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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특집인터뷰, 유니버셜디자인 전문가 스콧 레인즈(Scott Rains) 박사와의 인터뷰
양원태(한국장애인권포럼 상임이사)


유니버설디자인전문가 스콧레인즈(Scott Rains)박사와의 인터뷰

양원태(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



지난 5월 15일, 남해에서 개최되는 Active Aging Conference 참가를 겸해 2007 세계장애인 한국대회 조직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 관광지와 유적지의 유니버설 디자인(Univeral Design) 실태 사전 점검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 스콧 레인즈 박사를 만났다.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전문가이자 그 자신이 열정적인 여행가이기도 하다는 그의 특이한 이력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건축가나 전문가의 영역으로 이해되는 유니버설 디자인 분야에서 장애인 당사자로서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에게 장애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과 전략에 대해 듣고 싶었다.
바쁜 항공편 일정으로 짧은 시간 촉박하게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과 전망에 대한 그의 사고를 단편적으로나마 온전히 전하는 것이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되어 이하에 인터뷰의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인터뷰 일시
2007년 5월 15일 오후 3:00~4:00
인터뷰 장소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회의실
대담 및 정리 양 원 태(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

<문> 공식적인 방문 목적 외에 한국 방문에 대해 개인적으로 부여하는 의미가 있다면?
<답> 한국과 미국은 오랜 기간 동맹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와 한미관계에 있어서 올바른 경로를 벗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방문 기회에 한반도의 현실과 한국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이번 방문이 나의 첫 번째 한국 방문이다.

<문>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로서 한국 방문이 갖는 의미는?
<답> 한국은 제조업이나 첨단기술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다. 특히 휴대폰과 같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권에 속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도입과 확산을 위해서는 제품과 첨단기술 분야에서 설계와 제조에 대한 선택과 결정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강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들이 기획과 생산의 과정에서 장애인과 노인 등에게 도움이 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하고 확산하는 것은 세계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을 위해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이자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이런 문제의식을 한국의 장애인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문> 언어학과 신학을 전공한 것으로 아는데, 여행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이유는?
<답> 평소에 인간의 언어능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왜 누군가는 언어 습득과 활용능력이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외국어를 남들보다 빨리 습득하는가 하는 것 등의 호기심과 관심에서 출발해서 언어학에 대한 학문적 연구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언어학은 영어나 한국어 등 구체적인 개별 언어 자체가 아니라 언어 일반의 구조와 인간의 언어 능력 등에 주목하는 일종의 메타 과학으로서 언어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전자공학이 개별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컴퓨터 언어 자체를 연구하는 것과 같다. 언어학을 전공하며 진행한 다양한 언어의 구조와 각 언어 사용권의 문화 등에 대한 연구가 자연스럽게 직접 해당 언어권을 방문할 필요성과 연결되어 결국 여행에 나서게 된 것이다.
스콧레인즈박사 삽화(캐리커처)

한편으로 언어학을 위해서는 언어의 근저에 존재하는 심리적 정신적 측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런 심리적 정신적 세계에 대한 접근은 결국 철학으로 이어졌고, 미국에서 철학은 자연스럽게 신학과 연결된다.
철학과 신학에서 나의 주요한 관심은 구체적으로 인권과 정의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생활한 지역 특히 버클리는 미국 장애인운동이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러한 지역의 특성과 흐름에 영향을 받아 민권운동에 몸을 던졌고, 그로 인해 감옥에 투옥된 경험도 있다. 동시에 나는 장애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인권과 정의에 대한 관심을 장애인이라는 정체성과 결합시켜 고민하게 되었다. 나에게 여행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 문제의식을 실현하기 위한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즉, 장애인 운동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인 것이다. 내가 여행한 많은 나라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나의 장애인 인권과 정의에 대한 경험과 사고를 한국 당사자들의 고유한 경험과 사상에 접목시키고 교류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 장애인 인권 운동가로서 특히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답> 장애인의 인권 실현을 위한 우리의 활동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양면적 수단을 구사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정부를 향한 권리요구 등의 운동이 채찍이라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당근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인간은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 노인은 결국 모두 장애인인 것이다. 그런데 노인 계층은 경제적인 면에서 상품의 구매력을 갖고 있다. 노인 계층을 위해 여행과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면, 그것은 바로 장애인을 위한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성 경제체제에 노인과 장애인의 구매력을 증명함으로써 경제활동권에 소비자로서의 장애인을 편입시키는 것이 바로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나의 활동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문>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개발이 유니버설 디자인의 측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답> 여행객이 증가한다면, 관광객을 위해 필요한 편의시설 등 하부구조를 개발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노인을 포함한 장애인 여행객이 증가한다면 여행지, 관광지에 장애인을 위한 하부구조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입각한 관광지의 하부구조가 확대되어 전 사회의 영역으로 퍼진다면, 점차 전반적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현이 가능하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 개발은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위한 하부구조를


