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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리포트 :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열풍과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근원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열풍과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근원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
장명숙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


 최근 영화 ‘도가니’로 광풍을 일으켰던 ‘장애인시설 성폭력’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사실이다. 또한 ‘도가니 사건’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벌어지는 무수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의 ‘단지 한 건’일 뿐이며 ‘빙산의 일각’에 불가한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왔으나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인 것이다. 어찌 말이나 글, 그리고 영화로 장애인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성폭력 사건의 실체를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사회에서 장애인 성폭력의 문제가 공론화되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1987년 이후이다. ‘시설장애인의 성폭력 문제’가 시설종사자들과 부모, 자원활동가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이슈화 되었지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회성 관심환기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그런데 1987년 이후부터 불기 시작한 민주화 바람과 사회적으로 성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인권의식의 확대, 시설 내 자원활동가들의 의식과 활동에 대한 성장, 시설 내 문제에 대한 이슈화 등에 의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그러한 성폭력 사건이 없었다고 하겠는가? 아니다. 단지 드러나지 못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특히 시설성폭력의 문제는 시설 내 성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알아차릴 수 없다거나 자신에 대한 방어가 부족한 아동이거나 여성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설에서 성폭력이 가해질시 피해자의 수는 한명인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여러 명이 피해를 당하는 대상이 된다는 데 문제가 더욱 심각하며, 또한 피해 기간도 사건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때를 기점으로 벌써 그 이전부터 수년간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나타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가해자는 피해자가 시설에 들어올 때부터 알고 있고 함께 지내기도 하는 시설 이사장, 특수학교 교장, 종교 시설의 목사 등과 같은 최고 운영진 이거나 시설종사자나 시설에 관계된 사람들로 피해자에 대해서 막강한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일 년 열두 달 내내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에게 있어서는 시설에서 일어나는 그러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사실을 드러내는 데는 너무나 많은 한계가 있으며, 사건의 공개가 이루어지기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림2 :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그리고 어렵사리 그러한 사건들이 들어날 때 주로 시설의 보육교사나 양호교사, 자원봉사자 등에게 호소하는 형태로 처음 시작되는데 이를 접한 초기의 보육교사나 양호교사, 자원봉사자 등은 막상 시설에서의 자신의 위치 또는 상황과 맞물려 이러한 사건을 드러내야 할지 그냥 모르는 척 해야 할지 또한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다.(실제적으로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시설종사자나 관련된 사람들에게 시설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상담전화를 걸어왔지만, 자신과 시설명을 밝히지 않은 채 그러한 사실로 인하여 괴롭다는 자신의 이야기만 풀어놓은 채 다시 연락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시설 내에서의 성폭력은 시설의 폐쇄적인 운영 속에 재단의 각종 비리와 함께 발생하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그래서 시설의 성폭력에 대한 사건은 그만 쏙 들어가고 재단에 대한 복합적인 경영 등 운영비리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어 그러한 부분의 문제제기가 부각된 채 사건이 종결되고 마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시설 성폭력의 발생 원인을 종합해 보면, ①정부의 시설성폭력에 대한 무관심과 정책정화에 대한 부재 ②행정기관과 경찰, 검찰 등 관계기관의 장애인엔 대한 이해부족과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인식결여로 피해사실에 대한 외면 ③잦은 이직율과 열악한 근무조건에 의해 시설직원들과 피해자에 대한 사전교육이 불가능함 ④친ㆍ인척으로 구성된 시설의 직원과 관계자에 의한 사건 은폐 ⑤시설장애인들을 위한 성교육과 성폭력 방지 프로그램의 미실시 ⑥시설장들의 자기정화 노력의 부재와 사유화 의식 ⑦행정기관의 사전지도와 감독의 소홀 ⑧시설의 폐쇄적 구조 등을 들을 수 있겠다.

이러한 현실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생활자들에 대해서 시설책임자 및 시설종사자는 물론이고 대부분 우리사회가 작정하고 시설생활인들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함께 다른 나라 아주 낯선 거리처럼 자신의 일들과 상관없다고 더욱 덮어두고, 더욱 외면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림3 : 영화 "도가니"의 한장면]

그런가하면, 우리사회 전반에서 발생하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이 오랜 아픔의 세월 끝에 문제화 된 것은 2000년도 강릉의 지적장애 K씨(IQ 51로 지적장애 2급<8-9세수준>으로 사고력과 판단력 등 지적능력의 제한으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신경정신과 심리평가 결과) 사건(2000년 1월 강릉여성의전화에 여성신문사로부터 정신지체장애 인 듯한 K씨가 7년간 여러 명의 한 동네의 남자들에게 성폭력을 당했고 현재 임신중이라는 사건을 접하며 시작된 사건. K씨는 한 남자와 사실혼에 있은지 4개월이 지났을 때 임신 7개월임이 확인되어 친정으로 쫒겨 오게 되면서 사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K양은 아이를 낳았으며, 아이와 헤어져 그룹홈에게 생활하게 되었다. 그해 4월 ‘정신지체장애여성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53개단체)’가 함께 하며 사회에 더욱 이슈화 시켰고 정신지체장애여성(지적장애)의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우리사회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다.)을 필두로 일련에 드러난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사건이 이슈화되면서부터이다.

