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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포유 : 시네라리아를 찾아서, 시각장애인 공연 ‘난 볼 수 있어’ 뮤지컬을 돌아보며


시각장애인 공연 ‘난 볼 수 있어’ 뮤지컬을 돌아보며.. 양한규(한빛예술단)


 뮤지컬은 음악과 춤의 구성으로 각본의 줄거리나 구상의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이다. 그래서일까? 오페라나 영화, 연극과 발레에서 볼 수 있는 각각의 매력과 또 다른 게 있다고 늘 느껴왔다.

뮤지컬에 어떤 방법으로든 참여해 보거나 관람을 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없어서 늘 이 분야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이 있었기에 기회가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뮤지컬을 꼭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이런 나의 바람이 이제 꿈에서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 무렵부턴가, 내가 몸담고 있는 한빛 예술단에서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뮤지컬을 통한 시각장애인의 문화 예술 분야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이야기가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오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기쁘고 기대가 되던지…….
시각에 장애를 가진 상황에서 뮤지컬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며 많은 시간적, 물적, 노력과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지만, 주어진 여건과 상황에서 하나하나씩 문제들을 풀어가고 남은 능력과 가능성들을 활용한다면 아주 어렵지만은 않다고 생각하기에 누구보다도 개인적으로 갖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나중에 실제로 뮤지컬을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느껴야했던 많은 문제들과 장애물에 비하면 그 마음은 막연한 기대감 수준이었다.


[ 그림1 - ‘난 볼 수 있어’ 뮤지컬에 출연하고는 나의 모습 ]


뮤지컬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시각장애인이 뮤지컬을 하게 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며 무대에서 표현될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해줄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해서 이젠 장애인들도 옛날에 비하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며 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에 참 감사하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도 많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고 좀처럼 변하지 않는 많은 편견들이 큰 장벽과 장애물로 남아있음도 놓칠 수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이런 장벽을 허물며 숱한 장애물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 바로 비장애인들도 정말 하기 힘들다는 뮤지컬!

뮤지컬(musical)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면,

1. 뮤지컬 코미디나 음악을 주로 하여 구성된 영화·연극을 두루 이르는 말.
2. (현대 미국에서 발달한) 음악·무용·연극 등의 요소를 재치 있게 융합시킨 종합 무대 예술의 한 형식이라 표현하고 있다.
란 뜻을 갖고 있다. 이 사전적 의미만 봐서도 현실적으로 해결할 점들과 필요한 부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과연 시각장애인이 뮤지컬을 할 수 있겠는가? 비장애인들도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과연 시각장애인인데 뮤지컬에서 요구하는 종합적인 특징을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여기서 말한 사전적 의미를 다 버리고라도 현실적으로 뮤지컬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는 연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실감나게 다가왔다. 아니 좀 더 분명히 말 하면 이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그 순간부터 많은 어려운 상황들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며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연습은 약 3개월 정도 진행이 되었다. 그 시간들은 주위로부터 날아드는 우려의 시선과 편견들을 몸으로 부딪혀가며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더 힘든 건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들보다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매 순간 자신을 다잡으며 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경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 그리고 '과연 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뒤범벅되어 여기저기에서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극의 전체 내용을 따라가며 주어진 곡들과 여러 장면을 묘사하는 음악들을 적절히 표현만 하면 되는 역할이라 그나마 편했지만, 어떤 단원들은 연주는 기본으로 하면서 연기, 무용, 노래까지 해야 하는 정말 말로는 다할 수없는 힘든 과정을 소화해야했다. 그나마 음악에 대한 건 어떻게든 해결을 한다지만(물론 일반적인 음악적 감성과는 많이 달라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연기와 무용까지 더해서 모든 장면을 하나하나씩 익혀가는 과정은 매순간이 힘겨운 그 자체라고 말해야할 것 같다.
단원들 대부분은 뮤지컬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노래에 따른 동작과 장면에 따른 대사, 그리고 표정까지 만들어내는 작업과 무대 내에서의 이동 등 하나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더욱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했다.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걸 익히며 공연 준비를 한다는 자체가 정말 모험이며 거기에다 여러 행사 스케줄까지 소화해가며 뮤지컬을 준비해야하는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살인적인 스케줄이었다. 단원들 대부분은 체력적으로도 많이 약해서 연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워낙 짧은 기간 동안 모든 걸 완성해야할 입장이라 단원들도 스텝들도 많이 지쳐갔다. 모두들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 때가 참 많았다. 동작 하나하나를 익히다 안 되면 좀 쉬었다 다시 시도…….


[ 그림2 - 힘들었지만 많은걸 나에게 남겨준 연습시간들 ]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여러 시행착오들이 많았다. 동작에서 뭔가 된다 싶으면 노래나 연주에서 막히고 노래나 연주에서 뭔가 됐다 싶으면 이젠 좀 전에 어렵게 익힌 동작들이 다들 제 각각이거나 하얀 백지상태가 되거나 하길 수십 차례였다.
이러다보니 때로는 서로가 상당히 예민해져서 연습 분위기가 살벌한 적도 얼마나 많았던지……. 그래도 다시 한 번 또다시 한 번……. 이런 계속적인 반복된 연습을 통해 더디게만 느껴지던 뮤지컬의 모든 형태가 하나하나씩 완성되어갔다. 뮤지컬 말고도 다른 스케줄이 있을 때는 연주를 나가야했고 마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늦은 시간까지 다시 연습에 또 연습.

