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1), 무시무시하지 않습니까?
첫 번째 작품활동은 공산당 기관지에서부터 시작했다더군요.
대학시절이니까 1960년 즈음일 겁니다. 『아카하타』, 우리 말로 하자면 ‘적기’, 그러니까 『붉은 깃발』이라는 일본 공산당 기관지 청소년판에다 「사막의 백성」이란 만화를 기고했지요. 한두 번도 아니고, 쭈욱~!
내용은, 보지 않았지만, 당연히 불순할 것입니다. 뻔합니다. 마르크스주의를 SF와 잘 섞었다더군요. 당시 일본의 청소년들, 이 만화 보고서 히히덕거리다가 공산주의에 대한 허황된 인식만 갖게 되었을 공산이 큽니다.
1968년 일본을 생각해보세요. 온 천지에 빨갱이 사상으로 물든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않고서 전공투다, 혁공동이다 해서,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점거하지 않나, 대학 건물에 불을 지르지 않나…. 그래서 일본 전체가 그 난리 법석을 떨지 않았습니까? 다 모두 이 사람의 만화를 보고 물들어서 그런 게 분명합니다.
이 사람,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한 일본 굴지의 만화 회사에 입사했답니다. 나, 원, 참, 어째서 일본 회사는 사상 조회도 안하고 덜컥 사람부터 뽑습니까? 그 회사, 결국 후회했을 겁니다. 이 사람, 입사 1년 만에 노조 위원장이 되었으니깐요. 그렇다면 회사일 팽개치고 공산주의 소조 활동이나 벌이는 사람을 일찌감치 짤라버렸어야죠. 독버섯처럼 번지기 전에 싹부터 짤랐어야 했는데, 일본회사, 참 문제군요.
이 무시무시한 그가 공산당 기관지보다 더 파급력이 큰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습니다. 텔레비전용으로, 극장용으로. 아예 코흘리개 애들을 대상으로 삼았지요! 큰일났습니다. 알게 모르게 공산주의 사상을 선전할 것 아닙니까? 알게 모르게가 아닙니다. 그의 작품들, 한 번 보십시오. 아예 노골적이더군요.
이게 어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오늘날 우리나라 경제의 기틀을 세워줬다는 선진국 일본에서 만들 만한 내용입니까? 공산주의자가 만든 것들, 뻔하지요. 눈 감고 몇 개만 뽑아 봐도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첫 번째로 뽑은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2). 핵무기보다 강한 초강력 전자무기로 미래세상은 폐허가 된답니다. 그래도 발달한 기계문명 덕분에 살아남은 인더스트리아 제국이 있고, 미래소년이 사는 홀로 남은 섬에서 몇몇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고있지요. 뭐,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문제는 인더스트리아 제국, 이름 그대로 기계문명의 세상. 암울합니다. 온통 잿빛이지요. 게다가 독재자가 지배한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거기 일하는 사람들은 죄다 노예로 묘사됩니다. 물론 홀로 남은 섬의 마을은 총천연색. 니껏 내껏 없이 서로 평등하게 나누고 사는 공동체 세상이랍니다. 사랑과 평화만이 넘쳐흐르죠, 인더스트리아의 침략만 없다면 말입니다. 뭐, 원시인 닮은 포비, 좀 귀엽긴 했습니다.
두 번째로 고른 작품3)은 황당 그 자체인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무슨 하늘에 떠다니는 성이 있는데, 그 성의 윗부분은 낙원이고, 아랫부분은 대량살상 무기가 설치된, 야누스 같은 게 있답니다. 첨단 과학으로 만들었다나요? 무슨 돌멩이 하나를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액션 스릴러까지 가미해서 재미는 있습디다
. 하지만, 너무하지 않나요? 첨단 과학이 만들어낸 결정체가, 대량 학살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소수만의 낙원이라니! 물론 여기에도 독재체제가 나오고,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은 뻔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결말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활약으로 대량학살무기는 부숴지고, 낙원만 남아 어디론지 두둥실 날아가버렸다…, 딱 맞네요, 공산주의 유토피아! 박진감은 있지만, 그래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게 전형적인 공산주의 선전선동, 왜곡날조 전략전술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대놓고 좌빨 짓거리를 벌이는 거, 묵과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런 류의 영화, 자꾸 만들었습니다. 세 번째4)는 거대 산업 문명으로 지구가 온통 썩어버렸답니다. 썩은 바다에서 나타난 곰팡이균 같은 것이 지구를 덮으면서 인류 제2의 종말을 예고하는데, 역시 이에 맞서는 유일한 희망은 바람계곡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극소수의 인간들이고, 역시 지구를 정복하려는 군국주의 침략자가 위협을 한다는 줄거리. 식상합니다. 산업이니, 개발, 경제 성장 따위는 죄다 지구를 해치는 일이고, 권력자는 모두 욕심쟁이, 나쁜 독재자로 묘사됐지요. 역시 공동체 사회가 최고의 미덕이랍니다. 화면은 멋있더군요.
