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윤삼호의 장애학 : 미국장애운동사, 제7장 일자리 및 보건 접근권


미국 장애 운동사 번역 : 윤삼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


제7장 일자리 및 보건 접근권

 “장애(disability)”라는 말은 적어도 세 가지 맥락으로 사용된다. 산재보상 프로그램에서 “장애는 한 사람이 상해나 부상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보상금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장애보험 프로그램에서 장애는 질병과 실업상태를 연결하는 조건을 말한다.” 그런데 시민권 법률의 맥락에서 보면 “장애”는 차별과 관련된다. 장애운동가들은 연방 대법원이 1999년의 고용 관련 소송 3건에 ADA를 적용하면서 법 해석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즉, 이 3건의 소송을 세 번째 정의에 따라 차별과 관련시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정의에 따라 급부와 관련된 것으로 다루었던 것이다. 장애는 보통 - 노동능력 상실을 암시하는 - 장애 급부와 연결되기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컴퓨터, 전동 휠체어, 텔레타이프라이터, 쿠르츠웨일 리더 같은 현대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점점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게 될 것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장애 인구와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의 취업 장려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경제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에 대한 이론적 해석은 1990년 ADA가 고용에 초점을 맞춘 법률이 되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ADA가 제정되기 11년 전 장애운동가 프랭크 보위는 장애인이 의존적으로 사는 것보다 노동을 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장애인이 세금 수혜자가 아닌 세금 납부자가 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고용 차별

 전국장애협회(National Organization on Disability)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루이스 해리스 & 어소시에이츠의 1998년 연구를 보면, 노동 연령층 비장애인 79%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장애인은 그 비율이 29%에 불과해 50% 포인트 차이가 났다. 협회 회장 앨런 라이크는 “당시는 미국의 실업률이 기록적으로 낮고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을 칠 때였는데, 이런 시기에도 고용율 격차가 그렇게 컸다는 것은 망연자실할 노릇이다”고 말한다. ADA는 장애인 고용기회의 확대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 가운데 85%는 기존 취업자들이다.” 취업을 거절당한 장애인 응시자들이 자신의 소질과 기존 취업자들의 능력을 비교할 수 없어서 고용 차별을 입증하기가 더욱 어렵다.

 콜롬비아 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석사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카렌 포토커 - 그녀는 류머티즘 관절염 때문에 휠체어를 탄다 - 는 자신의 소질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느라 2년 동안 면접을 약50번이나 봤다. 그녀는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 덕분에 뉴욕시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지만 “속보이는 차별에 직면했다.” “당신은 왜 그런 물건에 앉아 있나요?”, “당신은 뭐가 잘못 되었나요?” 같은 모욕적인 질문을 받았다. 지금도 포토커는 자신은 그나마 일자리를 구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도 나를 채용한 기관은 장애인 고용에 열려 있었다.”

미국 장애인들은 취업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하찮은 일을 하고 있으며, 미취업 장애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낙담한 채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다. 휠체어 사용자 라파엘 니산 - 미국 시민권과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43살의 아제르바이잔 바쿠 출신의 이민자 - 의 경험은 열정적이고 신념이 확고한 장애인 구직자들의 앞길을 이 체제가 어떻게 가로막는지 잘 보여준다.

나는 열 두 군데 이상 면접을 봤다. 난 회계사 자격증이 있고 바쿠에서는 줄곧 직장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도 아무도 나를 채용하지 않는다. 한 군데서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출퇴근할 때 필요한 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 결국 시험에 응시하러 가보지도 못했다. 일자리가 없으면 자동차를 살 수가 없고, 자동차를 살 수 없으면 일하러 다닐 수가 없다.


