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최근 개통된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우 환승할 때 요금을 새로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과 유사하지만 이들 노선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서울의 지하철 9호선과 같이 편리한 환승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싱가포르 MRT노선은 NS, EW, CC 등과 같은 이름을 가지는데 방위를 나타내는 북쪽 (North), 남쪽 (South), 동쪽 (East), 서쪽 (West)의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즉, NS는 북쪽과 남쪽을 의미하는 말의 앞 글자인 셈이다. CC는 Circle의 줄인 말인데 서울 지하철 2호선과 비슷한 순환노선이다. 이들은 서로 잘 연계되어 있으며 지하철 노선도를 약간만 숙지하면 쉽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

 겨울이 없는 싱가포르에서 지하로만 주로 운행하는 MRT는 쾌적한 환경에서 이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대부분 (필자가 이용한 모든 역사에서는 스크린도어가 있었음.) 승강장에는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으며 시각장애 이용자들을 위한 점자 블록도 비교적 잘 설치되어 있었다. 다만, 싱가포르 MRT를 이용할 때 주의해야할 점은 에스컬레이터의 이용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에스컬레이터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에스컬레이터를 달려서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평소에도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전혀 문제가 없는 필자가 보아도 너무 속도가 빨라서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


[ 그림2 - 싱가폴 MRT 내부 모습 ]


 싱가포르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여러 곳들 중에서 장애인들도 이용하기 편리하고 인상적이었던 두 곳을 소개해 보면 우선 머라이온 파크와 센토사 섬이 있다. 혹 싱가포르를 여행해 본 경험이 없는 독자 여러분들이라면 앞으로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 이 두 곳을 염두에 두기를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센토사 (Sentosa)는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함”이라는 듯이라고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의 군사기지였으나 이후 싱가포르가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여러 박물관, 수족관, 전망대 등 각종 위락시설 및 호텔, 리조트와 같은 숙박시설이 들어와 있으며 해양 레저 스포츠와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해변도 갖추고 있다. 센토사는 하나의 작은 섬이다. 싱가포르 본섬에서 약 1km (정확히는 800m) 떨어져 있으며 섬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센토사 여행이 시작된다. 또 센토사는 아름다운 산책로를 가진 마운트 페이버 (Mt Faber)와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어 하루 일정의 관광코스로 손색이 없다. 시각장애인이나 보행이 가능한 장애인들이라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관광할 수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라면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둘러 보는데 무리가 없다. 실제 필자도 센토사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만난적이 있었다.

 센토사로 들어가는 방법은 육지와 섬을 연결한 다리를 이용하는 방법, 청룡열차와 같은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 이렇게 세 가지가 있다. 비용은 다리, 열차, 케이블카의 순으로 비싸지고 케이블카를 이용할 경우 앞서 설명한 마운트 페이버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마운트 페이버까지를 여행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센토사만 보기를 원한다면 가장 좋아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면의 한계를 고려하여 필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기술하고자 한다.

 센토사로 들어가는 케이블카는 하버 프론트 (Harbor Front) MRT역에서 보면 곳곳에 표지판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1층에서 표를 구입하고 11층으로 기억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 티켓은 왕복이 26싱가포르달러인데 흔히 센토사와 하버 프론트 사이를 왕복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해는 금물. 티켓을 자세히 살펴 보면, H1, H2, S, MF. 이렇게 적힌 부분이 있고 케이블카를 처음 탈 때 직원이 펜으로 H1에 표시를 한다. 이렇게 타고 센토사든 마운트 페이버든 이동할 수 있다. 즉, H1과 H2는 하버 프론트를 두 번 거칠 수 있다는 의미이고 S는 센토사를 MF는 마운트 페이버를 의미하는 것이다. 케이블카를 탈 때, 해당 장소에서 직원들이 표시하는데 모두 표시된 티켓은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하버 프론트에서 왕복 티켓을 구입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센터사와 마운트 페이버를 모두 이동할 수 있고 마지막에 하버 프론트로 돌아오게 된다.


