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시선과소통 : 기부문화가 부럽다고? 부러운 건 기부에 대한 인식이야!


기부문화가 부럽다고? 부러운 건 기부에 대한 인식이야! 정춘진 (삼성소리샘복지관)



[그림1 : 올해도 사랑의 온도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0년 미국의 기부금액은 약 2,900억 달러. 그것도 경기불황 탓에 3,000억 달러 이하로 줄었단다. 부럽다. 정말 부럽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러분 이 숫자를 보고 느끼는 것 없나요? 열악한 기부문화. 더불어 사는 성숙한 시민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도 미국의 기부문화를 본받아야 합니다.” 이 타이밍에서는 이렇게 주장하면 맞다. 왜?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미국의 굿윌(Goodwill)은 [아름다운 가게]처럼 기부 받은 중고품 판매수익으로 기부금을 마련한다. 심지어는 부자들에게 건전한 압력을 넣어 가전제품을 바꾸도록 하는 단체도 있다. 중고가전제품을 팔아서 기부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환경단체의 티셔츠를 사주는 것도 기부고, 비영리단체의 잡지를 구독하는 것도 기부로 인정한다. 바자회에서 물건을 사도 기부고, 대형마트 코너에 있는 기부바구니에 쇼핑한 캔 제품을 넣어도 기부다. 학교운영기금도 기부고, 심지어 장기를 기증해도 환산해서 기부금 숫자에 포함시킨다. 물론 현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부에서 으뜸으로 친다. 어째든 2,900억 달러의 치명적 매력은 현금만이 아닌 다양한 것들의 환산총합이라는 이야기다.


[그림2 : 굿윌의 활동 모습. 그들의 모토는 "자선이 아닌 기회"이다.]

우리는 기부하면 자동으로 복지단체나 시설을 연상한다. 그런데 미국은 좀 다르다.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의 희귀동물을 보존하는데도 기부를 하고, 자기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환경을 위해서도 기부한다. 심지어는 자기네가 때려 부순 이라크를 위해서도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기부금을 사용하는 것은 더 가관이다. 수술비지원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도 있지만, 도서관이나 학교의 운영비 등으로 많이 사용된다. 그럴듯하게 눈으로 보이는 일에 사용해도 시원치 않은데, 심지어는 인권이나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급여로 사용되기도 한다. 기부금이 직접비로 사용되던지 간접비로 사용되던지 목적에 맞게만 사용되면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사람들은 환경에 관심이 있으면 녹색연합에 기부를 하고, 장애인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인권활동가 단체에 기부를 한다.


[그림3 : 잠자는 휴대폰 기부]

우리나라처럼 기부를 복지단체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 미국의 기부문화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기부문화를 운운하지만 사실 부러워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매력적인 기부금액이었던 것이다.

찬바람이 분다. 기부 시즌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여전히 성탄절 고아원 앞에 구호품을 쌓아놓고,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던 미군식 기부문화 프레임에 갇혀 있다. 그래서 기부하면 머릿속에 자동으로 복지시설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림4 : 이런 기부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다른 기부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이 바뀐 지 오래다. 복지시설뿐만 아니라 장애인인권향상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활동가 단체, 환경을 지키는 단체, 지역문화단체 등등 우리나라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곳은 많다. 정기적인 후원이 어렵다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대형마트 영수증 넣기, 지하철1회용승차권 넣기, 비영리단체 바자회나 일일찻집 티켓을 사주기, 저금통 동전 모으기 모두 기부다. 올해부터는 기부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자. 그리고 이왕 기부를 할 것이라면 한번쯤 물어나 봤으면 좋겠다. 물품이 필요한지 현금이 필요한지. 혹은 관리운영비가 필요한지 사업비가 필요한지 아니면 결연후원금이 필요한지 말이다.


[그림5 : 올해도 사랑의 온도계가 쭉쭉 올라가길 기원해 본다.]

이왕 미국 이야기로 도배를 했으니 한 가지 더. 미국에서 기부를 받으면 그것이 어느 곳에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어떠한 효과나 결과가 있었는지를 후원자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숫자만 나열하거나 두루뭉실하게 이야기는 법이 없다. 그리고 기부금을 가지고 꼼수를 펴는 일도 거의 없다. 걸리면 인생 종치기 때문이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