 게다가 장애 여성과 소수인종 장애인은 이중 고용차별에 직면한다. 저스티스 포 올(Justice For All)에서 일하는 레베카 오글리는 이렇게 지적한다. “고용은 모든 여성들에게 천장이다. 또 고용은 모든 장애 여성들에게 이중 천장이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위원인 조이스 E. 터커는 이 위원회가 일자리를 찾고 있는 소수자 장애인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위원인 폴 S. 밀러는 인종적 편견을 장애 차별에 비유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분리된 학교로 가라고 권유받는 것과 지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용시설에 가라고 권유받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다. 이 사회는 끼리끼리 모여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식당에서 나가달라는 말을 듣는 것과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또 화재 시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런 말을 듣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투표를 거부당하는 것과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 때문에 투표를 거부당하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다. 그리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이나 승진을 거부당하는 것과 맹인이나 농인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되는 것은 전혀 차이가 없다. 이 모든 게 똑같은 차별이다. 위의 경우 어느 것도 분리하되 평등한(separate but equal) 것이 아니다.


적극적 조치

 1973년 재활법은 연방 정부 기관 또는 연방 정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기관이나 기업이 적극적 조치를 준수하도록 요구했는데도 ADA가 적극적 조치 의무를 누락한 것은 민간부문이 자격을 갖춘 장애인 노동자들을 진지하게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부상이군인협회(Eastern Paralyzed Veterans Association) 소속 변호사 제임스 와이즈먼은 군 복무 중에 장애인이 된 상이군인은 우대받지만 일반 장애인은 우대받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자면, 장애인들에게 연방정부 건물 내 신문판매를 허가하는 것은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에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편견을 조장하기 때문에 온정적이고 보호주의적이고 분리주의적이다. 이런 식의 고용은 사람들이 장애인 노동자의 능력이 아니라 장애 그 자체를 주목하도록 한다. 옛날에는 장애인들이 교육이나 고용에 접근할 수 없었다. 1990년대의 장애인 세대는 비장애인들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 사회 의식도 바뀌고 있다. 장애 인구에 대한 기대 또한 바뀌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교실, 대중교통, 식당, 가게, 극장, 경기장, 공장, 사무실 등에서 장애인을 만나게 된다면 반-장애(anti-disability) 편견은 사라질 것이다.


 동부상이군인협회 부국장 테런스 모클리는 “접근가능한 건물을 지으면 장애인들도 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모클리가 한 말의 핵심은 공공장소가 무장애(barrier-free) 공간이 된다면 장애인들도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인으로, 학생으로, 소비자로, 관람객으로, 관광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이군인이면서 휠체어 사용자인 모클리는 와이즈먼과 달리 접근성과 통합이 장애 차별 특히 고용 차별을 없애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에는 회의적이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물리적 장벽 말고도 다른 장해요인이 있다. 장애들이 일자리를 구하면 메디케이드, 메디케어, 활동보조서비스 같은 보건 시스템을 상실할 수 있다. 그리고 소기업을 소유한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편의제공과 건강보험료 때문에 사업이 망할까봐 두려워한다. 또 만일 어떤 압력이 없다면, 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으니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미국의 경제계를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다.


 국제장애인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the Disabled의 사무총장을 역임한 존 윈게이트는 차별을 경험한 집단의 구성원은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자신의 정당한 고용의 몫을 획득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이런 법은 구직자가 아니라 이미 채용된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처리하는데 효과적이다. 시장 소속 장애인국의 국장을 역임한 전신마비 휠체어 사용자 앤 에머맨은 자격을 갖춘 장애인 노동자을 고용하도록 채근하는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장애인들에게 적절한 직위를 주기 위해 경쟁력 있는 장애인을 적극 발굴하고 목표와 시간표를 갖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일할 능력과 열정을 가진 16살부터 64살까지 장애 인구의 3/4 이상이 실업상태에 있다.”

