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단 메뉴 바로가기
  2. 본문 바로가기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야기 프리즘
HOME > Webzine 프리즘 > Webzine 프리즘
본문 시작

webzine 프리즘

프리즘은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 분기마다 발간하는 웹진입니다

지난호바로가기 이동
아시아탐방 : 싱가포르를 여행하다. 1


싱가포르를 여행하다.Ⅰ
(모든 장애인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하성준(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국 컨설턴트)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 저상버스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와 인간으로써의 권리실현을 목적으로 1993년 시작된 “아·태장애인 10년”. 2012년 올해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이 종료되고 이제 “새로운 아·태장애인 10년”이라는 이름으로 2013년부터 세 번째 아·태장애인 10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장애인 당사자, 에스캅 회원국 정부 및 장애관련 여러 전문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장애인들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지만 아·태장애인 10년이라는 노력이 있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아·태지역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교육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아·태장애인10년이 시작되던 1993년 시점의 장애인교육은 비장애인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지만 이제 장애인의 교육권을 부정하는 사람도 없어졌고 여러 가지 좋은 통합교육의 사례도 소개될 만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장애인교육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다음으로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었다. 정보접근권을 포함하여 “접근성 (Accessibility)”라는 용어는 “보편적 설계 (Universal design)”라는 용어와 함께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낯선 말이 아니다. 세계은행 (World Bank)은 장애포괄적개발 (Disability Inclusive Development)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이러한 국가적, 지역적 노력이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과 비준을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06년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채택이후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장애인 당사자들은 그 동안 장애로 인해 경험하기 어려웠던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태장애인 10년 기간 동안의 관심사가 교육이나 노동과 같은 기본권의 문제에서 삶의 질의 향상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서서히 변화해 가고 있다. 결국,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이후, 장애인의 문제를 “복지”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권”의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하면서 새로이 대두되고 있는 주제가 장애인의 여가문제의 해소이며 그 중심에 “관광 (Tourism)”의 문제가 있다.


[ 그림1 -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여행하는 모습 ]


 장애를 가진 사람이 여행을 다닌다고 할 때, 장애인들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비장애인들은 내심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아·태장애인 10년의 진행, 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과 이행, 여러 국제장애인단체들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감에 따라 많은 장애인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아무런 불편함 없이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까? 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관광지들은 장애인의 방문에 대비하여 어떤 편의를 제공하고 있을까? 비록 20년에 걸친 아·태장애인 10년의 이행이나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비준과 이행이 장애인의 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무수한 질문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필자는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싱가포르 여행 중에 겪은 여러 가지 경험들과 함께 장애인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체계를 갖춘 관광자원의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기서 “여행”과 “관광”이라는 용어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국어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일정 기간 동안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다른 나라에 가는 일”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에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그곳의 풍물·풍속을 구경함”이라고 하여 목적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여행은 공적, 사적 목적의 이동을 의미하는 것이고 관광은 다른 고장이나 나라로 이동하여 풍물이나 풍속을 구경하는 일이라고 정의하여 여가선용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더 강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애 포괄적 관광자원의 개발은 단순히 공항이나 기차역 등 여행을 위한 시설의 접근성 보장의 차원을 넘어서 사찰, 유적지, 박물관 등 여러 관광지들의 접근성 보장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장애 포괄적 관광자원의 개발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Singapore)이다. 싱가포르는 제 2차 아·태장애인 10년 기간 (2003~2012년) 동안 지속적으로 장애 포괄적 관광자원의 개발에 관심을 보여 왔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중교통수단을 포함한 공공시설의 장애인 접근성뿐만 아니라 쇼핑센터나 놀이공원 등 관광시설의 보편적 설계에 관심을 두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아태지역 관광산업의 강국답게 장애인이 편안하게 관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 그림2 - 싱가폴의 상징 멀라이언공원 전경 ]


