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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소통

여성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사진, 성인지 예산 제도와 우리나라의 도입 경험


성인지 예산 제도와 우리나라의 도입 경험 조선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


2006년 9월 「국가재정법」이 제정되어, 우리나라는 급격히 변화하는 재정 여건 속에서 국가 재정운용의 건전성과 투명성, 효율성을 확보하는 선진화된 재정운용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1961년 이후 우리나라 국가재정 운용의 기본 틀을 제공하던 「예산회계법」과 1974년 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을 통합하였으며, 「중기재정운용」, 「총액배분 자율편성」, 「성과관리제도」, 「프로그램 예산회계제도」 등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국회와 여성단체를 통해 논의되어 온 「성인지 예산제도」가 명시적으로 도입되어 2010 회계연도 예산안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006년 제정된「국가재정법」은 정부의 성인지 예산서 제출 의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6조(예산의 원칙) 정부는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있어서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 하여야 한다. 5. 정부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26조(성인지 예산서의 작성) ① 정부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이하 “성인지(性認知)예산서”라 한다)를 작성하여야 한다.


 국가재정법 상에서 성인지 예산서는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한 보고서"로 정의되고, 시행령은 성인지 예산서의 내용에 ① 성인지 예산의 개요 ② 성인지 예산의 규모와 기대효과 ③ 그 밖에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에 대한 국내의 인식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며, 이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여 외국의 성인지 예산에 대한 개념과 방법론을 우리나라의 재정제도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에도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국가 재정운용 전반에 걸쳐 성인지 예산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재정운용 체계와 여건에 부합하는 제도적 장치와 추진체계의 구축 등이 필요하였다.
 성인지 예산 제도의 인식 및 공감대가 국민 및 공무원들에게 크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 시행 준비가 부족한 경우 자칫 제도 정착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므로 남은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이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예산센터는 국내 재정운용시스템에 부합하도록 성인지 예산 분석 방법론을 개발하고, 성인지 예산서, 결산서 작성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성 인지 예산의 안정적인 제도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성인지 예산(Gender Budget)이란 정부의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전 과정에 남녀의 우선순위와 요구를 체계적으로 통합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세입과 세출 예산뿐만 아니라 조세제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그렇다보니 집행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잘 알려진 방법으로는 정부 부처별로 지출예산을 남성이나 여성 중 일방에게만 제공되는 예산, 기존의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수정하기 위한 예산, 그 밖의 예산으로 나눠 각각의 규모와 추이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게, 그리고 깊은 분석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영국은 아동수당의 수급자를 주 소득자(대체로 아버지)에서 주 부양자(어머니)로 바꿨다. 복지재정의 삭감이 여성에게 미칠 영향과 대안 모색도 이뤄지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가정폭력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추정한 후 정부 예산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또한 성인지 예산을 제도화하는 방식 역시 다양하다. 필리핀, 프랑스, 인도 등은 법과 같은 강력한 시행수단을 갖춘 반면, EU 국가들은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부처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 인지 예산의 제도화 기반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제도의 시행 준비동안 성인지 예산서의 주된 작성주체인 공무원들의 반응이 다음과 같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 첫 번째 반응은 왜 이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고, 성인지 예산서가 필요하다면 장애인지, 노인인지 예산서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즉각적 반론이 뒤따르기도 하였다. 예산이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지급하는 것이므로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며, 만약에 예산지급기준이 성차별적이라면 그 사례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예산의 의도하지 않은 차별효과, 기준의 문제 등은 즉각적으로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심층연구와 성찰을 통해 발견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성인지 예산분석을 통해 성불평등 수혜사례를 찾고, 예산액과 지급방식을 남녀 정책수요자의 요구에 맞춤으로써 만족도와 정책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컨대 특정지역의 가로등 예산을 줄였을 때 그 지역의 성범죄가 증가한다는 사례, 공중화장실 사례, 지하철 전동차나 시내버스의 손잡이 사례, 군 의료서비스 정책 사례 등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반응은 성인지 예산제도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예산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남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성의 당뇨병 검진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의 필요 사례에 더하여 국민연금법의 유족연금 개정사례, 한부모지원법 개정 사례는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자세한 사례는 『성인지예산제도화 연구(II)』, 김영옥 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08.을 참조할 것.]


