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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칼럼 : 노동자 파업의 이면, 상생의 불편한 진실


노동자 파업의 이면, 상생의 불편한 진실 박성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배제를 넘어, 노동이여 시대를 주도하라!

 서서히 대선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하나 둘 후보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선은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곡점 중 하나다. 대선을 전후로 각각의 시대정신이 각축을 벌인다. 올해 대선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는 경제민주화다. 87년 이후 진행된 정치민주화 시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논의는 마치 한국 사회가 한 단계 더 진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87년 이후 진전했던 정치민주화가 절차나 형식에 머무르며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 역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제 막 이슈로 자리 잡은 경제민주화조차도 한계가 뚜렷해 보인다. 언론에서 경제민주화는 때론 상생의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 상생이란 아직은 자본 내부, 즉 거대자본과 중소영세자본 관계의 공정성의 문제에 국한도리 뿐 경제의 핵심 주체 중 하나인 노동을 철저히 배제한 의제에 불과하다.

 사람은 존재 그 자체로 동등한 인권을 누리고 존중받아야 하며, 사람의 근본적인 존재방식인 노동 또한 그 어떤 가치와도 비견될 수 없는 인류 고유의 생명활동으로서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요소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권력과 자본의 하위범주 또는 종속범주로서 노동을 사고한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고, 노동조합도 있다”는 통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후진적인 인식 하에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그마나 있는 노동조합도 정부와 자본, 보수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억압과 왜곡의 대상일 뿐이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일부 야권으로부터 노동존중이 하나의 전략으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치적 이해타산의 결과일 뿐 노동에 대한 일상적인 존중과 지속적인 권리신장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10%를 밑돌던 노동조합조직률이 최근 10%를 넘어 섰다. 수치만 보자면 권리의 신장이다. 그러나 그 숫자 이면의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용역깡패라는 용어가 많은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군사기업을 자처하는 용역업체가 등장해 공권력의 지위를 대신하고, 자본과 결탁해 노동조합을 향해 노골적인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폭력의 민영화라며 시장이 결국 법치에 기초해 국가가 독점한 폭력까지도 가져갔다며 우려를 표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폭력의 요인과 목적까지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폭력은 ‘직장폐쇄→용역투입→(어용)복수노조 설립→민주노조 와해’라는 노동탄압 매뉴얼의 한 고리이다. 이 매뉴얼은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교섭창구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자리를 잡았다. 이런 식으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어용복수노조가 바로 노동조합조직률을 10% 위로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다. 민주노총 사업장 내에 생긴 복수노조 중 80% 이상이 사용자가 육성한 복수노조로 조사됐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세부적인 노조활동까지 정부와 자본이 제약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이어 복수노조 교섭창구 창구단일화(모든 노동자들에게 자주적인 결사의 자유를 부여해야 할 복수노조 제도의 취지를 소수와 다수 노조로 나눠 소수노조의 기본권을 빼앗는 수단으로 악용함)가 도입됨으로써,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존을 지킬 수단이 심각하게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대를 주도하라 8.28총파업 포스터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민주노총은 8월 29~31일 총파업의 요구 중 하나로 △노동악법 전면 재개정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장시간노동 단축(좋은 일자리 창출) △(공공부문)민영화 저지를 5대 핵심 요구로 제시한 상태다. 이러한 요구의 실현을 통해 민주노총은 경제민주화의 본연의 의미를 되살리고, 이를 통해 노동자 등 일반 국민 대다수가 불안과 양극화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대한민국은 변해야 한다. 기업깡패가 노동자를 폭행하고, 노조파괴 전문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는 사회. 법이 제한한 ‘경영상의 불가피한 사유’로 가장한 정리해고(정리해고는 자본의 살기 위한 불가피한 방편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노조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경영방침으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가 한 사업장에서 22명이나 목숨을 앗아갔음에도, 자본은 더 큰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 공권력은 맞는 노동자들을 지켜보고 때리는 기업에겐 혜택을 주는 사회. 그토록 호소했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을 끌고 가고 죽은 동료들의 영정을 쓰레기차에 처박아 버리는 사회. 언론을 장악한 권력과 자본이 숨겨왔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사회이다.