미국 기업의 장애인 고용

 ADA 제정 전후 고용 현황을 비교 조사한 아넨버그 워싱턴 프로그램의 <시어즈 보고서>(1996년)는 이 법률이 미국 경제계에 미친 영향은 “혁명적인 것이 아니라 발전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조사에 참여한 시어즈 회사 직원들은 ADA의 효과를 아주 다양하게 평가하였다. 맹인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돈 모트는 “ADA가 시어즈 회사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ADA가 제정되기 전부터 장애인을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어즈 회사의 수입 부서 관리자이자 맹인 브래드 쇼서는 ADA의 영향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ADA는 고용 부서 관리자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 이 관리자들이 장애인을 더 잘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딱히 ADA 덕분만은 아니다. 1960년대 시민권 법률을 비롯하여 모든 것들이 조금씩 이루어져 지금까지 온 것이다. ADA는 시어즈 회사의 정책과 잘 어우러져 장애인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력에 손상을 입은 어느 행정보조인도 쇼서의 견해에 동의한다. “ADA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두렵지 않다. 우리는 목표가 있다.” 신발 부서 책임자이자 전신마비인인 토니 노리스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한다. “ADA는 대중들이 장애인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는데 제격이었다.”

 하지만 <시어즈 보고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지 및 정신 장애에 대한〔고용주들의〕끈질긴 편견” 같은 것이 자격을 갖춘 장애인들에게는 장해물이 된다고 언급한다. 게다가 “직장 내 통합을 성취한 장애인들이라 하더라도 인지된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이들의 승진을 제한하고,〔자신의〕고립감을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프레처는 “내가 집단의 일원이었는지, 또는 앞으로 그렇게 될 런지 모르겠다”고 털어 놓는다. 쇼서도 같은 생각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곳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

 1960~70년대 시민권투쟁의 영향을 받은 자립생활운동과 자기권리주창은 자립생활과 발달장애인 고용을 촉진하였다. 미국의 자기권리주창 운동단체에 관한 어느 인구학적 연구는 “발달장애”에 대한 연방정부 정의를 이렇게 인용한다.

12살 이전에 나타난 정신 또는 신체 손상, 또는 이런 손상의 중복에 기인하는 중증의 만성 장애는 영구히 지속될 수 있으며, 다음 영역들 가운데 3개 이상 기능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 1)자기 돌봄 2)수용성 언어(receptive language)와 표현성 언어(expressive language) 3)학습 4)이동성 5)자기-주도성 6)독자적인 언어능력 7)경제적 자립성 8)장기간에 걸친 특별한 서비스의 필요성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기권리주창단체들을 주로 피플퍼스트(People First)라고 부르지만, 이런 단체들의 전국조직은 권한강화자기권리주창자연대(Self Advocates Becoming Empowered, SABE)라 불린다. SABE는 “자기권리주창(self-advocacy)”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주장하는 방법과 이들이 생각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 자기권리주창은 우리가〔발달장애인이〕더 독립적으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과 선택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또 자기권리주창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배우지만, 우리는 권리가 함께 책임도 배운다.”

 1970년대 지역사회 레크리에이션 클럽에서 시작된 자기권리주창운동은, 비장애인 직원들의 지원을 받았지만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운영하는 운동이었다. 지역 풀뿌리운동으로 시작된 후 1990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에서 설립된 발달장애인단체만 380곳이었다. 이 단체들과 그 지지자들은 1980년 시설거주인시민권법을 활용하여 시설에서 거주하는 인지 장애인의 권리를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라고 미국 연방 법무부를 압박하고 있다.

 시설보호의 대안으로 나온 그룹홈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의 수가 점점 더 늘면서 자기권리주창운동이 탄력을 받았다. 1977~1992년 사이에 그룹홈 거주자의 수는 14%에서 52%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국에 배포되는 <계간 지역사회 권리주창: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주장한다>는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고자 하는 자기권리주창단체와 그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는데 일조한다. 이를테면, 1997년 가을호는 발달장애인이 노동을 통해 얻은 자부심뿐만 아니라 일자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방법들을 중점 보도했다.
뉴욕주자기권리주창협회의 교육 책임자이자 뉴욕시 지역 풀뿌리단체 조직가로 활동하고 있는 하비 파흐트는 자신과 아내가 어떻게 독립을 성취하였는지 설명한다.