<표>성인지 예산 분석 사례
‘공중화장실등에관한법률’을 개정하여 제7조(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에서 신규 공공시설에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도록 하였다.


서울시 지하철 전동차 내의 손잡이는 170㎝ 높이에 위치함으로써 키가 작은 어린이나 여성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있다. 이에 손잡이의 높이를 하향조정함으로써 안전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2008년에 전동차 손잡이 개선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었다.


군에서의 여성인력은 전 간부 대비 2.6% 수준이며, 이에 군 의료 서비스 정책의 초점은 남성에게 맞춰져 있으며 여군의 의료 이용률은 2% 이내에 머물고 있다. 특히 여군의 산부인과 진료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남군이 군병원에서 모든 진료과목을 지원받는 반면, 군병원 내 산부인과가 개설되지 않은 지역에 근무하는 여군은 민간병원 산부인과 외래 이용(산전진찰, 부인과 외래진료, 여성암 검진 등)시에 진료비 지원 관련 근거의 미비로 자비 부담을 하고 있어 남군 대비 의료 수혜의 불평등하다고 볼 수 있다.


유족연금의 적용에 있어, 부부 중 남편이 사망할 경우 아내가 무조건 유족연금을 받는데 반해, 아내가 사망한 경우에는 ‘남편이 60세 이상이거나 장애 2등급 이상인 경우’에만 남편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한 단서규정을 삭제하였다.


1989년 4월부터 “모자복지법”이 제정되어 여성과 자녀로 구성된 가족에 대해 제한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져 왔으나, 2002년 기존의 보호대상인 모자가정을 확대하여 부자가정에 대해서도 지원하도록 하는 “모부자복지법”으로 변경(2008년 이후 한부모가족지원법)되었다.


상기에서와 같이 제도 도입 및 시행준비를 위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성인지 예산제도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그 동안 성인지 예산 제도연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인지 예산의 개념의 정의부터 국내 재정운용시스템에 부합하는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까지 연구의 포괄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내외 전문가 및 연구전문기관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토대로 진행하였다. 또한 각 연차별 사업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예산센터를 중심으로 한 “총괄기획팀”과 연구전문기관, 학회 등이 참여하는 “단위 연구사업 팀”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7년은 그 1차년도로서 성인지 예산의 개념과 분석방법의 개발, 성인지 예산서 및 예산지침(안) 개발, 성인지적 중기재정운용체계의 마련, 외국의 성인지 예산 분석 사례연구 등에 주력하였다. 2차년도인 2008년은 성인지 예산서(안)의 부처별· 정책별 시범 적용, 성인지 예산의 추진체계와 실행 방안 마련, 성인지 예산의 심층 분석, 성인지 예산의 성과관리방안 등에 중점을 두었다. 3차년도인 2009년에는 성인지 예·결산서 작성 모니터링 및 환류체계 개발, 성인지 예산정보 시스템을 위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내의 가이드라인 개발, 공무원대상 성인지 예산분석훈련체계 구축, "성인지 예산" 가이드북 및 홍보책자 개발 및 발간 등을 중점 연구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다. 또한 매년 단위 연구사업의 관리 및 지원, 단위 연구사업의 내용 총괄 분석, 국제회의 개최, 해외 현지조사 기획 및 추진, 성인지 예산 제도화포럼 운영(GB포럼), Gender Budget Net(http://gb.kwdi.re.kr/) 운영 등의 총괄기획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제도의 도입ㆍ시행과 관련, 성인지 예산 분석기법 등의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추진체계와 실행전략 또한 중요하다. 성인지 예산은 “예산과정에서 성 평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방법, 절차, 기구”를 일컫는 만큼 그 분석의 범위는 매우 넓고, 예산주기와 중기재정계획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며 성인지 예산활동은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다. 성인지 예산 제도화는 단기간에 달성될 수 있는 신속한 사업이 아니다. 어떤 새 제도도 도입하는 데에는 도구를 개발하고 그것을 기관에 장착하고 조정하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성인지 예산제도가 성 평등이라는 미래가치를 위해 필요하고 또 그 제도의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여느 제도의 도입이상의 비용이 아니라면 제도의 도입에 수용적인 자세를 갖고 정책목표의 달성에 협조ㆍ인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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