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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 그녀가 꿈을 꿉니다.


그녀가 꿈을 꿉니다. 김형희 대표(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재활을 위해서 그림을 시작하고...

 세상의 3월은 모든 만물들이 소생하며 새로움의 시작으로 활기찬 모습들을 뽐내지만 92년의 나의 3월은 고통의 시작이며 움직임의 자유를 구속당해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하였다, 많은 병원 치료와 재활, 사회복귀를 위해 신체적 회복만을 목적으로 세상의 모든 치료를 통해 다시 일어서고자 하였지만 현실은 나의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고, 나의 맘과는 달리 제2의 인생을 설계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이 후로는 그림을 그려보지도 않았던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되기까지는 관심이 있거나 좋아서도 아니고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서 나의 전부를 잃었고 또 다른 나의 것 들을 하나씩 찾아 가는 과정에서 "그림그리기"라는 재활치료를 목적으로 만나게 되었으며, 퇴원 후 나는 장애인이 운영하는 장애인 화실에 나가게 되었다, 화실 안에서 풍겨나는 ‘테라핀’이라는 기름 냄새가 나의 코끝을 자극하면서 나는 ‘유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힘이 없는 손에 보조기구를 끼워 그림을 그리기 시작 하였고, 하얀 캔버스에 무용수들을 그리면서 나는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고, 조금씩 그림에 흥미가 생기게 되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장애인들도 알게 되면서, 이 세상에 이런 고통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받기도 하였고 나보다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혼자만의 절망의 삶을 살다가 그림을 통해서 또 다른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집에서 혼자 그림을 독학하게 되는데...

그림속에서 춤추는 여자 김형희  나는 3개월 정도 화실에 나가다가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늘 아버지께서 화실에 데려다 주셨는데 그곳은 계단이 있는 2층이라 휠체어를 들고 올라 가야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곤 하였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고 또 아버지께서 많이 힘들어 하셔서 화실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작은방 하나를 화실로 만들어 혼자 그리고 싶은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혼자서 하려고 하니 지도하는 사람이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하지만 "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식적으로라도 하루에 2~3시간은 붓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음악을 틀어 놓고 나의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계에서 나름대로 움직이면서 특히 팔에 힘을 키우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달고 팔 운동을 많이 하였다. 그렇게 움직이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에 힘도 많이 생겨난 기분으로 캔버스 앞에 앉아서 "무엇을 표현할까" 머릿속으로 구상을 하였다. 처음에는 붓을 잡을 힘도 없어서 손가락에 묶어 그려야 했고 팔에 힘이 없어서 오랫동안 팔을 들고 그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림에 빠져 들면서 팔이 아픈 것도, 나쁜 생각들로 나를 우울하게도, 절망적이게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대견스러웠고 자신감과 즐거움도 생겨났다. 또 나의 가족들도 그런 나를 보면서 기뻐하시고 격려해 주시니 나 또한 힘과 용기가 더욱 생겼다. 그렇게 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강해지면서 그림을 통해서 또 다른 나의 인생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격적으로 그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렇다고 주변에 그림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을 통해서 미술 사이트나 여러 동우회 등을 돌아다니면서 그 곳의 글이나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나름대로 미술에 대하여, 그림에 대하여 지식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연히 한 동우회에서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하는 한 친구를 알게 되었고 나는 E-Mail을 통해서 나의 여러 사정을 이야기하고 시간이 되면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자는 제안을 했다. 물론 그 친구도 흔쾌히 허락을 하였고 그 친구는 처음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거리감 없이 나를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전시회가 있으면 같이 전시회도 보고 서점에서 미술서적도 보고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 ,미술에 대한 이야기. 또 미대생들 생활에 대한 에피소드 등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나는 그 대화를 통해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그 친구와 1년 정도 많은 전시회를 찾아다니면서 현대미술의 흐름과 개념, 또 재료나 기법들에 대해 새롭게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졸업을 앞두고 여러 가지로 많이 바쁘게 되어서 우리는 같이 전시회를 다닐 수 가 없게 되었지만 그 동안의 전시회 관람들을 통해서 나는 미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고, 많은 미술 서적이나 철학책들을 보면서 현대미술이라는 것, 미술의 역사 , 철학적 개념 등 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전을 열면서...