<문>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가?
<답>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3P 즉, 장소(place), 제품(product), 정책(policy)의 영역에서 초기 구상 단계부터 최대한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거나 접근할 수 있고, 일단 만들어지면 특별한 조치나 개조가 필요 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당초 주택을 포함한 공간 건축, 즉 장소(place)의 측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출발했다. 이런 면에서 장소 면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1세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 점차 제품 디자인의 영역으로 진전되어 2세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형성했고, 나아가 최근에는 교육의 영역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제3세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al Desing for Learning)는 학습자의 연령, 성별, 인종, 종교, 언어, 사회적 지위, 장애 유형에 관계 없이 모든 학습자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교육과정 및 교육방법을 설계하고자 하는 접근이다. 현재 개념화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정책분야의 유니버설 디자인(Policy UD)이다. 그러나 Policy UD는 아직 개념화의 단계, 담론화의 단계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장애학 리뷰라는 학술지에는 호주의 한 학자가 관광경영에서의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관한 논문을 싣고 있다. 호주의 관광기관에서 어떻게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관광경영을 실현할 것인가를 다루는 논문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정책분야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개념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7원칙을 기초로 정책 분야의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결과보다는 과정(process)의 문제이며 이러한 과정에 대한 철학은 인간 사회에 있어 참여 민주주의와 연결된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시민사회에서 논의되는 Governance라는 담론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 그런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답> 내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설명하고 주장하자 많은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가 론 메이스를 만나보라고 조언했다. 나와 그의 생각이 정말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지리적인 차이로 만나지 못하는 동안 론 메이스가 세상을 떠났지만, 그와 나는 무척이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건축가로서의 전문적 영역에서, 나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동일한 목적을 향해 각자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Barrier Free Design 혹은 Accessibility Desing에는 상당부분 기존의 문제를 전제로 특별한 조치, 개조를 통해 필요를 충족하는 방식의 접근이다. 예를 들어 훌륭한 건축물의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부가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장애인들이 주체이자 소비자가 아니라 단순히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으로, 집단이기주의적 의미로 오해받게 만들고 있다. 반면에,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누가 소비자인가, 누가 주체이고 선택권자인가에 대한 관점이 들어가 있다. 우리도 선택권자로서, 소비자로서 구매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스콜레인스박사와 대담장면

<문>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것이기에 장애인의 주장이 너무 강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대로 ‘모두를 위한‘이란 명분으로 사회적 평균, 다수를 기준으로 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추진된다면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온존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모두를 위한’이라는 이상과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이해 충돌이라는 현실 사이의 간극의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지?

<답> 장애인 운동과 장애인의 정체성 측면에서 정책적, 정치적으로 꼭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여건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때문에 나로서는 장애인으로서의 정체성에서 시작했지만,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장애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아이디어 덕분에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의 소유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장애인의 요구도 더 잘 반영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결국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점과 장애인의 특수한 요구 사이의 간극의 문제는 일종의 변증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모두에 어떻게 장애인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고민이며,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모두를 위한’ 이라는 가치를 실현시키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론 메이스 자체가 장애인이었고 장애인으로서의 존재에 기반해 유니버설디자인을 창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유니버설 디자인과 장애인을 동일시하는 것은 일면적인 이해이다. 오히려 진실은 당시 미국의 정세, 민권운동의 부흥과 장애인운동의 활발한 전개라는 시대와 공동체의 상황에 영향을 받아 론 메이스가 자신의 영역에서 구체화한 것이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 론 메이스는 이러한 시대 상황의 일부로서 공동체적 환경의 소산이며, 유니버설 디자인은 시대 환경속의 공동체적 상호작용, 상호의존적 아이디어와 사고의 소산이다. 그렇기에 ‘모두를 위한’이라는 가치 속에서, 그 상호 연관 속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은 힘을 얻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상호연관성은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근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유니버설 디자인의 도입과 확산에 대한 장애인 참여의 의의와 가치는?
<답> 비유하자면 트로이의 목마 사례를 들 수 있다. 승리의 상징인 목마지만, 그 안에 특수 정예부대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권운동이 특수집단의 운동이 되는 것보다 모두를 위한 운동으로 확대되면서 그 내부에 소수자 인권을 위한 핵심을 담고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장애인의 유니버설 디자인 실천운동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장애인 운동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자신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사회의 것으로 환원할 때, 장애인운동의 목표가 그 내부에서 재생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장애인의 참여는 장애인이 소수자 운동, 시민사회에 기여하는 역할, 참여의 공간으로 생각될 수 있다.

<문> 한국에서 만나본 장애인들의 느낌은 어떠했는가? 한국의 장애인 활동가들,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답> 한국의 장애인들이 나를 선택해서 만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모두가 밝고 헌신적, 적극적이었다. 지치고 분노한 사람들로 보이지 않고 희망과 밝음을 담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강력한 장애인운동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하고 싶은 말은, 한편으로는 미국 기타 세계의 장애인운동의 역사와 경험을 한국 나름대로의 역사와 경험에 접목시켜 변화와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측면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다시 말하고 싶다. 제품, 건축 다시 말해 유형의 물건에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 의식이 담겨있다. 곧 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건물과 제품을 통해 학습하고 사고와 철학을 형성한다. 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제조업과 휴대폰 등 첨단 IT기기에 있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중요성에 비추어 한국의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문> 마지막으로 한국의 관광지, 문화유적에 대한 인상은?
<답> 다양하고 활력이 넘치는 인사동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물론 다소 울퉁불퉁했지만, 그런대로 접근 가능한 환경이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아마도 며칠 밤낮이 걸릴 것이다. 다시 만나 여기에

[Scott Rains 약력]

* 1954년 미국 시카고 출생
* 18세에 척수 종양으로 36년간 하반신 마비 장애인으로 삶
* 언어학 학사, 신학 석박사
* 대학과 에덴 하우징(저소득층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NGO) 활동
* 노인 정보화 공동체인 Senior Net의 프로그램 팀장, Ticket to Travel의 장애인 여행 전 문가
*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이자 장애인 인권운동가로서 활동
* 웹 사이트 Rolling Rains Report(www.rollingrains.com) 운영
* 남해 Active Aging Conference 참가, 임진각 통일전망대 경복궁 인사동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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