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IT&Universal : 인터넷 쇼핑과 윤리적 소비


인터넷 쇼핑과 윤리적 소비 박성준(소셜플렛폼 대표)


인터넷과 쇼핑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데는 쇼핑, 즉 상품의 구매와 소비활동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인터넷 쇼핑이 발전하게 된 데 힘입은 바가 매우 크다. 사무실의 한 동료에게는 이틀이 멀다하고 택배가 도착하곤 하는데 대개의 경우 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매한 물건이 배달되어 오는 것이다. 독신으로 사는 이 친구는 시장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동네 편의점에서 담배나 음료 등 간단한 것을 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형마트, 백화점, 전통 시장 등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은 한마디로 전통적인 시장(market)을 온라인 상의 가상 상점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shopping mall)이라 불리는 가상 상점에서 구매자는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고르고 가상의 장바구니에 넣은 뒤, 결제(決濟)를 하고 기다리면 하루나 이틀 뒤에 배달해 준다.

 처음 인터넷 쇼핑이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선뜻 이용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아무리 현란하게 보일지라도 실제 상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냄새를 맡아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니니 물건을 막상 손에 받아 든 뒤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반품을 하는 것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에는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었다. 시간 내어 발품 팔아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편리함을 넘어서 가까운 시장에서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품들도 얼마든지 쉽게 살 수 있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더 매력적인 점은 상품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물건을 팔기 위한 상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싼 임대료를 물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싸게 팔 수 있다. 점차 인터넷 쇼핑 이용자들이 늘어 나면서 인터넷 쇼핑의 단점들은 대체로 극복되었거나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소매시장은 인터넷 쇼핑 외에 전통시장이나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인터넷 쇼핑 시장 규모는 2011년 매출액기준 32조원정도로 약 37조원의 대형마트를 턱밑까지 따라 왔다. 인터넷 만이 아니라 TV홈쇼핑, 모바일 쇼핑 등 기타 온라인 시장을 포함하면 40조원에 육박하면서 대형마트를 벌써 추월했다. 그만큼 온라인 시장이 커진 것이다. (통계 출처: 대한상의 2011년 유통산업통계)


[ 그림1 - 우리나라 12세이상 인터넷 사용자 약 3,500만명 중 약 60%인 2천만명 정도가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고 있으며 약 24%가 한달에 한번 이상 인터넷 쇼핑을 한다.
- 2008년 인터넷쇼핑 이용실태 조사 : 한국인터넷진흥원 ]


인터넷 쇼핑의 진화 - 오픈 마켓 (Open Market)

 그런데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없는 상점인 인터넷 쇼핑에는 재미있는 시장이 생겨 났는데 일명 오픈마켓(Open Market)이라 불리는 인터넷 장터이다. 없는 물건이 없다고 자랑하는 이 오픈마켓에는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이 대표적인데 백화점이나 양판점(量販店)과 유사해 보인다. 즉 이 시장에 가면 특정회사의 제품이나 브랜드 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품목의 수많은 회사의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판매된다. 그런데 인터넷 쇼핑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이 오픈마켓은 백화점이나 양판점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상품을 한 장소에 모아둘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즉, 가상의 상점이기 때문에 물건 또한 이미지와 이름으로만 존재하지 실제 상품은 공급회사의 창고에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 판매 단계 전에는 물건의 이동이 필요없고 거대한 창고도 없다. 소비자는 시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물건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검색을 통해서 물건에 대한 이미지와 문자 정보만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시장을 연 주인은 이렇게 판매자와 구매자를 인터넷 상에 연결시켜주고 일정한 수수료만 받는다. 이렇다 보니 상점이 있는 시장이나 백화점 판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물건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전체 인터넷 쇼핑 시장의 절반에 달하게 되었다.


[ 그림2 - 국내 최대 오픈마켓인 지마켓 ]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그런데 인터넷 쇼핑, 특히 오픈마켓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 생겨났다. 그것은 소규모 생산자들, 심지어 가내수공업 같은 특성품 제작자들도 비록 가상상점이긴 하나 자기 상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공산품은 물론 거의 모든 상품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그 특징으로 한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양해지자 기업들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경제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하지만 어쨌든 어떤 물품을 싸게 공급하려면 대량생산을 기본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대량생산 하는 한 대량으로 소비할 소비자집단을 찾아 가야 했으며 따라서 커다란 상점과 수많은 점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제품을 홍보하고 광고하는데 있어서도 TV광고와 같은 대중매체가 거의 유일한 통로가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자기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검색과 서핑을 통해서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속성이 강하다.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이 인터넷 쇼핑의 발전과 맛물려 자기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찾아서 구매하는 것에 적합했고 물품의 공급자들도 특정 물품을 소량 생산하더라도 그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오픈마켓이나 어떤 특별한 인터넷 시장의 경우는 대규모의 생산자와 거대한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많은 소량의 생산자와 다양한 취향과 필요가 있는 역시 다양한 소비자와 연결 시켜 준다. 이러한 인터넷 쇼핑의 특성이 소규모 생산자 또는 1인 창업자 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 것이다.