어디 그뿐입니까? 좌빨 노조일 하면서 짜웅이 된 사람이랑 만든 영화5)도 있어요. 무시무시한 이 사람이 제작을 맡았지요. 전후 일본, 인구가 늘어나니 집도 더 많이 필요합니다. 너구리가 사는 숲에 아파트를 좀 짓겠다는 게 나쁩니까? 이걸 ‘자본의 논리에 따라 파괴되는 환경…’ 운운하면 골치 아파지지요. 그 골치 아픈 애니메이션을 그래도 재미있게는 만들었습니다. 애들은 그냥 헤~ 하며 보게 될까 걱정이지요. 이렇게 그냥 보다보면 환경 파괴의 근본 문제는 자본의 문제. 따라서 자유주의 노선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요상한 빨갱이식 논리를 슬그머니 설파한답니다. 만화 속 너구리들도 다 아는 진리인데, 인간만 모른다니! 세상에 이런 잘못된 주장이 어디 있습니까? ‘너구리만 못하다’부터 ‘자본가는 나쁘다’, ‘독재자도 나쁘다’, ‘공산사회가 최고다’까지…. 아, 말이 헛나왔습니다. 독재가 나쁜 건 맞습니다, 맞고요. 하지만, 무조건 그렇게 폄하하면 안되지요. 모든 독재가 나쁘냐…, 각별히 독재를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들이 있다…, 그걸 감안해야 한다…, 뭐, 이런 말입니다. 그러니까 첨단 과학, 거대 산업 문명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개발독재가 필요하고, 이렇게 경제가 부흥해서 선진국이 되어야 민주주의도 꽃핀다, 이런 말씀이지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맨날 일본 욕만 하는 것도 콤플렉스입니다, 콤플렉스! 식민지라고 제 살 뜯어먹기 욕만 할 게 아니라, 농지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서 우리나라 근대화의 뿌리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살펴봐야지요. 아니, 제 말이 맞다니깐요. 정말이지, 지면이 좁아서 이루 다 고발할 수조차 없습니다. 꼬롬한 생각을 갖고서 만든 애니메이션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지요. 작품활동은 열심히 했나 보더라구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금까지 거론한 것들 말고도 너무 많은 작품들6)을 만들어냈어요. 그래봤자, 다 모두 빨갱이 사상을 전파할 목적의 불온한 선전물 아닙니까? 이거, 그냥 두면 우리 아이들 모두 망칩니다. 우리 사회의 안보에 구멍이 뚫려요. 빨갱이들이 쳐내려 와요.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고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겨울, 이 사람이 또 영화를 들고 왔어요. 이번에는 무슨 마법 물고기 이야기7)랍니다. 물고기가 말도 하고 마법도 부리는데, 인간이 되고 싶다나요? 뭐, 황당한 이야기 줄거리, 이제 익숙해져버렸습니다. 보나마나 환경 운운, 인간의 지고한 사랑 따위겠지요. 환경이랑 사랑이랑 인간의 존엄성, 공산주의자들이 자기 정체를 숨기려고 맨날 둘러대는 이야기입니다. 입 아프게 더 이상 말하면 뭐하겠습니까? 그냥,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 나쁜 사상에 물들면 안되잖아요? 휴전선도 지켜야하고, 내친 김에 지구 공산화도 막아야 하고. 예? 이 사람, 199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마르크시즘을 버렸다구요? 아, 에…, 그랬던가요? 그건 잘 모르겠고, 그래도 원칙은 분명합니다. 한 번 빨갱이는 영원히 빨갱이지요. 믿지 말자 공산당! 꺼진 불 다시 보듯 늘 경계해야 한다니깐요. 남 몰래 거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한 국민여동생 문근영을 보세요. 빨치산의 슬하에서 자랐잖아요? 좌익 메뚜기들, 선행 쪼금 했다고 문근영을 영웅 만들려고까지 준동하지 않았습니까? 보세요, 결과는 나라 경제를 살리려고 삽질도 마다않는 우리 대통령님 체면을 다 깎아놓은 채, 문근영만 갑자기 ‘기부천사’가 되어버렸잖아요. 이런 게 다 빨치산 심리전, 빨갱이 전략전술 아닙니까, 지만원씨? 제 말 맞죠? 그쵸? 그래서 제가 이렇게 고발하는 겁니다. 용기 없는 허수가 되기 싫었어요. 무시무시한 이 사람 영화, 철없는 애들이 보면 안됩니다. 물듭니다. 청소년들이 봐도 안됩니다. 대학 가서 데모나 할 겁니다. 예? 어른들도 많이 본다구요? 어허, 큰일이네…. 세상이 어쩌자고 이렇게 돌아가는 겁니까? 어허, 참…..