대체적으로 우리사회에 드러나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15개 장애유형중 지적장애(IQ 70미만, 13세 나이 미만의 수준(비장애 아동의 13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지적장애은 일단 IQ70 미만이기 때문에 IQ70미만에서의 13세이하 수준을 이해하여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부분에서 60~80%((사)한국여성장애인 부설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 8개소의 수치 통계.)를 차지한다. 그러한 지적인 장애로 ‘지적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과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이 당하는 상황이 성폭력인지 무엇인지 모르고 당하는 사례가 거의 대부분이며 더 나아가서는 정말 자신보다 30살에서 60살 많은 낯선 아저씨가 그냥 ‘맛있는 과자를 사주에서, 좋아하는 돈을 천원 주어서, 밥을 사주어서, 이쁘다고 해줘서, 사귀자고 해서, 좋아한다고 혹은 사랑한다고 해서, 돈을 또 준다고 해서....’ 그러한 등등의 이유로 성폭력에 유인된다.

그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비로소 사회적 대안들이 모색되면서 우리사회 최초로, 2001년 초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을 중심으로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가 서울·부산·대구·전주지역 등을 필두로 여성부의 지원을 받으며 개소(현재 전국에 20여개의 ‘여성장애인전문성폭력상담소’가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에 대해 상담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되어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상담지원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해로 10주년의 해를 맞이하기까지 수많은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10년 동안을 지원해 왔고 그 심각성을 크게 알려왔으나,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사건해결에 대해 우리사회는 2001년의 초심마저 다 무너져 오히려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무법천지의 나라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사건은 늘어만 갔고 해결은 ‘계류중’이거나 ‘미제’로 남아있게 된 사례가 많았다.


[그림4 :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우리사회는 차별 안에 장애인을 들여놓고 장애인 피해자보다 비장애인 가해자가 살아갈 날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이 아닌가 한다. 가해자를 어떻게 하면 무죄로 이끌어 갈까를 연구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런데 지난 2011년 9월 중순 우리사회 전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순식간에 우리사회에 광풍으로 불어 닥쳤다. 영화 도가니는 ‘시설의 비리들’과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 등을 우리사회에 알리고 알아차리게 했다. 영상의 힘으로. 이른바 전국 방방곡곡 국민들의 분노?! 그 분노는 필자에게 하루에 수십 통의 전화 인터뷰와 몇 건의 TV인터뷰로 다가오기도 했다. 갑자기 되풀이 된 질문들 속에서 늦은 퇴근길 멀미가 날 정도였다.

각 인권단체들이 도가니 영화 속 인화학교 법인의 시설 비리를 상대로 관련법 개정 및 법인 폐쇄에 대한 투쟁에 돌입했고, 급기야 정부가 관련 대책을 시급히 발표(대책들은 실제적으로 ‘법개정이니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느니’의 미래의 어느 날에 이루어질 것들 투성이었다. 그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2007년 그와 같은 것들을 발표했던 그 당시도 지금처럼 국민들은 대책이 발표된, 그 날로 다 이루어진 줄 알았으리라. 그 후 현재까지 대책으로만 머물러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재탕되어 올라온 것도 있었다.)하기까지 했다. 국회의 어떤 목소리들(?)도 들려왔다. 무언가 그동안 있어왔던 법에서 매우 좋은 쪽으로 바뀌어 질 것만 같았다. 일명 <도가니 법>을 만든다고 했었다. 시설의 비리를 막기 위한 이러저러한 안들이 들려왔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일명 <도가니 법>은 정작 어찌어찌 하겠다는 대부분의 것이 제외되고 삭제되고 난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만이 통과되었을 뿐이다. 물론 이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관련되어 개정되어야 할 몇 가지가 대책발표에서 하겠다고 했듯이 되어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함께 개정되어 정리되어야 위와 같은 사건들을 근절하는데 더 나아지지 않겠는가. 그 외에 정말 논의되었던 (안)중에서도, 시설 법인의 ‘공익이사제 도입’에 대한 내용 등 관련 안들 대부분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그림5 : 영화 "도가니"의 한장면 -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는 대책이 없다면 문제는 반복될 뿐이다.]

단체들의 열띤 투쟁도 국민들의 정서도 내몰아버린 이러한 행위는 ‘시설의 문제에 대한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의 노력’보다 또한 ‘국민의 분노’보다 여론무마용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끝나고 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시설에서의 온갖 비리와 인권유린의 문제가 또한 예전과 별반 다름없이 남아있게 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또 어떠할까?


[그림6 :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대책이 필요하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은 당하는 피해자들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가 있음으로 인한 불편한 부분을 이용하고 악용하여 폭력을 가하는 우리사회의 비윤리적인 인식이 크나큰 문제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우리사회의 무지(無知), 곧 무식함이다. 우리사회 일원들이 구체적인 ‘앎’에 눈뜨고 인식이 개선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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