아내 에델은 어머니가 출산 중에 죽는 바람에 산소 부족으로 뇌손상을 입었다. 결혼한 지 몇 년 뒤에 우리는 생후 1개월 된 다운증 아기 서맨더 진을 양녀로 데리고 왔다. 이제 이 아이는 공립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데, 보조인이 아침에 집으로 와서 학교 갈 채비를 해서 스쿨버스에 태워준다, 그리고 오후에는 스쿨버스에서 아이를 받아 우리 부부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돌봐준다. 우린 둘 다 일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권리주창운동을 하고 있고 아내는 보호작업장에서 일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 부부는 우리 아파트에서 자립해서 살고 있다.


 파흐트는 버나드 카라벨로가 뉴욕주자기권리주창협회를 설립하고 이름도 지었다고 말한다. 카라벨로는 윌로우브룩의 “입소자”로 있다가 1972년에 나왔는데, 이 시설은〔저명한 변호사이자 기자인-역자주〕헤랄도 리베라의 폭로 때문에 1987년에 문을 닫았다. 파흐트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나는 발달장애인 서비스 소비자들이 자기한테 꼭 필요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뉴욕주 전역에 자기권리주창단체의 설립을 돕는 일을 한이다. 발달장애인은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의 업무를 대행해주는 민간보험회사인-역자주〕현금급여 대리기관(fiscal intermediary)의 지원을 받을 때도 있다. 나는 이 소비자들이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기관의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자기한테 영향을 주는 정책과 절차에서 할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발달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배우거나 다른 사람보다 느릴 수는 있지만, 이들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고 상당수는 노동을 할 수도 있다.


 파흐트의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발달장애인들의 고용이 1988년부터 1999년까지 300%나 증가하였다.

정신장애인 고용 문제

 1997년 4월29일 평등고용기회위원회는 ADA와 정신장애인 노동자의 관련성을 설명하는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 ADA와 정신장애>을 내놓았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위원장 길버트 F. 캐설러스는 “이 문건은 고용주와 정신장애인이 각자 어떤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천적 지침을 제공한다”고 했다. 이 지침은 정신장애인이 약물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자격을 갖추었다면 고용주가 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용주는 입사 지원자에게 정신 병력이 있는지 질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신체장애인 노동자들에게도 그렇듯이, 고용주는 ADA를 준수하기 위해 정신장애인 노동자들의 업무성취도기준(workplace performance standards)을 하향 조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에 따르면, “‘직무 관련성이 없고 사업의 필요성과 무관한’ 사내 행동 수칙들(rules of conduct)”은〔정신장애인들에게-역자주〕강제 적용되지 않는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은 “불안장애, 우울증, 양극성장애(조울증),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장애에 관한 “미신, 공포, 고정관념”을 추방하려고 한다. 정신장애인 노동자 관련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정서적 문제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법정 밖 조정을 통해 자신의 고용주들로부터 무급 휴가, 업무시간 조정, 직무 변경뿐 아니라 때론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의 현금 보상 같은 중요한 양보를 받아 내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하면 소송이 위기에 처한다.” 시행 지침은 약물을 복용하면 증상이 사라지는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약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정신장애인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정신장애인 노동자들은 캐치-22(Catch-22)* 상황에 빠져 고용차별금지 관련 법률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왜냐면, 자신의 손상이 성공적으로 치유될 경우에는 비장애인으로 간주되고, 반대로 자신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직무의 본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1997년까지 ADA 관련 소송 최종심에서 회사 측이 92% 승소하였는데, 정신장애 관련 소송에서는 승소율이 훨씬 더 높다. <정신 및 신체장애 법률 리포트>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하였다. 1998년 6월까지 “ADA에 근거한 처분이 불공평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용주들이지만, 사실은 그 법에 따라 불공평한 처분을 받고 사람들은 그 상대편인 노동자들이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에 따르면, “1992년 7월26일부터 1996년 9월30일까지 평등고용기회위원회가 처리한 ADA 관련 진정사건들 가운데 12.7%가 정서적 또는 정신적 손상과 관련된 사건들이었다.” 이 4년 동안 ADA에 근거하여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72,687건 가운데 9,216건은 정신장애 관련 차별 사건이었다. 1997년 정신장애 관련 진정율이 전체 진정의 15%까지 올라 단일 유형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 수치는 HIV, 암, 약물 남용, 시각, 청각,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진정보다 더 높았다.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미국인 10명 가운데 1명은 진단 가능한 정신병 때문에 1년 안에 장애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신장애인 가족을 둔 연방 상원의원인 피트 도메니치(공화당, 뉴멕시코주)와 폴 웰스톤(민주당, 미네소타주)는 정신적 장애와 신체적 장애의 균형을 맞추도록 설계된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을 적극 지원했다. 1998년 1월1일 효력을 발생하는 이 지침은 “보험회사는 정신장애의 평생 보상금 상한과 연간 보상금 상한을 신체적 질병의 그것만큼 높이도록 조정한다”고 규정하였다. 하지만 전국정신보건협회 부회장이자 정신장애인 지원활동가 앨폰소 V. 가이더 주니어는 이렇게 주장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지출 상한은 폐지되었지만 입원환자와 외래환자의 진료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신체적 질병을 가진 자들과 차별하는 쪽으로 수익 구조를 바꾸는 보험회사들이 많이 있다.” 이럴 경우 궁극적으로는 정신보건과 관련된 보험회사의 보상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 정신장애인은 통제되지 않는 직원의 전형이 아니다. 또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의 제정 취지는 정신장애인의 재활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이 제정되자 예일대 의대 정신과의사이 샐리 L. 세텔 박사는 겉으로는 정신장애인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척하면서 다음과 같이 속내를 드러냈다. “고용주들이 해고를 할 수 없을까봐 특정한 집단의 고용을 꺼려함으로써 오리려 차별만 조장할 수 있다. 정신질환자들 특유의 행동이 억제되지 않음으로써 동료 직원들의 반감이 누적될 수 있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이 그토록 걱정스러우면, 세텔은 차라리 모든 주민 - 인종적 소수자, 여성, 정신장애인 등 - 에게 시민권을 주는 게 두렵다고 했어야 옳은 게 아닌가.

