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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소통 : 장애인 공무원 입장에서 본 장애인 정책


장애인 공무원 입장에서 본 장애인 정책 장수호 주무관(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저는 2009년 1월에 정부의 중증장애인공무원 특채 1기에 합격하여 공직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시보 기간(정식 공무원 되기 전의 예비 공무원)을 끝내고 정식 공무원으로 발령을 받은지도 이제 올해 6월달로 정확히 만3년이 되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는 아직 초보에 불과하지만 3년 넘는 시간동안 장애인정책국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소회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글을 게재할 수 있게 해준 장애인인권포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공무원이 되기 전에, 비록 부산 지역에서였지만 다년간 장애 인권 운동을 해온 활동가였었던 저로서는 아주 친숙한 느낌으로 그 동안의 저의 경험으로 얻은 생각과 느낌을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보건복지부에도 약간의 장애를 갖고있는 분들이 가끔 있긴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야할 정도로의 중증장애인은 저 혼자인 거 같습니다. 중증장애인 당사자이기도 하고 민간에서 활동가 활동도 했던 저이기에 업무 자체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공직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적지않는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장애 이슈를 제기하고 요구는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제공자 입장으로 바뀌어 버린 상황이 종종 여러 혼란함으로 저에게 다가온 것이 적이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제가 맡은 업무가 그리 다양하지 않았고 그래서 개개별 제도들에 대해서 소상히 알지는 못하지만 종합적으로 제가 느낀 것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장애계 활동가들은 이념성과 당위성에 가치를 너무 두고 있고, 그를 대하는 우리 공무원들은 그런 이념과 가치, 당위성 보다는 구체적인 문제점과 절차,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 말하는 성향이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활동가일 때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 차이점이 심각할 정도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소통이 되지 않을 때는 아쉬움을 많이 느낍니다.

 활동보조인이나 장애연금제와 가장 관련이 깊은 장애등록제에 대해서 장애계는 의학적인 판단 기준으로 되어 있는 현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볼 때에도 현 장애등급 제도는 문제가 많고 많은 부분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가 정책은 당위적인 최선보다는 현실적인 차선의 방법을 선택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등급제 자체의 문제보다도 맞춤형 서비스와 사례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공적 서비스 인프라 부족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더 절실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등급제와 관련해서는 ICF 도입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장애인의 여러 사회적 욕구가 반영될 수 있는 등급제로 바뀌어져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적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방향은 그렇게 가겠지만 그 속도는 그리 장애인의 욕구만큼은 빠르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복지부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하나의 법률이 바뀌고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복지부 독단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짧은 기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애등급제와 공적 서비스 인프라 문제는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어 어느 하나만을 위한 정책을 만들기가 힘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한 국가 예산의 문제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자립생활에 관한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시겠지만 공무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로 보직 이동을 많이 합니다. 새로운 담당자가 오면 다들 자신을 업무를 파악하느라 힘들어하는데요, 그 중에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립생활에 관한 것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사업 내용을 보면 일반 장애인복지관의 서비스와의 차별성에 대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해서는 일반 장애인단체와 차별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념적으로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자기결정권이다 이야기는 많이 듣겠지만 현실적으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에서는 자립생활의 지원이 그냥 중증장애인이 요구하는 것이니 수용하는 정도에 머물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자립생활이란 중증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당자자주의 등의 이념적 요소를 제외하면 구체적인 지역사회 현장에서 장애인복지관이나 수화통역센터, 심부름센터 등과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나 장애 문제를 처음 접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어찌보면 당연한 게 아닐런지요.

앞으로 자립생활의 발전을 위해서 한 공무원으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복지부와의 스킨쉽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친정부적인 관변 단체가 되라는 말이 아니라 그 이해도를 높여달라는 의미입니다. 이해를 하지도 못하는 사항을 요구만 한다면 그건 말을 끌어서 억지로 물을 먹이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미국, 일본과 달리 복지관이라는 특이한 서비스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왜 자립생활센터가 존재해야 하는지, 그것이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자립생활은 늘 장애인복지의 변두리로 머물 수 밖에 없겠다는 염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립생활과 IL센터가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의 주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활동이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관련 중앙부처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립생활이 지역 풀뿌리인 만큼 지역사회에서 지역 정부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어쩌면 더욱 중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의 역사가 30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정말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길 기대합니다.

다음으로 탈시설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활동가 사이에서는 정상화 이념을 기반으로 한 탈시설화를 넘어서 무시설화 논의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복지부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시설 소규모화 정책이라는 큰 틀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규모화 정책도 많은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시설을 운영하는 대규모 시설 운영주체들의 자발성 부족, 지자체의 이해와 의지 부족, 그리고 미신고 시설 문제 등등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해 소위 ‘도가니 사태’라고 불리우는 시설 내 성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등장한 후 그 후속 대책으로 공익이사제(외부 인사 인사제)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었고,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장애인 거주시설 정원을 30인으로 제한하고 시설 내 인권지킴이 모니터링단이 의무화 되는 등 인권 침해 예방과 시설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시설 갈 곳이 없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시설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당위적으로는 시설을 없애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면 된다고 말하면 되겠지만 그것이 현재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현재 지역사회 곳곳에 최대한 가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소규모화된 시설 지원을 우선시하고 합리적인 시설 입소 적합성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시설 최저서비스기준을 만들어가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탈시설화 문제에 대해서는 시설 입소 대상자가 자립생활센터 등을 통해서 최대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정말 시설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만 시설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앞서 말한 장애등록제나 서비스 인프라 구축, 자립생활 문제 등이 탈시설화 문제와 결코 떨어져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도에서도 민간에서도 정말 할 일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장애인 정책과 관련된 여러 꼭지들이 있습니다만 제한된 공간에서 다 말씀드릴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편의증진법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통상 공무원 업무의 70% 이상이 규제업무와 관련된 것이라 합니다. 장애인 업무 중에서 이런 규제가 주로 관련된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편의증진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무원 생활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우리 장애인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인데 그것이 일반 비장애인 국민들에게는 불편하고 비용이 들어가는 규제 내용이라 강력한 제도를 만들지 못할 때입니다. 법률을 개정할 때도 일반 복지제도는 예산만 확보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국가 예산과 관련이 없는 것일 지라도 그것이 규제에 해당한다면 큰 문제가 됩니다. 지금의 장차법과 편의증진법이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큰 불만이 되는 것은 장애인의 욕구가 그 당위성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많은 국가 예산 때문도 아닙니다. 일반 비장애인 국민 입장에게는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쓸데없는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고 그것을 국가 권력이 강제하는 것이 됩니다.

예전 활동가였던 저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정당한 규제를 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고 주장을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그 해당 규제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회적 합의와 우리사회의 성숙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항상 이런 긴장감을 가지고 국가 기관을 통해 비장애인과 조정하고 타협하고, 그리고 때로는 싸우면서 장애인복지제도를 발전시켜왔습니다. 앞으로도 여러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이런 문제 앞에서 단선적인 시각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정당한 주장을 해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저는 제가 처한 입장에서 최대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서로 다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타협하는 공무원 본연의 의무를 다하겠노라고 다짐하면서 본 글의 마침에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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