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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I삼성점 사진, 저녁 식사 같이 하실래요?


맛집이야기 현근식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팀장)


밤에 찍은 TODAI식당 간판 사진 2008년 한해를 마감하고 2009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몇몇 근황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언뜻 언뜻 떠올랐지만 그들을 만날 엄두는 내지 못했다. 12월 한 달은 우리 단체의 모든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몇 년간 용기를 내어 시도했던 일에 대한 성과와 한계들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때이라서 더더욱 시간을 낼 수 없었던 탓이다. 연말 송년회 네 곳에서 나를 불렀는데 세 곳은 아예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참석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의 여유가 한 치도 없었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약간의 여유가 생긴 걸까? 나는 새해 들어 첫째 주부터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주위의 맛 집들을 열심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누군가란 대상은 쉴 새 없이 바뀌었다. 어느 날은 대학교 때 절친했던 동창이기도 하고, 어느 때는 5년 전 만나 죽이 척척 맞는 마음 깊은 친구이기도 하고, 자고 나면 다시 바뀌어 학창시절 내게 글을 쓰라고 충고해주던 선배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를 만나 편하게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름을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운 사람들과 신년 벽두부터 약속을 잡기란 매우 힘들었다. 사람들은 새해 벽두부터 한가하게 맛 집을 찾아다니면서 유유자적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은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동생이 생각났다. 가족이라 불리는 동생의 얼굴이 새삼 그리운 얼굴로 눈앞에 아른 거리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결혼한 후 몇 년 동안 집안 대소사에서 얼굴만 부딪쳤지 마음 깊게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었다. 전화를 걸어 좋은 곳에서 맛있는 저녁이나 같이하면서 얼굴 한번 보자고 했다. 장소는 동생의 집 근처에 알아보라고 떠 넘겼다. 얼마 있다 녀석은 삼성동 TODAI에서 금요일에 만나자고 연락을 해왔다. 맛이 괜찮다는 전언이었다.

  바람이 매우 차가웠던 금요일 저녁에 삼성동 TODAI에 도착했다. 외형은 마치 외국의 마트처럼 단순한 단층건물의 TODAI 앞에는 넓은 주차장이 있었고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전용 주차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내리면 바로 식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지만 웬일인지 그날은 폐문을 하여 사용할 수 없었다. 반대쪽 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앞에는 나무로 만든 계단이 세 개가 있었다. 다행히 수동 휠체어를 타고 온지라 동생의 도움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무로 만든 계단 중 일부만 잘라내어 경사로로 만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고, 이 아쉬움은 식당을 나설 때 도움을 주는 종업원에게 자연스럽게 경사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으로 이어졌다.

TODAI식당 외부 사진  홀 안은 무척 넓었다. 휠체어를 타고 음식을 가져오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매우 넉넉하게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동안 휠체어를 타고 식당을 찾을 때 가장 불편한 점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이 좁아 휠체어가 식사중인 다른 사람들이 앉은 의자에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식사를 하던 다른 손님이 일어나 의자를 옆으로 밀거나 당겨 겨우 지나갈 길을 터준다. 지나가는 나나 타인 모두 불편하고 미안한 일이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부에 분위기도 단순하지만 꽤 고급스럽게 장식되어 있었다. 처음에 산타모니카에서 시작된 작은 스시바 TODAI는 가격이 저렴하여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하는데, 이름이 세계적이어서 그런지 한국에서 운영하는 TODAI는 가족들이 가서 실컷 먹으려면 크게 한번 마음을 먹어야 가자는 말이 나오는 가격대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저렴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벼운 지갑을 탁탁 털어 이곳을 찾았으니 맛을 최대한 음미하고 가는 게 최선의 일일 것이다.

식당 실내인테리어 사진 부페식 식당의 내부 사진 

먼저 도착한 동생부부의 도움으로 음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스시바로 가서 다양한 초밥을 접시에 올려놓는다. 광어, 통한치, 초가리비, 점성어, 아마애비.......... 등등 다양한 생선살이 입혀진 초밥은 입맛을 되찾는데 제격이다. 개인적으로 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손이 가지 않았지만 많은 종류가 있었다. 보통 앉은 자리에서 초밥 4,50개는 충분히 먹는데 20개 정도로 배를 채우고, 다시 생선회 코너로 다가간다. 생각보다 생선회 종류가 약간 적어서 실망했지만 그 자리에서 직접 회를 떠주는 생 연어와 참치, 청새치, 그리고 대게 다리 2개는 우리들의 미각을 달래준다. 또한 조리가 되어있는 홍합구이와 새우 직화구이는 매우 감칠맛 나게 먹은 요리였다.

부페식음식을 접시에 담아온 사진 부페식 음식을 또 다른 접시에 담은 사진

  나는 먹는데 여념 없었지만 동생은 오랜만에 이야기를 많이 한다. 회사 얘기며 먼 친척을 아는 곳에 취직시켜준 얘기, 주식이야기, 그리고 어린 아이들 이야기까지... 오래간만에 이런 자리에서 얼굴을 대하니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지만 불과 10년 전만해도 젊다는 이유만으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얼굴에 이제 가장으로써의 책임감, 엄숙함 같은 것이 서려있다. 왜 아니겠는가? 이제 자기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두 개구쟁이 아이와 아내의 기둥인 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내가 겸연쩍었는지 동생은 테이블에 있던 코인을 들고 가 즉석요리를 들고 왔다. 이 집의 쌀국수는 전문 베트남 음식점의 그 것보다도 맛있다고 한다. 느끼한 음식들을 먹고 난 후의 쌀국수 국물 맛은 한결 깔끔했다. 마지막으로 과일과 미니케잌으로 차려진 후식까지 꼼꼼히 챙겨먹고 그곳을 나왔다.

쌀국수가 놓인 테이블 사진 미니케잌이 놓은 선반을 찍은 사진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오랜만에 가져본 동생부부와의 시간을 반추하면서 삶을 조금 더 심플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나 복잡한 직장 생활,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서류, 약속들, 일로 만나는 사람들....등등. 이런 것들 속에서 소중한 시간, 감정, 그리움들이 파묻혀버리는 것만 같았다. 약간은 번잡한 TODAI에서 동생을 만나면서 소중한 무엇인가를 얻은 것 같아 그곳에 언젠가 누군가와 다시 가고 싶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학창시절 막역한 친구여도 좋고, 대학시절 존경했던 선배여도 좋고, 졸업한 후 10년 넘게 술을 사달라며 연락했던 후배여도 좋다. 그들 모두 내게는 그리운 사람들이니까!

TODAI삼성점을 가는 약도 이미지
 TODAI 삼성점

● address :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005-5
● 삼성역 2번 출구에서 나와서 대치동 쪽으로
  걷다보면 휘문고 사거리 근처
● Tel : 02-551-5000
● open : 월~일 11:30~23:00
● price:
 평일 런치 23,000원 디너 34,000원
 주말 및 공휴일 런치 & 디너 34,000원
 (부가세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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