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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 나도 비장애인이 웃을 때, 같이 웃으며 영화를 보고 싶다.


나도 비장애인이 웃을 때,
같이 웃으며 영화를 보고 싶다.
서재경 상임활동가(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내쫓김을 당할 때에도, 물건을 사러 간 매장에서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자를 데리고 와야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말할 때에도, “당신은 지금 나를 차별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맞서고, 차별을 가한 사람을 대상으로 차별행위를 고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세상은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만든 인권법으로, ▲부당한 차별에 맞서기 위한 <권리>가 되어,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에 따른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고,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어야 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장벽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곳곳에서 꿈틀대고 있는 변화, 그 변화들

 최근 인권위는 청각장애인에게 경찰이 출두고지를 문자로 알릴 때 유선전화번호를 남긴다면, 그것은 장애차별이며, 이러한 행위를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청각장애인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차별행위였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이 경찰과의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는,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진행된 지적장애인 형사사건에서는 우리나라 최초로 의사소통 조력인이 배치되어, 지적장애인이 재판을 받았다. 지적장애여성은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조력인과 함께 재판을 받았는데, 이는 ▲재판에서 검사나 판사, 변호사가 말하는 어려운 법적용어 및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확한 정보를 장애인 당사자가 알 권리를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지적장애의 특성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하여 사실에 기반한 진술만을 할 수 있는 재판환경 마련, ▲재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적장애여성은 의사소통 조력인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재판부가 이렇듯 의사소통조력인 배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제26조에 명시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의사소통조력인 배치’의 법적 조항에 비롯한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당한 편의 구축을 위한 모니터링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이 또한 세상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2010년부터 장애인 단체는 지속적으로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가 우리 사회에 구축되어야 하며, 이러한 실정을 모니터링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꾸려서 매년마다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으며,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고 있는 공공근린시설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집단진정을 통한 정당한 편의를 구축하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정당한 편의 제공은 이제 장애인 당사자의 권리옹호에서 벗어나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라는 측면에서의 이행의 필요성과 함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 사진1 - 장애인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1인 시위 ]


◐ 2010년 6월 25일 인권위 서울지역 공공근린시설기관 중, 모니터링 한 597곳 집단 진정 이후.

