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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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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 동행으로 사랑과 보람을...


동행으로 사랑과 보람을... 연제성(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교육생)


 저는 시각과 한쪽 다리가 불편한 1급 장애인입니다. 중도 시각장애로 한걸음도 옮기기 벅찼으며, 이웃과 집에 오는 사람들도 피하는 장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했습니다. 모든 것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동행으로 참여하고 도전으로 성취감도 얻고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지만 마음을 열고 생각을 바꾸니, 두려웠던 세상도 조금씩 저에게 마음의 문을 열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었습니다.

중도시각장애를 입고 처음 세상 밖으로 나서기가 두렵고 힘든 시기에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고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고 “등산교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사진1 - 장봉도에 도착해 배에서 내려 이동하는 모습 ]


 한걸음 내딛기도 두려웠던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자신감은 점점 없어 졌지만, 용기를 내어 까짓것 한 번 해보는 거지 뭐 라는 생각 반, 억지로 끌려가는 마음 반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장봉도 국사봉을 등산하기 위해 인천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장애를 입고 처음 배를 타는 기분은 새롭게 느껴졌으며,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원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등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장봉도에 도착하여 첫 걸음을 옮기는 순간 나의 다리는 무거워 지면서, 나도 모르게 헉헉 거렸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다시금 나의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나의 몸을 무겁게 만든 순간,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 소리에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산행도우미의 안내는 나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움직이는데 힘이 되었습니다.

눈이 보였을 때는 이까짓 산쯤이야 우습지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시각장애를 입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고 험한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 사진2 - 국사봉을 등산하기 위해 산행도우미와 함께 오르는 모습 ]


 장봉도 국사봉 정상에 올라 느꼈던 바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음 등산에 참여하기 위해 생각했던 모든 두려움이 없어지고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머릿속으로 아주 잘 했어 “연제성” 스스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등산의 기쁨은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고 시원했습니다. 정상에 시원한 자연바람은 가슴 속 깊은 곳까지 깨끗이 씻어주었고, 등산 후에는 섬 둘레길도 체험을 하였는데 자연의 신비함에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썰물로 얼굴을 드러낸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으니 모두가 손뼉을 치며 웃는 바람에 다음 진행이 늦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바다모래는 마술 손인가 봅니다. 어찌나 발바닥을 간질이는지 옷이 젖는 것도 잊은 채 한참을 즐기면서 자갈길 올레길로 이동하였습니다. 자갈길도 어찌나 간질이는지 손뼉을 치면 너털웃음, 함박웃음, 배꼽 빠지는 웃음으로 솔향기가 물씬 풍기는 솔밭 길과 황토 길로 이끌리듯 갔습니다.

강한 솔향기에 취하고 황토 길에 흙냄새를 맡으며 한 참을 걸어가니 농가주택 우물이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두레박으로 몸에 물도 퍼붓고 물 한 모금 들이켜고 나니 마음과 몸이 시원해졌으며,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 덕담과 담소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마음에 상처가 다 있지만, 자연이 주는 “특효약”과 이웃끼리 주는 “사랑약”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서로 부둥켜안기기도 하고 악수도하며 격려와 사랑을 확인하였답니다.

과연 나 혼자라면 할 수 있었을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중도 시각장애를 입고 두려웠던 마음이 등산을 통해 잠시나마 잊어지고, 가끔씩 등산교실에 참여하여 처음에 느끼던 기분을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러분도 스스로를 숨기지 마시고 가족, 이웃과 같이 함께 해보셨으면 합니다.


[ 사진3 - 등산 후 섬 둘레길을 체험하는 모습 ]


 함께 동행 하면 생각이 바뀌고 짜증이 없어진답니다. 가족하고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사랑을 받는 것에서 베푸는 사람이 된답니다.

이제는 더운 바람도 시원해지고 햇볕도 따스한 계절이 눈앞에 왔습니다. 자연에 고마움을 느끼면서 가까운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고, 재래시장도 가보시고, 이웃들이 사는 모습도 보시고 먼저 손을 잡아 보셨으면 합니다. 귀찮다고 하시면 건강은 날로 나빠집니다. 건강이 나쁘면 모든 걸 잃는다는 걸 잘 알고 계시지요?

세상의 이웃은 우리를 외면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마음에 문을 열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이 클 뿐이지요.

우리는 건강하고 씩씩하답니다. 조금 불편할 뿐이죠!
여러분! 기지개를 활짝 펴십시오. 쭈~~~우욱!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소중하고 소중하죠.

햇빛이 될 수 없으면, 별빛이 되시고.
큰길이 될 수 없으면, 작은 골목길이 되시고.

우리도 사회의 일원으로써,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가슴을 펴시고, 일어나세요! 움직이세요! 그리고 용기를 가지세요!
용기를 갖는 순간 시작이 된 것입니다.
매일 먹는 약도 줄 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얼굴빛이 달라지고 밥맛이 좋아 집니다.

여러분! 일어서는 용기를 가지세요!
이웃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은 뜨겁게 맞이하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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