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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niversal : 인터넷과 프라이버시


인터넷과 프라이버시 박성준 (소셜플랫폼 대표)


2008년 10월 2일, 유명배우 였던 최진실씨가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경찰 조사 끝에 자살로 판명이 난 그의 죽음은 인터넷 문화와 관련한 중요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최진실씨가 약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매우 사적인 이야기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면서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소위 '악플러'라 불리는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악성댓글'이 그녀의 죽음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는 지적이 일었고 정부 여당은 소위 '최진실법'을 도입하게 된다.

'최진실법'은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실명제 확대 등을 포함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속칭인데 정부여당인 한나라당은 '비판적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음모'라는 야당과 네티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9년 4월 개정안을 통과 시키게 된다. 사실 이 법은 애초 2007년에 제정되었던 법을 강화시킨 것인데 매일 1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즉 본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한 법이다. 그래서 이 조항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制限的本人確認制)' 또는 '인터넷 실명제'라고 부른다.


[그림1 : 고 최진실]

'인터넷 실명제'의 헛발질

하지만 정부여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위 악성댓글의 비중이 특별하게 줄어들지 않았다. 법 시행후 실시된 한 조사에서 악성 댓글의 비중이 15.8%에서 13.9% 정도로 미미하게 줄어 들었을 뿐이다. 댓글 다는 사람에게 '책임 있는' 댓글을 강제하겠다는 이 제도는 더 큰 문제만을 발생시켰다.

지난 11월 18일 국내 최대의 게임회사인 넥슨이 제공하는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 가입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에 의해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넉달전에는 싸이월드로 유명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는 이보다 더많은 3,5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해커에 의해 유출된 이런 개인정보 들은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는 것은 물론 범죄에 악용되는데 사실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한국인들의 개인정보는 악덕기업이나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법이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를 유린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구글(www.google.com)의 회장인 에릭 슈미트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면 인터넷에 올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에 올린 모든 정보는 '위험하다'는 뜻이다. 왜 일까?

인터넷은 정보의 저장과 무한 복제를 기본 속성으로 한다. 일단 인터넷에 올린 모든 정보는 아무리 삭제를 하고 관리를 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정보 보안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다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은 공격자들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실명제'는 매우 어리석은 제도이고 법률인 것이다. 물론 이 법의 제정 목적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정보 보호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정부에 비판적인 사용자들을 추적하고 감시하기 위해 이 조항이 더 필요했을 것이다.

보호해야할 개인정보


[그림2 : 전세계 5억의 인구가 매월 1회이상 사용한다는 페이스북]

그런데 개인정보 유출의 주범이 '해커'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약 4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www.facebook.com)은 개인정보 유출의 비판과 비난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은 미국의 서비스이니 한국인들에게나 있는 주민등록번호 같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페이스북에는 개인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직업이나 학력, 나아가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향 등도 얼마든지 공개될 수 있다. 나아가 그가 현재 어디에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사용자들을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을 수 있는 환경에 처하게 만든다. 더우기 해킹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는 처벌 받지만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웍 서비스에서의 개인 정보는 본인의 동의와 조작에 의해 일상적으로 유출된다. 모든 사용자들이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대응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시대의 종언'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즉, 인터넷의 발달과 모든 사람들이 생활속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더이상 프라이버시를 보호받기 어렵고 역설적으로 프라이버시가 없는 시대, 또는 없어도 되는 시대로 가자는 주장이었다. 그의 이 발언이 큰 물의를 일으키자 이런 주장을 더이상 하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이라는 회사가 '프라이버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라는 비판이 틀리지 않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자본주의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팔아서 이익을 최대로 남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불편하다. 소비자의 개인 정보와 개인 특성을 많이 알면 알수록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페이스북이나 구글,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회사는 사용자들의 개인화된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사업에 이용할 뿐 아니라, 법으로 제재하기 모호한 빈틈을 적절히 활용한다. 기업의 이러한 속성은 사회적인 제제나 법적인 규제가 없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업의 탐욕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마치 아무리 보안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해커의 공격기술도 발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림3 :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위치 정보도 중요한 개인정보이다.]

소셜 네트웍 서비스와 프라이버시

인터넷의 발전, 특히 고도화된 검색서비스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웍 서비스가 발전하면 할수록 개인정보의 유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은 높아진다. 일부의 기술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더이상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고유한 권리,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식으로 부터 출발했다. 국가권력으로 부터 보호되는 개인의 권리로써의 프라이버시는 고도로 인터넷이 발전한 현대에 와서 기업의 먹잇감으로 내놓아진 것이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대상이 그 대상이 국가에서 기업으로 바뀐 것이다.

기업의 상업적 목적에 이용되는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사회적 통제 없이 기업이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자발적으로 보호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 깨어있는 개인과 그들의 집단적 사회적 노력만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보호의 문제는 그다지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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