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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리포트 : 서울시장에게 바랄 걸 바래라?


서울시장에게 바랄 걸 바래라?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집행위원장)


- 삽질만 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삽질 국가, 토건 국가에 살고 있는 노점상 관련 몇가지 이야기 -

 첫 번째 이야기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주변의 노점상들 이야기다. 지방선거가 있기 전 그러니까 10월 6일, 그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항의를 전개했다. 이날 집회를 개최하여 가까스로 서울시와 면담이 성사되었고, 노점상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날 면담 자리에서 노점상들은 정말 해괴망측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서울시 노점상 담당 공무원이라는 사람은“자신이 동대문운동장 주변의 노점상에게 노점자리를 주며 노점단체 가입을 탈퇴시켰다”고 자랑을 늘어놓더니, “서울시장에게 바랄 껄 바래라” 라며, 반드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완공 때에는 대대적인 노점단속을 추진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협박을 했다. 그것도 서울시 예산 약 15억 원 정도를 들여서라도 집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청계천 복원공사를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주변의 수많은 노점상들은 생계 터전을 잃고 다른 곳으로 내몰렸다.


[그림1 : 인사동 노점상 단속 현장]

서울시는 21세기 도시공간을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고품격 트렌드인 환경 복원과 문화재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청계천 복원과 주변부 뉴타운 사업을 진행하였다. 한때 수많은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정권 시절부터 추진되었던 신개발주의에 혹하거나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청계천은 장애인들 이동과 접근조차 쉽지 않은 차별천이 되었고, 노점상들에게 이곳은 복원 후 쫓겨나 다시 찾을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왜냐면 새롭게 복원된 청계천 주변에 노점상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는 거다.


[그림2 : 청계천의 야경. 이 야경을 위해 노점상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이곳의 상인들을 위해 지었다는 동양 최대의 유통단지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막상 청계천 상인들이 입주하기엔 분양가가 높아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그나마 간신히 입주한 공구상가는 상권이 위축이 되거나, 제대로 개발이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일 뿐이다. 청계천변의 문화재는 들쑥날쑥 그야말로 날림으로 복원되었고, 하루 수천 톤의 물을 전기 동력으로 끌어올려 쏟아 부어야만 하는 커다란 인공어항이 되었다. 여름철만 되면 이끼를 벗겨내느라 또 얼마나 많은 혈세를 쏟아붓는가?

공사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는 과거 한국 스포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일년 열두 달 이곳에서는 야구와 축구 경기가 번갈아 열리거나, 선수들이 멋진 유니폼을 입고 연습을 하던 곳이다. 유년기에 아빠의 손을 잡고 고교야구를 관람하던 기억, 관람을 마치고 운동장 밖으로 나오면 수많은 인파들 사이로 팥빙수와 아이스 바를 팔던 노점상들의 모습은 이제 오래된 신문기사에서나 찾아 볼 수 있을 뿐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다. 서울시민의 집단적 기억과 추억을 송두리째 앗아버리고, 4천 억이 넘는 시민 혈세를 퍼부어 동대문 랜드 마크가 될 것이라는 디자인플라자는 이제 완공을 몇 달 앞두고 있다.


[그림3 :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디자인플라자]

다음은 두 번째 이야기다. 노점상을 둘러싼 “토건중심 디자인 서울”의 여러 가지 병폐 중 가장 극명하게 그 모순이 드러나는 곳,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 투여되는 재정은 2005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4,648억 원 수준이었다. 그러다 사업비가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2006년 업무보고에서는 5,040억 원으로 나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총 7,581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란다. 이 모든 비용은 중앙정부 재정 30%, 서울시 재정 30%, 국고 융자 40%로 추진될 예정이다.


[그림4 :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착공식]

이 사업은 가락시장 농수축산물 도매시장으로서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가락시장의 거래물량이 정체되거나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사업계획이다. 즉 농수산물공사는 거래금액의 증가로 기능 확대를 예측하지만, 시설의 확충은 거래물량을 근거로 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2005년 KDI에서 수행된 예비타당성조사를 보면 가락시장의 장기추세를 '하향 안정화'를 최적의 시나리오로, 현재의 50% 수준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추정한 바 있다.)

모든 사업들이 오로지 돈 버는 게 목적인 세상에서, 이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 내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고융자금은 연리 3%로 2025년부터 13년간 갚아야 하며, 연간 233억 원에 달하는 상환비용이 발생한다. 현재 서울시 농수산물공사의 2010년 전체 영업수익은 481억 원이며, 이중 영업비용 390억 원을 제외한 순 영업이익은 100억도 되지 않는다. 즉, 현재보다 순익이 3배 넘게 나야 융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뜻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비용은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서울시 농수산물공사는 이를 전액 시설운영을 통해서 갚겠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중도매상인들의 유통수수료 인상과 직판 상인들의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가락시장상인들에게 현대화사업 비용을 상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이 진행이 될수록 시장에서 영업하는 모든 노점상과 일반 상인들까지도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언제 쫓겨나게 될지도 모르는 운명이 되는 게다.

