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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FTA시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FTA시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최남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보도본부장)


▣ 상황 1: 냉장고를 수출하는 A 대기업에서 EU(유럽연합) 담당 과를 맡고 있는 김 과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EU FTA가 7월 1일부터 발효되면 EU가 즉시 우리나라 수출품에 대한 관세 1.9%를 없애게 돼 종전보다 싼 가격으로 냉장고 수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다른 나라 경쟁사의 제품보다 그만큼 경쟁력이 강화되는 점을 활용해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로 김 과장은 주말도 반납한 상황이지만 시골에서 양돈업을 하고 계신 부친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EU FTA 타결로 EU의 값싼 수입 냉동돼지고기가 들어오게 돼 김과장 부친 같은 양돈업자들은 타격을 받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한다고는 하지만 국내 양돈업이 낮은 가격을 앞세운 EU 축산농가들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다는 게 김과장 부친의 판단이다, 김 과장 부친은 평생 해오던 ‘가업’을 접을 생각마저 하고 있다.

▣ 상황 2: B 자동차회사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 경쟁 자동차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든 데 이어 일본 경쟁업체들마저 대지진 사태의 영향으로 생산에 타격을 받자 미국 시장에서 한창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회사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한-EU FTA가 곧 발효된 데 이어 한미FTA도 국회 비준을 거쳐 효력을 내기 시작하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점차 자동차 관세가 없어지게 돼 보다 싼 가격을 무기로 이들 시장에서 차를 더 내다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얻는 것도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게 FTA의 정신, 이 회사는 해외시장에서는 ‘질주’하는 대신 정작 국내 시장을 미국과 유럽 등 외국업체들에게 어느 정도 내줘야 할 판이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자동차에 대한 국내 관세도 같이 낮아져 가격이 싸진 포드나 볼보 라벨이 붙은 수입 자동차가 길거리에서 더 많이 눈에 띄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상황 3: 가정주부 이 씨는 동네 마트에 장을 보러 나왔다가 반가운 마음에 정육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르는 물가 탓에 살림살이가 빠듯해 걱정이 많던 터였는데 국내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싼 미국산 돼지고기가 눈에 들어왔다, 주말에 가족들과 돼지고기 파티를 할 생각으로 미국 고기를 샀다. 고개를 돌려보니 수입산 와인매장이 있다. EU산 와인에 붙이는 관세 15%가 폐지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가격이 저렴한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산 와인이 진열대에 놓여 있었다. 남편과의 로맨틱한 저녁을 그려보며 프랑스 산 와인 한 병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FTA가 가져올 경제와 생활상의 변화를 그려 보았다. 많은 논란과 진통 속에 FTA 시대가 열리고 있고 개방폭도 넓어지고 있다. 이미 칠레와 싱가포르 등 국가와의 FTA는 발효 중이고 한-EU FTA는 7월 1일부터 효력을 생기기 시작한다, 한미 FTA는 국회 비준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국가와는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중심 국가인 한국과 중국, 일본 3국간의 FTA 협상 논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자유무역협정 FTA는 말 그대로 무역을 자유화하기 위한 협정이다,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관세를 물리면 외국 제품이 같은 종류의 자국산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금융이나 통신, 운수 같은 서비스업도 아예 진입 자체를 제한하거나 막고 있다. FTA는 협정을 맺는 상대국가의 제품에 대해 서로 관세를 낮춰져 무역장벽을 줄이고 서비스업 진출도 합의된 업종에 대해 자유롭게 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FTA 만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뤄지는 이슈도 많지 않다, 이익을 보는 쪽과 타격을 받는 부분의 이해가 분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찬반의 입장이 논의 수준에만 그치지 않고 물리적 충돌까지 불러오는 일까지 생기기도 한다, 찬성하는 주장하는 측은 우리 경제는 수출로 먹고살고 있는 데다 해외시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FTA를 통해 더 낮은 가격으로 우리 제품을 수출해 외화도 벌어들이고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고통스럽긴 하지만 외국 제품들이 국내시장에 더 많이 들어옴으로써 경쟁을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경쟁력이 약한 분야는 퇴출되는 등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FTA 반대론자들은 무엇보다 농축수산업 등이 밀려들어오는 외국산 상품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 시절에 자유무역 정책을 쓴 적이 없다”며 “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고 주장한다. 아예 FTA 무용론을 얘기하고 있다,

이 같은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FTA는 시행, 피해 예상 부문에 대해서는 정책적 지원’쪽으로 가닥을 잡아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경제의 젖줄인 수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FTA 확대는 불가피함을 인정하되 농축수산업처럼 타격을 받는 업종에도 자금 등 여러 가지 지원을 해줘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한 번 짚어볼 이슈는 FTA로 분명하게 명암이 엇갈리는 부문 간의 관계이다, FTA의 목적이 수출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 있는 만큼 주로 대기업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수출시장에서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대한 관세가 줄거나 없어져 더 많은 제품을 내다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혜택을 받기는 마찬가지. 외국 제품의 선택폭도 넓어지는 데다 종전보다 가격이 싸지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경제의 취약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과 농축산업 등이 FTA로 인한 피해의 한 복판에 놓이게 된다, 축약적으로 표현하며 이미 잘 나가고 있는 대기업들은 FTA로 더욱 유리한 국면에 놓이게 되는 반면에 상황이 어려운 농축산업과 중소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FTA가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우려가 큰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덩치가 커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심각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다. 대기업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을 뿐 이 돈이 중소기업과 서민계층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다. 이를 완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적 안정마저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중시되고 대기업이 챙기는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다, ‘대기업=맑음, 중소기업과 농축산업=흐림’의 틀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FTA는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런 점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못지 않게 대기업의 FTA로 보는 이익이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잘 흘러들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매우 중요하다.

FTA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싫든 좋든 ‘개방시대’가 대세인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노력, 그리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FTA를 ‘남의 일’로 여기지 말고 자신이 영위하는 업종에 어떤 영향이 오는 지를 미리 잘 따져봐야 한다. 피해를 보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 미리 대책을 잘 세우는 것은 물론 피해 사실 자체를 알려 적절한 지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FTA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낼 것이다, 외국의 금융, 통신 등 회사들의 우리나라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부분에서 생겨나는 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고 미리 취업준비를 해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논란은 있었지만 ‘자유무역의 개방시대’는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개방이 큰 흐름이 된 만큼 FAT에 따른 피해의식에만 젖어있을 수는 없다. 해외에 내다팔 수 있는 것은 적극적으로 내다팔고 국내로 몰려들어 올 외국 상품과는 치열한 경쟁을 할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게 정부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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