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시선과소통 :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꿈꾸며 사는 장애인의 일상


일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꿈꾸며 사는 장애인의 일상 곽만섭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시각특화)


내가 그리던 일상 하나.

저는 항상 새로운 일상을 꿈꾸 었습니다. 이전에 저의 일상은 그저 집과 지역 시각장애협회(주간쉼터)만 오가던 그저 그런 일상이었습니다. 그나마 보람이라 해야 할까 자부심이라 해야 할까, 지역 시각장애협회에서 회원 대상으로 하던 정보화 교육에 강사로 나가고 있던 것이 그나마 활력이었죠. 그러던 중에 차츰 이건 아니다 싶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29살이었습니다.

아무리 병신(수기니까 이해 해주실 거죠?)이라지만 가슴 한 가운데를 뭔가가 꾸욱 누르고 있는 것만 같은 그것. 남아로 태어나 할 일도 많다만 그 할 일 중에도 제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할 바에야 그게 제대로 살아가는 것인지 하는 답답함. 그런 중에 평소 존경하던 형님에게 하소연을 하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일산직업능력개발원을 소개해 주시더라구요.


[그림1 : 일산직업능력개발원 전경. 여기가 제가 꿈을 키우는 장소입니다.]

일산개발원에서의 일상

일산개발원에서의 일상은 매일 매일이 비슷하고 또 다릅니다. 아침 7시가 조금 안되어 잠에서 깨어나면 아침점오를 합니다. 30분정도 샤워하고 기숙사를 나와 식당에 들려 아침을 먹고 9시 조회하기 전까지 아이폰으로 신문도 읽고 함께 공부하는 형님들과 오늘 반찬은 짜네 싱겁네 하는 잡담으로 보냅니다.

조회가 끝이 나면 수업이 시작 됩니다. 웹 접근성 수업.

요즘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웹 표준, 웹 접근성이 이슈인데요. 일산개발원에 오기 전에도 몇번(시각장애인 사이트 포함)의 사용자 평가 경험이 있었지만 수박 겉 핥기에 불과 했습니다. 일산개발원에서 배우는 웹 접근성과 웹 표준에 관한 내용은 제가 모르던 신세계였습니다. html언어를 이렇게 쓰고 브라우저에서 확인하면 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의 텍스트가... 보입니다. 다시 html언어를 사용하니 회원가입에서만 보던 가입 양식이 만들어지는 신비하기까지 한 경험입니다.


[그림2 : 예전엔 몰랐던 웹 접근성의 신기함]

열심히 배우려 최선을 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 탓인지 의욕만 앞서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그날 그날의 수업을 따라 가기가 버겁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납니다. 점심식사 후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기숙사 뒷마당에서 농구를 합니다. 비장애인들의 농구와는 조금 다르지만, 못지않게 긴장감도 있고 통쾌함, 즐거움이 있는 시간입니다.

농구를 하고, 잠시 쉬고 나면 어김 없이 오후 수업시간이 찾아옵니다. 제가 젤 재미있어 하고 어렵다 생각하는 html과 CSS를 배우는 시간. 소스 하나 하나를 타이핑 하며 네이버, 다음에서 보던 가입 양식이나 검색 양식을 내가 직접 만들어보면 기분은 업이 됩니다.

오후 수업이 끝납니다.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십니다. 오늘 배운 것만으로 비틀즈 사진으로 구성된 10행7열짜리 테이블을 만들어 보라 하십니다. 원래 깜깜한 눈앞이 더 깜깜해집니다.

저녁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의 숙제를 합니다. 이곳 개발원 시각특화에는 전맹 학생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타이거 프로라는 프린터가 있습니다. html편집기에서 태그 작성을 한 다음 브라우저 보기로 결과물을 보아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타이거 프로로 출력해 확인해야 합니다.

테이블 작성 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데, 함께 공부하는 동료가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해 줍니다. 동료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제를 마무리하고 기숙사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준비를 합니다. 샤워, 휴식, 웹서핑... 시간은 없는데 놀 것은 또 왜 이리 많은지요.

내가 그리는 일상.

요즘 욕심이 생깁니다. 시각장애, 지체장애, 그리고 안면장애 까지 많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취업을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새로운 것을 배운 것만으로 만족하자란 생각으로 이곳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하루 수업이 진행되고 점점 내용이 깊어갈수록 나도 사회인으로써 한 사람이고 싶다. 나도 직장에 다니고 월급 받아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는 아들로서의 당연한 행복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당연한 걸까요?)

타인보다 더 많이 아팠고 상처도 많았기에 오히려 사회가 아닌 집에 숨어 나오고 싶지 않아야 할 텐데. 전 오히려 밖으로 나가고 싶고 무언가를 내 손으로 얻고 싶어합니다.


[그림3 : 이게 바로 “나”입니다.]

개발원에 오기전 마스크부터 쳉겨야 했었습니다. 외출 필수 품 중 마스크가 제 일순위 였습니다. 얼굴 전체를 모두 가릴 만한 아주 큰 마스크 답답해도 타인의 시선이 싫어 답답함을 그냥 참아야만 했었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누가 쳐다보거나 상관 하지 않습니다. 일산개발원에 와서 밝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당당함을 배우고 노력하는 것이 주는 즐거움을 배웠습니다. 외출을 위해 이제 마스크를 챙기지 않습니다. 노력도 하기 전 금방 싫증내던 저를 돌아보고 어제보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것을 위해 타이핑을 합니다.

이번 글을 의뢰 받으면서 솔직하게, 나 같이 부정적인 놈이 할 것이 아닌데 괜히 수기 쓴다고 했나 생각했습니다. 긍정적이지는 않았던 제 삶과 사고방식이 반영된 결과이겠지요.

개발원에 오기 전에는 많은 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산개발원에서 저는 웹 접근성만 배우는 것이 아닌 세상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당당함도 배우고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오늘, 또 오늘.
그렇게 하루 하루 일상을 살다보면 언젠가 저도 월급 받는 직장인이 되어있을 거란 조금은 이상 같은 일상을 꿈꾸며...

평범하지만 소박한 꿈이 있는 장애인 저는 곽만섭입니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