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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리포트 인권리포트 1. 장애인 공약 만들기의 의미와 방향, 장애인공약만들기공동행동 초안위원회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의 공약
장애인공약만들기공동행동 초안위원회



또다시, 정치의 계절은 돌아왔다. 올 12월이면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있고, 곧이어 내년 4월에 총선거가 있다. 대선에 승리하는 정파는 그 여세를 몰아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래서 지금 정치권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정당들마다 후보들을 중심으로 경합이 뜨겁고, 때맞춰 정파들끼리 이합집산을 위한 암중모색도 치열하다.

대선과 총선을 앞 둔 정치권의 움직임에 시민사회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가진 여러 계층들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 계층간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총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권력이 선거라는 정치 게임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 과정에서 각 후보들이 내 건 공약들은 사실상 자신이 집권하였을 때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장애인들의 현주소

이런 시류에 장애인들이라 해서 가만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만큼 사회적 자원 배분 과정에 소외된 계층이 그 어디에 있단 말인가. 굳이, 미주알고주알 예를 들 것도 없이, 몇몇 통계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현주소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05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실업률은 23.06%인데, 이 수치는 국민 전체 실업률 약 3%에 비하면 7배 이상 높다. 그나마 취업한 장애인들의 월평균 임금도 비장애인들의 월평균 임금의 44.5%에 불과한 114만9천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장애인 가구의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의 비율(13.1%)은 비장애인 가구의 국민기초생활보호대상자 비율(6.8%)에 비해 2배 가량 높다. 이처럼 경제적 기초가 취약한 장애인들은 교육, 문화, 스포츠, 이동, 결혼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삶의 질이 매우 낮다.


국제적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처지가 어떤지 잘 나타나 있다. OECD는 2003년에 「Transforming Disability into Ability」라는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는 OECD 가맹국 정부의 장애인 복지정책을 비교했는데, 한국은 모든 항목에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를테면, 비장애인 가구 대비 장애인 가구 소득 꼴찌(OECD 평균 85%, 한국 62%, 지금은 이 보다 더 악화되어 50% 내외 수준이다.) 장애인 실업률 꼴찌(OECD 평균 17.2%, 한국 29.2%), GDP 대비 장애급여 비율 꼴찌(OECD 평균 1.30%, 한국 0.02%), 임금소득도 없고 급여소득도 없는 장애인 비율 최하위 수준(OECD 평균 20.6%, 한국 49.5%, 멕시코 52.5%)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선거를 앞두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정치적 입장은 오롯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지난 몇 번의 선거 정국에서, 장애인 단체들의 정책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로 비장애인이 주도하는 장애인 ‘지원’단체들 중심이다 보니,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그러니, 피부에 와 닿는 장애인 정책이 생산되었을 리가 만무하다.


<장애인공약만들기공동행동>의 출범 배경>


이러한 저간의 사정들이 <장애인공약만들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의 출범 배경이 되었다. <공동행동>은 지난 3월17일에 결성되었다. 제안 단체인 <한국DPI>, <한국장애인자립생활총연합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을 비롯하여 <내일을여는멋진여성>, <서울장애인인권부모회>, <장애인인권센터>, <제주장애인자립생활환경연대>,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한국작은키모임>, <한국장애인문화협회>, <한국장애인부모회>, <한국저신장장애인협회>,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빛회> 등 15개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이 먼저 시작하였다.

<공동행동>은 열린 연대이므로 참여를 원하는 장애인 단체는 언제든지 추가 가입할 수 있다. 다만, 단체의 규모가 크든 작든, 단체가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장애인 ‘당사자’ 단체만 참여할 수 있다.


<공동행동>이 출범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매니페스토 물결운동 협약’ 체결이었다. 이는, 정당한 공약 제안을 통한 정책선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곧이어, <공동행동>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의 공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장애인 공약 개발에 착수하였다. 지금은 각 단체에서 파견한 ‘공약 초안위원들’이 각자 맡은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금 계획으로는, 초안위원들이 8월 초까지 공약 초안을 완성하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8월 말에서 9월 초에는 최종 공약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는, 각 후보들이 우리의 공약을 채택하도록 강제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여기에는 기자회견, 피켓팅, 로비, 설득 등 다양한 방식이 포함될 것이다.


어떤 공약을 준비하고 있는가?


초안위원들은 공약 개발에 앞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장애인 당사자들의 이해만 고려하는 공약을 개발한다. 어떤 이념을 가진 정당이든, 우리가 만든 공약을 채택하는 정당에 우리는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이는 당연한 말 같지만, 과거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이 원칙이 훼손될 수도 있다. <공동행동>은 해산할 때까지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나갈 것을 거듭 밝혀두는 바이다.


둘째, 장애인들 가운데서도 소수 장애인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주로 경증ㆍ남자ㆍ신체장애인 중심이었다. 그 결과, 중증ㆍ여자ㆍ지적장애인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장애인들의 욕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공약행동>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고 모든 장애인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공약화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셋째, 소비자 중심의 장애인 복지서비스 전달 체계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장애인 복지는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이었다. 가령, 자립생활 대신 각종 시설을 통한 서비스 공급이 대부분이고, 보편적 장애인 복지제도는 공공요금 할인정책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나 복지시설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장애인들은 끼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장애인을 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입장에서 공약을 개발할 것이다.


넷째, 법 제정과 예산 확대보다 구체적인 삶의 질을 제고하는데 중점을 둔다. 물론, 마음껏 법을 만들고 예산을 늘릴 수만 있다면, 더 말 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복잡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할 문제이므로,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 대신, 법과 예산을 그대로 두고서라도 인식이나 제도 운영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공약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공동행동>은 이상과 같은 원칙 아래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의 공약’을 만들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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