- 지하철내 장애인화장실 남녀 구분하여 설치할 것에 대한 인권위 시정권고가 내림
-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서울역 1ㆍ4호선 환승통로에 경사로를, 충무로역 3ㆍ4호선 환승구간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을, 즉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휠체어 사용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원활한 이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세부 개선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함
- 우편취급국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확대경을 비치하지 않은 것은 정보통신·의사소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우정사업본부장에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확대경을 비치할 것을 권고함
-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장, 건국대병원장, 국립중앙의료원장, 국립서울대학교병원장, 국립서울병원장, 연세대병원장, 중앙대학교용산병원장, 한양대의료원장에게 시정권고를 내림. 시각장애인의 경우, 진료기록부 사본 발급시, 당해 사본에 한해 인쇄물음성변환바코드를 생성하여, 사본과 함께 제공하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요청함.
- 마을버스와 시내버스 등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문자안내판 설치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장관에게 지도ㆍ감독 및 강화 등을 권고함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을 위한 입법운동 향후과제
(나도 비장애인처럼 깔깔대며 영화를 보고 싶다,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중심으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여러 장애인단체와 힘을 모아서 2009년부터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문화향유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제21조 개정운동을 펼쳤고, 이듬해 2010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제21조가 개정되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제21조 개정된 내용안은 영화업계의 반발을 의식하여 장애인의 영화관람 서비스 지원을 의무사항이 아닌 임의사항 조항에 머물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번 돌아보자.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영화와 관련된 기사가 매일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상영작과 개봉작, 화제작과 더불어 최근에는 영화 ‘도둑들’ 이 ‘해운대’의 관객 수를 넘어섰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 한국인들이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영화관람 환경은 어느 수준에 처해 있는가? 작년 ‘도가니’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서, 청각장애인의 비인권적 실태가 세상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청각장애인들은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 이유는 뭘까? 도가니 영화가 509개 스크린에서 상영될 당시, 자막서비스가 제공된 상영관은 불과 20곳, 상영 횟수도 하루 1회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관람 환경은 비단 청각장애인에게만 열악한 것은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화면해설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한국영화는 온전히 영화의 줄거리를 이해하기 힘들고, 외국영화의 경우에는 화면해설서비스가 없으면 영화 자체를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필자가 아는 시각장애인 여성은 화면해설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영화를 볼 때면, 사람들이 왜 웃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몹시 외롭다고 했다. 그런 어느 날, 화면해설 서비스가 제공되는 영화를 보면서 비장애인들이 웃을 때, 자신도 동시에 함께 웃었을 때,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는 말은 잊혀 지지 않는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도 여전히 영화를 관람하기란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부분 영화관의 경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맨 앞좌석에서만 영화를 관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비장애인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도, 영화를 볼 때는 혼자서 맨 앞좌석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 영화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재밌는 장면이 나올 때면 서로 마주보면 같이 웃고, 팝콘도 나눠먹기도 하고, 슬픈 장면이 나오면, 서로 눈치 보면서 울기도 할 때, 영화 보는 재미가 더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환경은 이러한 인간적인 삶을 향유할 수 없는 차별의 장벽이 너무나 두텁고 견고하게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영화관람권, 지금 무엇이 문제이며, 차별시정 방안은 무엇인가?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명시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 문화, 예술사업자의 단계적 범위를 2015년부터 법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행범위의 경우도, 300석 이상 상영관(단일 스크린)에만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극장 가운데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92.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적용은 현실적인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여러 장애인단체는 작년 10월부터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대위>를 구성하였다.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대위>구성의 가장 큰 목적은, 우선 법적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제21조 및 시행령 개정을 하기 위함이다. 즉, ▲문제가 되는 2015년부터라는 시행년도, ▲시행범위가 300석 이상 상영관(단일 스크린)이라는 비현실적 조항을, 현실적 조항으로 개정하고, ▲한국영화에 한글자막 의무화, ▲한국영화에 화면해설 의무화, ▲영화관의 접근권 보장을 통하여 영화관람에 있어서의 차별받지 않는 동동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함이다.
이에 공대위는 작년 10월부터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해 140일 동안, 1인 시위를 계속하며, 우리의 법개정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우리의 법개정 내용안은 다음과 같다.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하는 문화, 예술사업자의 단계적 범위를 2013년으로, ▲300석 이상 상영관(단일 스크린)이라는 비현실적 조항 삭제이다.
따라서 <장애인 영화관람권 확보를 위한 공대위>는 반드시 19대 국회에서는 법개정을 관철시켜, 장애인도 일상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가족과 친구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영화관람 환경을 만들고, 비장애인과 동등한 문화향유권을 갖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Barrier Free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의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국내 주요 배급사인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3사와 협력해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는 마치 영진위가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그럴듯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속은 그렇지 않다. 영진위의 기본 입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자막이나 화면해설 서비스를 위해서는 제작사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은 제작사의 은혜를 입어야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으로 인식하지 않고, 동정과 시혜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천만 관객이 몰리는 한국의 영화시장, 천만 인구가 자유롭게 영화관을 가서 영화를 향유하는 세상, 왜 장애인은 여전히 영화관람을 향유하는 권리에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당하고 있는가? 영진위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영화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차별의 장벽을 해소하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서비스나 자막 등 기본적인 콘텐츠 제작은 제작사가 하는 환경 구축을 제시해야 한다. 영진위는 제작사의 눈치를 보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장애인의 문화향유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제30조 비준국가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라!!

 국제장애인권리협약제30조(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 및 체육활동에 대한 참여)조항에는 ‘당사국은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며, 장애인에게 다음의 사항을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문화생활이란, 장애인이 접근가능한 형태로, 텔레비전프로그램, 영화, 연극 및 다른 문화활동에 대한 접근을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제30조에 비준한 나라로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도 비장애인이 웃을 때, 같이 소리 내어 웃고 싶다!!!

 일상에서의 장애인의 삶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차별이 가해진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권은 과연 보장받는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고 보편적 권리를 갖는다고 세계인권선언문에서는 명시하고 있지만, 가족과 친구와 함께 영화도 제대로 볼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나도 비장애인이 웃을 때, 같이 소리 내어 웃고 싶다!!!
나도 가족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싶다!!
나도 한국영화 실컷 보고 싶다!!!


[ 사진2 - 장애인차별금지법제21조 법개정운동 당시, 문광부장관면담요구 기자회견 사진 ]


이러한 세상이 만들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이 보장받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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