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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소통

장애인 활동보조프리즘

장애인이 본 활동 보조인 : 활동보조인은 나의 파트너

 나는 98년에 경추(목뼈)속에 생긴 종양으로 인해 전신마비가 된 중중장애인이다. 내 스스로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용변도 처리 못하는 몸이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난 하루 종일 침상에 누워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대소변을 싼 채로 지내야 한다. 이런 몸인 난 지금 혼자서 문정동에서 살고 있다.
혼자서 화장실 처리도 못하는 중증장애인인 내가 어떻게 혼자 살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장애인자립생활을 통해 꿈에나 그리던 자립을 했기 때문이다. 자립생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활동보조서비스를 통해 난 이렇게 혼자서 지역 내에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자립생활을 모르고 난 7년간을 집에서 부모님의 케어를 받으며 내 방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온 채 지냈다. 1년, 2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부모님은 연로해 가시고 더 이상은 나를 케어할 수 없는 몸이 되어 가셨다. 결국 우리 아버지는 재작년에 전립선암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그래서 난 우여곡절 끝에 작년에 자립을 하게 되었고 자립한 후로는 활동보조인이(이후 활보) 날 케어하고 있다. 나의 손과 발이 되어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해주고 있다. 그러기에 내가 자립하여 살 수 있는 것이다.
7년간 부모님이 케어 해주실때 난 한없는 불효자식이었다. 연로하셔서 힘에 부치신 아버지가 날 들어 옮겨 씻기실때는 너무나 죄송스러워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만 싶었다. 샤워를 안하고 살 수는 없나? 라는 생각하기도 했고 씻는 그 자체가 죄스러움이어서 샤워를 해도 전혀 개운치도 않았다. 그러나 활보가 씻겨주는 요즘은 샤워 후에는 넘 개운하고 즐겁다. 씻는 다는 것은 몸도 맘도 깨끗해지고 개운해지고 상쾌해진다는 본연의 의미를 활보를 통해 새삼스레 되찾았다고나 할까.
집에서 7년 동안 아무데도 못가고 아무것도 못하고 고작해야 TV나 보고 인터넷이나 하며 지내던 내가 활보를 통해 요즘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모른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인권센터에서 자조모임 회장과 인권강사로 또 하나님을 찬양하는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활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강의가 있고 방송이나 행사에서 날 섭외해도 활보가 없으면 난 꼼짝 못하고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기에 말이다.

  1년 반을 활보와 지내며 느끼는 건데 활보와 이용자인 나도 사람이기에 가장 중요하고 힘든 부분은 관계라 생각한다. 활보로서 이용자로서 계약에 의해 만난 사이지만 한 달, 두 달 지내다 보면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고 그렇게 친해지다 보면 본의 아니게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 응어리가 풀리지 않으면 상처가 되어 서로가 같이 있기 힘든 경우까지 생길 수도 있다. 나만해도 일주일에 4~5명의 활보가 아침, 저녁으로 온다. 그들과 지내는 시간이 한 달로 치면 150시간 정도 된다. 또 나와 벌써 1년 정도를 활동한 활보도 있다. 그러니 내 경우, 아니 다른 장애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활보는 내 친구고 파트너다. 서로 맘이 통하고 말이 통하고 정신적으로 교류가 돼야 관계도 좋아지고 같이 활동하는 게 신나고 재미있는 것이다. 이왕 같이 콤비를 이뤄 활동하는 거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온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재미있게 활보와 이용자로 지내면 좋은데, 이게 참 어렵기도 하다. 관계형성이라는 게 개인차가 심하여 서로 친해지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장애인 중에는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을 못해 본 경우가 많아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로가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생겨 관계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활보건 장애인(이용자)이건 인격을 가진 사람이다.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면 다 좋아하는 고마워하는 사람이다.
활보와 우리 장애인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 운명공동체인 것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활보가 있기에 장애인 안성빈이 있고 또 내가 있기에 활보도 있다. 둘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벌써 우린 하나의 운명공동체이자 파트너가 되었기에 파트너는 하나다. 복식 경기에서 둘이 눈빛만 봐도 서로를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의 콤비를 이뤄야 게임이 제대로 되듯이 활보와 이용자도 서로의 신뢰를 통해 믿음의 콤비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부부가 부단히 노력해야 행복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것 같다. 하하하..

  활보가 있어 난 너무 행복하고 신나는 삶을 살고 있다. 더없이 감사하다. 그동안 날 케어해준 많은 활보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하루아침에 중증장애인이 되어 이젠 더 이상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모든 걸 포기하던 나에게 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나의 활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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