 세텔과 피터 D. 크레이머 같은 정신과 의사들은 노동이 정신장애인 복지의 핵심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이 향후 의학적ㆍ사회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크레이머는 정신장애인들이 “정신장애에 달라붙어 있는 낙인” 때문에 이 지침을 근거로 장기결근을 신청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정신병 때문에 하루 쉬어야 해요’라고 말하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을 볼 수 없다.” 지침을 준수하면 정신장애인 직원뿐 아니라 고용주한테도 도움이 된다. “내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들 중에 아주 헌신적인 노동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도 꼼꼼하게 잘 한다. 현명한 고용주는 이들에게 필요한 편의를 제공한다.” 크레이머는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철저하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예지력이 있고, 예술가들은 편집증적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전자 풀(gene pool)을 다양한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반복성 우울증” 환자였던 에이브러햄 링컨을 예로 들면서 “정신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가운데는 가장 생산적인 사회 구성원들도 있었다”고 덧붙인다.

 정신적 손상 등 비가시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합리적 편의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고용주에게 자신의 질병을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편의를 요구하는 사람은 장애 입증 서류와 필요한 서류 - 내과의사, 정신과의사, 또는 다른 전문가들의 소견서 따위 - 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다. 고용주는 직무 접근성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어떤 유형의 편의를 제공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 시행 지침>을 보면, “고용주는 정신장애 관련 정보, ADA에 따른 비밀 정보를 비롯하여 응시자나 직원의 병명이나 병력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비밀에 부쳐야 한다. ... 고용주는 통상적인 인사기록 파일과 분리된 별도의 양식과 별도의 의료기록 파일로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고용법률센터 소속 변호사 클로디아 센터는 이렇게 주장한다. “신체적 장애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직무 분석이 정신적 장애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적절한 채용시험이란 정신장애에 의한 행동 때문에 특정 직위에 필요한 본질적 업무 기능을 수행할 자격이 없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장애인에게는 “맞춤한 부서 이동과 일과시간, 휴가, 직무 책임과 근로환경의 조정” 같은 별도의 편의를 제공하고 또 고용주는 이런 편의와 관련하여 직원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센터는 지적한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