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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niversal : 크라우드 펀딩과 '99%의 직접행동'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과 '99%의 직접행동' 박성준(소셜플렛폼 대표)


'장애인도 한국 영화 좀 보자'

 오는 4월 4일 부터 7일 까지 열리게 될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그 첫날 개막식을 야외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영화제에서 그동안 상영되었던 영화들을 다시 볼 수 있는 야외 상영 행사를 마련하고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는 축제의 마당으로 열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야외상영을 위해서는 고가의 음향장비와 프로젝트가 필요한데 약 500만 원가량의 장비 구입 및 대여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영화제의 집행위원회는 이 비용마련을 위해 다음 아고라의 '희망해'라는 창구를 이용한 모금을 추진하고 있다.


[ 그림1 -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야외개막을 위한 모금을 위해 다음 아고라의 '희망해'를 이용하고 있다. ]


인터넷 포털 서비스 업체인 '다음'에서 제공하는 '희망해'라는 서비스는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는 물론 모금을 원하는 개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집행위원회는 비용마련을 위해 1단계로 542명의 서명을 받아 현재 모금 진행을 위한 심사단계에 있는데 본 글이 올라와 있을 쯤에는 아마도 본격적인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해마다 겨울이 되면 거리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하고 오가는 행인들이 한푼 두푼 현금을 기부하는 전통은 성탄절이 있는 12월에는 빠질 수 없는 풍경이다. 이런 자선냄비는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소액의 기부를 받는 대표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수많은 대중들로 부터 모금한다는 뜻으로 본다면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군중 모금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말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말이다. 영국의 록 그룹인 마릴리온(Marillion)의 미국 팬들은 1997년 인터넷 캠페인을 통해 마릴린 밴드의 미국 투어에 필요한 6만 불(약 7천만 원)을 모금했다. 이 캠페인은 마릴린 그룹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성사되었고 마릴린 그룹은 후에 자신들의 음반을 제작할 때 이와 같은 방법을 따라 해서 크게 성공했다. 2004년에는 프랑스의 한 영화사가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고 DVD 등을 만드는데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2009년에는 '우주비행사(The Cosmonaut)'라는 스페인어 영화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30만 유로, 한화로 약 4억 5천만 원을 모았다. 이 영화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라는 저작권의 개방과 공유를 지향하는 운동의 일환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인터넷이 생활화되고 소액결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생긴 하나의 모델을 일컫는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년에 한 달, 4만 명(1인 2시간 기준) 가까운 자원봉사자들이 움직인다. 2011년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한 돈은 50억 원에 가깝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는 2010년 '해피빈'이라는 공익모금창구를 통해 약 74억 원에 달하는 모금을 했는데 이는 1년 내내 진행하는 상시적인 모금사업이다.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크라우드 펀딩은 2011년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기부를 하는 사람, 모금을 하는 사람

크라우드 펀딩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기부를 하는 사람들만 군중이 아니라 모금을 하는 사람(fund raiser)도 '군중'이라는 점이다. 앞서 예를 든 구세군은 물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기관의 모금 사업은 많은 사람들로 부터 기부를 받아 이를 관리하고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회복지단체 등에 나누어 준다. 즉, 기부를 하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자신이 기부하는 대상을 알고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 기부 받는 개인이나 단체도 기부 기관에게 보통 기부를 신청하고 받는다.

하지만 일반적인 크라우드 펀딩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모금을 제안하고 또한 모아진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를 미리 밝히고 기금을 모은다. 기부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기부하는 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를 알고 기부를 할 수 있다. 막연히 ‘이웃을 돕겠다!’ 에서 머물지 않고 기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대상을 알고 기부하는 것이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의 야외 개막식을 위한 530만원 펀딩 프로젝트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 그림2 - 주로 예술가 들을 지원하는 '텀블벅'에 다큐멘터리의 극장상영을 위한 모금이다. 169명이 참여해서
목표 5백만 원을 뛰어 넘는 800여만 원이 모집되었다. 문화 예술 작품의 경우 모금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을
크레딧에 넣어 준다거나 출판된 책을 기증한다거나 하는 보상(reward)이 분명하다. ]


