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IT&Universal : Universal Social


당신이 과학자 또는 엔지니어라면 어떤 기술을 개발하실 건가요? 박성준 (소셜플랫폼 대표)


(먼저 잠깐 시간을 내어 다음의 동영상 강연을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위 영상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의 로멜라(RoMeLa;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 )라는 이름의 로봇공학연구실에서 개발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량운전시스템기술'을 소개한 내용이다. 이 연구소의 리더인 대니스 홍( Dennis Hong 한국 이름 홍원서, 지난 6월 4일 국내의 한 공중파 방송에서 시각장애인차를 개발한 세계적인 과학자로 소개한 다큐멘타리를 방영한 바 있다) 교수가 직접 설명한 이 장애인 차량의 소개 영상을 보면 비록 자동차 경주장이라는 제한된 장소이지만 시각장애인 자신이 차량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며 장애물을 인지하고 피해가는 모습을 직접 시연한 장면이 나온다. 이 차량을 운전한 마크 리코보너씨는 평생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왔고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차량을 운전하고 차에서 내리자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 옆 자리에 서서 그에게 굳은 악수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대니스 홍 교수다.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

혹자는 인류 문명사는 곧 과학기술의 발전사라고 말한다. 오랜 고대에 인류가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동물과 구별되기 시작했고, 바퀴를 발명하면서 로마제국은 흥성하게 되었고, 나침반을 발명함으로써 바다를 정복했고, 금속활자 인쇄기를 개발함으로써 지식혁명이 시작되었고, 증기기관을 만듦으로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시작했고 하늘을 날고 바닷속을 탐험하고 우주를 개척하기 시작하였고 이 발전에는 어떠한 제약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키워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인류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비판적으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핵분열의 원리를 발견해서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던 아인슈타인은 2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해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 공포감을 불러 일으킨 것을 보고 분노하고 통곡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과학의 원리가 인류를 위해서 사용되지 못하고 파멸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반대했고,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가 지어졌을 때 평화적으로 핵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비로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로 기술의 발전에 대해 무분별한 찬양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특히 최근의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고도 산업사회를 가능하게 했고 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의 급격한 팽창은 지구 온난화라는 돌이키기 어려운 환경적 위기를 심화시키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인류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는 것에 이론을 달지 못하게 되었다. 최근에 있었던 일본의 동부 대지진은 심지어 아인쉬타인의 기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지진에 의한 쓰나미가 쓸어간 폐허 보다도 통제 불가능한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이 더 큰 재앙을 불러왔고 어떤 기술도 평화적으로만 이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믿음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원자력 발전소에 이용되는 핵기술을 근본적으로 폐기 처분하자는 주장은 과학기술을 도구적 관점, 즉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술은 선하게 이용될 수도 악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도전받게 되었다. 즉 개발하거나 사용자체를 막아야 하는 기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을 심각하게 수용해야만 하는 지경까지 되었다. 결국 우리는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해야만 하는가라는, 이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물음에 답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행복을 주는 기술이란?

쉽게 물을 정수하여 마실 수 있는 휴대용 정수필터 라이트 스트로와 공처럼 쉽게 굴리며 쉽게 물을 옮길 수 있는 큐드럼은 가장 대표적인 적정기술 상품이다

위 그림의 왼쪽편은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 즉 '생명의 빨때'라는 휴대용 정수기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아프리카에는 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세균에 오염되어 있어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라이프 스트로는 이들이 들고 다디면서 물을 마실 수 있는 1인용 '휴대용 정수기'이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여자들, 어린 아이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오염된 물을 길어 오기 위해 매일 약 3시간을 허비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힘든 노역이 된다. 위 그림의 오른쪽에 보이는 큐 드럼(Q-Drum)이라고 이름 지어진 프라스틱 물통은 적은 힘으로 마을까지 물을 길어 올 수 있는 물통이다. 사실 전기도 자동차도 석유도 없는 가난한 마을에서 큐 드럼이나 라이프 스트로우 같은 기구 들은 그들에게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유용한 도구가 된다.

태양열 조리기 쉐플러
쉐플러(Scheffler) 태양열 조리기-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저개발국에서 많이 사용한다.

마땅한 취사 도구가 없는 가정에 태양열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음식을 익힐수 있는 태양열 조리기, 간단한 도구를 조립해서 풍력을 이용한 발전기를 만들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틀거나 펌프를 가동시키는 기술 등 조건과 환경에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 들이 계속 개발 되고있다. 이러한 기술을 우리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 부른다. 이 적정기술은 가난한 사람들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의미에서 '소외된 90%를 위한 기술'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데 '기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해 주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효율을 극대화 하는 기술, 이를 통해 더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해내는 것을 기술의 핵심 가치로 보는데 익숙하다. 더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술, 이러한 기술이 지향하는 본질적인 가치는 지금껏 인류 역사의 지난한 과제였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술의 결정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기술이 의미 있는 것은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걸 전제로 한다. 그래서 기술 그 자체는 물론,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의 문제는 언제나 사람을 이롭게 하는 문제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기술과 사회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속도가 가장 빨랐던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한다. 절체절명의 전쟁승리를 위해 모든 과학자 기술자들은 온 힘을 다해 기술을 개발했고 현대적인 기술의 대부분의 원판은 이때 만들어 진 것이다. 전쟁기술은 말 그대로 적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그 이후 고도로 산업이 발전한 현대자본주의에서의 기술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이 벌리지 않는 기술은 시도 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전쟁 승리가 기술 개발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장과 자본의 목적으로 바뀐 것이다.

앞서 소개한 시각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에 적용된 기술을 우리는 적정기술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기술 자체의 내용으로 만 보면 이는 매우 고급기술(high technology)이고 첨단기술이다. 다만 정확히 사람, 구체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기술, 그러한 목적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돈이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 이러한 연구에서 파생한 기술이 훝날 다른 곳에 활용되면서 돈을 벌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별로 돈이 되지 않는 기술이라 해서 이런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이런 기술을 개발할 것이냐 안할 것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을 돈으로 판정한다면 이런 시도가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사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량이 일상 생할에 까지 적용될려면 아직 넘어야할 문제들이 많다. 이 차량의 안전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운전면허 시험제도는? 이런 운전자가 모는 자동차의 보험은? 이러한 문제는 기술의 신뢰성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의식과 제도가 이를 허용할 만큼의 이해와 동의, 그리고 제도화가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결국, 돈의 문제를 포함하여 사회 속에서 요구하고 동의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전제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타고 나면서 부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고 탁월한 재능과 소질을 가지고 있는 과학자나 기술자들만의 책임도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가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떻게 사회에 접목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여할 과제인 것이다.

대니스 홍 교수의 마지막 코멘트가 인상적이다.

"This is priceless 이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교실에서 한 교사가 칠판에 글을 쓰고 시각 장애 학생이 그것을 보고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비시각적 인터네이스(non-visual interface)를 이용해서 말입니다. 제가 오늘 보여 드린 것들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가난하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특히 필요하고 유용한 기술이 많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시각 장애인 차량의 운전을 마치고 감격해 하는 마크 리코보너 씨
시각 장애인 차량의 운전을 마치고 감격해 하는 마크 리코보너 씨..
http://www.ted.com/talks/view/lang/kor//id/1158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