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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 일 해도 굶는다?


나도 일하고 싶어요 이미진


 가끔... 아니 자주 창밖을 내다보면 이쁘게 차려입은 여자들이 바삐 출근하거나 지친 몸으로 퇴근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수급비를 받고 있는 지체2급 여자입니다.
그리고 일하고 싶은 하지만 일을 할 수 없는 여자입니다.
일을 하고 싶어 공부하러 간 곳에서는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같은 이야기들만 가득, 펼친 책에 적힌 글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너 한글맞니?’라고 묻고 싶은 글들 뿐, 만난 사람들은 시설 후원금을 어찌 어찌 늘려 받는 방법들만 이야기해주는 정말 취업하고 싶은 27살입니다.

저는 취업할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에 큰 용기를 내어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취업을 할 수 없으니 얼마 안되는 수급비로 생활하려 하다보니 집밖으로 나가는 것이 무척 두려워 나가지 않았었거든요. 나가면 모든 것이 다 돈이니 당연한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용기를 내어 나갔습니다.

공부도, 실력도 필요없다고 하여 취직하러 나간 거였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무섭고 무서워 울고 또 울었습니다.
취업하러 나간 자리에서 난 취업이 아닌 물건을 사야하는 장애인이었으며 결제는 정부에서 보조금으로 지급하니, 수당 차원에서 얼마를 줄테니 물건을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지체 장애인들을 데려오란 것이었습니다.
난 취업하고 싶었는데 장애를 팔라 하더군요.
서러웠습니다.

소개를 받았습니다.
대리 운전 콜센터에서 전화 교환해주는 일이라고 장애와 관계가 없다 하더군요.
아래 위로 물건 바라보듯 바라보는 시선이 참 싫었습니다. 한발 한발 힘들게 올라간 계단이 허무할 정도로 면접할 기회도 주지 않더군요. 내려오는 계단은 또 왜 이렇게 무섭던지... 힘들게 탄 버스비가 아깝고 아까워 집에 돌아와 다시 울었습니다.

또 소개를 받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장애가 있어도 괜찮다는군요. 아니 대부분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작은 공방이라 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찾아갔습니다. 그 곳은 너무나 행복한 곳이었습니다. 모두들 서로 서로 의지하며 정말 부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또 울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곳에선 당장 내일부터라도 함께 일하자 했으나 제가 일할 수 없다고 말해야 했습니다. 일하고 싶었지만, 일할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취업하고 싶은 여자였지만, 취업할 수 없었고, 취업해선 안되는 여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제 한달 생활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애 수당을 포함하여 한달에 들어오는 수급비가 52만원입니다. 겨울에는 난방비 5만원이 더 들어옵니다. 병원의 경우 소득이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플때는 큰 병원의 경우 사회복지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병원 진료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몸이 좋지않아 자주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취업을 하면 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합니다.
포기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만 된다면 당연히 포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받을 수 있는 급여는 처음 1년간 한달에 10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4대 보험 관련 비용을 제외하니까 9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거기에 점심값을 제외하니 6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이 되더군요. 그리고 제가 무료로 받는 약값을 제외하니 4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 되더군요. 거기에 공과금과 휴대폰 요금을 제외하니 3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이 되더군요. 월세를 제외하니 1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이 되더군요. 거기에 얼마 전 오른 여성용품과 기초적인 화장품 가격을 빼니 5만원 조금 더 되는 금액이 남더군요.
저 한달에 5만원으로 아침, 저녁, 주일을 보내야하나요?
쌀은 어떻게 사야하며, 반찬은요? 점심 대신에 도시락 싸가면 된다고요? 저는 키가 무척 작답니다. 뼈가 너무 자주 부러지고 붙어서 걷는 것도 힘들지만 무거운 것을 들어서도 안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에겐 가벼운 도시락이 제겐 무거운 짐이 되구요. 여러분이 쉽게 만들 수 있는 도시락이 저에겐 하루를 싸워야 하는 크나큰 적이랍니다.

그래서 저는 취업을 할 수도, 취업을 해서도 안되는 취업을 하고 싶은 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요즘 장애인과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합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많은 정책 지원과 세제 혜택이 있어서 장애인을 고용한다고 합니다. 특히 국책 사업의 경우 몇 명 이상의 장애인이 고용되어야 획득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어 더 많은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들은 취업할 수 있어도 취업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저도 취업하고 싶지만 취업해선 안되는 여자입니다.
학력도 좋지 않고, 중증 장애를 가진 저같은 여자는 아무리 사회적 기업이라 해도 100만원 조금 더 주는 급여를 받을 수 뿐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증 장애를 가진 저같은 사람들은 급여만으로 생활할 수 없습니다.
일하고 싶어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해선 안된다.”

말이 될 수 없는 말이지만, 지금의 저에겐 그리고 저와 같은 처지를 가진 중증 장애인들에겐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일해선 안되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벼룩신문 구인란의 광고를 바라보며혼자 상상해봅니다.

일하는 나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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