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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칼럼

lpg 정책, 그 곡예운전의 끝에서프리즘

사라지는 LPG정책,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한 나라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가를 비교적 간단하게 알아보려면 이동권 해결을 위한 환경이 어떠한지, 언어장애로 나타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장애인정책 중의 하나가 교통관련 정책인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동에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공공교통을 이용하려면 거의 모두가 다 KO 되어버린다. 지체1급의 장애를 가진 나로서는 지하철의 계단 하나하나 오르는 일이 극한의 고통이고, 더구나 일반 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목숨을 건 도전이다. 결국 별 수 없이 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부자장애인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내가 빚을 내어 차를 구입한다는 것이 어리석은 결정 같았지만 그러나 골리앗과 같은 공공교통시스템을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할 수밖에 없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확신한다.

  이동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자동차 사용은 기능적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 활동 및 생계를 위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데 많은 역할을 한다. 복지 선진국들은 장애인들이 대중교통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 장치를 마련해 놓고 다양한 이동서비스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포함한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소득이 적은 장애인근로자들과 대학생들에게 개인차량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돈이 남아돌아서 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차량에 관련된 이용료 및 조세감면 시책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장애인에게 소득지원의 측면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촉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장애인 차량에 관련한 소득지원 제도가 89년 ‘승용자동차에 대한 특별 소비세 면세’ 제도를 시작으로 ‘승용자동차 LPG연료 사용에 대한 허용’, ‘차량구입시 도시철도채권 구입면제’, ‘차량구입시 지역개발공채 구입면제’, ‘고속도로통행료 할인’ 그리고 ‘장애인차량구입비융자’ 제도 등 차례로 실시되었다. 이후 그 대상자, 자격 및 보상 수준의 확대를 위한 몇 차례의 개정이 이루어짐으로써, 장애인 차량 관련 소득지원 제도는 장애인들이 체감하는 가장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LPG 지원제도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이동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LPG 차량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장애인의 이동권, 사회적 접근권 및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국가 복지적 차원에서 저렴한 연료를 공급하여 장애인의 소득 보전 또는 소득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장애인정책을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인차량 LPG연료 지원정책을 주저하지 않고 꼽을 것이다. 마치 중앙선을 넘나들며 질주하는 곡예운전 차량처럼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휘저어 놓았던 것이 LPG정책이었고, 결국 지금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과 충돌하여 폐차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다.

  그동안 LPG차량을 가진 장애인들은 부자장애인으로 막대한 장애인복지예산을 좀먹고 있는 공공의 적(?)으로 정책입안자들로부터 종종 비난당하곤 했다. 2005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LPG 차량을 소유한 장애인들 중 20.7%는 수급자이며, 도시가계평균소득 이하의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3.4%에 이르고 있다. 평균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생활비를 쪼개 빚을 내어 차량을 구입하여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들을 향해 “부자 장애인”들이라고 왜곡하면서 형평성문제를 들어 LPG정책을 축소하고 폐지결정을 한 것이다. LPG문제는 형평성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이동권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부족에서 발생된 문제임에도 단순히 LPG지원 축소를 통해 장애수당 등의 증액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만 활용한 것이다.

  복지정책의 전환이란 개선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중증장애인 고용장려금 축소가 그것이었다. 중증장애인의 고용정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고육책으로 고용장려금의 대폭 축소를 강행했던 노동부는 아직도 중증장애인 고용활성화를 홍보용으로만 언급할 뿐 어떠한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늘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LPG정책 폐지방침도 장애인의 이동권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어리석었던 장애인복지정책의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LPG정책은 장애인복지정책에서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타 장애인복지정책의 시행을 위한 “예산 끌어대기”에서 벗어나 이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개선을 분명하게 보장하여야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정책시행자들은 인지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차적으로 건물, 보도, 교통체계 그리고 여타 건축 및 도시 계획 요소들을 포괄하는 물리적 환경이 형성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이와 관련된 법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과 교통버스에서 휠체어장애인을 만나는 것이 왜 그리 드문 일인지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차적으로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사회적 지원체계가 되어 장애인의 이동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개선 정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개인 상호간 관계들의 망은 장애인의 사회적 환경을 구성한다. 만약 어떤 개인의 환경이 다양한 사회적 지원들을 제공한다면 장애인은 더 자유로운 이동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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