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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소통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장애는 당당하게, 교육은 평등하게, 변화는 줄기차게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 Pride! Disability · Enjoy! Disability · Power! Disability -

저것은 벽/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그때/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담쟁이)



무장애대학만들기 운동 그 시작... 돌아다니는 운동을 지향하며.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Korea Students with Disabilities Network For All)는 2001년 장애인편의시설촉진연대(現,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무장애연대)의 ‘무장애 대학 만들기’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무장애대학만들기 운동의 기원은 1994년 대구대학교에서 시작한 학내 장애인 교육권시작으로 1996년 장애인인권운동동아리 게르니카의 출범이후, 2000년 숭실대에서 결성된 ‘장애인교육권 확보를 위한 소송지원연대’가 네트워크의 밑거름이 되었다. (요즘엔 교육과학기술부도 무장애대학이란 낱말을 의식있는 척 즐겨쓰지만, 기실 그 단어는 무장애연대가 처음 만들었고 사용했으며 전파시켰다. )

 장애인대학생의 역량을 키우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주고자 2002년 한일장애인대학생 교류대회를 개최하여 일본 DPI내의 일본전국장애인학생지원센터(http://www.nscsd.jp/)와 함께 국제 심포지움을 열었던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NPO를 중심으로 제법 거대하고 체계가 잡힌 조직과 운동으로서의 장애인대학생의 네트워크를 발견하고 그 동안 각 대학의 동아리 수준의 연대활동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 장애인대학생 운동에 대학 자각이 일었던 것이다.

 그런 깨달음에서 대학이란 공간적 정체성과 장애인이란 인격의 정체성, 그리고 대학생이란 신분의 사회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NGO를 만들 것인가 라는 고민이 깊어 졌다. 일단 대학이란 공간에서 보면, 우리단체는 ‘인권단체’ 그리고 ‘교육단체’이자, 장애인단체가 아닌 시민단체이어야 했다.

 운동권을 위한 투쟁도 선동도 아닌, 사실은 우리의 현실을 우리가 갇혀 있는 담장을 벗어나 느끼고 인식하고 관찰하는 감수성과 인식을 키우는 작업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대학 강의들은 교수가 알고 있는 외국의 지식을 학생들에게 쏟아내는 것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외워 답안지를 작성하고 문을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 버린다. 등록금 문제가 풍족한 재산이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니듯이 스스로가 인권과 사회의 약자이거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장애인대학생들은 대학의 정문앞 횡단보도를 다다르는 순간 망각할지 모른다. 장애인대학생들은 학벌로 인하여 적나라한 차별로부터 일종의 방어막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권은 단순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매시간 숨쉬고 느끼고 먹는 것처럼 현실성이 있고 생활이어야 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내가 그 인권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인권은 망각하고 실수하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애인대학생들은 당사자로서 장애인 운동이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동시에 그 망각을 위한 많은 변명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원칙을 통해 청년 정신을 지닌 시민단체로서의 도전과 실험을 시작했다.

 첫 번째, 대학에서 장애인운동은 사고로 인한 장애를 가질 수 있는 모든 대학생을 위한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장애인만을 책임진다는 오해를 살만한 장애인단체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 , 장애인 문제를 통하여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장애인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세 번째, 단체의 권력집중을 막고 회원들의 진정한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일체의 국가 지원은 거부하며 모든 회원의 모든 활동을 위해 사무국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돌아 다닐 것을 명령한다.

사람과 활동, 가치와 의미로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건설하라.

 이에, 사람들을 만나고, 회원들을 구성하고, 그들을 격려하고 그들을 만나게 하고, 리더쉽과 역량을 키우며 스스로 뛰어들고 투쟁하게 한다.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사무국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며 그 네트워크 세계에 사무실이 접촉하는 것이다. 인권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실천력을 갖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인권이 어떻게 나에게 현실성을 지니느냐 하는 것이고 우리들에게 익숙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인권은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현재 약 200여명의 회원과 자원활동가 3명이 활동하고 있다.
풀뿌리 네트워크 운동을 표방하며 여타 시민운동단체들과 달리 중앙사무국의 규모가 작고, 관련 동아리나 회원의 요청과 참여에 따라 활동한다. ‘장애는 자부심이다. 장애는 힘이다. 장애를 즐기자.’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는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장애가 개성이 되는 배움터를 꿈꾸며 ‘장애인의 평등한 고등교육권 보장‘을 외친다. 단체가 커지기 보다 회원들이 크게 크게 나아가길 꿈꾼다. 그것이 경실련이나 참여연대와 같은 거대하고 유명한 단체가 활동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는 믿음 때문이다. 회원 하나하나가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비전을 함께하며 유명해지고 위대해지는 것, 그것이 우리의 꿈이자, 목표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라는 조직 명칭이 말해 주듯이,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대학 캠퍼스 운동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상의 활동가에서 변혁하는 활동가로.

 네트워크는 각 대학의 장애인학생공동체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국의 장애인대학생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학교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여러 대학의 장애인학생들은 함께 차별철폐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 때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에 보다 크게 전달된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이렇게 장애학생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대학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위해 네트워크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장애인학생들의 인권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네트워크가 전국의 장애인학생공동체의 ‘허브(hub)’ 역할을 하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궁극적 목표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구조와 대학문화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 속에서 한총련 활동을 하건, 여성주의자가 되건 간에 관여하지 않는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앞으로 운동을 전망하면서 생명력이 긴 운동을 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핵심이다. 당장 장애인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도 관료적인 학교 시스템 하에서는 5년~10년 정도 걸리는데 이를 책임질 수 있는 동아리, 학생조직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장애인대학생들은 스스로 그들의 차별을 싸워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비장애인들의 인식 문제까지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장애를 비굴하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대학 문화, 대학 안에서 장애가 의제화 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고 장애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일상적인 활동은 장애인학생들의 입학상담과 장애인 인권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주요업무로 삼고 있다. 상담은 한해 약 200여건이 진행되며,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주로 검정고시를 치루거나 중증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장애인학생입학지원의 경우 수능학습을 도울 뿐 아니라 입시자료를 공유하고, 목표대학의 학생과 만남을 주선한다. 이를 통해 장애인 특별전형이나 목표대학에 맞춰 전략적으로 입시에 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렇게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는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30년 뒤, 장애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아서 사회 진출했을 때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한다. 장애인학생들이 학교 안에서는 편하게 봉사받더라도 사회 나가면 높은 경사로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이럴때마다 '학교때가 좋았어'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고등교육을 받은 장애인들 스스로 운동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관심은 있으나 머뭇거리는 모든 소심한 청년이여,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로 오라!!!”

 "약자에게 힘내라, 분발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겁니다.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에게 힘내라고, 분발하라고 해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괴롭히는 자, 그런 잘못된 사람들을 양산하는 잘못된 사회 구조를 꾸짖고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죠"

장애인학생기구 학생회 (오른쪽부터 삼육대 09학번 임성엽회원, 서강대 09학번 김영관회원, 임군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프리미어 리그 최초 스포츠마켓팅 전문가를 꿈꾸고 김군은 학교기관으로 있던 장애인학생기구를 독립적인 장애인학생회로 재출범하며 회장으로 권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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