 싱가포르를 본격적으로 탐방하기 전에 우리는 싱가포르에 대해 약간의 사전지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사전지식은 앞으로 필자가 전개할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지역 말레이 반도의 끝에 위치한 섬나라이다. 2008년 현재 인구는 480만이고 면적은 약 670㎢로 서울보다 조금 넓다. 도쿄, 홍콩과 함께 아시아 3대 외환시장을 가지고 있을 만큼 금융 산업이 발달해 있고 2005년부터는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대다수의 교통수단은 공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중국어와 영어를 포함하여 4 가지 언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장애인권리협약은 2011년 12월 31일 현재 서명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며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깨끗한 도시국가라는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다. 화폐 단위는 싱가포르 달러(SGD)를 사용하며 환율은 1 싱가포르 달러 당 900원 정도이다. 필자는 지난 12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5일간 싱가포르를 방문했으며 그 기간 동안 직접 체험한 여러 가지를 독자 여러분과 나누면서 장애인들이 진정 자유롭게 관광(또는 여행)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한 첫걸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도시국가이며 섬나라인 싱가포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곳은 대개 항만이나 공항이다. 싱가포르는 창이국제공항을 사용하는데 공항은 세 개의 터미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터미널 사이는 모노레일을 이용하여 이동한다.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MRT라고 불리는 지하철, 택시, 버스가 그것이다. 모든 교통수단은 장애인이 이용가능하며 공항에서 관광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바로 입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편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면 공항에서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공항에서는 영어가 매우 잘 통한다. 싱가포르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모든 싱가포르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여행 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으므로 본격적으로 싱가포르를 여행할 때는 영어를 되도록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간단한 표현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세계 공용어인 바디랭귀지도 필수다.


[ 그림3 - 싱가폴 MRT 티켓 발매기 ]


 앞서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세 가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택시는 타 교통수단에 비해 고가이므로 제외하고 MRT와 버스에 대해 설명한다. MRT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터미널 3으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 터미널 3의 지하까지 MRT가 들어오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창이공항 MRT의 장점이다. MRT 티켓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자동발매기를 이용한다. 실제로 표를 판매하는 사람이 역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있다면 직원이 나와 도움을 준다. 그런데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으면 짱가처럼 어디선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역사를 휘둘러보고 직원을 찾아 도움을 받거나 다른 여행자들의 도움을 받아 티켓을 구입해야 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발매기를 통해 구입하는 방법은 우선 목적지를 모니터에서 선택하면 요금이 화면에 표시된다. 두 사람 이상인 경우 “More”버튼을 선택하고 자신을 포함하여 몇 사람인지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바로 표시된 요금을 투입한다. 요금지불은 모든 동전과 2 달러, 5 달러 지폐로 가능하다. 발매기는 휠체어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으나 음성출력이 안되고 터치스크린 외에 버튼조작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MRT 티켓은 말이 티켓이지 전자 칩이 내장된 카드이다. 이 카드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환불기를 통해 다시 환불받을 수 있는데 지불한 요금에 관계없이 1 달러를 환불받는다. 그러므로 애초 3 달러에 티켓을 구입했다면 실제 요금은 2 달러이고 1달러는 티켓을 반납하면 나중에 환불된다. 지하철노선지도는 공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미리 이동경로를 살펴보고 지하철을 이용하면 튼 낭패는 보지 않는다. 또 공항에서 구할 수 있는 지도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다. 그러므로 관광지 지도에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한 후, 지하철노선지도에서 근접한 역을 찾아서 이동하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싱가포르를 여행할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공항에서 제공되는 여러 가지 지도는 몽땅 무료이다. 그러므로 모든 종류의 지도를 필요여부에 상관없이 확보한 후, 호텔 방에서 찬찬히 살펴보고 이동하는 것도 좋은 관광전략이 될 수 있다. 여행 전에 한국에서 미리 인터넷 등으로 둘러볼 곳을 정해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지도들은 보다 정확한 동선이나 교통편을 알려줄 것이다.


[ 그림4 - 싱가폴 MRT는 휠체어사용자 및 교통약자 여행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