대부분의 크라우드 펀딩은 모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간단한 절차를 통해 기금 모금을 제안 및 신청할 수 있고 그 모금의 목적과 목표를 공개한다. 이 경우에 기금을 일단 모으고 배분할 대상을 선정하는 모금 기관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모금과 배분에 필요한 운영비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크라우드 펀딩에서 보다 더 중요한 점은 중간관리기관이 다 커버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기관, 개인들도 모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적게는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 단위의 모금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데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던 것들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적용 분야

지금까지는 주로 기부나 모금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의 사례를 보았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벤처 사업을 시작할 때 큰돈을 가지고 있는 자산가 또는 벤처 투자 회사 등을 통해 투자를 받지 않고서는 창업이 불가능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적접 설명하고 설득하여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을 모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벤처가 아닌 일반 소규모 창업도 가능하다. 마이크로 크레딧이라고 하는 무담보 소액대출 사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 국내에는 '팝펀딩'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키바(www.kiva.org)'가 유명하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단순 기부에서 부터 창업을 위한 투자자금 모집, 소액 대출 등 다수에 의한 다수의 상호 부조가 다양하게 가능해 진 것이다.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이 가능하도록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성공한 서비스는 '킥스타터 닷컴(www.kickstarter.com)'으로써 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한 서비스다. 이와 유사한 국내 서비스에는 '텀블벅(www.tumblbug.com)'이 있고, 특히 인디밴드들을 후원하기 위한 '콘크리트(concreat.me)',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나눔포털 등은 다양한 문화예술작품들을 위한 펀딩을 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 공익프로젝트를 위한 '굿펀딩(www.goodfunding.net)', 노동운동을 비롯하여 사회운동을 후원하기 위한 '소셜펀치(www.socialfunch.org)'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가 있다.


[ 그림3 - 다양한 공익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굿펀딩' ]


소셜 펀딩(Social Funding)

한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터넷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급속히 생활화 되면서 사람들 간의 연결을 통한 '관계'의 형성에 인터넷이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한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들의 자발적 기부나 투자를 자극하고 실행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지는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펀딩을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트를 글,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 소셜 네트웍 서비스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환경이나 도구가 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과 '99%의 직접행동'

크라우드 펀딩 또는 소셜 펀딩은 영리적 목적보다 비영리적 목적에 더 적합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발전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자선 또는 기부에서 부터,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양이나 촉진, 제 3세계 빈곤 퇴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한 운동 등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이러한 분야에서 더 발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위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에게나 투표권이 보장되어 있고 다수에 의한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본을 소유한 자만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자본이 주인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기부 또는 모금을 할 때도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호칭을 부여한다거나 은연중에 존경을 강요한다. '사회공헌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들도 매우 흔하다. 이러다 보니 '기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들을 종종 듣게 된다.

일정규모 이상의 돈이 필요한 다수를 위한 어떤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전통적으로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역할은 지대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 기관이 언제나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공공의 이익에 충실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국가의 실패 또는 편향에 대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정치에서의 직접민주주의 또는 직접행동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돈이 필요한 모든 사업에서의 수많은 대중들의 직접행동, 그것이 곧 크라우드 펀딩이라 할 수 있다. '1%에 대한 99%의 직접행동'으로 표현되는 어큐파이 운동이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바로 99%의 직접 행동을 '돈'의 영역에서 실행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단어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료 출처; 위키피디아, 구세군 자선냄비 홈페이지, 굿펀딩,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


[ 그림4 - 다양한 사회운동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인 '소셜펀치 www.socialfunch.org ]


<크라우드 펀딩 십계명> - 출처: 굿펀딩

1. 크라우드 펀딩의 목적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2. 진솔하고 상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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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관계유지와 소통을 계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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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다른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 그림5 - 영국의 '저스트기빙'서비스를 통해 2010년에 8백만 명이 약 1조원에 가까운 기부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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