[ 그림3 - 싱가폴 센토사섬에 있는 머라이온 타워 ]


 센토사에는 여러 개의 박물관, 수족관 등이 있고 머라이온 타워라고 해서 높이 40 여 미터의 전망대가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개의 분수 해변 및 놀이동산 등이 있는데 입장하려면 개인이 구입한 페키지에 따라 다르지만 앞에 설명한 케이블카 티켓으로는 입장할 수 없다. 입장하려면 별도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여러 가지 분수를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관광이 될 수 있다.
특히 머라이온 타워는 10싱가포르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높은 전망대에 오를 수 있고 싱가포르의 탄생설화를 그린 영상물도 구경할 수 있어 별도의 요금을 지불하고도 구경할 만한 코스이다.

 머라이온은 머리는 사자, 몸은 물고기를 닮은 상상 속의 동물인데 싱가포르의 탄생설화에 나오는 싱가포라 (Singapora; 싱가포르의 옛 이름)의 수호신이다. 이러한 머라이온의 형상을 본떠 만든 전망대가 바로 머라이온 타워이다. 싱가포르에서 기념품 가게를 둘러볼 기회가 있을텐데 머라이온은 그곳에서도 매우 인기 있는 소재이다. 인형, 미니어처 (Miniature), 그림 등등 곳곳에서 머라이온을 만날 수 있다. 전망대 위로 올라가면 머라이온의 머리, 입 그리고 눈에 서서 먼 바다와 센토사 섬의 이곳저곳을 볼 수 있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1층에 여러 가지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통해 나오고 가게에서는 전망대 입장객들에게 기념품으로 부채를 선물한다. 전망대를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도움이 필요한데 머리나 눈에 있는 전망대로 오르기 위해서는 계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센토사의 여러 곳을 이동하면서 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물들은 휠체어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해변을 따라 순환하는 자전거 전용 도로나 곳곳에 설치된 안내지도 등을 이용하면 휠체어 장애인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센토사를 어느 정도 구경했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마운트 페이버로 이동할 수 있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하버 프론트를 거쳐 마운트 페이버로 이동하게 된다.
 마운트 페이버는 말 그대로 산이다. 그래서 산책로의 경사가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주의해야 한다. 마운트 페이버에서 볼 만한 산책로는 바로 헨더슨 웨이브 (Henderson wave)라고 불리는 나무다리인데 높이가 다른 두 개의 산등성이를 연결한 다리이다. 다리라고 하지만 다리가 평평하지 않고 계단형 오르막인데 이 다리를 따라 올라가면서 바라보는 주위의 풍광이 매우 수려하다고 한다. 마운트 페이버를 단일 관광지로 삼아 산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산책로의 포장상태가 매우 좋기는 하지만 곳곳에 있는 계단과 급한 경사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는 코스이다. 다만, 하버 프론트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면 헨더슨 웨이브까지는 휠체어를 타고도 이동할 수 있다.

 이제 머라이온 파크로 자리를 옮겨보자. 앞서도 말했지만 머라이온이 상상속의 동물이고 싱가포라의 수호신이다 보니 이 형상을 분수로 만들어 둔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이 바로 머라이온 파크이다. 파크 자체는 별로 신기할 것이 없지만 파크를 중심으로 도보로 이동가능한 주변에 싱가포르 플라이어 (Singapore Flyer)나 마리나베이샌즈 (Marinabay Sands)호텔같은 명소가 자리하고 있어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쇼핑센터도 구경하고 산책도 할 수 있는 관광지이다. 마리나베이에 대해 먼저 설명하면 호텔이라고 하지만 아주 특별한 호텔이다. 세 개의 독립된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삼각형의 꼭지점 위치에 건설된 건물들 위에 배 모양을 본떠 만든 스카이 파크 (Ski Park)가 있고 그곳에 수영장이 위치하고 있다. 즉, 수영장이 세 개의 건물 위에 놓여 있는 형상이며 보기에는 무척 대단해 보인다고 한다. 또 호텔에는 훌륭한 쇼핑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막상 투숙하는 사람들보다는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칭찬이 많은 곳이다. 싱가포르 플라이어는 싱가포르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관람차를 운영하는데 관람차 뿐만 아니라 주변의 산책 공간도 아주 쾌적하다.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마리나베이샌즈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도의 상태가 매우 좋아서 휠체어 장애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관광코스이다.

