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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소통 : 원더풀 라디오-함께 나누는 따뜻함


원더풀 라디오-함께 나누는 따뜻함 땅땅무(원더풀 라디오 DJ)


송파 한아름 방송국과 나

송파 한아름 방송국은 정신질환을 가진 10명의 디제이 분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가 있는 방송도 있지만 대부분의 방송은 디제이 분들이 직접 대본작성과 방송 기계조작, 진행을 맡아서 전천후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점이 저는 한아름 방송국의 장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만큼 디제이 분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직접 대본을 작성하고, 방송진행에 기계조작까지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그림1 - 여기가 바로 내가 몸담고 있는 송파한아름방송국! ]


그럼 이제 방송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송이 매일 2시부터 3시에 있습니다. 월요일은 ‘할 말 있어요.’ 라는 방송이 있는데 제가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 청취자 분들의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이었으나 현재 개편 중에 있어 지금은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주로 오프닝 쓰는 것과 음악 선곡입니다. 오프닝은 평상시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내용으로 오프닝을 쓰면 좋겠다 싶을 때 작성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오프닝에 쓸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다채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지요. 앞으로 활발히 다른 활동들을 해야 오프닝도 술술술 써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이 디제이 해주시는 분이 워낙 여러 가지 정보들을 잘 찾아오시고 진행 또한 저와 쿵짝이 잘 맞아서 매끄럽게 해주시는 덕분에 저희 방송은 순조롭게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화요일은 ‘이지 클래식’ 이라는 방송이 있는데 클래식을 정말 쉽게 설명해 주시고 위트 있는 방송이 특징입니다. 수요일은 ‘수요 초대석’ 이라는 방송인데 제가 즐겨듣는 방송이기도 합니다. 이 방송은 정신 장애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나 청취자 분들이 뵙고 싶어 하시는 분을 모셔서 그분들의 삶과 애환에 대해 알아보는 방송입니다. 매주 어떤 분이 나오실까 기대하며 듣게 되는 방송입니다. 목요일은 ‘두시의 데이트’ 라는 방송이 있습니다.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서로 얘기 나누며 여러 생각들을 나누는 방송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금요일은 ‘이야기 속으로’ 라는 방송이 있습니다. 이 방송은 사연을 주로 다루는 방송이고 남자 세분이서 방송을 하시는데 호흡이 아주 착착 잘 맞아 재미있는 방송입니다.
그리고 저는 송파 한아름 방송국의 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직은 국장으로서 크게 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디제이 분들이 열정을 가지고 방송에 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시는 디제이 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

송파 한아름 방송국은 저에게 있어 참 의미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처음 디제이들이 모여 미디어 교육을 받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령층도 다양하고 공통된 주제가 없을 것 같아 보였던 우리들은 매주 만나 교육을 받았습니다. 개별 과제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주로 팀별로 나뉘어서 하는 과제들이 많았고 덕분에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유일한 홍일점 두 명 중 한 명인데다 막내였기에 어른들의 귀여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 그림2 - 송파한아름방송국의 내부 모습 ]


미디어 교육 때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별명을 부르는 것이 참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습니다. 그 때의 별명으로 지금 디제이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고요. 제 별명만 살짝 밝히자면 땅땅무입니다. 별명에 얽힌 사연을 말하자면 저를 직접 보셔야 이해가 빠르긴 하겠지만 일단 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약을 복용하면서 살이 20kg 쪘는데요. 엄마가 예전에 비해 너무 살찐 제 모습을 보시더니 옆으로 퍼져서 땅땅 하다고 하시면서 땅땅한 무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의 별명은 집에서도 땅땅무 방송국에서도 땅땅무가 되었습니다.

미디어 교육을 받을 때 사실 저의 상태는 좋지 못했습니다. 조현병을 앓고 있던 저에게 조울증 증상이 찾아와서 이주는 조증 이주는 우울증이 반복되었습니다. 조증은 그나마 견딜 수 있었지만 우울증은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워있고만 싶은 마음. 그게 너무 힘들었죠. 그래서 그만둘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교육을 한 번도 빠짐없이 다 참석한 이유는 그만큼 미디어교육의 질도 좋았고 방송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이 교육을 받았던 우리 디제이 분들이 좋아서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열심히 들었던 미디어 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 두 가지를 꼽아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는 팀별로 나뉘어 인터뷰 하던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 팀은 장애인시설에 근무하시는 분을 인터뷰 했는데 몰랐던 정보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꼭 기자가 된 듯 한 느낌이 들어 신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보통 사람들도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면서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야’ 이런 생각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그런 우리들이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갖게 한 수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저한텐 그런 의미가 있는 수업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마지막 수업이었던 인생그래프 만들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같이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도 한명한명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는 어려웠는데 인생그래프를 그리고 서로의 인생 굴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게 한발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고, 정말 우리는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게 느껴진 미디어 교육이 끝나고 이제 실무 교육과 함께 방송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때 저에게 힘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방송을 하기 위해 미디어 교육을 열심히 받은 것이지만 막상 방송을 하려니 두려운 마음만 앞섰습니다. 모든 일에는 고비가 있다고 하죠. 이때가 그 고비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방송인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때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하는 디제이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차마 못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시는 디제이 분들을 보며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그건 걱정할 것이 아니고 어쨌든 우리는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냥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방송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꿈은 사실 사회복지사입니다. 그런 꿈을 갖게 된 이유가 나와 같은 어려움, 혹은 나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이었습니다. 그런데 송파한아름 방송국에서 일을 하면서 벌써 그 꿈을 조금은 맛보게 된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면서 그분들과 소통하며 어려움을 나누고 같이 다독이며 함께 걸어가는 것. 멋지지 않나요? 말만 거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 채셨겠지만 송파 한아름 방송국은 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앞으로 걸어가는 송파 한아름 방송국

송파 한아름 방송국은 이제 막 개국한지 2개월이 조금 넘은 조그만 아기라고 보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청취자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많은 방송국인 것 같습니다. 이제 2기도 교육을 받고 있으니 조만간 방송에 직접 투입이 될 것이고 그럼 뭔가 분위가 더 활력 넘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림3 - 송파한아름방송국의 스텝들은 대본 작성부터 음향기계, DJ진행 까지 모두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저로써 개인적인 바램은 청취자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럼 사연 글도 많이 들어올 테고 저희가 그중에 저희한테 맞는 사연을 고르게 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게 되겠지요. 지금은 사연이 안 들어와서 애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아름 방송국에 바라는 점은 초심을 잃지 말자입니다. 물론 2기와 그 후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방송을 시작하실지 모르겠지만 1기가 처음에 왜 방송을 하게 되었는지 방송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지는 늘 점검 하며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주위에 정신질환을 가진 분들도 제가 방송을 하고 있다고 하면 그분들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송파 한아름 방송국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같이 참여를 못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송파 한아름 방송국이 좀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어서 다른 센터나 사회복귀 시설에도 방송국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했기에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고, 함께이기에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걸어가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모두가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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