늘 힘들기만 한건 아니었다. 연습을 하다보면 노래이든 동작이든 연기나 무용에서 자주 실수가 나타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많이 힘들지만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한 시간들, 힘든 연습 중간 중간에 쉬어가며 간식을 나누고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며 함께 나눴던 저녁식사시간은 그야말로 고된 연습시간 가운데 맛보는 쉼과 같은 시간이며 서로가 더욱 하나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넉넉함이 있었기에, 힘들지만 조금씩 서로를 배려하며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주는 가운데 불가능하다고만 느껴졌던 뮤지컬도 조금씩 완성되어갔다. 처음에 가졌던 편견들이 조금씩 거쳐 갔고 힘들고 고된 연습 스케줄과 열악한 조건에서도 서로 인내하며 모든 연습 과정에 임했다.

그런 결과로 12월 15일부터 17일까지의 네 차례 공연을 통해 소중한 추억과 함께 어렵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이제 막 시작한 단계라 작품의 완성도와 연기력과 기타 여러 가지 표현력에 있어서 얼마나 성과가 있었냐보다는 이런 작은 시도를 통해 좋은 점은 더 발전시키고 보완할 것들은 충분한 연구를 통한 가능성에 좀 더 초점을 둔다면 얼마든지 시각장애인도 뮤지컬을 통한 문화활동에 참여하고, 이를 통한 감동은 물론 희망의 메시지도 전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많이 부족하고 어딘지 어설프지만 뭔가 작은 것 하나는 던져줬다는 느낌이다.
공연을 보러 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엇인가 많이 부족해 보이고 여기저기 문제점 투성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잔잔한 감동과 함께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좀 더 넓힐 수 있어 좋았고 좀 더 준비를 한다면 좋은 작품도 가능하겠다고 전하였다.
적어도 나와 연관되어 뮤지컬을 보러온 이들과 주변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봤을 때 작은 희망이랄까? 뭔가 작은 것 하나를 던져줬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가능성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니라 크든 작든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전시키며 보완한 점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런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 느리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개미걸음’이라도 계속 걷겠다는 자세를 가진다면 그것이 정말 큰 가능성이며 어떤 장애물이나 높은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믿게 되는 뮤지컬 공연이었다.


[ 그림3 - 뮤지컬 ‘난 볼 수 있어’ 뮤지컬 포스터 ]


이번 뮤지컬에 참여하는 가운데 매번 연습을 진행하며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건 처음 시도한다는 것 때문에라도 여러 시행착오가 많아서 수정·보완하느라 시간을 참 많이 써야했고 좀 더 체계적인 사전준비의 부족으로 힘든 상황들이 많아서 작품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힘들었던 점이다. 그리고 워낙 짧은 준비 탓에 공연 때도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난 게 사실이었으며 많은 과제를 남기고 공연을 마무리해야했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봄으로써 시각장애인이 예술로써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확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싶다.

시각장애인으로써 음악 이외의 다른 자매 예술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시각장애인이 음악을 청각적인 면에서의 접근하던 것에서 손상된 시각 이외의 남은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며 느끼게 되었다.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한 가운데에서 음악이나 뮤지컬 같은 예술분야들을 접하게 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부차원에서나 각 기업체에서 장애인에 대한 문화활동 참여에 대한 기회의 폭을 넓히는 데에 투자하는 것과 함께 이번 뮤지컬처럼 뭔가 새로운 시도와 함께 장애극복의 의지를 불태우며 쉼 없이 삶을 가꿔가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공연을 마치며 갖게 된 간절한 바램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함께 참여해서 연기지도와 함께 연기도 담당했던 배우들과 많은 스텝들의 수고가 정말 컸다. 시각장애인 연기자들이 최대한 편히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매시간 연습에 즐겁게 임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뮤지컬을 통한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간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며 '더불어 함께’라는 띠로 하나 된 어울림은 이 뮤지컬이 무대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되며, 정말 눈만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손으로, 마음으로 온 몸으로도 이 세상을 보고 느끼며 누군가에게 희망과 빛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 그림4 - 한빛예술단의 공연 모습 ]


시각장애인의 원활한 연기와 무용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져가며 동작 하나하나를 반복 또 반복하며 목이 쉬도록 설명하고 약간의 시력이 있는 단원에겐 표정에 대한 부분도 세심하게 다듬어주고, 무대에서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 표시를 위해 블록을 깔아 최대한 자유로운 움직임을 돕는다거나 시각적인 이미지를 설명함에 있어 단원들이 최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것과 기타 필요한 모든 부분에 함께 고민해주었던 그들의 협력이야말로 정말 장애인과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소중한 나눔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는 단원들을 통해 오히려 힘을 얻어서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나누며 함께 뒹굴고 함께 즐거워하고 마음 아파하며 보냈던 3개월여의 시간.
정말 나에겐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아쉬움 많고 뭔가 모자란 듯 보였던 이번 뮤지컬 주제인 '난 볼 수 있어'는 내 자신에게도 다시 한 번 나의 눈 뿐이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보고 느끼며 이제 그런 느낌을 누군가에게 계속 나눠주는 역할을 하게하는 소중한 체험으로 두고두고 내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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