 여행에서 현지의 음식을 맛보는 기회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특징적인 음식문화가 바로 호크센터 (Hawk center)이다. 호크센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몇 가지 음식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소규모의 음식점들이 단일 공간에 모여 있는 음식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호크센터와 가장 비슷한 형태의 음식점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식당이나 쇼핑몰 혹은 기차역에서 운영되는 푸드코트와 유사한데 우리의 그것과 다른 점을 설명하면, 첫째 음식을 살 때마다 별도로 음식값을 지불해야 한다. 휴게소 식당에서는 카운터에서 식권을 구입한 다음 해당 음식을 취급하는 곳에서 구입한 쿠폰과 음식을 교환한다. 그러나 호크센터에서는 마음에 드는 음식을 바로 주문하고 음식을 받으면서 돈을 지불한다. 둘째, 음료 (물)도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 인심이 아주 좋다. 최소한 물은 거의 모든 음식점이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동남아 지역에서는 마실 수 있는 물이 귀하고 물을 차게 만들거나 얼음과 같이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물을 공짜로 제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호크센터 역시 물을 별도로 구입해서 마셔야 한다. 끝으로, 다 먹은 후에는 쟁반과 빈 그릇을 그대로 두고 나온다. 완전히 셀프는 아닌 셈이다.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호크센터가 장애인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상한 음식점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혼자서 이곳에서 음식을 사서 먹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호크센터를 경험해 보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호크센터는 카운터가 없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할 경우 테이블의 빈 그릇을 치우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그리 녹녹하지 않다. 항상 그릇을 치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일부 호크센터 특히 관광객이나 쇼핑센터 내에 있는 것들은 매우 복잡하다. 테이블 사이의 공간도 많이 부족하여 휠체어 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들이 많다. 그러나 싱가포르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호크센터인 만큼 꼭 기회를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필자는 2회에 걸쳐 싱가포르 여행을 주제로 이야기햇다. 필자 역시 시각장애인으로 여러 가지 아쉬움과 무기력함을 여행 중에 느꼈다. 그런 아쉬움이나 무기력함을 여행에서 경험하고 나면 다음 여행을 생각하기 보다는 장애인과 여행은 그리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가운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하나 있다. 관광은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여행은 피할 수 없다. 지난 호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가선용의 한 방편으로 인식되는 관광은 마음먹기에 따라 피할 수도 있지만 학업이나 업무로 인한 여행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나타난다. 그래서 공항, 철도역 등의 시설이 최소한의 접근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장애인이 관광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또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못해본 것이 관광이다. 안 해본 것이 아니라 못해본 것이다. 그래서 관광지의 접근성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언젠가 필자의 지인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자네는 보지도 못하는데 관광을 어떻게 하는가?” 그래서 필자가 대답했다. “관광을 눈으로만 하시나봐요.” ‘관광간다’는 말을 ‘놀러간다’라는 말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미국에 놀러간다’, ‘경주에 놀러간다’ ‘제주도에 놀러간다’와 같이 말이다. 우리는 눈으로도 놀고 귀로도 놀며 입으로도 놀 수 있다. 관광은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얻어지는 정보를 즐기는 마음의 활동이다. 그러므로 보지 못하는 사람도 듣지 못하는 사람도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며 해야 하는 삶의 중요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의 관광접근성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관광지의 조성에 있어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 그러한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많이 미흡하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장벽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만든 마음의 벽이 아닐까? “가면 뭘해, 불편하기만 하지.” 이와 같은 패배의식이 우리의 관광접근성을 낙후시킨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 관광지에서 직면하는 장해물도 우리는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당신이 떠난 여행에서 그 장해물은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지역의 음식을 먹어 보았고 새로운 공기를 들이마셨으며 웃음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고 웃음소리를 들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하성준의 아시아 탐방기를 기고해 왔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아시아 탐방기는 막을 내립니다. 그 동안 부족한 글을 꾸준히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부족한 글이 프리즘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인권포럼 여러분들, 엉터리 맞춤법, 이상한 표현들을 매끄럽게 다듬어 주신 프리즘 담당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독자 여러분과 제가 멀든 가깝든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되더라도 프리즘에서 나누었던 저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하며 곱씹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저의 글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