 2002년 내 생의 처음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내가 장애인이 되고 그림을 통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나의 존재가 꿈틀거리고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림을 통한 또 다른 나의 세계를 발견하고 예술로써 승화시키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개인전을 열기까지 나에게는 많은 시간과 생각이 필요했고, 또 철저한 준비와 계획아래 자신감과 용기도 필요로 했다.

 그리고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터 전시회를 개최하고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많은 자원봉사자와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장애를 갖은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이루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치고 나는 많은 성취감과 기쁨을 맛보았고, 두 번째, 세 번째 개인전과 단체전, 초대전 등을 하면서 도전의욕과 자신감이 생기게 되면서 나의 삶에 희망이 생기며 또 다른 다양한 꿈을 꾸게 되었다.

"움직임의 자유 찾기"

나 또한 처음부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럴 수 있듯이
나에게도 어이없는 환경과 실수로 인해 원치 않는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그림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나의 일상에서 사랑이라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캔버스에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움직임을 통한 자유이다.
무대 위에서 무용수들이 움직임을 통해 자유로움을 표현하듯이 나 또한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나만의 자유를 안무하고자 하며 어떤 의미의 부여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제1회 개인전 작가의 글 중에서-


김형희씨 작품 모음1 김형희씨 작품 모음2


장애인 그림에 대하여...

 장애인들은 미술교육을 체계적으로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그림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많은 장애인인 경우에는 열정 하나로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그림을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미술학원의 건물들은 계단으로 되어 있는 곳이 많아 장애인들이 가기도 어렵고 매일 나가기도 힘든 일이며. 그렇다고 개인지도를 받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장애인문화예술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많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만 있다면 길은 많다.

 처음 나는 "장애인이 그린 그림이야" 라는 소리가 무지 듣기 싫었다. 입으로, 발로, 손목에 붓을 묶어서 그리는 방법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고 비장애인들 보다는 세배, 네 배 어렵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평가하는데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말이다. 정상적으로 그리지 못해서 그림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힘들게 그렸기 때문에 동정과 감동을 해야 한다는 것인지,

 사실 그림이라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기본적인 부분들(스케치 법, 재료파악 등)이 끝났다면 손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과 머리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무엇을 그릴까 "보다는 "어떻게 나의 심상을 표현 할까" 그것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뭐가 뭔지를 잘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서, 인터넷, 매스컴을 통해서, 또 이미 그림을 하고 있는 작가들,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스스로의 그림의 길을 찾아 연구하고 깨달아 가야 한다.

 그리고 장애 작가들도 장애를 그림과 결부시켜서 하는 일 들은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불편한 부분들은 자신의 문제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정신과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며 육체적인 단점을 정신적인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끈임 없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부지런해야 할 것이며, 내안에 갇혀 있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대의 "흐름"과 "새로움"을 제대로 판단하고 받아 드리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야 하며, 그림만 보고서도 누구의 그림인지 알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장애인화가도 작가이며 예술을 하는 예술가이다. 단지 육체적으로 불편할 뿐이다. 이 시대는 개성시대, 튀어야 사는 시대다. 자신만의 것을 찾아야 한다!

나의 꿈,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새로움, 세상, 사람, 사회들과 소통이 시작되었고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나의 내면과 화해가 되어 지고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랑"이라는 감정이 부여되는 존재로 나의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다 . 그것은 나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그림을 통해서 재활되고 새로운 인생을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절망하는 많은 장애인들, 특히 아무것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중증전신마비 장애인들이나 여성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권하고 싶고 그림을 통해서 재활을 시작하고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라는 단체를 설립하였으며, 질적 학문연구를 위해 'CHA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를 전공하였고, 장애인, 비장애인들이 함께 모든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탐색, 표현하고, 억눌린 감정들을 발산 할 수 있도록 단계적이고 지속적이며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 마다 전시회, 야외미술치료 등을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경제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예술 마을 "이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문화적 해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예술을 통해서 모이고, 교육하고, 전시와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싶다.

 예술 활동은 자신의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육체적인 재활과 더불어 정신적인 풍요로움, 즐거움과 행복함을 경험할 수 있다.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문이 열리고 길이 생기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열심히 자신 의 꿈을 향해 계획하고 도전하길 바라며, 장애로 인해 괴로워하고 절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나도 세상을 살다보면 때로는 힘들고, 지치고, 슬플 때가 있다. 그럴 땐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음에 감사기도를 한다.


[ 사진 - 김형희씨의 미술 관련 활동 사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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