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컬쳐포유 Let's Go Go Go


자전거를 타자!! 고관철 (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대표)


난 자전거를 탄다.

내가 자전거를 탄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왜냐면 모든 사람들은 자전거 하면 두바퀴만으로 달리는 자전거를 떠올릴 것이다.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일반적인 자전거 사진
<누구나 반사적으로 생각하는 자전거>

그래서 하반신 장애인이 도대체 이런 자전거에 균형을 잡기도 힘들텐데 어떻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단 말인가? 기껏해야 보조바퀴를 다는 것 정도 생각할 것이다.

하! 하! 하!

고정관념을 버려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지니..
내가 타는 자전거는 세발 자전거다. 모양새 떨어지게 뒷바퀴에 조그만 보조바퀴를 달고 타는 그런 자전거는 결코 아니다. 미끈하게 잘 빠진 빨간색 프레임에 경주용 바퀴를 앞에 하나, 뒤에 두 개 연결한 세바퀴 자전거! 이것이 내가 타는 자전거이다. 아래에 내가 타는 자전거를 소개한다. 이름하여 레드폭스! 이게 이 녀석의 이름이다. 빨간여우라는 뜻이다.

애마 레드폭스에 탑승한 필자
<애마 레드폭스에 탑승한 필자>

위 사진은 작년 10월에 잠실운동장에서 강변로를 따라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중랑천으로 접어들어 코스모스 가득찬 길을 누비며 마지막 종점인 의정부에 도착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뒷배경으로 물을 내뿝는 것은 중랑천에 물대기 위해서 일부러 한강물을 길러올려 다시 중랑천으로 내려보낸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중랑천을 살리는 것이다.

이 녀석과의 인연이 벌써 햇수로 3년이 넘어간다. 2009년 10월 쯤에 배우기 시작해서 함께 했으니 나름대로 오래된 것 같다. 요즘은 누워서 타는 자전거도 나와서 중증장애인들도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하체를 못쓰는 분들인 소아마비, 절단, 척수장애인들도 동호회에 참여해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다.

배우게 된 동기는 우선 살이 너무 쪘었다. 90Kg까지 나갔으니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했을까. 그리고 건강검진에서도 협심증과 더불어 초고도비만이라고 상당한 주의를 받았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비만이라는 것이 떨쳐버리기 너무 힘든 결과인 것이다. 장애로 인해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움직이는 것 조차도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에 살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많이 움직이며 운동하라고 하면 결국 다리에 무리를 주게 되고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장애인들은 '오래살아서 뭐하냐 짧고 굵게 살다 가는 거지'라며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더 좋은 세상이 오리라는 믿음과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확신으로 가늘고 길게 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맞는 운동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수영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한정된 풀장에서 운동한다는 것에 일찍 싫증을 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핸드사이클을 접하게 된 것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때, 아버지를 졸라서 중고 세발자전거를 샀던 기억이 아득하게 떠올랐다. 그때 왜 그렇게 동네얘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모습이 좋았던지 몇날 몇일을 졸라서 샀던 것이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내 다리에 힘도 조금씩 길러졌던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선지 장애인 핸드사이클은 내 삶에 희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동호회원들과 강변 코스모스길을 달리는 필자
<동호회원들과 강변 코스모스길을 달리는 필자>

자전거를 타고 잠실운동장에서 한강의 자전거도로를 따라 내려가서 상암월드컵 경기장까지 돌고 오면 거의 40km를 왕복으로 갔다 오는 엄청난 거리의 운동인 것이다. 하지만 평균시속 25km로 달려가다 보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강변 바람과 반짝이는 한강 물결들과 가득 핀 이름모를 야생화들과 휴일을 즐기는 수많은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을 만나는 정말 즐거운 강변여행인 것이다.

그리고 내힘으로 비장애인들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짜릿한 경험을 나에게 선사한다.

어떤 날은 잠실운동장에서 의정부로 80km를 달리기도하고, 어떤 날은 탄천을 따라서 분당으로, 혹은 과천으로 내달리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방화대교까지 내려가서 유명한 국수집에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국수를 먹고 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팔당대교 넘어서 한방토종닭찜을 먹고 오기도 한다. 정말 휴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 것이다.

방화대교 라이딩 중 동호회원들과 한 컷! <방화대교 라이딩 중 동호회원들과 한 컷!>

그렇게 타기를 6개월 하고 나니 몸무게가 75kg으로 줄고 못입던 청바지와 와이셔츠들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얼굴도 훨씬 좋아졌다는 칭찬은 덤으로 듣게 된다. 담배를 끊고 시작한 운동이 나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작년 여름에는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했다. 정말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와 하나되는 경험이었다.

또한 작년 장애인전국체전에서 사이클선수로나가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제 난 정말 튼튼하고 오래산다는 확신이 든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와 일요일 휴일마다 나의 자전거를 타러 애마 레드폭스가 매여있는 잠실 운동장으로 출근한다.

통일기원제주일주 중
<통일기원제주일주 중>

나에게 자전거는 새로운 자신감과 활력이다. 당신에게도 그런 활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시작하라! 언제? 롸잇 나우~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