현재 진행 중인 1단계 공사는 업무 동 1개 동이 18층으로 지어지고, 이곳에는 농수산물공사 업무공간과 부대시설, 그리고 직판시장이 들어선다. 직판시장은 3층으로 지어져 1,200개의 상가가 들어온다. 그러나 이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현재 가락시장에서 허가를 받고 장사를 하고 있는 직판상인은 대략 2천 명이 넘는다. 그렇다면 결국 8백 명의 직판상인들은 어디로 간단 말인가?(2011년 11월 3일 “가락농수산물시장 현대화사업 전면 재검토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참조)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는 서울시 부채와 연동해서 반드시 불필요한 시설을 최소화하고, 모든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에 대해서 언급을 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는 2007년 2월 27일 ‘노점상관리대책’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약 1,117개의 노점상 시범가로를 만들겠다고 언론을 통해 발표하였다. 그러나 ‘노점관리대책’ 이란 한마디로 각 지역의 구청에서 노점상 개개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실태조사는 노점상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노점허용 재산기준을 설정하여 이를 초과하는 노점상은 장사를 불허하거나, 해당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노점상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고, 주요 간선도로는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거나, 대신 통행인이 없어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뒷길에다 유도구역을 지정해 시범거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미관에 맞게 포장마차를 디자인하거나 규격화하여 허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노점상 관리 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림6 : 서울시내 노점 연도별 증감 추이 - 2007년 서울시 자료]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서울시의 노점상관리대책에 밀려 종로의 이면도로로 밀려난 노점상들과 신설동 풍물벼룩시장에 갇혀 있는 수천 명의 노점상들은 위축된 상권으로 인해 모두들 고사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청의 관리대상으로 종속되어 차츰 불이익을 당하거나, 이마저도 거부하면 용역반을 들이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점상의 생존권을 위협한 위와 같은 노점관리대책을 집행한 서울시는 그 책임을 지고 있는가? 전혀 없다. 심지어 당시 위와 같은 사업들을 결정한 기구와 담당공무원들은 시간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서울거리의 디자인 사업과 맞물려 과거 약 2만 명 가까이 치솟던 노점상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8천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시의 노점상관리대책의 본질은 신 발생 노점의 억제와 기존 노점의 축소를 위한 대책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노점관리대책이라는 이름의 당근을 던져주는 척 하면서, 한쪽에서는 용역반을 동원한 단속이라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하는 사례로 작년 신촌지역을 중심으로 한 노점상 행정대집행과 최근 종로 인사동 지역의 노점상에 대한 단속이다. 보행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노점상들을 단속했다.‘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그저 노랫말일 뿐, 종로의 대로변과 인사동은 노점상들을 몰아내고 화단과 꽃들로 채웠다. 노점상들은 보행권을 침해하지만 화단과 꽃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그림7 : 단속당한 노점 상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 글을 정리할까 한다. 가락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은 가락시장을 무덤으로 가져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고, 명품거리 디자인 서울의 숨겨진 본질은 기득권 세력의 이윤 확대와 특정 정치인들의 치적거리일 뿐이다. 그리고 노점상들은 이를 위한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노점상들은 보행권을 침해하는 주범이거나, 위생과 불량식품의 대명사였기에 여론몰이에 희생되었고, 커다란 국책사업을 위해 이들은 밀려나도 너무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매도당했다. 겉모습은 명품디자인으로 도배질하여 화려해 보일지는 몰라도, 그 속에는 노점상과 그 가족들의 피눈물로 젖어 있다. 천박한 자본과 정치가 합작하여 힘없고 약한 원주민들과 길거리 노점상을 강제철거하고 단속해 쫓아내는 추악한 본질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정말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10.26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오세훈과 한나라당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내려졌으며, 토건사업 중심의 시정방향은 바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 노점상들도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고,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선거운동본부에 실무자를 결합시키는 등 조직역량을 가동하여 최대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박원순 시장이 후보시절 선거운동 첫날, 송파 가락시장 노점상들을 찾아와 노점상 대표의 손을 맞잡고 우리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으며, 노점상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한 약속을 노점상들은 잊지 않고 있다. 현재 박원순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를 포함해서 지나친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들은 가급적 줄이고 복지나 교육을 늘리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발 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특히 원주민을 몰아내는 뉴타운사업에 대해 새롭게 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과 더불어 재검토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초등학생 무상급식에 대한 전면적인 실시를 하고 있다.

특히 시립대를 중심으로 반값 대학등록금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문제에 있어서 하나의 선례를 남기겠다는 것은 정말 반갑고 가슴 뿌듯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진퇴양란에 빠져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작은 햇살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사업들이 서울시를 중심으로 성과로 남는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커다란 변화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시의 일부 관료를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관행이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그동안 서울시의 잘못된 사업들은 한 사람의 시장 못지 않게, 밑에서 시장을 움직여 왔던 행정 관료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계속적으로 한나라당 시장 시절의 마인드로 군림하는 한 어쩌면 박원순 시장의 개혁도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림8 : 보행권을 침해하는 단속현장. 조금 더 신중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 시장은 노점상에 대해서도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점상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서민들이 즐겨 찾는 거리의 건전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대화로 노점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만들어 냈으면 한다. 이게 지나친 바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그동안 서울은 자고 일어나면 파헤쳐지고, 공사판으로 시달리며, 정신없이 달려 왔다. 이제 서울시의 곳곳이 좀 조용해지고, 차분하며 원숙한 이미지가 느껴지는 동네로 바뀌게 될 것을 마음 속 깊이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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