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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의 의미와 전망프리즘

6억 장애인의 권리를 넘어, 60억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향해

25년의 땀과 희생, 그리고 권리협약

 2006년 8월 25일 오후 8시 20분, 뉴욕에 위치한 국제연합(United Nation) 빌딩에서는 세계 각국의 장애인단체에서 참석한 활동가들의 환호성이 울렸다. 2001년 제56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설치가 제안된 지 5년 만에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초안이 완성된 것이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세계 장애인단체의 장애인들이 적지 않은 비용부담과 장거리 여행으로 인한 신체적인 고통을 견뎌내면서 장애인 스스로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노력한 땀의 결과가 드디어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을 위한 전세계 장애인들의 노력의 역사는 2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장애인의 문제는 재활과 서비스제공을 통한 개인의 신체적손상의 치료를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장애인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장애인 개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권리의 향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 개념의 도입은 장애인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981년 ‘세계장애인의 해’를 계기로 국제사회는 비로소 장애인 문제에 대해 진지한 실천방안들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6대 권리협약, 71년의 정신지체장애인의 권리선언(The Declaration of the Rights of Mentally Retarded Persons), 75년의 장애인 권리선언(The Declaration of the Rights of Disabled Persons)이 있었지만 선언으로만 그칠 뿐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심화되어 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82년 세계행동계획(WPA : World Programme of Action Concerning Disabled Persons)이 채택되었고, 이어 세계장애인 10년(Decade of Disabled Persons:1983-1992)을 선포하고 구체적인 실천 항목들을 정하였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문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국제장애인단체들은 법적 효력을 가지는 협약 제정의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렸고, 87년 이탈리아정부가 세계장애인 10년 중간평가를 계기로 장애인 인권에 관한 국제협약을 제안, 89년 Standard Rules의 특별보고위원에게 협약의 제안을 다시 요청, 2000년 중국 정부가 협약과 관련된 제안서를 유엔 UN 사회개발위원회 제출, 2000년 베이징 선언, 2001년 56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제안 특별위원회 설치, 2002년 1차 특별위원회 개최 등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06년 8월 25일 제8차 유엔 특별위원회 결의문을 채택함으로써 실질적인 절차는 끝나고 총회에서의 채택을 위한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의 권리협약

 인권은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인권에 대해 누가 어떤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와 범위,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파괴력은 다르게 나타난다.
인권규약, 인종, 여성, 아동협약에 이르기까지 그 협약의 당사자인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은 협약의 제정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그러나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들의 참여 속에 만들어진 협약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비록 그 참여에는 상당한 제약과 제한이 있었지만 장애인들이 회의에 참가해서 논의과정을 모니터링함은 물론 권리협약의 내용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제안을 하였으며, 각국 정부대표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와 압력, 설득과 협의를 통해 장애인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활동으로 장애인의 권리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요구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차이를 넘어 협력과 연대로

 국제협력을 위해 뛰어 넘어야 하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 이념과 경제력 등 국가 간에 존재하는 차이 이외에도 장애인단체들에게는 장애유형간의 차이의 극복과 다양성의 존중이 또 다른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겐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차이가 장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함에서 오는 새로운 힘과 저력,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모든 장애유형, 남성과 여성, 아동과 성인 모두를 포괄하는 장애계의 중심이슈로,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하였으며 그 가능성과 파괴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장애인단체들의 도전과 성공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 전무하다시피 한 한국의 장애인단체들에게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새로운 도전의 대상과 그 과제,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주었다. 적지 않은 재정적인 부담과, 언어의 문제, 뒤늦은 참여로 인한 준비의 부족, 국내적인 무관심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과정에 장애인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의 필요성, 한국 장애인들의 이해와 요구의 반영이라는 절박한 요구는 오히려 장애인활동가들에게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장애인의 이동, 자립생활, 접근권, 장애여성 조항의 신설 등 그 성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한국장애인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국내의 장애인운동의 힘이 바로 권리협약에 많은 영향을 미쳐 6억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중요한 내용들을 한국의 주도적인 참여로 이루어 낸 것이다.

450만 장애인의 연대, 6억장애인의 연대

 그동안 국제적인 활동은 소수의 단체와 명망가, 전문가 중심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풀뿌리 단체들의 무관심과 장애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이어졌으며 그 활동무대 또한 국내에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권리협약의 제정과정에서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활동과 참여는 국제사회의 장애인운동이 어떤 흐름과 전망을 가지고 있으며 각 국가에서는 어떤 움직임들이 진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으며 이는 곧 한국에서의 현장활동에 많은 영향들을 미쳤다. 또한 보다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국제네트워크와 활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였다.

60억 인류의 새로운 도전

 인권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서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주체들의 다양한 노력과 희생, 투쟁이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국가적, 사회적인 노력들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인권의 역사가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확장되어 왔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와 사회적 기여도를 넘어 상당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감당하면서 장애인권리협약이 만들어 졌다는 것은 다른 협약과는 새로운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는 기능과 가치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며 이러한 보편적 가치의 변화와 발전은 보다 성숙한 인류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시작이자 마지막 60억 인류의 도전이 될 것이다.

6억 장애인의 과제

 그 동안의 활동 속에서 국제장애인단체들은 권리협약의 제정을 통해 사회의 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는데 많은 열정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 장애인 당사자의 희생과 피땀으로 이제 권리협약은 현실이 되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은 그동안 기울여 온 장애인들의 노력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비장애인 중심의 가치와 기준에 장애인을 맞추어 넣기 위해 장애인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협약의 완성을 통해 장애인에게 시민권을 동등하게 부여하고 균등한 기회와 완전한 통합사회를 구현해야 할 사회의 의무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이제 사회가 그 의무를 실천하도록 해야 하는 길고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의 과제를 장애인들도 새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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