 이런 나라에서 노동자들은 열심히 살았다. 경제개발을 위해 박정희가 채찍을 들었다면, 노동자들은 그 채찍질을 온 몸으로 감당하며 피와 땀을 흘린 장본인이다. 국민 여러분, 당신은 그런 노동자이다. OECD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거나, 일하다 죽을 확률이 가장 높으며,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그런 노동자. 한국은 OECD 가입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산재사망률이 가장 높으며, 저임금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많은 국가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견뎌야 하는가. 비정규직과 정규직, 원치 않는 구별과 차별은 누굴 위한 것인가. 노조 조직률 10% 미만, 10명 중 한명도 노조에 가입 할 수 없는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숨이 막힌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보장해야 한다. 이 소망을 가로막는 자들이 도적이 아니면 누가 도적이며, 이를 외면하는 집단이 경제민주화의 적이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대통령은 방송에까지 나와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들은 물론 노동부 장관을 지낸 후보까지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대충 알지도 못한다. 그러고도 그들은 입만 열면 서민을 운운하며 국민을 우롱한다.

 도무지 정당하다고 볼 수 없을 부가 넘쳐 불법자금이 횡행하고, 투자하고 착취할 곳을 더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1% 부자들이 민주주의와 법위에 군림하고 있다. 민영화란 것은 결국 돈벌이 횡재를 요구하는 자본의 요구를 위해 국민 공공의 복지를 내다파는 행위다. 당신은 이런 것을 원하는 1%인가? 아니면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고용불안에 떨고 비정규직의 설움도 감수해야 하는 부모이며, 푸른 꿈을 서열 경쟁교육에 빼앗기고, 학비마련과 스펙에 내몰린 청년들인가? 정말 쉬고 싶고, 자고 싶고, 며칠이라도 맘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일상이 그저 희망일 뿐이라면, 미래는 암울하다. 민주노총은 세상의 99%, 노동자 민중이 소중하게 대접받기를 열망하며, 그 이유로 탄생했다. 이제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를 모색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변화를 제대로 된 진보로 이끌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시대를 주도해야 한다. 당신이 바로 노동자이고 노동자들을 위해 민주노총은 어려운 난관 속에서도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의 목적 중 하나가 민주노총 죽이기였지만, 민주노총은 탄압 가운데 당당히 서있으며, 정작 몰락할 것은 정권이다. 민주노총은 끊임없이 투쟁하고 저항했다. 사상초유의 언론노동자 총파업이 장기간 지속됐고, 건설과 화물 노동자들도 파업대열에 함께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7일 4차 총파업에 이어 29일 5차 총파업을 확정함으로써 민주노총 총파업의 핵심동력이 될 것이며, 보건의료노조와 건설노조도 파업전열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화학섬유연맹, 사무금융연맹,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여성연맹 등의 파업도 계속 조직될 것이다. 모두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난관 속에서도 총파업 태세의 일환으로 지난 16일부터 전국 16개 지역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를 중심으로 29일에는 지역총파업에 들어가고, 31일에는 서울에 수만 명이 집결하여 대규모 파업집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이 올해 내내 준비했던 총파업은 숙원이던 전면 총파업이 아닐 수 있다.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파업권은 법으로 차단됐고, 다수 필수공익사업장인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연맹도 파업권 행사가 쉽지 않다. 이 모두가 악법의 굴레에 갇혀 있지만, 잘못된 법과 제도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도 민주노총 지도부를 위시한 핵심 간부들의 몫이기에 민주노총은 늘 스스로의 부족함을 성찰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투쟁은 당당하고 절실하다. 총파업은 노동을 천시하고 돈벌이 소모품으로 전락시킨 탐욕스런 자본독재에 맞서는 일이며, 99%의 보편적 복지와 보편적 노동권을 꿈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민주화를 넘어 경제민주화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며, 지금도 거리와 현장에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사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31일 대규모 서울 집결을 절정으로 다시 힘을 모아 11월 전국노동자대회, 그 이후 대선투쟁에 이르기까지 더 크게 더 강하게 투쟁할 것이다. 시대는 변하고, 역사는 끝내 진보하기 마련이며, 탄압 속에서도 노동자 민중은 역사와 시대를 주도해왔다. 일하는 모든 이들이여, 노동이여, 시대를 주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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