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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 산 사랑


산 사랑 신연옥 (산사랑...배낭하나)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나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 다리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아 다녀보았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2년 동안 불편한 다리 때문에 했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병원 가는 길에 등산을 하고 내려오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병원에 다녀도 회복이 더디 되는 나에게 등산을 같이 다녀보자고 권유하였다. 그 당시에는 등산은 물론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다음날 아침,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으로 오셔서 다시 등산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였다. 그 이후로 매일 동네에 있는 산에 다니게 되었는데, 산을 오른 지 보름이 지났을 무렵,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나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 처음엔 숨도 차고 다리도 더 아팠는데, 어느 날 부터는 숨이 차는 것이 없어지고 다리의 통증도 차츰 없어지더니 나중에는 몸이 더 건강해진 것이다.

 나를 산으로 이끌어준 아주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에 식사를 대접하며 자연스럽게 산악모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그분들과 함께 정기적인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건강도 날로 좋아짐은 물론이거니와 갑작스런 장애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던 마음도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산이 그렇게 좋은 것인지 등산을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렇게 등산모임을 시작한 지 5년이 흘렀고, 그동안 서울 및 수도권에 있는 산을 하나씩 점령해 나갔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게 되어 산악모임 참석이 뜸해지면서 나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 되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청각장애인들의 산악모임 카페를 만들고 카페회원들과 산을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산 사랑을 다시 회복하며 회원들과 현재까지 전국에 있는 산을 찾아가며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가끔 병원을 찾을 때 마다 그곳에 있는 환자들에게 산에 다닐 것을 권유하고 싶어진다. 산행을 통해 운동을 하면 몸이 아픈 것도 치유할 수 있지만 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울창한 숲의 나무는 공기를 맑게 해주고 그 맑은 공기로 하여금 나처럼 병든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니 산보다 더 좋은 의사는 없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산은 말없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독인다. 늦게나마 깨달은 것에 감사한다.

 봄에는 아가의 손 같은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분홍빛 고운 진달래, 노오란 생강 나무꽃이 피는 날의 산행이 되고, 여름엔 이마에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면서 산속에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긴다. 산바람에 하늘 위를 나는 듯 깃털 같은 몸이 된다. 계곡에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반짝이는 은빛물의 춤이 삶속에 찌들었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이름 모르는 새들이 나를 환영이라도 하는 듯 날개 짓을 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깊은 산속에 있는 사찰 주변을 둘러보면 고즈넉하고 무채색 바람이 푸른 나뭇가지를 건드린다. 가을엔 수줍은 듯 붉혔다가 겨울엔 이내 힘없이 떨어진다. 도심의 화려한 네온불빛을 감히 산사의 고운 단풍에 그 아름다움을 비하지 못하리라.


[ 사진1 - 덕유산 정상에서 ]


 어느 날 친구와 약속했던 덕유산을 찾아간 적이 있다. 무더위에 등산하는 것은 무리여서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고 설천봉에 내려 정상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올라갔다. 울창한 나무그늘로 걸어 다니는 다람쥐가 쪼르르 달려가는 모습이 참 자유로워 보였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와 콧등에 흐르는 땀을 씻어 주었고 나와 친구는 산에서의 즐거움이 흥에 겨워 불 줄도 모르고 들리지도 않는 휘파람 부는 흉내를 내 보기까지 하였다.

 가슴 가득 초록공기를 담아 하산을 하는 중간에 머루와인동굴이란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망설일 틈도 없이 그곳으로 향하였고 20분정도 걸으니 머루와인동굴 앞에 도착했다.
머루와인동굴은 동굴에 와인을 저장하는 곳이라고 한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신기하기도 해서 들어 가 보았다. 실내온도가 낮아서 요즘 같은 폭염에는 머루와인동굴이 아주 인기라고 한다. 동굴입구에 서자 냉동실에서 불어나오는 찬바람이 몸을 감싸 안았다. 계속 걸어서 들어가 보니 한 가이드가 머루와인동굴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다. 여름에 이 곳 와인동굴을 찾은 방문객들은 이 동굴 속이 너무 시원해서 모두들 한 번 들어오면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나 또한 동굴을 나오는 순간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에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산을 다니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지만, 식견 또한 넓어지는 듯하여 산을 내려오는 내내 마음이 흐뭇하였다.


[ 사진2 - 와인동굴에서 ]


 요즘 현대인들은 육체의 병 보다 마음의 병이 더 많다고 한다.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된 요인이기도 한데, 두통이 심하면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산을 다니면서 몸과 마음을 튼튼히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산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의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사뭇 다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몸도 몸이지만 정신적으로도 맑지 못했던 나인데, 지금의 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주변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산행을 권유하는 산전도사가 되어있음을 느낀다. 가끔 보면 산이 무슨 만병통치의 약 인양, 이야기 하는 나를 발견하고 또 한 번 놀라기도 한다.

 나를 말없이 반겨주는 친구 산, 나는 전국에 산 친구를 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외롭고 쓸쓸할 때 내가 달려가 투정을 해도 말없이 다 받아주는 그런 친구, 산은 정말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친구다.

비록 올라갈 때 조금 힘이 들어도 난 산을 사랑한다.
산이 나를 오라고 하지 않아도 나는 산을 찾을 것이다.
오라고 하지 않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여러분 나와 함께 산사랑 함께 해 보실래요?
여러분의 건강은 제가...아니 산이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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