[ 그림3 - http://www.eggsky.co.kr/ '하늘과 계란'은 전라남도 영광의 산속 외딴 한 가족의 농장에서
방사해서 키운 닭이 낳은 건강한 유정란을 온라인 판매한다. 쇼핑몰은 블로그와 함께 운영되면서
고객 한사람 한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


 필자는 가끔이지만 특별한 선물을 찾고 싶을 때 미국에 있는 엣지닷컴(Etsy.com)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한다. 이곳은 소규모 생산자들 또는 가내에서 취미처럼 만든 독특한 제품들, 그래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품과 같은 생활용품들이 많이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어느 수공업자가 만든 물건을 한국의 내 친구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비싸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마 이러한 상품을 한국의 전문 기프트 샵에서 살려면 몇배의 가격을 주어야 할 뿐 아니라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서 살만한 것도 별로 없다.

한국에는 이런 전문 오픈마켓이 아직 성공하지 못했지만 소량의 생산품을 판매하기 위한 인터넷 쇼핑몰을 여는 데는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이 상점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매우 낮기 때문에 개성 있는 품목으로 필요한 고객을 잘 찾아서 제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판매를 시작할 수 있다.


[ 그림4 - Etsy.com은 수공예품, 빈티지 등을 사고 팔 수 있는 오픈 마켓이다. ]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소셜 커머스의 등장

 근래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언제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Social Media) 또는 소셜네트웍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이다. 인터넷의 고유한 특성이 물건을 사고파는 쇼핑의 모습을 변화 시켜왔듯이 이런 SNS의 영향 또한 인터넷 쇼핑의 모양을 변화시키고 있다. 소셜 쇼핑 또는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현상은 쇼핑에 SNS 서비스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인터넷을 정보검색의 도구로 사용할 때 상품이나 특정 쇼핑몰을 찾아가는 것이 인터넷 쇼핑의 특징이라면 사람 사이의 정보의 소통, 특히 친구의 추천이 구매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점에 소셜 쇼핑은 주목한다. 인터넷 이전에도 구전(口傳)효과는 물건을 구매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데 소셜 네트웍 서비스의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전통적인 구전효과에 의한 상품 판매와 구매행위에 그 자체가 '구전'의 마당인 SNS 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 그림5 - 페이스북 내에 페이브먼트라는 도구로 만들어진 상품들을 모아놓은 쇼핑몰 ]


 인터넷 상에서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 물건을 반값으로 살 수 있는 '공동구매'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사용후기 또는 선호도 등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전파시키도록 하는 인터넷 쇼핑몰들이 이런 경우이다. 심지어는 페이스북에 직접 상점을 개설하고 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는 TV나 신문과 같은 매스미디어와 달리 각 개인의 뜻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존중받고 특정 컨텐트에 대한 선택과 배제가 용의하며 종종 광범위하게 퍼질 수도 있다. 때때로 개인들의 의사가 모여 집단적인 의지를 표출하게 되면 어떤 권위적인 집단이나 권력의 일방적인 강요에도 대항할 수 있는 민주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런 소셜미디어의 성격이 인터넷 쇼핑에 미친 주요한 영향은 상품을 구매하는 개인들, 즉 소비자들의 힘과 영향력이 점점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거대 자본 기업이 TV와 같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제품 광고를 융단폭격하듯이 쏟아 부음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 특히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TV광고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이 단순이 구매를 개인적으로 선택 또는 포기하는 것 뿐 아니라 어떤 상품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제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한 설득을 해야 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즉, 소비자들 사이의 평판을 잘 관리해서 좋은 구전(口傳)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즉, 시장에서의 힘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셜 쇼핑과 윤리적 소비

 우리들은 어떤 상품을 살 것인가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하는 걸까? 상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보편적인 선택 기준은 지금까지 한가지로 이야기 되어 왔다. 그것은 소위 '합리적 소비', 즉 같은 효용이면 가장 싼 상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합리적'소비만 가지고서는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내는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소비자들은 새로운 소비의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윤리적 소비'운동이다.

 사회적 도덕적 가치기준에 따른 능동적 선택 또는 배제를 하는 윤리적 소비는 매우 다양하다. 환경을 고려하고 생산자들의 보호를 위해 해외 수입 농산물을 소비하지 않고 국내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이나, 제3세계 저개발국의 아동착취 노동을 반대하고 현지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공정무역제품을 소비하는 것, 또는 비도덕적이거나 반노동, 반인권적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보이콧 운동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인터넷과 소셜 쇼핑의 발전은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을 사회적 문제에 민감하고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가치에 대해 보다 의식적인 선택과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같은 제품이라면 더 싼 가격을 찾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때로는 조금 비싸더라도 나쁜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는 보이콧 행동이나, 사회적 이익을 고려한 소비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매스미디어와 대형 유통시장이 지배하던 소비시장에서 작지만 꼭 중요한 판매와 구매활동이 가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 인터넷 쇼핑이 발전해 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그림6 - 이로운몰(http://www.erounmall.com)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이나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다. ]


소비가 미덕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소비는 적을수록 그리고 작을수록 좋습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소비라면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구매하실 것인가요?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일까요,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선택일까요. 아니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할까요. 만약 이 두 가지가 서로 충돌하게 될 때는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인터넷에서 한번 그 길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