 버스 이용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버스는 MRT에 비해 매우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터미널로 이동할 필요도 없다. 요금은 버스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1인당 9 달러 (SGD)가 가장 보편적인 버스요금이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공항 터미널 1층에 있는 버스안내 데스크로 이동하여 자신의 목적지를 이야기한다. 호텔이름만 말해도 알 수 있고 만약 작은 호텔이라 위치를 모를 수도 있으므로 호텔의 주소를 가지고 가면 편리하다. 목적지를 알려 준 다음 직원이 버스를 수배하게 되는데 요금을 내고 기다리면 버스관계자가 목적지를 말하며 돌아다닌다. 버스는 크기가 작은 일반버스이며 리프트가 있는 버스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 외에 호텔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교통편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있지만 이들 서비스는 모두 택시요금에 버금가는 액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일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물론 가장 저렴한 비용의 교통수단은 MRT이다. 하지만 MRT는 터미널 이동, 매표 그리고 도착한 후에 다시 목적지까지 추가적인 이동을 요한다. 버스는 기본이 1인당 9 달러인데 택시 한 대 승차인원 4인을 고려한다면 36 달러가 된다. 이 비용과 택시요금의 차이를 고려하여 적합한 교통수단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또 택시 한 대를 4인이 이용할 경우 가방이나 휠체어를 고려해야 한다. 1인당 한 개의 여행 가방을 가지고 있고 두 대의 휠체어를 고려한다면 4인이 한 대의 택시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이야기하면서 장애인 화장실을 빼놓을 수 없다. 필자가 싱가포르를 입·출국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장애인 화장실을 둘러보고 이용해 보면서 느낀 것은 창이공항을 포함하여 싱가포르의 장애인 화장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제공항의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서 말해보면, 대개 국제공항이라고 불리는 공항들은 애초 선계단계에서 보편적 설계 (Universal design)를 채택한다. 그래서 휠체어 접근성도 좋고 엘리베이터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모든 국제공항이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창이공항이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대단히 만족했다. 그런데 막상 살펴보고 이용해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창이공항의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실망한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되는데 첫째는 장애인 화장실이 터미널 1과 터미널 3에만 있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터미널 2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창이공항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 중에서 창이공항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고 기억하시는 독자 분이 계신다면 기억하라! 당신은 터미널 2를 이용한 것이다. 실제 대한항공 카운터가 터미널 2에 위치하고 있다. 다음으로 장애인 화장실의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 필자가 직접 둘러본 장애인 화장실 중 두 곳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러한 상황은 거의 반나절 동안 계속되었다. 특히 한 곳의 경우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이 “Occupied” 즉, 화장실을 누군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아니한 관리상황은 장애인 화장실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또 한 곳의 경우 화장실 안에서 문을 닫아도 화장실 밖에서는 “Vacant” 즉, 비어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또 외부에서 버튼을 조작하면 화장실문이 열려버려 자칫 낭패한 경우를 만들 수도 있었다. 끝으로 화장실을 비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필자가 목격한 비장애인 즉, 창이공항의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들은 주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공항직원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이었다. 공항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외에도 일반인들도 일부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공항 화장실이 좁거나 붐비는 것이냐 그렇지도 않았다. 결국 장애인 화장실의 쾌적함을 즐기려는 태도가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화장실 사용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 것으로 사료된다. 비장애인의 장애인 화장실 이용은 공항 밖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 그림5 - 남·여 화장실이 구분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


 글을 마무리하면서 장애인 화장실과 관련된 최근의 제안을 하나 소개하자면 “남·여로 구분된 장애인 화장실”이다. 물론 창이공항의 장애인 화장실은 성별에 따라 구별되어 있지 않다. 실제 많은 장애인 화장실들이 남·여로 분리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장애인 화장실에 대해 나오고 있는 새로운 주장은 장애인 화장실을 남·여로 분리하여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공공시설물 내에 화장실이 남·여로 구별되어 있지 않다면 성별에 구별 없이 화장실에서 한 줄로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혹은 여성이 사용 중인 화장실을 남성이 노크하는 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좀 민망한 일일 수도 있다. 또 여성들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에서 배설의 욕구만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도 남녀·를 구별해 주어야 한다. 성별이라는 요소가 장애라는 요소에 가려져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기존의 장애인 화장실. 우리가 화장실을 단순히 배설의 욕구를 해소하는 장소로만 여기지 않는 현실에서 장애와 성별을 동시에 고려한 배려가 이루어진다면 남·여가 구별되는 장애인 화장실의 설치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 내의 화장실을 장애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왜냐하면, 일반 화장실을 장애인 화장실처럼 만드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보편적 설계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만들어질 것이고 그러한 화장실은 중증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딘가 불편한 요소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화장실 내를 포함한 모든 문을 자동으로 열리고 개별 화장실 칸막이 내에 세면기도 설치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만든 화장실의 넓이는 얼마나 될까?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늘 필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얻은 여러 가지 사실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여행 특히 관광을 많이 할 기회가 적은 우리 장애인들에게 정보도 제공하고 재미도 있으며 뭔가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이도저도 안된 느낌이 있다. 혹, 독자 여러분들께 지루함을 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다음 호에서는 싱가포르를 본격적으로 여행하게 될 텐데 특히, MRT라고 현지에서 불리는 지하철의 이용에 관해 여러 가지를 다루어볼 것이다. 다음 호는 더욱 재미있고 유익한 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프린트하기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